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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14화 (115/151)

▣ Chapter 5-14

깊은 산골, 외진 곳 중에서도 더 외진 장소.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곳의 산엔 나무가 거의 없었다.

민둥산도 이렇게 민둥일 수 없을 정도로 처량했다.

그렇다고 산이 그저 뒷동산 수준인 것도 아니었다.

해발 천은 넘을 정도로 거대한 산인데도 이랬다.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지금은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와 식물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방치된 곳이라면 수풀이 우거지고 나무가 난잡하게 자라나는 게 맞았다.

그런데도 여긴 이곳뿐만 아니라 주변까지도 깨끗했다.

그루터기 하나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런 산 중간에 거대한 동굴 하나가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무언가 인위적으로 파낸 듯한 흔적이 보였다.

다만, 그 규모가 장난 아니게 컸다.

도대체 어떤 게 이런 동굴을 팠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쿠르릉. 쿠르릉.

그런데 갑자기 그 동굴을 진원지로 주변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점점 커졌고 이내 지진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동굴에선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

짐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그 소리는 메아리치며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주변의 몬스터들이 발작을 일으켰다.

“키이익!”

“캬악! 캬악!”

몬스터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변으로 도망쳤다.

이 몬스터들은 북쪽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아래로 밀려서 얼마 전 이곳에 정착한 놈들이었다.

정착할 당시 주변이 싹 비어져 있어 쉽게 자리를 잡았지만 몬스터들은 이제 왜 이곳이 비었는지를 알게 됐다.

도망가는 상황이었지만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피해온 북쪽이 아닌 아래로 도망쳤다. 그리고 잠시 후 주변은 다시 조용해졌다.

“킥킥! 히히!”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 희한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 웃음은 주변의 분위기를 기괴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분위기를 그렇게 만드는 이는 주변 신경을 전혀 안 쓰고 계속 웃었다.

그렇게 한참 웃는 소리가 들리다가 갑자기 뚝 멈췄다.

“아… 너무 웃기네. 레닉이 보면 분명 놀렸을 텐데, 킥킥.”

그때 아무도 없던 동굴의 입구에서 테메가 나타났다.

엑시디움의 간부 테메는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인데도 얼굴에선 색기가 가득했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색기인 것 같았다.

“상황이 참 멋져.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테메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말을 걸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사람이 생겨났다.

“예, 테메 님.”

테메가 나타났던 것처럼 똑같이 나타난 그는 데브릭이었다.

데브릭은 공손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테메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아아, 좀 편하게 하라니까? 너무 딱딱한 건 테메는 싫어. 아, 딴 곳은 좋지만.”

테메의 시선이 잠시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그 시선에 데브릭의 얼굴은 빨개졌다.

데브릭은 화제를 돌리려는 듯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저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냥 저대로 두면 됩니까?”

“으흥? 이제 말도 돌릴 줄 알고… 귀엽네?”

“…”

스윽.

테메는 그 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손은 데브릭의 얼굴을 훑었고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 낮은 짐승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

“아이참. 이럴 땐 방해하면 안 되는 거 몰라? 영 매너가 없네.”

테메는 고개를 돌려 동굴 안을 째려봤다.

동굴 안은 어둠에 먹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거대한 무언가의 실루엣이 살짝살짝 보였다.

그것은 그저 실루엣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두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테메는 웃기만 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반쪽짜리가 차원을 넘어왔다가 완제품으로 변했을까?”

테메는 그 말을 하며 동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거대한 무언가가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크르르.”

낮게 우는 그것은 마치 거대한 도마뱀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금빛으로 빛나는 비늘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이걸 여기로 옮겨온 당신이 더 신기합니다.’

데브릭은 테메를 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이것을 발견했을 때 데브릭도 꽤 놀랐다.

느껴지는 힘도 자신 이상으로 강했기에 더더욱.

데브릭도 전송으로 차원을 넘어오며 혜택을 좀 얻었다.

기존의 한계에 부딪혀 있던 힘은 좀 더 강해졌고 이젠 바소르의 2인자와 함께 하급신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건 그 정도를 넘어섰다.

게다가 득인지 실인지 모르지만 이성을 잃으면서 이 거대한 도마뱀은 더 강해졌다.

“설마 드래곤을 지구에서 볼 줄이야.”

드래곤은 1차 침공에서 모두 멸종했다.

1차 침공 땐 신들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드래곤들은 달랐다.

직접 엑시디움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모든 드래곤이 사활을 걸고 나섰다.

그 결과가 안타깝게도 멸종으로 이어졌지만 여하튼 그 이후 드래곤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거의 천 년 전에 봤던 드래곤을 여기서 다시 보니 테메와 데브릭은 감회가 새로웠다.

“뭐… 덕분에 재밌는 것도 하고 기분은 좋네.”

테메는 드래곤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데 이대로 둬도 괜찮겠습니까? 아래로 안 가고 위로 올라가면…”

“다 준비해놓은 게 있지. 알아서 먹이를 찾으러 갈 거야. 처음부터 심어놓은 거니까.”

처음 드래곤을 만났을 땐 강력한 힘의 파장에 반응을 느끼고 찾아갔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전혀 그들에게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부에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반쯤 동면 상태에 든 거였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테메가 나름 여유 있게 드래곤을 이곳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곧 깨어날 시기가 다가왔다.

지금 진동은 곧 드래곤이 깨어난다는 징조였다.

이 진동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면 이제 드래곤이 깨어나 이곳에 재앙을 일으킬 것이다.

“어떻게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한번 잘 살아남아 보라고.”

테메는 뜻 모를 말을 하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강원도 철원.

철원은 과거 군 징집 시절, 강원도 군 복무지 중 가장 워스트로 뽑히던 세 장소 중 하나였다.

워낙 오지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도 문제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와 이동이 힘든 산악 지역이서 행군을 한 번 하면 죽어났다.

게다가 휴가 나온 군인들을 등쳐먹는 상권들도 문제였지만 교통편도 너무 불편해 근처 사는 이들이 아니라면 휴가 나온 첫날은 그냥 아침, 점심은 날린다 생각하고 나와야 했다.

물론 지금은 철원이든 어디든 다 똑같았다.

기반 시설이 모두 날아간 상태였기에 강원도든 서울이든 교통편 따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주둔 중인 군인들도 그냥 여기에서 산다고 생각하고 계속 있었으니까.

전방에 수십 개의 임시 소초가 지어졌는데 대부분 그곳을 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초에서 전방에 지어진 수십 개의 초소로 경계를 나갔다.

“아, 담배 한 대 피고 싶다.”

“김 상사님, 이번에 보급 오면 하나 구해보겠습니다. 보급담당관이 제 친구라 몇 개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좀만 참으십쇼.”

“오, 정말? 역시 박 중사밖에 없다니까.”

제107초소에서 근무 중인 두 군인은 잡담을 하며 떠들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상사나 중사가 아닌 병장 이하의 병사가 근무를 서야 했지만 인간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로 초동 대처를 할 수 있는 건 헌터뿐이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헌터가 초소에 나와 경계를 서고 일반 병사들은 후방에서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그 헌터들의 계급이 대부분 부사관, 위관이었다.

때문에 초소엔 부사관부터 위관급까지 다양한 계급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래도 보급이 계속 오는 게 참 신기하네. 나는 솔직히 오다말다 할 줄 알았는데.”

김 상사의 말에 박 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솔직히 여기에 처음 올 때 산에서 흙파먹고 사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먹을 것도 잘 챙기고 나름 보급도 좋아서 놀랐습니다. 다만 보급이 좋으면 뭐합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긴 그렇지.”

그 말을 하고 둘은 전방을 바라봤다.

전방엔 아직 다 치우지 못한 몬스터의 시체가 수두룩했다.

틈만 나면 계속 치우려고 노력했으나 워낙 몬스터가 많이 밀려드는 탓에 아직도 다 치우질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쌓아두게 되면 몬스터들이 더 몰려들 수 있었기에 차량이 바삐 움직이며 계속 몬스터의 시체를 치웠다.

“먹을 거 없어서 내려온 거면 이제 그만 내려올 때도 되지 않았나? 뭐 이렇게 끝도 없이 밀려와?”

“그래도 덕분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능력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까? 전 그거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웨이브 이후 헌터들 역시 강해졌고 게임에서 레벨업하듯 몬스터를 많이 죽인 이들은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가 여럿 발생했다.

쉽게 말해 성장이 가능해진 거였다.

덕분에 전방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서울 종로에 지어진 신도시에 있는 헌터들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아, 김 상사님. 그거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신도시 완공 끝나서 2차, 3차 신도시도 바로 준공 들어간답니다. 3차는 강원도에 지어진다는데 잘하면 휴가도 나가서 놀 곳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 그래? 그것참 좋은 소…”

부스럭.

“음?!”

철컥.

말을 하던 도중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둘은 바로 자세를 잡으며 목표를 향해 총을 겨눴다.

몬스터를 능력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능력으로 만든 오러 블릿도 보급이 되고 있었기에 웬만하면 힘을 아끼는 차원에서 총기로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

“…”

둘은 긴장하며 부스럭 소리가 들린 곳을 보며 집중했다.

“크륵!”

그때 오크 하나가 뛰어 나왔다.

“오크?”

“오늘은 좀 편하게 해주려나 보네요.”

기껏해야 D급이 최대인 일반 오크를 보며 둘은 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곧 그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크, 크륵!”

“크륵!”

“뭐, 뭐야?”

“헉!”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오크가 튀어나왔다.

원래 자주 몬스터가 출현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뛰어넘었다.

대충 보기에도 근처에서 백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몰려왔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로 트롤까지 보였다.

“박 중사! 바로 지원을…!”

“예!”

박 중사는 바로 지원 요청을 위해 무전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내 무전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치직! 여기는 106초소! 지원 요청 바란다! 트롤 떼가 몰려왔다! 도저히 막을 수준이 아니다!]

[치지직! 109초소 지원 바란다!]

[110초소에 와이번이 등장…]

[105초소도 지원을… 으악!]

난잡스럽게 연달아 들려오는 무전을 들으며 둘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뒤로 오우거 열 마리가 등장했다.

“크아아!”

“도, 도망쳐!”

“으아악!”

조금 무리한다면 트롤까지 모두 상대할 순 있었다.

그러나 오우거 10마리는 불가능했다.

결국, 그들은 도주를 택했다. 그리고 이 모습은 강원도 철원뿐만 아니라 전방의 경계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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