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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26화 (127/151)

▣ Chapter 6-1

콰아앙! 콰앙!

폭음이 연달아 들리는 전장.

폭음에 같이 들려오는 수많은 비명은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인 듯 일정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음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유일하게 침묵을 유지하는 곳인 존재했다.

전장의 한가운데 우둑하니 서 있는 11명만이 전장의 포화를 빗겨나간 듯 침묵 속에 대치 중이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그들의 표정은 극명하게 달랐다.

반반으로 나눠진 그들은 한쪽은 묘한 미소, 한쪽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방금 대법관이 한 말 때문이었다.

“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형우는 대법관을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대법관은 굳이 말해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기세를 끌어올려 싸울 준비를 하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도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으으.

형우만의 보라색 오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확 퍼졌다.

확 퍼진 기운은 한 번에 세를 불렸다.

그동안의 성과를 잘 보여주듯 대법관이 내뿜는 기운을 순식간에 밀어냈다.

그러나 완전히 밀어낸 건 아니었다.

그저 중간에 대치할 수 있을 정도만 됐을 뿐이다.

형우도 지금의 대법관은 완전히 이길 수 없었다.

‘원기옥도 아니고……. 쩝, 그래도 끈질기게 모아대더니 그 값을 하긴 하네.’

[조심해라.]

인사니오가 바로 묵직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가 긴장감을 느낄 정도로 정말 큰 기운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어떤 것보다 더 강한 힘.

[아무래도 저 힘 덕분에 어느 정도 제약까지 벗어난 듯하군. 시간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그대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제약이요?’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다. 검은 영혼석의 힘이 다하는 순간 원래 힘까지도 소멸할. 그대가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무협에서 말하는 선천지기(先天之氣)를 모두 소모하는 것과 같다.]

‘아…….’

인사니오의 추가적인 설명에 형우는 이해를 했다.

한 마디로 생명까지 끌어다 쓰는 위험한 상황이나 마찬가지란 거였다.

그 때문에 검은 영혼석의 힘을 다 쓰면 원래보다 더 약해질 터.

‘그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형우는 기대감을 담아 말했다.

시한부라면 버티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 거였다.

굳이 어려운 승부를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인사니오의 말에 형우는 실망했다.

[오래 모아왔던 에너지인 만큼 며칠을 갈 것이다. 물론 소모하는 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하루는 버티겠지.]

‘알아도 소용없는 말이네요…….’

하루라는 말에 형우는 버티는 걸 포기했다.

대등한 실력자를 상대로 하루를 버틴다는 건 정말 장담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괜히 수비로 나서다가 승패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다.

“컥!”

휙! 투욱!

그때 공격을 받아 날아온 헌터 하나가 그들의 중간에 떨어졌다.

헌터는 심한 중상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쿨럭!”

“구하러 가겠습니다!”

도영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뛰쳐나갔다.

형우는 바로 제지했다.

굳이 직접 가서 구할 필요가 없었다.

형우의 능력으로 충분히 구해올 수 있었는데 하필 도영이 몸을 날렸다.

“잠깐!”

그러나 이미 행동에 나선 상태였다.

도영은 빠르게 달려가 순식간에 헌터를 잡았다.

그때 공격이 날아왔다.

슈우욱!

테메가 빠른 속도로 도영을 향해 쇄도했다.

“철벽!”

도영은 재빨리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테메가 노리고 도영이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공격했기에 타이밍이 늦은 상태였다.

퍼억!

“아악!”

능력이 완성되기 전에 그 틈으로 테메가 주먹을 날렸고 주먹에 맞은 도영은 헌터를 잡은 채로 뒤로 밀려났다.

“멍청아! 복구!”

봄이는 도영을 나무라며 힐을 써줬다.

“제어!”

형우도 바로 제어를 사용해 둘을 당겨왔다.

다행히 큰 타격을 입은 게 아니라 도영은 바로 일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헌터는 형우 일행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전장으로 갔다.

“나는 대법관을 맡을 테니까 민희와 봄이는 레닉을 상대해. 봄이는 민희를 서포트해주며 다른 일행도 좀 신경 쓰고 차민 형과 선우는 쿠라와 데브릭을 마크. 마지막으로 도영과 민규 형은 테메를 마크. 둘은 이기지 않아도 되니까 최대한 버티는 거로 가고.”

힘의 크기를 가늠해 최대한 알맞게 분배를 했다.

여기엔 선우라고 좀 더 낫게 선정해준 건 하나도 없었다.

선우를 아끼는 마음은 크지만 그렇다고 그걸 지구의 파괴와 맞바꿀 생각은 전무했다.

선우가 살아도 지구가 소멸하면 그게 그거였으니까.

형우의 신계에 대피한다 하더라도 그건 차원이 존재할 때 이야기였다.

그곳 또한 차원이 무너지면 입구가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그럼 뒤는 당연한 수순으로 엑시디움에게 짓밟힐 터였다.

“OK!"

"알겠다.“

“예!”

형우의 말에 다들 기세 좋게 대답했다.

처음 기선제압에 이어서 공격까지 한 방 먼저 당했지만 그렇다고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 없었다.

그동안 이겨온 건 모두 형우 일행이었다.

“가자!”

탓!

형우가 출전을 말하자 다들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네 그룹으로 나뉘어 전투가 시작됐다.

“이런 미인분들이 내 상대라니. 이거 영광인걸?”

민희와 봄이를 상대하게 된 레닉은 언제 도발에 걸렸다는 듯 그녀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은 그 모습이 소름 끼쳐 보였지만 특별히 대응하진 않았다.

이미 앞서 여러 번 근거지를 공격하며 싸워 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마다 테메는 여성들을 성희롱하는 걸 서슴치 않았다.

여자를 바라보는 눈도 마치 뱀 수십 마리가 몸을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것 때문에 평정심을 잃고 전투를 했다가 몇 번 밀린 적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민희는 감정을 컨트롤했다.

“후우… 후우…….”

흔히 마법은 마나와 정신이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마법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평정심을 이룬 상태에서 마나를 써야 제대로 캐스팅이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평정심이 흐트러져 캐스팅이 캔슬되면 사용한 마나만큼의 충격이 사용자에게 되돌아온다.

그 때문에 평정심은 그만큼 중요했다. 그리고 상대가 일부러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았기에 최대한 무시하고 있었다.

물론 봄이는 달랐다.

“남자 새끼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쫄아서 못 덤비겠어? 엑시디움 애들은 아래 두 쪽 달고 쪽팔리지도 않아?”

“이익!”

봄이의 도발에 레닉의 얼굴이 붉어졌다.

원래의 성격이 나온 덕분에 동네북으로 전락한 레닉을 역으로 도발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어, 언니…!”

민희도 붉어진 얼굴로 굳어 있었다.

의도치 않게 팀킬까지 한 봄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래도 민희는 금방 진정됐다.

별로 이런 걸 즐기지 않아도 이미 감옥에서 숱하게 겪어온 19금이었다.

직접 도발의 대상이었으면 몰라도 제삼자로는 큰 영향 받을 것도 없었다.

“그 걸레 같은 입을 처참하게 찢어줄게. 기대해도 좋아.”

레닉은 뻔한 도발에 걸리고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나 굳이 이 도발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도발에 걸린다고 페널티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본인이 더 위라고 생각하는 지금은 더더욱.

레닉은 바로 힘을 끌어올렸다.

“트리플 캐스팅! 윈드 스피어! 바인딩! 익스플로젼!”

민희는 레닉이 준비하는 것을 보고 트리플 캐스팅으로 능력 세 개를 먼저 날렸다.

민희가 현재 쿼드, 4개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쿼드 캐스팅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한 번에 여러 마법이 동시에 사용되는 만큼 캐스팅된 마법이 위력이 줄어든다는 거였다.

마법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그걸 커버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냥 마법을 쓸 때보단 위력이 약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민희는 상황에 따라 멀티 캐스팅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의 위력을 줄여서라도 조금 더 강한 한 방을 먹이려고 했다.

꽈아악!

제일 먼저 땅에서 줄기가 솟아올라 레닉의 몸을 붙잡았다. 그 상태에서 윈드 스피어가 제일 먼저 쇄도했다.

슈우욱!

“소멸.”

빠르게 날아와 충돌하려던 찰나 레닉의 능력이 발동했다.

스아아.

소멸이 사용되자 윈드 스피어는 앞부분부터 뒷부분까지 차례대로 사라졌다.

마치 얇은 얼음이 뜨거운 물에 닿아 녹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다.

화염이 응축된 둥근 볼이 2차로 날아갔다.

레닉은 익스플로전이 코앞에 오자 이번에도 소멸을 사용했다.

“소멸.”

퍼어엉!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익스플로젼은 기본적으로 닫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었다.

그 때문에 공격을 막는다고 해서 피해를 안 받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소멸은 그 폭발마저 집어삼켰다.

“…!”

“뭐야?!”

둘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원래 소멸은 이런 공격까지 완벽히 막지는 못했다.

그들이 처음 상대했을 땐 어느 정도 공격을 막는 것까진 가능했으나 세밀한 공격이나 폭발의 여파 등은 못 막았다.

그래서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이런 콜라보 공격을 준비한 거였지만 어이없게 막혀버렸다.

“재롱은 끝나는 거지?”

“트리플 캐스팅!”

민희는 다시 한번 트리플 캐스팅으로 3개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똑같은 방법으로 공격이 막혔다.

결국,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타격을 주기 위해서 트리플 캐스팅으로 다운그레이드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 방이라도 제대로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쓰는 게 맞았다.

“쿼드 캐스팅! 프리징! 프리징! 윈드 커터! 매직 미사일!”

이번엔 두 개의 프리징이 사용됐다.

바인딩보다 더 상위의 능력이며 공격적 성향이 강하긴 했지만 걸리게만 한다면 움직임을 막기엔 좋은 마법이었다.

“이런 건 굳이 능력을 쓸 필요도 없어.”

스악!

레닉은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그대로 다가오는 프리징에 휘둘렀다.

쩌저적!

다가오던 프리징은 그대로 토막이 나 캔슬됐다.

뒤이어 윈드 커터가 날아왔다.

“소멸!”

콰과과!

이번엔 소멸을 사용했다.

그러자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대로 윈드 커터를 집어삼켰다.

“흡!”

민희는 바로 뒤에 날아오던 매직 미사일의 경로를 틀었다.

매직 미사일은 유도 기능이 있으면서도 조종도 가능한 마법이다.

위력이 약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격을 성공시킨다면 분명 타격을 주긴 할 터.

그러나 매직 미사일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탓!

레닉은 바로 몸을 뒤로 빼며 매직 미사일을 피했다.

“아이스 스피어! 플레임 스트라이크!”

민희는 도망가는 레닉을 향해 마법을 연달아 날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뒤로 빠지자마자 소멸의 기운을 끌어온 레닉은 그대로 매직 미사일과 두 마법을 없애버렸다.

“아무래도 너 혼자서는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친구라도 불러오는 건 어때?”

레닉은 민희를 조롱했다.

민희는 레닉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마법을 써도 결국은 소멸에 막혀버리니 답이 없었다.

아예 대규모 마법을 써서 전체를 다 파괴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 역시 익스플로젼과 똑같은 맥락으로 흘러갈 듯했다.

그때 다른 곳에 힐을 준 봄이가 민희를 불렀다.

“민희야!”

“네, 언니!”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 수 없는 사인을 주고받았다.

민희는 바로 캐스팅을 했다.

“더블 캐스팅! 기가 라이트닝! 워터 프레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강력한 마법이 더블 캐스팅으로 사용됐다.

멀티 캐스팅은 본래의 능력을 떨어트린다는 단점이 있으면서도 두 능력이 제대로 시너지를 낼 땐 단발로 사용할 때보다 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두 능력은 딱 시너지의 정석과 같았다.

파지직! 쏴아아!

두 능력은 빠른 속도로 레닉에게 날아갔다.

“소용없다니까? 소멸.”

콰과과!

이번에도 소멸의 기운은 어김없이 능력을 먹어치웠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복구.”

스으윽.

“뭐, 뭐야?!”

놀랍게도 봄이가 복구를 외친 순간 소멸로 없어졌던 두 마법이 다시 생겨났다. 그리고 그 마법들은 그대로 레닉과 충돌됐다.

“뭐긴! 메롱이다!”

퍼어억! 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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