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30화 (131/151)

▣ Chapter 6-5

“오빠-!”

우웅.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몰라 넋 놓고 있던 선우는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방어막을 해제하고 큐브를 향해 달려갔다.

당시 일본 장성을 죽이고 얻었던 ‘앱솔루트 실드’ 덕분에 R급 능력을 ‘차단’으로 얻을 수 있었다.

이 차단은 방어 능력 중 가장 상위의 능력 중 하나였다. 그리고 도영의 철벽과 또 다른 형태의 방어이기도 했다.

“어딜 가는 거야!”

자신은 신경도 안 쓰고 달려가는 선우를 보며 쿠라가 빠르게 쫓아왔다.

그러나 그런 쿠라의 모습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차민에게 한참을 당해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마지막에 데브릭을 빼주기 위해 무리를 했다.

그래서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호랑이는 호랑이였다.

“강화!”

쿠라는 달려가면서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강화의 능력은 일정 시간 동안 본인의 육체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능력이었다.

지속 시간이 짧고 한 번 소모에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 하기에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시기적절하게 써야 했다.

“죽어!”

쿠라는 선우를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스악!

“읏!”

그제야 반응을 한 선우가 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옆구리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차, 차단!”

우우웅!

상처 입은 선우는 흐릿해지는 정신을 느끼며 바로 차단을 사용했다.

시동과 동시에 선우를 중심으로 둥근 방어막이 생겨났다.

“겨우 이딴 걸로!”

쿠웅! 쿠웅!

쿠라는 방어막을 연달아 내리쳤다.

아직 강화의 지속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상당했다.

쿠웅! 파직!

차단도 결코 약한 능력이 아니었으나 계속된 공격에 결국 금이 생겼다.

그 금을 본 쿠라의 눈빛이 빛났다.

“너부터 죽이고… 그 무식한 배신자도 죽여줄게!”

쿠웅! 파지직!

다시 한번 금을 향해 내리친 공격에 방어막 전체가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을 날리려던 찰나 그것에 빠져 있던 쿠라는 다른 이가 다가온 걸 못 봤다.

“하아앗!”

쿠라는 방어막을 뚫고 선우에게 타격을 줄 만큼 혼신의 힘을 담아 주먹을 날렸다.

그때 능력이 펼쳐졌다.

“반사!”

“…!”

쿠라는 순간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막에 급히 주먹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쿠웅!

“꺄아악!”

본인이 쓴 힘이 그대로 본인에게 돌아오자 심각한 충격을 받은 쿠라는 뒤로 날아갔다.

“괜찮냐?!”

“증폭! 증폭! 증폭!”

휘익! 쿠우웅! 쿠웅!

민규가 다가온 이후 용준이 수많은 돌덩이를 던져 스톤 샤워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돌들이 쓰러진 쿠라를 덮쳤고 그게 치명상이 됐는지 쿠라는 일어나지 않았다.

“선우야! 헉!”

뒤이어 달려온 용준은 선우의 옆구리에 난 상처를 보고 기겁했다.

바로 품에서 포션을 꺼내 상처에 들이부었다.

용준은 그것도 모자라 봄이를 호출했다.

“봄이 아줌마! 빨리 선우한테 힐 좀 해줘요!”

“누가 아줌마야! 복구!”

봄이는 화를 내면서도 바로 복구로 선우를 치료해줬다.

다행히 출혈도 많지 않고 생각보다 중한 상처도 아니었던 터라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사이 마지막으로 남은 레닉도 결국 민희와 봄이의 손에 처리됐다.

이렇게 그동안 감옥에서부터 여기까지 악연의 악연을 거듭했던 엑시디움의 간부가 모두 죽었다.

이제 남은 건 아직 남은 엑시디움 종족 소수와 대법관밖에 없었다.

“형우 오빠, 제발 무사히 돌아오세요…….”

소정은 불길한 기운을 뿌리는 검붉은 큐브를 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촤아아. 촤아.

파도가 잔잔히 치는 해변.

아무도 없는 그곳에 남자 한 명이 홀로 누워있었다.

정신을 잃은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 바닷물이 계속 그의 발을 건드렸다.

그러나 발을 건드리건 말건 그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파도가 한 번 강하게 쳤다.

촤아!

원래 치던 파도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였지만 남자의 얼굴까지 닿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읍?!”

갑작스러운 파도의 테러를 당한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뭐, 뭐야?!”

정신을 차린 남자… 아니, 형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대법관과 일전을 벌이고 있던 형우였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여긴 어디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지금 있는 곳은 절대 추운 북대서양이 아니었다.

아무리 신의 지위에 올랐다고는 해도 춥고 더운 건 분명히 느껴졌다.

게다가 그걸 떠나서 주변만 둘러봐도 대충 파악이 됐다.

주변엔 해변 바로 뒤로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따뜻한 기후에서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식물들이 여럿 보였기에 여기가 확실히 레이캬비크가 아니란 걸 알게 해줬다.

“인사니오 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

“인사니오 님?”

[…….] 형우는 해답을 찾기 위해 인사니오를 불렀으나 전혀 대답이 없었다.

평소라면 벌써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해답을 알려주거나 했을 터였다.

그런데 전혀 묵묵부답이었다.

“미치겠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형우는 머리를 헝클었다.

그런데 계속 주변을 바라보다 보니 뭔가 익숙했다.

왜 익숙한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왠지 와봤던 곳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여기에 왜 온 건지, 왜 주변이 익숙한 건지 하나도 몰랐다.

“일단 뭐라도 찾아봐야 하나?”

형우는 일단 몸을 움직였다.

여기서 이렇게 있어 봤자 도움될 게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기로 했다.

그렇게 옷에 물이 마를 정도로 돌아다닌 뒤 드디어 여기가 어딘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한국…?”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니 주변에 낯익은 한글 간판들이 보였다.

대부분 관리가 전혀 안 되어 녹슨 것들이었지만 글씨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엄청난 괴리가 느껴졌다.

“아이슬란드에 있었는데 어떻게 한국에 있는 거야?”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려 했다.

차근차근 기억을 밟아가며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을 때부터 엑시디움 종족들을 만난 것, 대법관과 1대1 전투를 했던 것까지 떠올렸다.

그런데 다음 기억을 떠올리려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끈지끈.

“윽…!”

형우는 심하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순간 다른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큰 두통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두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내가 좀 피곤했나?”

형우는 잠깐 지나간 두통에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를 발견했다.

그런데 도시의 모습을 본 순간 형우는 또 어리둥절한 표정을 안 지을 수 없었다.

“저런 도시가 있었나? 기존 도시를 그대로 쓴 거야, 뭐야?”

대한민국의 도시 재건 사업 이후 도시는 정말 각진 모습으로 깔끔하게 정돈됐다.

들쭉날쭉한 건물의 층과 색이 아닌 하나로 통일된 층과 색으로 도시 전체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종로의 경우 하얀색과 파란색을 섞어 연한 하늘색으로 도시를 깔끔하게 꾸몄고 다른 도시들도 비슷하게 밝은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층은 다르게 짓더라도 도로에 있는 건물은 낮게 건물 사이에 있는 건물은 높게 짓는 식으로 어느 정도 규격을 맞췄다.

그런데 형우가 발견한 도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규격도 천차만별이고 색도 통일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다 그런 도시 내에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허…….”

형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시 안에 들어갔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형우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형우가 과거에 겪었던… 그리고 봤었던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E급 던전 게이트 공략할 헌터 없으십니까?! 이미 한 번 정리된 던전에서 다시 나타난 몬스터들 처리입니다! 공략도 다 있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E급 이상 다섯 분이나 D급 한 분 구합니다!”

“사체 처리반 구합니다! 5톤 트럭 2대 이상 보유한 곳만 구합니다! D급 던전 게이트 사체와 노획물들 처리할 예정입니다!”

“동대문 길드에서 D급 이상 길드원 모집해요! D급 이상이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전과나 사기는 바로 길드장님이 관리자에게 넘기니까 깨끗한 분만 오세요! 우리 길드는 고정으로 공략하는 던전이 있습니다!”

도시 입구에서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형우는 그제야 이곳이 어디인지 알게 됐다.

“여기… 의항리잖아?!”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원래는 사는 사람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바다에 놀러 온 관광객을 위한 펜션들 때문에 조금 유동 인구가 있는 소규모 마을이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 이곳은 유명한 헌터 도시로 변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는 해안에서 들어오는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마을을 키워놨는데 주변에 다양한 등급의 던전이 생성되면서 헌터들이 몰렸다.

그러면서 작은 마을이 하나의 도시로 성장했고 많은 헌터가 상주하는 헌터 도시가 됐다.

물류의 중심인 서울과도 멀지 않은 장소였기에 헌터들에게도 이곳은 상주하며 지내기 적당한 곳이었다. 그리고 형우도 원래 이곳에서 주로 일했다.

“그래……. 여기서 사체 처리반 일을 했지.”

형우는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도시를 둘러봤다.

이곳에서 형우는 F급 헌터 아니, F급 사체 처리반 용역으로 일했다.

헌터라고 부르기 민망한 F급에겐 그나마 일반인보다 더 강한 힘과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에 사체 처리반 일을 하며 근근이 버텼다.

그래도 일반인이 중소기업에서 버는 돈이나 공사 인부로 활동하는 헌터들에 비해 돈을 훨씬 더 많이 받았기에 형우는 이 사체 처리반 일을 계속했었다.

그런데 점점 형우에게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형우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지 않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변한 것처럼 의심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때 형우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아니, 자네 형우 아니야?!”

“뭐? 형우라고?!”

“정말 박 씨잖아! 어떻게 된 거야?”

거뭇거뭇한 얼굴의 대여섯 명이 형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자 형우는 자신도 모르게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김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

“얌마! 너 죽은 줄 알고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던 줄 알아?!”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야?”

그들은 형우는 보고 정말 반갑게 말했다.

다만, 형우는 이 상황을 이해 못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최 씨 아저씨라고 불린 남자 설명을 해줬다.

“왜 보수가 좋나 했더니 하필 이상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던전 게이트였데, 거기. 게다가 너 아래로 빠진 곳이 던전 게이트의 다른 입구였더라. 다른 나라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더블 게이트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더블 게이트요?”

“그래. 더블 게이트. 근데 하필 던전에 지진 나면서 갈라진 틈에 나타났잖아. 거기로 네가 빠졌고.”

“아, 네. 그랬죠.”

“여하튼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와락.

최 씨는 기분 표정으로 형우를 안았다.

사체 처리반은 다들 같은 낮은 등급이란 동질감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다만, 형우에게 더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건 형우의 동생 선우의 이야기를 이미 알기 때문이었다.

“아, 안 그래도 반장님이 너 혹시 찾으면 데려오라고 말씀하셨어. 얼른 가봐.”

최 씨는 형우에게서 떨어지고 그 말을 했다.

“네? 어디에 계시는데요?”

“아, 뭘 어디에 있겠어. 우리 처리반 건물에 있지!”

“애한테 소리 좀 치지 마. 죽다 살아온 애가 정신이 있겠냐? 내가 데려다줄게. 형우야, 가자.”

김 씨는 그 말을 하며 형우를 이끌었다.

형우는 어느새 F급 헌터 박형우의 모습이 되어 김 씨와 함께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