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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18화 (119/151)

▣ Chapter 5-18

형우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환호성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

정말 대박이란 말이 감탄사처럼 나오는 화끈한 현장.

‘손 안 대고 코 풀기라고 해야 하나?’

오래도 아니었다.

정말 잠깐.

찰나의 시간 크루바가 이곳에 있었다.

그런데 한 번의 등장만으로 이미 맨해튼의 반 이상이 쓸려나갔다.

이 정도면 그들이 몇 개월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놨던 모든 기반이 순식간에 날아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땅마저 난리가 난 상황이었으나 만약 다시 공사한다면 아예 새로운 곳에 터를 잡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형우는 3년 묵은 오티움에서의 체증이 모두 씻겨나가는 듯했다.

“크아아!”

“이 도마뱀 새끼가!”

“홀리 스트라이크!”

레닉과 엘루나는 크루바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드래곤으로 변한 크루바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원래도 강했는데 차원을 넘어오며 신물과 융화된 크루바는 중급신 이상의 힘을 가졌다.

게다가 여기서 신물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이명을 가지지 못하는 본능에 충실한 상태인데도 신물 덕분에 이명을 가진 신과 같은 힘을 내고 있었다.

우연과 우연이 겹친 아이러니지만 그 덕분에 엑시디움의 간부마저도 밀어붙였다.

‘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진짜 대박은 대박이다.’

사실 크루바가 이곳에 넘어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세계수의 공이 컸다.

형우는 처음 든 생각이 크루바를 적에게 보내주면 어떨까였다.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군사 위성 덕분에 적의 본거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니 보내기만 하면 적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이는 것도 가능했다.

어차피 그대로 뒀다간 남하라도 하면 이제 겨우 재건 중인 대한민국의 희망이 쓸려나가는 수가 있었다.

안 그래도 크루바가 깨어나기 전 내뿜은 마나와 고함 때문에 남하한 몬스터들로 경계선에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여기에 또 피해가 누적되어 터전까지 잃는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될 터.

그래서 형우는 미래에 예상되는 재앙을 없애면서 적에게 피해도 주는 일거양득의 상황을 원했다.

그러나 막상 실행하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막혀버렸다.

세계수는 처음 오티움과 통로를 잇고 나서 모든 힘 다 소모했다.

이제 겨우 회복을 시작한 단계였기에 통로를 여는 건 가능해도 유지를 할 힘이 없었다.

그때 인사니오가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신성력을 공급해 도와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말이다.

덕분에 형우가 처음 생각한 대로 차도살인지계는 착착 진행됐다.

‘사실 군사 위성이 발견을 못 했다면 쓰지도 못했을 방법이었지.’

군사 위성이 맨해튼을 발견한 건 정말 천운이었다.

엑시디움들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맨해튼을 전체에 일루전 마법을 걸어놔 위성으로 볼 땐 그저 폐허로만 보였다.

그런데 사실 맨해튼의 위치를 알아낸 건 뉴욕에서 알아낸 게 아니었다.

뉴욕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워싱턴 D.C에서 단서를 얻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제물의 용도와 강제 노역의 용도로 쓸 인간들을 잡으러 다니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숨겨서 중간에 갑자기 사라져서 찾지 못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 덕분에 단서를 얻어 군사 위성 두 대를 모두 동원해 주변을 모두 뒤졌고 덕분에 찾아낼 수 있었다.

이동하는 과정까지 모두 일루전으로 가릴 수는 없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위치를 찾고 크루바를 맨해튼으로 옮길 수 있었다.

세계수가 가진 통로의 능력… 그리고 인사니오가 가진 막대한 신의 힘, 둘이 합쳐져서 말이다.

팟! 팟! 파앗!

주변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저게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빛과 함께 나타난 테메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크루바를 바라봤다.

크루바를 처음 발견하고 힘겹게 옮겨놓았던 테메였다.

그런데 그 힘겹게 옮겨놓은 금빛 도마뱀이 집 나간 개처럼 다시 돌아왔다.

덕분에 테메는 미칠 노릇이었다.

‘아, 또 이거로 죽어라 뭐라 하겠네.’

원래 처음 크루바를 발견했을 때 다들 죽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테메가 다른 의견을 내서 지구로 넘어온 형우 일행을 골탕 먹이자고 크루바를 북한 지역에 옮겨놨다.

그런데 지금은 역으로 골탕을 먹고 있었다.

“저 도마뱀을 막아라!”

“더 이상 피해가 가면 안 돼!”

테메와 함께 나타난 데브릭과 엑시디움들은 필사적으로 크루바를 막았다.

“크아! 크아아!”

숫자가 늘어나자 점점 크루바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아무리 크루바가 강해도 이렇게 많은 숫자를 이길 순 없었다.

게다가 다들 최소한 R급 이상의 능력자들이었기에 모여서 합격진을 펼치는 순간, 그 시너지는 엄청났다.

덕분에 크루바 레이드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조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끼이익! 치익!

다시 한 번 공간이 찢어졌다.

“…!”

“또?!”

그 모습을 보고 다들 긴장을 했다.

혹시 지금 상대하고 있는 크루바와 비슷한 존재가 하나 더 나온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터였다.

전멸은 아니어도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당할 게 뻔했다.

다행히 그들의 걱정처럼 드래곤이 나온 게 아니었다.

그들이 제일 만만하게 여기는 인간들이 공간의 틈에서 밖으로 나왔다.

“인간이잖아?”

“후우, 다행이군.”

“인간들은 아래 애들에게 맡기고 계속 싸워!”

인간임을 안 순간 바소르들에게 맡겼다.

오티움에서 형우 일행과 싸운 엑시디움은 하나도 없었고 인간 따위는 자신들에겐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그들 생각에 위협할 수 있는 대상은 인사니오를 등에 업은 형우뿐.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복구!”

스아아!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그러자 상처 입었던 크루바의 몸이 깨끗하게 치유됐다.

몸이 원상태로 돌아오자 크루바는 신나서 더 날뛰었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능력들도 사용됐다.

“블리자드!”

휘이잉!

8서클에서 가장 위력이 뛰어난 광범위 마법 블리자드가 사용됐다.

극한의 냉기는 순식간에 그들 전체를 뒤덮었고 지속적인 데미지뿐만 아니라 행동도 제약시켰다.

“크으윽…!”

“실드!”

“파이어 실드!”

뒤늦게 몇몇이 방어 마법을 펼치긴 했으나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다.

블리자드에 밀린 그 짧은 사이 크루바에게 공격을 당했고 피해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공격은 계속됐다.

“쿼드 캐스팅! 콜 샤워! 체인 라이트닝! 바인딩! 콜 헤일!”

쏴아아! 파지직!

민희의 손에서 한 번에 네 가지 마법이 사용됐다.

광범위한 지역에 비를 뿌리고 연쇄 반응을 일으킨 번개를 뿌린다.

거기에 바인딩으로 적의 몸을 묶고 하늘에서 우박을 떨어트리는 완벽한 콜라보였다.

안 그래도 블리자드에 행동이 제약된 상태에서 정말 큰 피해를 줄 능력들만 골라서 사용됐다.

그러나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민희 다음으로 용준의 능력이 사용됐다.

“증폭!”

우웅! 우웅!

하늘에서 떨어지던 우박들이 순식간에 운석보다 더 큰 크기로 변했다.

“우, 운석이다!”

“저, 저건 못 막아!”

운석보다 큰 우박들에 기겁하며 다들 혼비백산했다.

“멍청한 놈들! 너희가 쓰는 능력과 똑같은 능력인 걸 모르겠어?! 얼른 막아!”

레닉이 소리쳤다.

엑시디움 종족 대부분이 원래 R급 이상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많아 당황스러워서 그런지 같은 등급의 능력임에도 다들 당황하며 대응을 못 했다.

물론 제약이 완벽히 풀린 게 아니라 R-급이 한계겠지만 충분히 막을 순 있었다.

여기에 모여 있는 엑시디움 종족의 수만 50명이 넘었으니까.

“소멸!”

콰아아!

레닉은 손을 뻗어 먼저 능력을 사용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 중 제일 강력한 능력이자 공격 계열에서는 최상위 능력이었다.

레닉의 손에서 빠져나온 소멸의 기운은 빠르게 날아가 우박에서 운석으로 변한 그것들을 덮쳤다.

그러자 정말 하늘에서 녹아 없어지는 운석처럼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하아압!”

“리플렉트 실드!”

거기에 용기를 얻은 다른 이들이 운석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레닉처럼 쉽게 막아낼 순 없었다.

그 순간 형우의 기운이 전체를 뒤덮었으니까.

“통제.”

쿠궁!

“…!”

“…!”

아직 이명을 깨닫지 못했으니 형우의 힘은 진짜 신의 힘이었다.

그것도 수많은 천족과 마족의 힘을 빼앗아 강력해진 두 가지 강력한 힘.

그 기세가 전장을 뒤덮자 다들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덕분에 그들은 제대로 운석을 막을 수 없었다.

“안 돼!”

“아악!”

콰앙! 쾅!

몇몇은 단말마와 함께 운석에 뭉개졌고 사상 처음으로 엑시디움 사망자가 나왔다.

형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조롱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약한 거 아냐?”

“인간 따위가…!”

레닉은 형우의 조롱에 분노했다.

한 번도 이렇게 인간에게 당한 역사가 없었다.

수많은 차원을 다니면서 인간은 제일 기본이 되는 종족이었다.

차원의 바탕이 되는 정말 기본 옵션.

만들기 쉽고 제일 깔아놓기 좋은 초석일 뿐이었다.

그런 기본 옵션이 엑시디움을 밀어붙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첫 사상자가 나오게 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레닉은 패닉이 왔다. 그리고 이어서 형우 일행은 R급 능력은 난발했다.

선우의 합류로 10명이 된 형우 일행은 모두 자신의 본래 능력에 맞는 R급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형우 - 제어, 소정 - 지배, 용준 - 증폭, 민희 - 마나, 봄이 - 복구, 선우 - 차단, 차민 - 강화, 민규 - 반사, 도영 - 철벽, 성민 - 낙하.

응용에서 차이가 있긴 했지만 능력은 이름이 나타나는 의미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방어 계열 셋에 회복 계열 하나, 공격 계열 셋, 원거리 계열 하나, 특수 계열 둘.

조금 특이한 조합이었지만 모여놓고 보니 정말 최상의 조합이었다.

이 능력들을 바탕으로 형우 일행은 엑시디움과 바소르들을 몰아붙였다.

팟! 팟!

전투가 진행되는 사이 속속 엑시디움이 복귀했다.

그동안 안 보이던 쿠라도 합류를 했으나 이미 전황은 많이 기운 상태였다.

결국 레닉은 결단을 내렸다.

“으드득…!”

레닉은 부서질 것 같이 이를 갈았다.

더는 버틸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할지도 몰랐다.

중간중간 쓰이는 형우의 통제도 위협적이었지만 계속 지치지 않고 브레스를 날리는 크루바는 정말 두려웠다.

게다가 더 얄미운 것은 형우 일행이 크루바에게 타겟이 되면 엑시디움과 바소르 사이를 파고든다는 거였다.

그 덕분에 피해가 더 컸다.

‘이미 지킬 것도 없고… 대법관도 알아서 피한 거 같으니…….’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키를 가진 대법관은 이미 몸을 피한 상황.

망설일 게 없었다.

“퇴각!”

팟! 파밧! 파앗!

엑시디움은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동시에 빛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도망치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형우 일행이 무슨 수를 쓰기도 전에 깔끔하게 사라졌고 덕분에 천족과 마족만 덩그러니 맨해튼에 남게 됐다.

“레, 레닉 님?!”

“도망쳐!”

순간 혼란의 빠진 바소르들의 반은 형우 일행을 피해 도망쳤다.

“엘루나 님! 어디 계십니까?!”

“데, 데브릭 님! 데브릭 님!”

덩달아 같이 사라진 두 종족의 지도자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엑시디움들이 떠날 때 그들 역시 같이 사라진 뒤였다.

결국, 남겨진 그들은 형우에게 제압되어 힘을 모두 빨린 뒤 가루가 됐다. 그리고 난동 피우는 드래곤 크루바를 두고 형우 일행은 차원을 넘어 오티움의 감옥으로 왔다.

“길드장, 안 쫓아가도 돼?”

감옥으로 돌아온 뒤 성민은 형우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충분히 쫓아갈 수 있었음에도 형우는 다른 일행들을 막고 주변 정리를 부탁했다.

크루바를 막으며 처리해야 했기에 오히려 추격보다 힘든 일이었다.

물론 형우가 신성력과 마기를 흡수해서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됐으니 나름 나쁘지 않다곤 해도 제일 큰 문제를 놔둔 건 영 찝찝했다.

그러나 형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쫓아갈 필요 없어. 앞으로 계속 이렇게 괴롭혀주면 되니까. 만들면 부수고… 만들면 부수고.”

“너 좀 많이 사악해…….”

성민은 그 말을 듣곤 소름 끼친다는 듯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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