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24화 (125/151)

▣ Chapter 5-24

2일 뒤 인천공항.

출전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래는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한 번에 몰아붙일 예정이었지만 만전을 기하기 위해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좀 소모됐다.

게다가 적의 병력도 계속해서 숫자가 늘고 있는 게 포착됐기에 조금의 시간을 두기로 합의를 봤다.

어차피 처음부터 목표는 일망타진이었다.

적들이 한 번에 모여주면 형우 입장에선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조금의 기간을 보내더라도 완벽히 준비를 끝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덕분에 인천공항은 물자 준비로 붐볐다.

물자뿐만 아니라 병력도 미리 와서 인천공항에서 준비했고 보조 인력까지 충원되다 보니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크게 눈에 띄는 건 이종족들이었다.

혹시 모를 범죄 예방을 위해 종로에만 거주하던 이종족들은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우르르 몰렸다.

그동안 지구에서 사람들이 보았던 이종족들은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정말 생포해 노예처럼 다뤘던 이들도 많았고 범죄로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천천히 융화시킬 생각으로 일단 생활반경을 제한시켜놨다.

그러던 이종족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복수.’

최후의 결전이라 생각하는 이종족들은 이 전쟁에서 본인들이 빠질 수 없다며 나섰다. 그리고 이종족뿐만 아니라 오티움의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세계를 파멸로 이끈 엑시디움에게 복수할 유일한 기회였으니까.

‘수가 많이 줄긴 했네.’

형우는 모인 이종족들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목을 끌긴 했지만 이곳에 모인 이종족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1,000여 명.

전투가 가능한 이들은 전부 모였음에도 이게 다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티움 마지막 전투에서 희생당한 이들 대부분이 전투 인원이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후방에 빠져서 보급이나 물자 점검을 하는 경우나 아이나 노인인 경우였으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나름 병력을 뽑아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그래도 형우는 흔쾌히 그들의 합류를 받아줬다.

그래도 아직 전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에피리아 숲의 엘프들은 큰 도움이 될 터였으니까.

“은인.”

“아, 블랙머천트 님. 피델 님도 계셨군요.”

그때 블랙머천트가 형우에게 말을 걸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옆엔 아르카의 리더 피델이 있었다.

형우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네. 출정은 언제 하는 건가?”

“아마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준비하느라 힘드셨을 테니 좀 쉬시죠.”

“하하, 쉴 수 있겠나.”

블랙머천트는 웃고 있으면서도 눈을 웃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피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그동안 무려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온 엘프들이었다.

게다가 그 천 년의 시간은 모두 엑시디움 때문에 고통으로 얼룩졌다.

아무리 온순한 편인 엘프라 해도 이 정도 고통을 겪었으면 속에 정말 큰 응어리가 졌을 터.

아마 엑시디움을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실력이 됐으면 아마 먼저 튀어나갔겠지.’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둘과 짧게 이야기를 더 나눈 뒤 헤어졌다.

“우린 가보겠소.”

“수고하게나, 은인.”

둘과 헤어진 이후 형우는 계속 공항을 통제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모든 준비를 끝낸 대한민국 소속 통합군이 움직였다.

휘이잉.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이슬란드 해변.

안 그래도 추운 곳이지만 겨울에 들어서면 더 추워지는 곳이었다.

추운 바다 한가운데 사방에서 부는 한기를 맞아야 했기에 계절이 따로 없는 장소였다.

굳이 계열은 나누자면 조금 추움, 추움, 엄청 추움, 죽을 만큼 추움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몬스터의 위협에서 많이 자유로웠다.

해양 몬스터가 보통 추운 걸 즐기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이 작은 곳에 게이트가 열리지도 않았으니까.

그 덕분에 소수의 헌터만으로도 여유롭게 수비를 하며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생활면에선 조금 어렵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곳도 몬스터 웨이브의 여파를 벗어나진 못했다.

던전 게이트가 아닌 빛의 기둥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 이곳에 거주하는 소수의 아이슬란드 시민 모두가 전멸해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슬란드에 내려온 몬스터들도 얼마 후 모두 죽고 말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슬란드의 추위와 배고픔을 못 견디고 모두 전멸한 거였다.

오티움 자체가 대부분의 지형이 따뜻했기에 몬스터 역시 속성이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몬스터까지 모두 전멸하면서 아이슬란드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종들이 있었다.

“칵! 카악!”

쿵! 쿵!

새하얀 아이스 드레이크 하나가 쿵쿵거리며 아이슬란드 동부를 돌아다녔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함인지 그냥 떠도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계속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안가에 다다라서 갑자기 자세를 낮췄다.

바위 뒤에 몸을 숨긴 드레이크는 영락없는 눈쌓인 바위였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추고 계속 무언가를 기다렸다.

움찔.

한참을 기다리던 와중 아이스 드레이크의 눈이 움찔했다.

파닥파닥!

아이슬란드에서 주로 서식하는 퍼핀이라는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타났다.

퍼핀들은 바닷가 근처에 와서 물가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쉬고 있었다.

아이스 드레이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아아각!”

아이스 드레이크의 입에서 정말 기괴한 피어가 써졌다.

피어라기보다 소음에 가까운 소리.

“…!”

“…!”

그러나 효과는 분명 있었다.

아이스 드레이크의 피어에 피핀들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끼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몬스터가 나타났다.

몬스터는 마치 설인처럼 온몸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아이스 에이프, 그러나 변종으로 변해 뮤턴트 에이프가 된 몬스터였다.

뮤턴트 에이프는 그대로 달려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피핀들의 가운데를 내리쳤다.

콰앙!

순간 엄청난 풍격으로 주변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여파로 피핀들은 모두 기절했다.

뮤턴트 에이프는 기절한 피핀들을 큰 자루에 담았다.

그러더니 몇 개를 아이스 드레이크에게 던져줬다.

“캭!”

먹을 게 주어지자 아이스 드레이크는 어린 애처럼 좋아했다.

그러나 뮤턴트 에이프의 표정은 안 좋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먹이를 더 풍족하게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다.

아이스 드레이크를 종으로 끌고 다니며 이 지역의 지배자로 군림했고 풍요로운 서쪽의 사냥터를 독점했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난 한 무리 때문에 동쪽으로 쫓겨났다.

처음엔 덤벼볼까 생각했으나 저들이 풍기는 기운을 느끼곤 바로 꼬리를 말아버렸다.

이미 잘 아는 기운이었고 덤비는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쪽에서 어렵게 어렵게 먹이를 구했다.

그러나 오늘은 나름 먹이를 잘 구한 날이긴 했으나 평소엔 굶는 게 일상이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다간 며칠 더 살기 위해 아이스 드레이크라도 잡아먹어야 할 판이었다.

뮤턴트 에이프는 등급으로 치면 규격 외에 드는 몬스터.

아이스 드레이크는 속성 특화라고 하나 S급을 못 넘었다.

아마 싸운다면 상처 없이 이길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기에 똑똑한 뮤턴트 에이프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만은 배제했다.

여하튼 뮤턴트 에이프는 얼마 못 버틸 게 뻔한 식량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그때 어디선가 많이 맡은 냄새가 났다.

“킁킁! 킁킁!”

그 냄새를 맡은 뮤턴트 에이프는 바로 아이스 드레이크를 이끌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인간들!’

뮤턴트 에이프는 공터에 넓게 자리 잡은 인간들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대충 보기에도 천이 넘는 숫자.

만약 저 많은 인간을 여기서 죽인다면 냉동보관이 되는 이곳에서 일 년은 먹이 걱정을 안 하고 지내도 될 터였다.

뮤턴트 에이프는 그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낙하.”

슈우욱!

낙하란 말이 들려오고 하늘에 빛줄기 수십 개가 떨어져 내려왔다.

뮤턴트 에이프는 그것에 당황하며 황급히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능력이 사용되자 피할 수가 없었다.

“증폭!”

증폭이 사용되자 낙하하던 빛줄기가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대로 뮤턴트 에이프와 아이스 드레이크를 뭉갰다.

쿠우웅! 쿠웅!

충돌과 함께 둘은 바로 즉사했다.

아이슬란드의 지배자치곤 정말 허무한 최후였다.

“이야! 아직도 몬스터가 있었구나. 위성에선 왜 안 나왔데요?”

“저 보호색을 봐라. 저건 보고도 지나치겠구만.”

용준과 성민은 뭉개진 두 몬스터를 보며 품평회를 했다.

“자자, 잡담 그만. 이제 곧 투입해야 해. 지금 진동 느껴지지?”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아래를 가리켰다.

쿵. 쿵.

약하지만 분명 진동이 계속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진동은 크루바가 엑시디움들과 싸우며 나는 진동이었다.

“군사 위성을 계속 체크하고 있는데 크루바 님이 계속 밀리고 있답니다.”

“크루바 님이? 쟤들이 진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나 보네. 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밀리다니. 제가 힐이라도 얼른 가서 드려야 할까요?”

“정말 제대로 싸우겠구나.”

형우 일행은 방금 잡담 그만이라고 했던 걸 있었는지 계속 잡담을 이어갔다.

형우는 그냥 맘대로 해라라는 식으로 놔뒀고 곧 투입할 시기가 왔다.

“소장님! 지금 투입해야 한답니다!”

한 장교가 달려와 급히 말했다.

“벌써?”

형우는 그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몸을 움직였다.

“자, 다들 투입! 다른 곳에 있는 인원들도 모두!”

무전까지 겸한 출전 명령을 내리며 형우 일행은 빠르게 아이슬란드의 동쪽, 수도 레이카비크로 향했다.

잠시 후, 빠르게 모인 통합군이 레이카비크 전체를 둘러쌌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크, 크아아!”

콰앙! 쾅!

“크루바 님이?!”

“뭐 이렇게 일방적이야?”

원래 엑시디움과 싸울 땐 형우 일행과 크루바가 합쳐져야 압도적인 싸움을 할 수 있었다.

크루바 혼자라면 당연히 졌고.

다만,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벽히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통합군은 계속 당하기만 하는 크루바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형우는 벌써 그 원인을 찾고 안색이 굳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던 대법관이 실력을 드러냈다.

정말 압도적인 힘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크루바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크루바는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계속 밀리기만 했고 덕분에 처음 생각한 대로 함정을 밝히거나 적의 전력을 갉아먹겠다는 전략은 완전 실패가 됐다.

그러나 그런 상황 때문에 형우의 안색이 굳은 게 아니었다.

대법관이 사용하는 힘.

그게 문제였다.

차원 에너지.

차원에서 뽑아낸 힘으로 사용하는 최상위 힘이자 모든 에너지 중 가장 순도 높은 기운.

나투라와 그동안 지구에서 모아왔던 검은 영혼석의 힘이 동시에 발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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