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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12화 (113/151)

▣ Chapter 5-12

투두두! 투두두!

어느 폐허가 된 도시, 헬기 3대가 도시를 가로지으며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크륵!”

“키아악!”

오크, 트롤, 놀, 리자드맨 등 수백의 몬스터는 그 헬기를 피해 위로 도망가는 중이었다.

헬기는 집요하고 쫓았고 안에 탑승하고 있던 헌터들은 능력을 사용해 계속 공격했다.

다만, 이상하게도 상대적으로 느린 리자드맨 같은 몬스터들이 전혀 뒤처지지 않고 있었다.

1차 몬스터 웨이브 이후 몬스터들 모두가 강해지긴 했으나 늪에서 생활하는 일반 리자드맨이 이런 도시 지형을 빠르게 주파하는 건 어려웠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리자드맨의 속도가 빠른 게 아니었다.

헬기가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헌터들을 선두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앞으로도 능력으로 쓰고 있었다.

치직.

[여기는 리마. 폭스트롯, 현재 목표가 C포인트로 이동 중이다.]

[수신. C포인트에선 준비가 끝났다. 리마팀는 그대로 오기 바란다.]

[수신.]

헬기에선 다른 이들과 무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전은 같이 있는 헬기들끼리 하는 무전이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느 산 근처에 갔을 때 무전의 대상이 나타났다.

“키, 키익?!”

“캬아아!”

한창 달려가던 몬스터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멈춘 이유는 간단했다.

무언가가 그들을 막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당황해서 멈춘 타이밍을 노려 공격이 시작됐다.

“라이트닝!”

“블레이징!”

“아이스!”

몬스터들의 앞에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능력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그 능력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더 밀집시키기 위해 밀어붙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찬가지로 뒤에서 오던 헬기 안에 헌터들도 같은 행동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밀집이 끝났을 무렵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어!”

쿠궁! 쿠르르릉! 콰아아!

그 말이 들리고 땅에서 짧은 진동이 있었다.

이어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무너지는 건 바로 옆에 있던 산이었다.

“키, 키아아!”

“크아아!

갑자기 일어난 산사태에 몬스터들은 놀라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도망치려는 순간 능력 하나가 더 써졌다.

“통제!”

“···!”

“···!”

속박당한 몬스터들은 그대로 움직임이지 못했다.

어떻게 움직여보려고 발악을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결국, 그대로 몬스터들 전원이 산사태에 뒤덮여 몰살당했다.

몬스터들이 모두 몰살당하자 세 대의 헬기는 아래로 내려왔다.

헬기를 착륙시키기엔 적합한 땅이 아니었지만 그 짧은 사이 헌터들이 능력으로 바닥을 평평하게 했다.

착.

헬기가 랜딩을 마치자 안에서 형우가 내려왔다.

“쉽게 한데 이것도 여간 고역이네.”

형우는 산사태로 매몰된 장소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제주도에서 일이 끝나고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자 형우 일행은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서 몬스터 소탕 작전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구출작전을 펼쳤고 놀랍게도 많은 시민을 구할 수 있었다.

1차 몬스터 웨이브 때 큰 타격을 입고 난 뒤 똑똑해진 몬스터에게 받았던 여러 피해들을 피드백 받아서 대피소를 더욱 강화했다.

그 덕분에 2차 몬스터 웨이브는 제대로 막지도 못했는데 꽤 많은 이들이 살아남았다.

형우 일행은 정부 기록에 남겨진 대피소 목록을 찾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없앴다.

형우의 경우 이런 몰이로 벌써 경상남도 지역 전체를 정리해놓고 더 위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저··· 형우 님, 인천에서 통신이 왔습니다.”

군 장교 한 명이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어색하게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사실 군인들에게 형우는 참 어려운 존재였다.

지금 상황에 맞는 직위는 없었지만 그 직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힘이 그냥 힘 정도가 아니라 혼자서 모든 걸 맘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딱히 부를 호칭도 없고 관계도 애매하니 군인들 입장에선 정말 어색했다.

“인천?”

“예, 인천에서 정용준 님의 통신이 있었습니다. 먼저 전하기를 헌터수사부 신지영 차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아, 정말요?”

형우는 그 말에 화색을 띠었다.

처음과 두 번째 만남이 영 유쾌하게 시작한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신지영에게 도움받은 일이 많았다.

선우에게도 지영에 관한 많은 말을 들었기에 속으로 고마운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영의 생환 소식을 형우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런데 통신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말을 하던 도중 다른 군인이 한 명 더 달려왔다.

“형우 님! 형우 님! 방금 전라남도 해남에서 대통령님을 찾았답니다!”

“네?!”

형우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바로 전라남도로 향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냥 일본놈들이 거슬렸을 뿐입니다.”

“하하, 성격도 화끈하시군요.”

형우는 누군가와 악수를 하며 웃고 있었다.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인상 좋게 웃으며 형우의 손을 두 손을 꽉 잡았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인 주평수였다.

의원 시절엔 ‘정치 능력도 없다. 정치 평수 하나도 못 늘린다’고 정치적 비하 발언을 상대 정당에게 많이 들었지만 당선된 이후 여대야소의 정국 상황 덕분에 원하는 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다.

그 이후 정부 정책이나 소통 방향에서 많은 국민의 지지까지 받았다.

그러나 얼마 전 그의 정치 인생은 최악으로 끝날 뻔했다.

‘방주’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대통령은 제주도로 건너가려 했으나 전라도에 내려와 있었던 그는 안타깝게도 비행기나 헬기를 탈 기회조차 없었다.

초반에 빠르게 이용했던 몇몇 의원들만 제주도로 갔고 대통령은 전라남도 해남의 대피소에서 몸을 숨겼다.

사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손쉽게 제주도를 장악했고 일본에게 넘겨주기까지 했다.

나중에 구출된 이후 이 소식을 들었던 주 대통령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만, 이후 전해진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하튼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상황과 생명까지 구해준 형우에게 주대통령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포로로 잡은 일본군들이나 일본 내각 인원들 모두 인계해드리겠습니다. 뭐… 이미 다 우리 군이 관리하고 있으니 인계 절차랄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부탁··· 말입니까?”

주 대통령은 형우의 말에 긴장했다.

지금 당장 형우의 입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면 정말 그 말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힘을 가진 건 형우였다.

형우가 내놓으라고 하면 앞서 한 인계 절차도 그냥 형식상 말한 게 될 뿐이었다.

그 때문에 주 대통령은 긴장한 채로 형우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형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밖의 말이었다.

“위성을 좀 쓸 수 있습니까?”

“네?”

감옥과 오티움을 탈출해서 지구로 돌아온 이후 제1순위 목표는 여전히 엑시디움을 찾아 없애는 거였다.

선우를 찾는 것도 포함되었었지만 선우를 찾아도 지구가 멸망하면 모든 게 도루묵이니 결국 1순위이자 최종 목표는 엑시디움.

그래서 그들을 찾아다닐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다.

처음엔 무식하게 찾아다니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오고 나서 그 생각이 변했다.

군사 위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말이다.

원래 대한민국엔 군사 위성이 없었다.

기껏해야 방송이나 통신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위성밖에 없었고 군사 위성을 쏘아 올릴 기술도 미약했다.

이후 시도에서도 군사 위성은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가 나타나고 그 문제가 말끔히 해소됐다.

한국 내부 상황이 정리된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에 관심을 가졌다.

핵을 회수한 일도 있었지만 그것 외에도 북한에 남아 있는 북한 인민이나 핵 기술 등을 구하기 위해 헌터들을 파견했다.

그 과정에서 미사일이나 위성 관련 기술을 많이 얻었는데 놀랍게도 한국이 가지고 있던 것 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니 여기엔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이 다수 포함됐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겐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었으나… 여하튼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이 한국에게 큰 도움이 됐고 덕분에 그 기술을 흡수해 두 개의 군사 위성을 쏘아 올렸다.

아무래도 몬스터에 대비하기 위해선 필수였으니까.

그리고 형우 일행은 그 군사 위성에 대해서 제주도를 정리하던 도중 듣게 됐다.

군사 위성에 대해 알게 된 순간 형우 일행은 모두 머리가 시원해지는 걸 느꼈다.

군사 위성을 이용하면 굳이 지구 전체를 둘러보는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색이 가능했다.

물론 세밀한 수색은 직접 찾아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일은 짧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도조차 못 했다.

위성을 제어할 기기에 문제가 있어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

덕분에 대통령을 찾아서 환호성을 질렀던 형우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아무리 빨리 고쳐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귀찮은 건 다 넘겼으니······.’

그래도 다행인 건 하나 있었다.

귀찮게 군 통수권을 직위도 없으면서 가지고 있던 형우는 홀가분하게 모든 걸 주 대통령에게 넘겼다.

어차피 권력엔 티끌도 관심이 없었다.

뒤에 딸린 식솔이 많으면 많을수록 형우에겐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일 뿐이니까.

“그럼 소장 직위라도 임시로 받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앞으로 계속 활동하시려면 아무래도······.”

그러자 주 대통령은 형우에게 명예직에 가까운 소장 직위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소장을 주든 대장을 주든 나라가 거의 망한 상태에선 솔직히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껄끄러운 명령 체계 때문에 형우도 조금은 곤란하던 참이었다.

여하튼 일이 그렇게 정리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비자 형우는 그 기간에 잠시 지리산으로 갔다.

“후우, 공기 좋다.”

지리산의 어느 절 근처.

와이번에서 내려와 주변 공기를 마시며 형우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도시였던 곳도 점점 식물들이 자라나면서 공기가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지리산을 이길 순 없었다.

“선우야, 소정아. 공기 좋지?”

“응, 오빠.”

“와, 공기도 좋지만 경치도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형우를 따라온 선우와 소정도 와이번에서 내려며 주변 경치가 맘에 들었는지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숨을 여러 번 들이쉬더니 주변에 있는 공터로 내려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블랙 머천트에게 받은 씨앗을 꺼냈다.

“이 정도 크기면 괜찮으려나?”

“얼마나 크길래 그래요?”

소정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봤다.

그러나 자세히 모르는 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엄청 크다고는 했는데··· 도저히 가늠이 안 되네. 일단 심어봐야지 알 거 같아.”

푸욱. 푸욱.

형우는 그 말을 하며 흙을 파냈다.

오러를 입힌 검을 삽처럼 사용하니 금세 깊게 파였고 형우는 씨앗을 넣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씨앗을 향해 신성력을 뿜어냈다.

그런데··· 계속 신성력을 주입해서 변화가 없었다.

“이러면 큰다고 했는데···? 뭐가 잘 못 된 건가?”

“오빠가 뭐 빠트리고 못 들은 거 아냐?”

“아냐, 분명히 들은 대로··· 어?”

쿠구궁! 쿠구궁!

“땅이 흔들려요!”

“앗!”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놀라 셋은 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땅에서 무언가 높이 솟아올랐다.

푸아앗! 쿠우우!

“무슨 잭과 콩나무도 아니고······.”

형우는 하늘 높이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 세계수를 보며 넋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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