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22
저벅저벅.
아무것도 없는 유적지 내부.
안으로 들어가니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아주 묘한데요?”
[특이하군. 나도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다. 어쩌면 이게 엑시디움 종족들이 새로 준비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조심해라.]
“예.”
형우는 대답을 하곤 계속 움직였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묘한 기운이 계속 느껴졌으나 정체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느껴본 기억이 없는 기운.
거기에 스산한 기분이 들자 더욱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별다를 건 안 보였다.
기운만 진해지고 내부는 나름 평범한 유적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 기운 때문에 몬스터가 이곳에 접근을 안 한다는 거였다.
“특별한 게 없는데…….”
[으흠…….]
계속 유적지 내부를 뒤졌으나 뒤지면 뒤질수록 그냥 유적지 탐방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재밌는 사실이라면 이곳이 고대 마야 문명의 발상지고 이들이 사용했던 언어가 해석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해석해봤자 별것 없었다.
고대의 언어를 해석하려고 할 때 다들 고대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걸 찾아내는 게 아니다.
그런 큰 의미가 있는 걸 적어놓지도 않았고.
대부분 그때의 생활상이나 제사의 의미 등이 강했다.
현대에 사는 누군가 본다면 ‘겨우 그런 거야?’ 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의 발견은 엄청난 거였다.
문자를 해독하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알 수 있고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게 해주니까.
사실 고대 언어의 해석은 그게 제일 큰 의미 같았다.
더 나가서는 과거에 비밀이나 마야 문명에 유적지 안에 그려진 헬기 비슷한 그림의 의미 정도가 최대였다.
다만, 이것에 평생을 바쳐온 이들이나 각 나라에 따라 의미가 아주 달랐으니 뭐가 맞다 말하긴 애매한 부분이었다.
“깨알 재미네. 옛날엔 이런 것도 있었구나. 이렇게 재밌는 줄 알았으면 역사 좀 알아두는 건데.”
모든 헌터가 고대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해석가였다.
이미 고대 문명의 비밀 따윈 다 까발려진 지 오래였지만 당시 먹고 살기 바빴던 형우는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쩝… 다른 애들이라도 불러야 하나?”
형우 혼자 벌써 세 시간 넘게 유적지를 수색했다.
유적지가 넓긴 넓었어도 세 시간이나 수색할 곳은 아니었다.
아무리 혼자라고 해도 말이다.
이미 몇 번을 지나온 길을 찾아가며 세심하게 확인했다.
“밖에서도 한 번 봐볼까?”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러나 유적지 주변을 몇 바퀴를 돌아도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수색했지만 이미 확실히 확인했던 곳이기에 다시 봐도 뭔가 나올 리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새로운 길이 발견됐다.
일루전 마법 비슷한 것과 돌로 가려져 있던 길이었다.
“후우, 여긴 맞겠지.”
하루가 지난 건 아니었지만 장시간 집중해서 수색한 덕분에 상당히 지친 상황이었다.
형우는 길게 한숨을 쉬며 길로 들어갔다.
“윽! 더럽게 좁네.”
새로 발견된 길은 길 아래에서 발견됐는데 사실 길이라기보다 개구멍에 가까웠다.
성인이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긴 했으나 그래도 못 지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지나가는 게 많이 버거울 뿐.
“콜록! 콜록! 수천 년 동안 쌓인 먼지 청소 경험도 참 색다르네.”
본의 아니게 먼저를 청소하며 앞으로 나아간 형우는 잠시 후 드디어 좁은 개구멍을 탈출할 수 있었다.
“여긴?”
넓은 공간으로 나온 형우는 주변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장소가 꽤 넓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유적지와 모습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형우가 묘한 표정을 지은 이유가 있었다.
“뭔가 밖이랑 안이랑 건축 연도가 다른 느낌인데?”
그곳은 새로 만들어진 공간 같았다.
대충 둘러봐도 최근에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게 티가 많이 나고 있었다.
혹시 마법에 의해 그렇게 보이도록 유지되는 게 아닌가 하고 확인도 해봤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곳에 새로 지어진 공간이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그래도 이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저 골렘들 분명 움직이는 거겠죠?”
[그럴 것 같군. 다만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일단 조심해라.]
“예.”
형우는 반대편 끝에 서 있는 거대한 돌거인, 골렘 2기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게 저 뒤에 가운데 보석이 크게 박힌 문 하나가 있었다.
분명 둘이 그 문을 지키는 수문장이고 문을 지나야 이곳의 의문점을 모두 풀 수 있을 터였다.
[엑시디움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이곳 지구에 있는 신의 흔적 같군.]
“지구의 신이요? 그럼 이야기가 잘 풀리려나요?”
그 말에 형우는 기대하고 걸어갔다.
이왕이면 쉽게 쉽게 가는 게 좋은 거니까.
그러나 들려온 말은 예상과 다르게 적대적이었다.
[돌아가라, 침입자!]
[돌아가라, 침입자!]
두 골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드드득. 쿵!
골렘은 자신의 옆에 있던 거대한 창 하나를 집어 형우에게 겨눴다.
안 그래도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위압감이 상당한데 그렇게 자세까지 잡자 더 강해 보였다.
게다가 골렘들의 외형은 지옥의 수문장 같아서 더 카리스마가 있었다.
“저는…….”
형우는 골렘들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은 초장에 잘렸다.
[이곳은 신성한 그분의 영역. 경고에도 돌아가지 않은 침입자를 즉시 처형하겠다.]
[이곳은 신성한 그분의 영역. 경고에도 돌아가지 않은 침입자를 즉시 처형하겠다.]
쿵! 쿵!
골렘들은 그 말과 함께 형우에게 달려왔다.
“얼마나 됐다고!”
형우는 짜증을 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골렘에게 다가가 처음 말을 듣고 말을 꺼내려 했던 시간이 아니, 시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몇 초가 지나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뭐라 항변한다고 들을 대상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힘을 끌어올렸다.
쉐에엑!
그 순간 골렘은 형우에게 먼저 창을 던졌다.
“흡!”
창을 던질 줄 예상을 못 했던 형우는 급하게 몸을 비틀어 창을 피했다.
콰아앙!
창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땅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이 공간에 넓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냥 평범한 방이었다면 방금 한 방에 전체가 무너졌을 터였다.
“하아압!”
형우는 바로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끌어올린 힘의 색이 특이했다.
이전엔 신성력과 마기를 같이 사용하면 회색의 빛을 냈었다.
그래서 회색의 오러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아주 많이 달랐다.
회색이 아니라 보라색에 가까웠다.
이 보라색은 이번에 감옥의 신이라는 이명을 얻으며 얻게 된 형우만의 색이었다.
신마저 본인만의 고유 색을 가졌다.
인사니오도 마찬가지고 크레아나 세계수도 마찬가지.
다만, 자신의 사제나 대리자를 통해 내려오는 힘은 흰색과 검은색뿐이었다.
형우도 이제 자신의 사제가 생긴다면 아마 그렇게 될 터였다.
쉬이익!
형우는 끓어 올린 오러를 그대로 골렘에게 날렸다.
범위를 넓게 만들어 두 골렘 다 표적이 되었고 달려오던 중이었기에 그대로 직격당했다.
콰아앙!
묵직한 폭음이 공간 전체에 울려 펴졌다.
골렘의 몸에서 나온 돌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먼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잠시 모습이 가려졌으나 이내 골렘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그러나 골렘들은 전혀 피해를 안 입은 상태였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기세 좋게 달려왔다.
“통제!”
형우는 R급 능력 통제를 사용했다.
통제로 움직임을 막고 연달아 제어를 써서 주변에 있는 돌들을 날려 골렘 둘을 한 번에 부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골렘들은 통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뭐야?”
능력이 먹히지 않자 형우는 당황했다.
[침입자여, 죽어라.]
[침입자여, 죽어라.]
부웅!
골렘 하나가 먼저 들고 있던 창을 휘둘렀다.
꽤 묵직해 보이는 창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곤 형우는 기겁하며 피했다.
그러나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다.
몸을 뒤로 빼며 어렵지 않게 창을 피했다.
하지만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다.
쉬익!
창을 먼저 날렸던 골렘 하나가 주먹을 날렸다.
연달아 들어온 합격에 형우는 블링크로 몸을 피했다.
“매스 블링크!”
팟! 부웅!
블링크로 형우가 사라지자 골렘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당황해서 초반에 밀렸다고는 하나 골렘보다 형우가 절대 약한 게 아니었다.
충분히 형우가 더 강했다.
“제어!”
착.
형우는 블링크로 몸을 피하고 골렘이 던졌던 창을 제어로 가져왔다.
난쟁이가 거인의 지팡이를 든 것처럼 괴리가 상당했으나 이 정도 무게는 형우에게 큰 제약이 아니었다.
형우는 바로 오러를 끌어올렸다.
오러가 창 전체를 뒤덮자 순간 공간 전체가 보라색으로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보라색의 오러가 밝게 빛났다.
쿵! 쿵!
골렘들은 보라색 오러에 담긴 강력한 힘을 보고도 똑같이 달려왔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창을 한 손에 들고 투창 자세를 취했다.
“제어!”
슈우욱!
형우는 창을 그대로 던졌다. 그리고 제어를 사용해 창이 날아가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달려오던 골렘들은 창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바로 방어했다.
까아앙!
가속도로 받은 창은 골렘과 부딪혀 서로 밀고 미는 싸움을 시작했다.
골렘들은 뒤로 조금씩 밀리면서도 막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골렘들은 가속도 붙은 창을 쳐내곤 다시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형우가 노리는 바였다.
팟!
매스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나타난 형우는 오러를 뿜어내 골렘들에게 날렸다.
스악! 스악!
마치 윈드 커터를 오러로 사용한 것처럼 날아간 오러가 두 골렘을 난도질했다.
쿵! 쿠궁!
토막 난 골렘들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괜히 긴장했네.”
형우는 안도한 표정이었다.
골렘들에게서 레닉이나 데브릭 이상이 느껴졌다.
그 정도면 충분히 중급 신과 상급 신 사이의 힘이었기에 형우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게 뻔했다.
그런데 일이 쉽게 풀렸다.
처음 긴장했던 것과 달리 골렘들을 쉽게 처리했다.
“그럼 이제 저기로 가볼까.”
형우는 바로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드드득. 우득. 쿵!
“…!”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형우가 뒤를 돌아보자 놀랍게도 자신의 몸을 복구하고 있는 골렘이 보였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잔뜩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 진짜…!”
“후우… 후우…….”
꽤 시간이 지난 이후 형우는 두 골렘을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사실 골렘은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었다.
힘이 비해서 제대로 활용도 못 했고 억지로 껴맞춘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쉽게 쉽게 파괴된 거였다.
그러나 그게 계속 반복되니 형우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의외로 간단하게 일이 풀렸다.
‘아니, 그냥 문만 열면 끝나는 거였다니.’
정말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통과해서 안에 있는 걸 얻어보자 생각하고 들어갔더니 골렘들이 무너졌다.
알고 보니 문에 가운데 박혀있던 거대한 보석이 두 골렘의 핵이었다. 그리고 그게 이 공간 내에서만큼은 계속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줬다.
그냥 다른 공간으로 가져가기만 해도 무너지는 거였다.
“괜히 감옥에 데려갔다가 깽판칠까 봐 계속 싸운 건데, 하아…….”
[한탄은 그만. 앞부터 봐라.]
“네? 앞에 뭐가…….”
인사니오의 말에 앞을 봤던 형우는 그대로 굳었다.
문 안엔 또 넓은 공간이 있었다.
다만,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았다.
이 넓은 공간에 작은 관 하나와 벽에 새겨진 짧은 글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글이 문제였다.
다른 외형적인 부분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리고 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지구의 신, 그란디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