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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17화 (118/151)

▣ Chapter 5-17

뉴욕 맨해튼.

상공에서 볼 때는 여전히 폐허였지만 속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맨해튼.

사실 이게 가능한 건 그동안 지구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이들 덕분이었다.

지구에서 오랜 생활 활동하며 필요한 자원들은 모두 모아뒀다.

덕분에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하면서 맨하튼은 조금 특이한 형태가 되어갔다.

천족과 마족이 자리 잡아서 그런지 맨해튼의 중심 센트럴 파크를 기준으로 반반씩 특이한 형태로 변한 상태였다.

한쪽은 마치 천계 같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마계 같았다.

두 기운이 상충하는 중심부.

그런데 어떠한 반발이나 충돌도 생기지 않았다.

태생적으로는 하나의 기운이나 둘로 나뉘어 변형되면서 상충하는 기운이 된 둘이 부딪히고 있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나 센트럴 파크 가운데를 보면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앙에 세워진 탑 안의 거대한 회색 영혼석이 양쪽의 기운을 모두 빨아들였다.

영혼석에 빨려 들어간 기운은 안에서 뒤섞였고 뒤섞인 기운은 혼잡하게 변했다.

그 혼잡 속에서 두 기운은 서로의 색을 잃었다.

그 덕분에 조화 아닌 조화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우우웅. 우우웅.

기운은 탑을 중심으로 뭉쳤다가 퍼지기를 반복하며 작게 울리고 있었다.

신기한 모습이었으나 사실 기운을 모으는 건 그 탑 하나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싼 6개의 탑이 보조를 해줬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나머지 탑엔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천천히 옮겨라! 그걸 떨어트리는 순간 너흰 모두 다 죽는다!”

“멍청한 인간들!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다뤄?!”

“빨리 못 움직여? 빨리 안 움직이면 바로 제물로 써주겠다!”

공사 현장에선 천사와 마족의 고함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고함에 움직이는 건 놀랍게도 인간이었다.

그들 대다수가 이곳 미국에 살고 있던 미국인들.

초기 기반 공사 이후 부려먹을 인간들을 주변에서 잡아 와 공사에 동원했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나마 이건 나은 경우였다.

다른 이들은 끌려오자마자 이 탑을 유지하는 에너지로 소모되어 희생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나았으니까.

그나마 다행은 동원된 인간의 숫자가 많아 건설 속도가 빠르다는 거였다. 그리고 바소르들은 그들에게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도 제시했다.

“건설이 완료되면 풀어주겠다! 그러니 열심히 움직여라!”

그러나 건설이 완료되면 지구의 운명은 끝이었다.

즉, 말이 좋아 풀어주는 거지 건설이 끝난 순간 잠깐의 자유만 누리는 거였다.

이후엔 영원한 죽음이었다.

여하튼 덕분에 인간들은 열심히 움직였고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엘루나가 바라보고 있었다.

“······.”

12개의 날개를 단 여천사, 엘루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불평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공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뭐가 불만인 건지 모르겠으나 바소르의 2인자이자 타천사들의 수장인 그녀가 연신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피기를 반복했다.

주변의 천사들과 마족들은 그 모습을 보며 슬금슬금 피해 다니기 바빴다.

엑시디움이 힘을 제대로 찾지 못한 지금 데브릭의 바로 아래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엘루나였다.

그런 엘루나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괜히 어떤 경을 칠지 몰랐다.

그래서 다들 눈치만 봤다.

“내가 겨우 이런 공사따위나 하려고······.”

엘루나는 그 말을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 온 이후 엘루나는 스스로 천하다고 여기는 공사만 담당하고 있었다.

데브릭은 뭘 하고 다니는 건지 테메에게 홀려서 지구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다.

뭔가 설치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이곳저곳 다닌다고 귀찮다는 말을 하긴 했으나 그 말은 전혀 귀에 안 들어왔다.

그저 천한 일은 안 하고 있다고만 들렸다.

그 때문에 엘루나는 요즘 불만이었다.

직접 공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이걸 담당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그러나 이 일을 또 안 할 순 없었다.

이걸 맡긴 이는 자신이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이였으니까.

그걸 알기에 엘루나도 크게 불평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곧 끝나니까. 그럼 반쪽짜리 삶도 끝날 거야.’

엘루나는 어서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엘루나.”

그때 누군가 엘루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신경질적으로 돌아봤던 엘루나는 상대를 보고선 급히 고개를 숙였다.

“레닉 님, 부르셨나요.”

엘루나에게 말을 건 이는 엑시디움의 간부 레닉이었다.

레닉은 밝게 웃으면서 엘루나를 쳐다봤다.

“잘 돼가고 있어?”

“예, 현재 약 70% 정도 공정이 완료됐어요. 속도도 순조롭고 마나 충전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요. 다만… 제물의 수가 좀 부족한 거 같아요. 계속 노력은 하고 있는데 이 근처도 바닥나서 멀리까지 갔다 오고 있긴 한데······.”

“제물 데려오는 담당이 쿠라였던가? 쯧쯧, 오티움에서든 여기서든 쿠라가 문제네.”

“······.”

레닉의 말에 엘루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쿠라나 레닉이나 동등한 위치였다.

똑같은 등급의 상관이었기에 누굴 흉보는 것에 동조하기도 애매했다.

다행히 레닉은 거기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스윽.

레닉은 엘루나의 옆으로 와 어깨동무를 했다.

손간 그것에 움찔했던 엘루나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하튼 고생 많네. 좀만 더 수고해줘. 이제 이 일만 끝나면 너도 데브릭과 함께 완전한 우리의 일원이 될 테니까. 그리고 반쪽짜리가 아니라 진정한 신이 되겠지.”

“아아··· 예, 예······.”

레닉의 말에 엘루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

신은 엘루나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였다.

현재도 신이긴 했다.

어쩌건 신의 힘을 가지고 중급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긴 했으니까.

그러나 신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신의 힘을 지닌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엘루나에겐 신이 되면 생기는 이명이 없었으니까.

이명은 쉽게 말해서 신의 지위였다.

엘루나가 반쪽짜리라는 말은 한 이유기도 했다.

이명은 앞에 붙는 수식어로 빛의 신, 어둠의 신, 대지의 신 등등 여러 가지였다.

선택은 불가능했지만 본인에게 가장 맞는 속성으로 생겨났다.

이게 별거 아닌 별명 정도로 보일 수 있었으나 이게 없고 있고 차이는 정말 컸다.

수명이 다하면 소멸하는 천사와 달리 영원히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이명으로 생긴 본인의 속성은 힘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니까.

그 때문에 엘루나는 그걸 얻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엑시디움이 완벽히 힘을 되찾으면 신의 지위를 내려주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힘을 되찾는 날 한 번에 오티움과 지구의 모든 것을 얻기까지 하니까.

그 표정을 본 레닉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엘루나에게 떨어졌다.

“저는 그럼 일 때문에 먼저 가볼게요.”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엘루나는 레닉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곤 공사 현장으로 갔다.

신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전까지 미간을 찌푸리던 엘루나의 모습은 완벽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 모습을 레닉이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잔인하군, 레닉.”

“대법관.”

그때 대법관이 뒤에서 스르르 나타났다.

조용히 다가온 대법관은 그 한마디를 하곤 거대한 탑을 바라봤다.

탑에선 여전히 마나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잔인하다니, 제일 잔인한 건 대법관이잖아?”

레닉은 따지듯이 말했다.

그러나 얼굴은 웃고 있었다.

“힘을 100% 회복하기 위해서 저년의 힘도 같이 흡수하자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잔인하다고?”

“지금은 뭐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걸 동원해야 하고 우리 종족이 아닌 이의 희생은 필수불가결이다.”

“네네, 그렇겠죠.”

“이제 곧 우리의 신께서 다시 깨어나실 거다. 그분께서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 그걸 잊지 마라, 레닉.”

“쳇. 아주 자긴 맨날 맞는 말이고 난 잔인한 거고.”

레닉은 투덜대며 대법관을 쳐다봤다.

그러나 전혀 반응이 없는 대법관에게 레닉은 김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까지 만전을 기해라.”

“예, 예-”

레닉은 건성으로 대법관의 말에 대답을 했다.

“음?”

그때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레닉은 그것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그 한 번 이후 전혀 다른 건 느껴지지 않았다.

‘잘 못 느꼈나?’

그런데 옆에 있는 대법관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을 걸려던 찰나 이변이 일어났다.

쿠구궁! 쿠웅!

“무슨····?!”

“······.”

갑자기 일어난 진동에 레닉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표정엔 변화가 없었지만 대법관도 긴장하고 있었다.

그때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갈라졌다.

억지로 통로를 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확히 표현하지만 공간이 찢어졌다, 이게 제일 맞을 듯했다. 그리고 공간이 찢어지면서 마치 칠판을 긁는 듯한 소음은 계속됐다.

“으아아악!”

“꺄아악!”

“그, 그만!”

천사나 마족들은 그저 인상을 찡그리는 정도였지만 인간들에겐 정말 최악의 소음이었다.

몇몇은 귀를 막고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 점점 소리가 줄어들었다.

물론 그건 다행이라 말할 게 아니었다.

곧이어 찢어진 공간 안에서 재앙이 밖으로 나왔으니까.

“크아아아!”

파아아아!

“드래곤?!”

“드래곤이다! 아니, 브레스부터 피해!”

공간에서 튀어나온 드래곤은 브레스를 발사했다.

그 브레스에 놀란 바소르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건설 중이던 탑은 아니었다.

콰아아앙! 끼이익! 쿠우웅!

브레스에 직격당한 탑 하나가 쓰러졌다.

그 순간 중앙의 탑으로 모이던 기운이 흔들렸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위험한 모습이 됐다.

“레닉! 기운을 회수해라!”

“말 안 해도 알아!”

이미 레닉은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중앙 탑 위로 빠르게 올라간 레닉은 바로 회색 영혼석을 회수했다.

그러자 위태롭게 유지되던 기운이 흩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은 넘어갔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였다.

레닉은 검은 영혼석을 대법관에게 넘기고 바로 드래곤에게 갔다.

“엘루나! 막아라!”

“예!”

대법관이 크게 외치자 다른 곳에 있던 엘루나가 대답하며 달려왔다.

둘은 금빛으로 빛나는 드래곤에게 뛰어갔다.

그러는 사이 드래곤은 이미 브레스를 난발해 맨해튼의 절반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바소르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피해만 늘 뿐이었다.

드래곤은 이전에 알던 그 힘의 이상으로 강했다.

그 때문에 괜히 덤벼들었다가 바로 브레스에 가루가 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레닉은 짜증을 내며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엑시디움만의 특별한 기운, 차원 에너지 ‘나투라’가 발산됐다.

차원 에너지는 지금껏 보았던 마나나 신성력,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크르르?”

그 기운을 느낀 드래곤은 레닉에게 시선을 줬다. 그리고 엑시디움과 드래곤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사이… 점점 닫혀가는 찢어진 공간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조심스럽게 밖에 나오는 그는 바로 형우였다.

밖으로 나온 형우는 주변 상황을 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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