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31화 (132/151)

▣ Chapter 6-6

오래된 건물 안.

외형과 똑같이 내부도 역시 오래된 티가 많이 났다.

그러나 이곳 의항리에서 오래된 건물 하나 구하기도 힘들었다.

워낙 많은 헌터가 몰리다 보니 건물은 물론 여관에 한 번 들어가는 것도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곳 말고 대한민국 전체에 많은 장소가 있었지만 이곳이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던전 게이트의 레벨이 대부분 낮기 때문이었다.

높은 등급의 던전 게이트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소수였다.

그러다 보니 제일 많은 인원수를 보유한 하위 등급들이 잔뜩 몰려들면서 매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 곳에서 건물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였다.

그것도 일개 사체 처리반 잡부들이 말이다.

“어휴, 복 터진 양반. 얼마나 오르면 팔려고 계속 가지고 있는 거여? 사체 처리반이 뭐 건물이 필요하다고. 그냥 다찌(두 돈 반, 군용 2.5톤 트럭을 일컫는 은어)에서 퍼져 자면 되는데.”

“아, 그리고 보니 여기 반장님이 원래 가지고 계신 곳이었죠?”

“그려. 박 반장이 여기 말고 두 채나 더 있으셨잖아. 그거 팔고 부자 됐는데 왜 아직도 여기서 이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

김 씨는 고개를 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자 1층보단 깔끔한 내부가 눈에 띄었다.

사무실 같은 느낌이 나는 2층은 개별로 칸이 나뉘어 있었다.

그중 큼지막하게 ‘사장실’이라 적힌 방으로 둘이 들어갔다.

벌컥!

“반장!”

“흐억! 깜짝이야! 이런 미친놈아! 사장실에 노크도 안 하고 막 들어오는 버릇없는 직원이 어딨어?”

김 씨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자 자리에 앉아 있던 박 반장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이내 김 씨 뒤에 따라온 형우를 보곤 더 놀랐다.

“형우야!”

와락!

“살아 있었구나!”

박 반장은 형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등을 두드리며 형우의 생환을 정말로 기뻐했다.

안 그래도 이번 의뢰를 받으면서 불안했던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평소 의뢰받는 던전 게이트의 등급은 E급 이하였다.

D급 이상은 위험도 많았고 몬스터 하나라도 나타나면 사체 처리반은 무조건 전멸이었다.

D구역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당연히 D등급 이상 몬스터였고 사체 처리반에서 일하는 헌터는 대부분 E급 이하였다.

당연히 전혀 상대조차 되지 않았기에 웬만하면 D급에 가길 꺼렸다.

그런데 이번엔 보수가 좀 컸다.

게다가 사체 처리반 투입 직전에 바로 완벽히 정리를 해주겠다고 말한 터라 거절하기 어려웠다.

인부들도 그런 안정적인 조건이라면 무조건 찬성이라며 나섰기에 박 반장은 의뢰를 수락했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니 일이 터졌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며 새로운 입구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으로 형우가 떨어졌다.

덕분에 며칠간 살이 쪽 빠질 정도로 죄책감에 살아야 했다.

그런데 사라졌던 형우가 멀쩡히 돌아왔다.

박 반장은 죄책감의 크기만큼 형우의 생환을 반겼다.

“어디 다친 곳은 없고? 괜찮아? 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돌아온 거고? 동생한테는 연락한 거야?”

“반장님 조금만 천천히…….”

“살아 돌아온 놈 다시 죽겠어! 그만 좀 혀!”

정신없이 형우를 흔드는 박 반장을 김 씨가 진정시켰다.

“아아, 알겠어. 형우야. 어떻게 된 거냐?”

“그게…….”

박 반장의 말에 형우는 사건 당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에 잔뜩 안개가 낀 듯 흐릿했다.

단편적으로도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더 집중하려 하자 두통이 심하게 생겨났다.

“으윽!”

“혀, 형우야?!”

“왜 애를 괴롭혀서 힘들게 혀? 형우야! 됐다. 생각하지 말고 앉아서 좀 쉬어!”

형우가 머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자 김 씨는 얼른 의자에 형우를 앉혔다.

다행히 두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앉은 덕분이지 금세 괜찮아졌고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이제 괜찮아요.”

“후우… 다행이다. 오늘은 얼른 가서 쉬어야겠어. 아니다. 병원부터 가자. 반장, 내가 형우 데리고 갈게.”

“아, 잠깐만. 형우야, 이건 받고 가라.”

“네?”

툭.

김 씨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가려던 형우는 박 반장에게 두툼한 봉투 하나를 받았다.

“이게 뭔가요?”

“네 보상금.”

“보상금이요?”

형우는 보상금이란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나올 보상금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래. 이거 의뢰한 길드에서 입 막으려고 보상금 아주 두둑하게 주더라. 한 푼도 안 빼먹고 주는 거니까 가져가서 동생 병원비에 보태라. 아, 국가에서도 보상금 나온다니까 그거도 꼭 수령해라. 더블 게이트 발견한 값 포함해서 다 나온다니까 그것도 꽤 두둑할 거야.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더 넣어놨다. 미안해서 넣었으니까 거절하지 마라.”

“반장님…….”

형우는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박 반장을 바라봤다.

E급 이하 헌터들의 세계는 정말 치열했다.

없는 놈들이 더한다고 정말 작은 거 하나도 경쟁하고 다퉜다.

같은 급끼리도 위에 등급보다 더 심하게 견제했고 조금만 뒤처지면 까 내리기 바빴다.

여러 사체 처리반이 동시에 계약해 투입하는 경우 꼭 한 번 이상은 싸울 정도였다.

물론 같은 처리반 내에서도 갈등은 많았다.

형우도 수년간 그런 생활을 전전하다가 최근에 이곳에 합류했다.

일한 건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 반장부터 시작해서 인부들 하나하나가 사람다웠으니까 말이다.

치열한 이곳에서 대부분 괴물로 변하는데도 이곳은 달랐다.

사실 이 모든 게 박 반장 덕분이었다.

여유로운 재정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처리반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 덕분에 형우는 힘겹게 살면서도 최근이 가장 심적으로는 편했다.

“어서 가!”

쑥스러워진 박 반장은 괜히 큰 소리를 내며 둘을 쫓아냈다.

형우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살짝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휘이잉.

밖으로 나가자 시원한 바람에 불어왔다.

“어찌 옛날보다 여름이 더 안 더워진 거 같아. 이게 그 오존층이 다시 살아나서 그런가?”

“그렇겠죠.”

“맞다. 형우 너 병원 가는 건 동생 있는 곳으로 가자. 어차피 오늘 일도 없으니까 서울 가서 동생도 보고 네 진료도 보고.”

“아! 선우…!”

형우는 그제야 선우를 떠올리곤 표정이 급변했다.

이곳에 오는 길에 김 씨에게 들은 바로는 자신이 실종된 지 6일이 지났다고 말해줬다.

3~4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렀던 형우였기에 이미 들를 시간이 지났다.

일이 있으면 무조건 먼저 전화를 줬기에 지금쯤 선우가 걱정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형우는 선우를 떠올리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서울로 빨리 좀요!”

“안 그래도 너 그럴 거 같아서 서울로 가자고 한 거다. 내가 왕년에 차 몰던 솜씨를 보여줄 테니까 가는 시간은 걱정 말어.”

김 씨는 믿음직한 미소를 지으며 형우에게 말했다.

그러나 형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 씨의 운전 솜씨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끼이익!

서울 신촌의 S병원 앞.

사륜차 하나가 급정거를 하며 현관에 멈췄다.

얼마나 빠르게 오래 달린 건지 보닛에선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타이어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철컥.

“우, 우웩!”

차문이 열리고 안에서 형우가 밖으로 나왔다.

형우는 창백한 안색으로 헛구역질했다.

의사가 봤다면 당장 입원하라고 말할 정도의 안색이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내린 김 씨의 표정은 밝았다.

“오랜만에 아주 제대로 몰았구만. 남자라면 이 정도 스피드를 즐길 줄 알아야지. 형우야, 아직 남자가 되려면 멀었구나.”

“남자… 안 되고… 말래요.”

형우는 창백한 안색으로 힘겹게 그 말을 내뱉고 숨을 골랐다.

“알았으니까 얼른 가봐라. 난 간다. 오늘은 진료받고 며칠 푹 쉬어. 올라올 땐 나한테 전화 걸고. 내가 데리러 와줄 테니까.”

“안 그러셔도…….”

탁! 부웅!

김 씨는 형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차를 타고 바로 사라졌다.

잠시 후 안정을 찾은 형우는 바로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에 들어서자 홀로 창밖으로 바라보던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병색이 완연한 선우는 병실 안으로 들어온 형우를 보곤 밝게 웃었다.

“오빠.”

“선우야, 미안해. 내가 연락도 없이 너무 늦었지?”

“아냐, 오빠. 오빠 일도 바쁜데 보러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리고 오빠가 일 열심히 하다 와서 늦은 거잖아. 미안할 거 없어.”

“그래도…….”

형우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는 그런 오빠를 보며 질책했다.

“또 그런 표정 짓는다. 나 삐진다?”

“그래. 오빠가 미안해.”

선우가 삐진 척 연기를 하자 형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또, 또 미안하다고 한다.”

“알았어. 미… 고마워.”

“헤헤. 것보다 이번엔 무슨 일 한 거야? 이야기 좀 해줘, 오빠.”

“이번엔…….”

형우는 선우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물론 반 이상이 거짓이었다.

괜히 실종됐었다는 이야기를 해서 동생을 걱정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냥 보수 좋은 일을 해서 좀 오래 들어가 있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정 섞인 이야기와 표정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

“…오빠가 그래서 몬스터를 한 방에…….”

“정말?!”

서로 거짓인 줄 알면서도 남매는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어려서부터 던전 중독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병원 생활을 전전했던 선우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병원에서 사귄 친구들도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헤어지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선우에게 형우가 오는 날은 제일 기쁜 날이었다.

형우도 그걸 알기에 선우의 거짓말에도 매번 병원을 들렀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의사 선생님이 오빠 오면 와달라고 했어.”

“의사 선생님이?”

“응! 그저께.”

“알았어, 그럼 잠깐 있어 봐. 오빠 좀 갔다 올게.”

형우는 바로 선우의 담당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수없이 상담과 진료를 봤던 의사였기에 기다리는 거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와요, 형우 씨.”

“네, 선생님. 저… 그런데 무슨 일로?”

형우는 의사를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를 볼 때마다 형우는 좋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의사의 입에서 처음 들은 말은 ‘마음의 준비를 해라.’였다.

치료법도 없고 포션이 아니면 연명할 수 없는 병이었기에 처음 만났던 의사는 그 말부터 내뱉었었다.

그때부터 의사만 만나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봐 불안해했다.

그러나 다행히 의사는 밝게 웃으며 형우를 안정시켰다.

“하하, 안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이야기는 선우 양 보호자께 희소식이니까요.”

“희소식이요?”

“잘하면 이번에 동생분을 치료할 수 있을 듯합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형우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떤 노력을 해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누구도 말이다.

그래서 던전 중독에 걸린 환자들은 대부분 평생 병원에서 살거나 죽을 걸 예상했다.

그런데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니 형우의 놀랄 수밖에.

“몇 년 전 한국 정부 주도로 합동 연구를 했는데 그게 최근 결실을 보아서 치료약이 개발됐습니다. 아직 임상2이긴 한데 임상1의 결과가 참여한 300명 전원 100% 완치였습니다.”

“임상이요…?”

임상이라는 말에 형우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 검증이 아니라 이제 시험에 들어가는 치료제라는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아무리 임상시험이 완벽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제가 의사로서 장담하는데 분명 치료될 겁니다. 사실 이번에 만든 치료제는 우리 연구원만이 아니라 세계 제일의 힐러인 백상엽 씨도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그냥 능력 따로 치료제 따로 사용해서 해결책을 찾아봤는데 둘이 합쳐지니까 정말 확실한 치료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이건 정말 만일이지만 설사 치료가 안 된다 해도 부작용은 절대 없을 겁니다. 이건 백상엽 헌터가 본인 이름을 걸고 한 말입니다.”

“아…….”

백상엽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낸다는 S등급의 최상위 헌터이자 힐러가 백상엽이었다.

그 말이 들린 순간 형우는 바로 신뢰감이 생겨났다.

“공동 연구라 각 병원에서 많은 수의 임상 대상을 뽑고 있습니다. 거기엔 오래 투병한 이들과 저소득층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는데 선우 양이 워낙 오래 투병해서 우리 병원에선 1순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호자께서 동의만 하신다면 며칠 뒤에 바로 임상에 들어갈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에게 인사했다.

“하하, 아닙니다. 보호자께서 노력하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의 말에도 형우는 몇 번이고 감사하단 말을 했다.

잠시 후 좀 진정이 되고 형우는 기쁜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이제 선우가 나을 수 있어…!’

정말 오랜 기간 둘에게 고통이자 저주였다.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형우는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병실로 뛰어갔다.

[…다음 소식입니다. 블랙 길드에서 던전 게이트의 웨이브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로써 블랙 길드의 길드장 김민철 헌터는 지직! 지지직!]

그때 근처에 있던 병원 TV가 지직거리며 검은 화면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맞춰 형우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빠져나왔다.

그 연기는 그대로 화면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병실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형우는 그걸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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