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6-3
형우 일행이 선전하는 사이 형우는 대법관과 긴 대치에 있었다.
대법관을 직접 보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무슨 능력을 쓰는지도 거의 몰랐다.
그래서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기껏 본 거라곤 아까 크루바를 농락하던 마법뿐. 다만,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건 있었다.
‘강해.’
겉으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정말 강한 게 느껴졌다.
원래도 엑시디움들은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지만 정말 이건 규격 외의 힘이었다.
겨우 몬스터 따위에게 붙였던 규격 외 정도가 아닌 정말 천외천(天外天)의 느낌이 말이다.
물론 형우도 그 수준이 올랐기에 느낄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형우의 수준은 대충 대법관과 비슷한 듯했다.
그걸 느낀 순간 형우는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모르는 거 한 수라도 당하면 바로 밀리는 거잖아?’
비슷한 힘을 가진 상대를 모르고 전투에 임한다는 건 상당한 페널티가 있었다.
근데 거기에 상대는 형우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요즘 최근에 와서 얻은 것들은 물론 몰랐지만 이전에 싸우는 방식이나 스타일, 능력들을 대부분 파악했을 게 뻔했다.
그 때문에 형우가 긴장한 거였다.
그러나 긴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형우에겐 대법관이 모르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형우는 그걸 생각하며 힘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대단하군. 겨우 인간 따위가 그 정도의 힘을 얻다니.”
대법관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수많은 차원을 파괴하며 많은 이들을 겪어봤던 대법관에게도 형우 같은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아니, 어찌 보면 전무했다.
인간의 성장은 어느 곳에서든 한계가 컸다.
인간이 신의 반열에 오른 경우도 드물게 존재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기껏해야 하급, 최하급의 수준에 머무를 뿐이고 신 중에서 크게 영향력이나 힘을 행사하지 못했다.
‘인간이니까.’
인간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었다.
이미 인간을 초월한 신이 무슨 인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인간 출신이란 건 엄청난 문제를 안았다.
인간에서 신이 되는 경우는 보통 한계를 초월하거나 생전에 신성력을 많이 모아온 신관이 상급 이상의 신에게 축복을 받아 신의 등극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이 경우 출발점은 무조건 최하급이나 하급.
나름 신이긴 하지만 결국 신들 가운데에선 최하위였다. 그리고 신이 된 이후엔 성장이 힘들었다.
그러니 인간이 신이 되어 봤자 엑시디움 종족에겐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신기한 존재일 뿐이니까.
‘저놈은 다르지.’
그러나 형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에 와선 상급 신 이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겨우 인간이 말이다.
“인간 무시해? 그럼 인간에게 당하는 너희 엑시디움을 얼마나 무시를 해야 할까?”
“그 세 치 혀를 뿌리째 뽑아주겠다.”
쿠궁! 파지직!
대법관이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내자 사방이 요동쳤다.
이전에 힘을 드러낸 것은 그저 맛보기였다는 듯 엄청난 기운이었다.
“…….”
형우는 스파크가 튀는 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대응했다.
힘의 균형이 다시 대법관에게 넘어갔지만 그건 정말 찰나였다.
이내 다시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물러서!”
“뒤로 빠져!”
그것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통합군 소속 헌터들이 물러났다.
엑시디움 측은 이미 대법관이 힘을 끌어낼 때부터 몸을 피했다.
원래도 계속 마법진 때문에 전투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엑시디움 중에서 제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게 바로 대법관이었다.
거기에 그동안 모아온 검은 영혼석의 조각까지 장착했으니 그 힘의 크기는 대충 예상이 갈 수밖에.
[최소한 반… 아니면 그 가까이 조각을 가진 듯하군.]
‘그런 거 같네요. 저거만 아니면 압도적으로 이길 텐데…….’
형우는 그 생각하며 검에 오러를 끌어올렸다.
“오러!”
슈우욱!
검에서 피어난 보라색 오러를 그대로 대법관에게 날렸다.
사실 어떤 방어를 할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날아올지는 몰랐기에 탐색전 개념으로 던진 공격이었다.
“게이트.”
우웅!
대법관의 말에 공간의 문이 생겨났다.
게이트는 날아온 오러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오러가 알아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오러가 과연 어디에 나타날지 말이다.
“…….”
형우는 온 감각을 끌어올려 주변을 경계했다.
[위다!]
“…!”
인사니오의 말에 급히 위로 고개를 올렸다.
그러나 반쯤 올리다가 몸을 먼저 움직였다.
게이트가 생성되는 순간 바로 형우가 날렸던 오러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콰아아앙!
오러는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형우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크루바의 브레스를 삼켰을 때보다 더 빨랐다.
형우가 사용한 오러의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게이트의 생성 속도가 문제였다.
“속도가 아까보다 더 빠른데?”
그나마 다행은 대법관도 가볍게 날린 공격인 듯 이후 추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조금 여유롭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근접전이 답이려나?’
원거리 공격이 안 통하니 어쩔 방법이 없었다.
형우는 다시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바로 대법관에게 달려갔다.
대법관은 그제야 마법으로 대응했다.
“에어 밤!”
퍼엉!
일단 형우를 밀어내려고 했는지 에어 밤을 터트렸다.
에어 밤이 터지는 순간 주변으로 흙먼지가 날리며 충격파가 만들어졌고 움직임에 조금 제약이 생겼다.
“매스 블링크!”
팟!
형우는 매스 블링크를 사용해 바로 뒤로 이동했다.
“게이트.”
“으힉?!”
대법관은 하필 형우가 이동한 방향으로 게이트를 사용했다.
형우는 다급히 다시 매스 블링크를 이용해 멀리 떨어졌다.
다행히 조금 빨랐던 덕분에 몸에 큰 이상이 없었다.
다만, 늦었더라면 공간 안에 껴서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졌을 터였다.
“미치겠네.”
원거리도 애매하고 근거리도 애매해지자 형우는 다각도로 공략을 시작했다.
원거리 공격을 최대한 정신 없이 퍼부으면서 중간중간 틈이 보일 때마다 원거리든 근거리든 파격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생각대로 공격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 돼서 문제가 생겼다.
콰아앙! 콰아앙!
“또 온다!”
“다들 피해!”
“으아아악!”
공격한 대부분은 형우를 목표로 날아왔다.
그러나 공격이 빗나가거나 폭발로 인한 충격이 강해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었다.
나름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말이다.
‘이대로 싸우면 큰일인데? 더 유인해야겠어.’
그 때문에 형우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대법관을 유인하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멀어졌다.
공격으로든 형우가 뒤로 물러나며 유인을 하는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움직이게 했다.
‘잘 따라오네?’
대놓고 유인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아챌 만한데 대법관이 순순히 움직여줬다.
덕분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질 수 있었다.
통합군과 엑시디움들은 둘이 멀어지자 안도했다.
안 그래도 중앙에서 싸우고 있는 둘이 부담스러웠다.
다른 형우 일행이나 엑시디움의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알아서 빠져준 덕분에 안심하고 싸울 수 있게 됐다.
다만, 그 문제가 해결됐어도 전투는 아직이었다.
전투는 여전히 힘겨웠다.
“통제! 제어!”
형우는 일단 대법관의 몸을 구속했다. 그리고 주변의 구조물들을 끌어왔다.
끼기긱! 끼익!
원래 탑을 만들려고 하던 구조물들이 뜯기면서 소름 끼치는 소음을 냈다.
형우는 그 철들을 또 조각조각 내서 수백 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대법관에게 날렸다.
휘익! 휘이익!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철 조각을 형우는 일단 일직선을 보냈다.
어차피 계속 제어가 가능했기에 유도탄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게이트! 게이트!”
대법관은 날아오는 철 조각을 향해 게이트를 썼다.
“퍼져!”
게이트를 쓸 걸 예상했기에 바로 사방을 퍼트렸다.
우웅!
“헙!”
그러나 연달아 써진 게이트 때문에 그중 반 이상을 잃어야 했다.
그래도 아직 수가 많았기에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철 조각들은 대법관에게 닿기도 전에 모두 게이트에게 집어 삼켜졌다.
그나마 다행은 철 조각들은 형우가 능력을 끊는 순간 힘을 잃은 덕분에 반격을 받은 건 없었다.
‘인사니오 님. 저 게이트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그 질문은 그대가 쓰고 있는 오러를 안 쓰게 해줄 방법이 없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끄응…!’
인사니오의 말에 형우는 끙끙 앓았다.
그래도 제어를 이용한 공격이 어느 정도 나은 듯싶었다.
다른 능력을 쓸 때보다 다시 반격이 들어오는 리스크가 적었으니까.
‘쩝, 일단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먹여보자. 지금보다 더 난잡하게 상황을 만들면 더 나을 거야.’
“제어! 제어!”
쿠구궁! 쏴아아아!
형우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옆에 있는 물을 그대로 끌어왔다.
작은 섬이었기에 바다가 엄청 가깝게 있었다.
덕분에 힘을 쓰자마자 바닷물은 해일처럼 다가왔다.
“아이 씨! 이제 좀 괜찮나 싶더니!”
“여기가 무슨 해운대야?! 빨리 뒤로 빠져!”
통합군과 엑시디움들은 몰려오는 거대한 해일을 보며 기겁했다.
통합군을 임시로 이끌던 소장 계급의 군인은 크게 소리쳤다.
“엑시디움! 전체 뒤로 이동! 헬기와 배로 이동한다!”
사실 뒤로 피해도 문제였다.
섬 전체가 워터 아일랜드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파도의 크기가 컸다.
통합군은 바로 헬기와 배를 호출했다.
세계수의 능력으로 다른 이동수단 없이 바로 넘어왔다.
다만, 그냥 넘어오지 않았다.
비상수단으로 대량 수송이 가능한 헬기나 전함을 같이 가져왔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으나 다들 긴급히 움직였다.
“셰계수로 피하면 안 되나?”
한 헌터가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서 바로 핀잔을 줬다.
“정신 나갔냐? 같이 따라오면 어쩌려고?”
“아아…….”
누구는 못 넘어오고 누구는 넘어오는 그런 게 없었기에 세계수의 도움을 받는 건 받는 대로 문제였다.
그 때문에 현재 통합군을 이끄는 한국 수뇌부는 비상 대피를 명했다.
물론 형우는 그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었다.
딱 대법관 한정으로 능력을 쓰려 했는데 다들 지레짐작하고 피하기 바빴다.
그 덕분에 형우 일행은 쉽게 전투를 이끌었다.
형우의 능력임을 알고 어떻게 쓸 건지 잘 알고 있기에 도망가려는 간부들을 상대로 밀어붙였다.
그사이 거대한 해일은 레이캬비크에 상륙했다.
쏴아아아!
제어의 힘으로 더 빠르고 강하게 변한 해일은 모든 걸 다 쓸어버릴 기세로 다가와 대법관을 덮치려 했다.
“게이트!”
그런데 그때 대법관이 힘을 최대로 끌어들여 게이트를 만들었다.
우우우웅!
순간 해일의 반 이상을 막을 수 있는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작은 게이트들이 여러 개 만들어졌다.
팟! 파바밧!
속속 나타나는 게이트들을 보며 형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걸 다 막으려는 거야?’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충 마법으로 튕겨내거나 적당한 양만 막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검은 영혼석에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만들어놨던 탑의 구조물은 이미 형우가 공격에 쓰면서 반 이상 폐허로 만들어놨다.
그러니 저기서 더 부서진다고 해서 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법관은 무리를 했다.
‘어찌 됐든 나야 좋지. 저거에 신경 쓰는 듯하니 숨겨둔 수 하나를 일단 써보자.’
형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법관에게 공격을 날렸다.
“오러! 오러! 오러!”
슈우욱!
연달아 오러만 세 번 날렸다.
보랏빛의 오러가 빛을 내며 날아갔다.
“게이트.”
그걸 본 대법관은 오러의 진행 경로 앞에 바로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달랐다.
“제어!”
휘익!
“…!”
직선으로 날아가던 오러에 제어의 능력이 사용되자 그대로 경로가 바뀌었다.
게이트는 먹이를 먹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다.
“게…!” 콰아앙! 콰아아앙!
덕분에 당황한 대법관은 오러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엄청난 폭음이 들리며 먼지가 하늘 위로 솟았다. 그리고 게이트를 만든 주체인 대법관이 타격을 받으며 해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게이트에도 문제가 생겼다.
쏴아아아!
우측 게이트 일부가 사라지면서 우측에 빈틈이 생겼다.
그 틈으로 다량의 물이 흘러들어와 대법관과 주변을 덮쳤다.
“오케이!”
형우는 처음으로 통한 공격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에 흥분했던 형우는 해일에 의해 바닥에서 드러난 무언가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