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32화 (133/151)

▣ Chapter 6-7

콰아앙! 콰앙!

“다시 한번!”

콰아아앙!

레이캬비크.

형우 일행과 통합군은 모든 능력을 동원해 큐브를 공격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격을 해도 큐브엔 조그마한 흠집도 나질 않았다.

“썅! 미쳐버리겠네. 뭐가 이렇게 단단한 거야?!”

채앵!

민규는 짜증을 내며 들고 있던 검을 집어던졌다.

벌써 몇 시간 째 큐브를 공격했다.

그 시간 동안 몇몇이 공격한 게 아니고 수천이나 되는 통합군의 합동으로 능력을 날렸다.

그러나 노력의 결실이 안 따라오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 없었다.

저기 안에는 자신들의 길드장이자 지구의 희망인 형우가 있었으니까.

“하아, 하필 이런 함정를 파선…….”

민규는 그 말을 하며 큐브 아래를 바라봤다.

큐브 아래엔 거대한 마법진과 조형물 4개가 세워져 있었다.

그게 이 큐브를 만든 매개체였다.

이후에 마법집을 헤집어놓고 조형물을 파괴했지만 큐브에겐 영향이 없었다.

결국, 본체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결과물은 전무했다.

“한 번 더 갑니다! 모두 능력 준비!”

다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부분 지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죽을 힘을 다해 능력을 썼다.

“3! 2! 1! 공격!”

“기가 라이트닝!”

“플레임 스트라이크!”

“오러 웨이브!”

“윈드 스톰!”

파바바밧!

성민의 신호에 맞춰 수백, 수천 개의 능력이 날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수십 개의 폭음이 섞이면서 하나의 폭음처럼 들려왔다.

큐브는 그 폭음에서 파생된 연기와 함께 순간 가려졌다.

모두 기대하는 표정으로 연기가 걷히길 기다렸다.

그러나 결과물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의 모습이었다.

“하아…….”

“물에 칼질하는 느낌이네.”

“더는 못 하겠어…….”

털썩.

반수 이상이 지쳐서 바닥에 쓰러졌다.

실력자들만 데려왔어도 몇 시간이나 능력을 남발한 건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우리라도 공격하자.”

성민은 이스케이프 길드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봄이가 고개를 저었다.

“다들 너무 지쳤어요. 일단 좀만 쉬고 해요, 오빠.”

“그래요, 오빠. 좀만 쉬어요.”

“음…….”

봄이와 선우의 말에 성민은 일행의 얼굴을 둘러봤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성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들 지친 얼굴로 성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능력 덕분에 가장 체력이 좋은 차민마저도 지친 상태였다.

이 이상은 다들 리타이어 될 게 뻔했다.

성민은 결국 말을 거뒀다.

“쉬고 하죠.”

“으어… 죽겠다…….”

털썩.

그 말이 나오자마자 용준이 제일 먼저 털썩 주저앉았다.

다들 이어서 용준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 정도로 다들 누구 할 거 없이 지친 상태였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성민은 그 모습을 보며 큐브를 바라봤다.

정말 답답했다.

가족인 선우보다 성민이 더 미쳐서 공격했던 거 같았다.

오히려 선우가 말릴 정도로 말이다.

형우의 실력을 믿긴 하지만 저곳에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몰랐다.

그동안 형우에게 온전히 도움만 받아온 성민이었기에 그 은혜를 갚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법이었다.

“이게 아무리 봐도 기다리는 게 답일 거 같아.”

“저도 동의요. 형을 믿고 기다리는 게 제일일 거 같아요. 이랬다가 우리 다 퍼지고 나서 나오면 오히려 짐만 될 거예요.”

바닥에 엎어져 있던 용준은 민규의 말에 동의하며 나름 논리적인 말을 내뱉었다.

“웬일로 용준이가 맞는 말을 하네?”

“전 원래 맞는 말만 했어요, 봄이 아줌마.”

“야! 자꾸 아줌마라고 할래? 이게 자꾸 매를 멀어?!”

“으, 으에엑! 나, 나오(놔요)!”

봄이는 용준의 볼을 꼬집으며 잡아당겼다.

잔뜩 지쳐있던 용준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해야 했다.

그에 비해 체력만 간간이 회복시켜줬던 봄이의 체력은 멀쩡한 상태였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라도 알면 좋겠는데…….”

큐브를 계속 보고 있던 소정이 툭 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지만 그 말에 다들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형우가 무사하고 잘 싸우고 있다면 안심하고 나오길 기다릴 터였다.

그러나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라 걱정 한 움큼이었다.

덕분에 다들 성민이 미쳐서 계속 합동 공격을 명했던 걸 이해했다.

“아! 인사니오 님!”

그때 도영이 무언가를 떠올리고 소리쳤다.

그러자 다들 눈이 커졌다.

“맞아! 인사니오 님이 계셨지?”

“물어보면 되겠네! 우아! 진짜 지저스다, 지저스!”

다들 인사니오를 떠올리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형우 일행 대부분이 인사니오와 형우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또한, 인사니오의 신도였다.

그들은 바로 인사니오를 불러서 형우의 상태를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모두에게 인사니오의 말이 들려왔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네?”

“그게 무슨…?”

다짜고짜 인사니오가 먼저 한 말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다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형우와 연결되었던 모든 것들이 막혔다. 계속 내부에 있는 형우와 연결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래도 안에서 나오기 전까진 내부의 일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아…….”

“…….”

인사니오의 말에 다들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 해답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허탈할 수밖에.

그러나 인사니오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은 없는 게 아니다. 크루바만 있으면 말이다.]

인사니오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크루바를 언급했다.

“크루바 님을…?”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데…….”

[겉은 중요치 않다. 안이 중요하지. 그거면 아주 작은 틈 하나는 만들 수 있을 듯하군.]

그 말에 다들 크루바의 사체를 바라봤다.

죽은 크루바의 벌어진 입으로 무언가 번쩍이고 있었다.

형우가 병원을 다녀온 이후 계속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행운이 연달아 닥치며 얻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선우가 임상2에 참여하면서 점점 눈에 띄게 회복됐다.

정부 주도하에서 단체로 임상시험을 하다 보니 대상자가 워낙 많아 소문은 금방 났다.

이미 이전부터 이슈가 되긴 했지만 다들 불신이 컸다.

아무도 고치지 못하고 수년간 방치됐던 불치병이었다.

그걸 고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심했다.

그러나 임상1에 이어 임상2에서도 큰 성과를 보여주자 여론과 언론의 태도가 달라졌다.

부작용 0%에 대상자 모두 병세 호전이 눈에 띄게 보이는 중이었다.

비록 두 달이란 치료 기간이 필요했지만 치료만 된다면 두 달이란 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여하튼 확실히 대상자들이 치료되고 있자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이미 돈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상에 참여한 상황이었다.

선우는 담당의가 도와준 것과 더불어 초기부터 정말 오래 투병하고도 살아있는 환자였기에 참여했을 뿐이지 반 이상은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예전보다야 대한민국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세상은 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으나 형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 선우는 치료되고 있으니까.’

이기적일지 몰라도 그동안 고생해온 것에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기에 형우는 다른 이들은 무시했다. 그리고 행운은 계속 이어졌다.

멀티 소켓인 줄 모르고 있던 형우가 얼마 전 2차 각성을 해서 D급 헌터가 됐다.

헌터 세계에선 겨우 하급 전투병 수준이었지만 전투병도 안 되는 잡부 E, F급보단 훨씬 나았다.

그 등급이 되자 더는 잡부로 일할 필요가 없게 됐다.

거기에 더블 게이트 발견 정부 보상들 더 받으니 꽤 많은 돈이 생겼다.

이제 선우를 위해 포션을 사는 일이 없었기에 이 돈은 모두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게 돈도 생기고 D급 헌터가 되자 선우는 형우에게 위험한 일은 그만해달라 말했다.

“돈도 있고 오빠 등급도 높으니까 다른 일을 하면 안 돼? D급이면 싸우는 것 말고도 돈 많이 벌 수 있다잖아.”

“음…….”

형우는 그 말에 많은 고민을 했다.

여기서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당연히 헌터 일을 하는 게 맞았다.

정확히는 던전 게이트에서 싸우는 헌터로 말이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돈을 벌 길은 많았다.

경호원이나 건설 현장 관리직, 공무원 등등.

진로를 택하자면 상당히 많았고 모두 잡부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잡부로 받는 돈도 엄청 적은 건 아니었는데 그 이상이면 둘이 풍족하고 먹고살 정도로 충분했다.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보던 중 박 반장이 형우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블랙 길드… 본부 경비원이요?”

“그래. 안 그래도 거기서 D급 헌터로 경비원 뽑더라. 워낙 거대 길드라 그런지 경비원들도 D급으로 뽑네. 이거 뽑는 사람이 내 지인이라 잘 아는 사이인데 아마 일하겠다고 하면 바로 될 거야. 근무도 3교대에 예비 인원도 있어서 편하게 돌아가고 돈도 괜찮게 준다는데 한 번 해볼래?”

“당연히 해야죠.”

형우는 바로 수락했고 블랙 길드본부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됐다.

다만, 막상 근무를 시작하니 흔히 아는 그런 경비원의 느낌보다 경호원의 느낌이 컸다.

덕분에 겉보기 그럴듯한 직장에 다니는 느낌이었다.

물론 월급도 상당히 후하게 주는 터라 그럴듯한 직장보다 더 나았다.

게다가 블랙 길드의 길드장이 워낙 사람이 좋고 아랫물도 좋은 터라 근무엔 어려움이 없었다.

기껏해야 가끔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말썽인 정도?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들었다면 행복한 소리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생활이 안정되자 드디어 선우의 병이 모두 완치됐고 병원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퇴원을 했다.

형우는 그 날을 기념으로 여길 정도로 정말 기뻐했다.

선우가 퇴원하자마자 바로 좋은 집을 구해 들어갔고 형우도 이제 여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때 갑작스럽게 사랑이 찾아왔다.

‘내가 누구랑 사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멀티 소켓인 헌터는 등급을 떠나서 헌터수사부의 관리를 받는다.

그 때문에 잠시 헌터수사부에 방문을 했었는데 거기서 신지영을 만나게 됐다.

헌터수사부의 차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녀는 차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꽤 동안이었다.

처음엔 덕분에 실수도 있었지만 그걸 계기로 둘은 사귀게 됐다.

단 몇 개월 만에 과거의 모든 아픔을 씻어주듯 연달아 행운이 찾아오자 형우는 매일 웃는 얼굴로 다녔다.

비록 부모님은 작고하셨지만, 동생이 완치되고 본인은 풍족한 생활과 더불어 무시 안 당할 등급에 사랑까지 생겼다.

더는 행복할 수 없을 정도로 형우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행복하다. 정말 행복해. 정말… 행복하… 행복한 게 맞는 건가? 왜 이렇게 불안하고 불편하지?”

그런데 그런 행복한 시간 속에서도 형우는 뭔가 큰 이질감을 느꼈다.

행복한 마음 아래 짓눌린 무언가.

그러나 그 무언가가 뭔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때마침 두통이 또 찾아왔다.

두통이 가신 이후 형우는 그냥 갑자기 너무 행복해진 탓에 불안해서 그런가 하고 쉬이 넘겼다.

전까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사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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