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6
와이번에서 내려오는 그들을 보며 블랙 구출 2팀과 군인들은 마치 하늘에서 천군(天軍)이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 한 번에 수천의 뮤턴트 오크들을 쓸어버린 그들을 보며 경외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구출 팀이 되려면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 건 당연했다.
대부분 A등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고 총 세 번의 재앙을 겪으며 그 이상의 성장한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인 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그 궤를 달리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자존심을 넘어선 오만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다들 입을 벌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탁.
“여기 책임자가 누구십니까?”
“…….”
형우의 말에도 다들 묵묵부답이었다.
그들을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은 형우는 다시 한번 물어봤다.
“음… 저기요? 여기 책임자가 누구십니까?”
“아! 저, 접니다.”
그제야 뒤에서 있던 중대장이 반응을 하며 재빨리 달려왔다.
형우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마치 상관을 대하듯이 달려온 그는 형우가 내민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대위 한철호! 아, 어… 예. 저도 반갑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관등성명을 외친 중대장의 어색한 뒷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평소였으면 실컷 비웃었을 상황에 다들 조용했다.
그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집중할 뿐이었다.
“혹시 지금 상황에 대해서 좀 알 수 있겠습니까?”
“네? 아, 예. 물론입니다.”
처음 말을 이해 못 해 반문했던 중대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형우 일행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당연히 지금 지구의 사정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왔던 용준과 민규마저도 지금 상황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데브릭과 엑시디움이 넘어갔던 걸 봤었기에 대충 파악이 되긴 했다.
물론 그대로 직접 겪은 당사자에게 듣는 거랑은 달랐다.
“저는 XX사단 XX연대 해안경비 1대대 소속 중대장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중대장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짧게 이야기했다.
당연히 이들이 얼마 전 있었던 대참사를 겪었다고 생각한 전제하에 말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이곳 근처에서 주둔하고 있던 그들은 얼마 전 처음 겪는 몬스터 웨이브에 큰 곤욕을 치렀다.
해안 GOP기에 중대 본부와 소초로 따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었는데 중대장은 소초가 있는 영흥도에 들어간 상태였다.
뒤늦게 선재도를 나와 대부도에 있는 중대 본부로 가려던 중 블랙 구출 2팀과 만났다.
이후 뮤턴트 오크를 만나면서 이곳 측도에 갇히게 됐다.
“그리고 이쪽이 블랙 길드 구출 2팀 팀장이신 박민주 헌터입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말을 걸 타이밍만 보고 있던 민주는 눈짓으로 중대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곤 형우에게 인사했다.
한 번에 오크 수천을 쓸어버린 능력은 정말 경외심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 능력을 본 이상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데려온 와이번들.
하늘은 난다는 건 기본적으로 땅을 다니는 것보다 어드벤티지가 많았다.
그러니 하늘을 나는 와이번은 같은 A급이라도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주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완벽히 길들인 와이번이라면 더더욱.
엄청난 능력에 와이번 10여 기를 보유한 팀, 그들을 보고 이미 민주의 눈은 돌아간 상태였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다만, 대화는 조금 있다가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저기 또 오고 있거든요.”
형우는 의아해하는 민주에게 옆을 보라고 말했다.
그걸 본 순간 민주는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크르륵!”
“크륵!”
앞에서 죽은 동족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한 번에 병력을 모은 뮤턴트 오크들 수천이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한 번에 쓸어버릴 테니까 적당히 견제를 좀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중대장과 민주는 형우가 자신의 상관이 아님에도 명령을 받은 듯 따랐다.
“크어억!”
족장으로 보이는 거대한 오크 하나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진격이 시작됐다.
“크륵!”
“크륵!”
뮤턴트 오크들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달려왔다.
마치 광폭화에 걸린 것 같았다.
그 상태여서 그런지 형우의 능력으로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쳐 다리 중간이 다시 끊어진 상태임에도 놈들은 개의치 않았다.
“사격 개시!”
타다다다!
중대장은 넘어오는 놈들을 향해 사격을 명했다.
“큭!”
“커억!”
오러로 만든 총알이 K-2 소총에서 뿜어져 나오자 선두의 오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크들은 잘 됐다는 듯 시체로 부서진 다리를 메꾸고 측도로 넘어왔다.
그 모습에 헌터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미친놈들.”
“나름 오크 상위종이면서 동족이라 개념이 없는 건가?”
“잘하면 동족 시체도 먹겠는데?”
“시체도 먹을 걸요? 그런 건 오크랑 특성이 똑같아요.”
헌터들의 말에 끼어든 소정은 그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헌터들은 기겁했다.
“으힉?!”
“하하…….”
어색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무시한 소정은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전장을 바라봤다.
‘무슨 여자애가 이래?’
‘얜 징그럽지도 않나. 뭘 이렇게 자세하게 쳐다보는 거야?’
그러나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온 소정에게 이런 장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건 소정을 포함해서 감옥에 다녀온 이들 전원에게도 해당했다.
감옥에서 살다 보면 이 정도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과정을 모르는 그들에겐 소정은 별종일 뿐이었다.
“이제 됐습니다.”
“사격 중지!”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모였다고 생각했을 때 형우는 됐다며 다른 이들을 물렸다. 그리고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제어.”
촤아아아!
능력을 사용하자 다시 한번 거대한 파도가 생겨났다.
거대한 파도는 곧이어 뮤턴트 오크들을 덮쳤고 지저분한 먼지를 털어내듯 다리와 선재도가 깔끔하게 치워졌다.
형우는 그 광경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정말 쓸만한 거 같은데…?”
형우는 ‘제어’의 능력으로 다시 한번 뮤턴트 오크들을 쓸어버리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그저 염력의 상위 능력 정도로 이해했다.
소정이의 지배와 다르게 모든 사물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까 제어도 제어지만 그것 말고 특별한 용도를 찾았다.
‘이거 말고 다른 것도 된다 이거지…….’
형우는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근시일 내로 꽤 괜찮은 광경을 연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거 이제 보니 나만 너무 허접한 능력 아니야?”
“형, 내 앞에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미, 미안하다.”
민규는 서슬 퍼런 용준의 눈빛을 보곤 어색하게 웃었다.
안타깝게도 8명 중 가장 안 좋은 능력을 차지한 게 용준이었으니까.
“용준아, 네 능력이 안 좋은 게 아니라니까. 남자는 큰 게 최고라고 형이 말했지?”
“아, 형!”
형우의 놀림에 용준은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풋!”
그 모습이 웃겼는지 형우 일행은 용준을 보며 크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군인들과 헌터들은 주둔지를 정리했다.
형우 일행 덕분에 더 이상 측도에 머물 이유가 없었으니 철수하는 게 당연했다.
다만,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여기로 들어와서 싸우는 동안 물자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대부분 소모가 끝나 마땅히 챙길 게 없었다.
그나마 챙길 거라고 해봤자 사망자들의 군번줄 한쪽과 총기였다.
그러나 사망자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모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사망자를 묻어주고 유품을 챙기니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다 챙기셨습니까?”
“예, 그런데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제 대대 톡방에 마지막 남겨진 내용엔 이곳 말고 전국 전체가 다 폐허로 변했다고 합니다. 어딜 가든 아마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후우…….”
중대장의 말에 형우는 한숨을 쉬었다.
최종 목적은 엑시디움을 막는 거였지만 그 전에 동생을 먼저 찾아야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도저히 동생을 찾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움직이기엔 제약이 너무 컸다.
상황 파악이 끝났으니 이들은 그저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고 형우 일행만 선우를 찾으러 다니는 게 맞았다.
“저 혹시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민주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도움이요?”
“예, 사실 저희 팀이 여기까지 들어온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는…….”
민주는 형우에게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알려줬다.
긴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짧게 끝났다.
“…그래서 갇히게 됐는데 저희가 상당히 지친 상황이라 이동이 여의치 않아요. 또 영흥도에 도착해서 몬스터라도 조우하면 답이 없어서…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민주의 말에 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의 일행은 상당히 지친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선 구출 2팀이 아니라 구조 대기 2팀이나 다름없었다.
“도와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일행과 대화를 나눠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예, 편히 대화 나누세요.”
형우는 바로 일행에게 가서 말을 전했다.
그러나 대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섬이었다.
잠깐 이동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형우의 말에 민주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말이 끝나고 바로 모두 이동했다.
전체 인원이 150명이 넘었기에 와이번에 태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 중 오러 블릿을 만들었던 이일준 헌터는 조용히 다가와 제일 인상이 순해 보이는 성민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나오신 분들입니까?”
“이스케이프.”
“예?”
“저희 길드 이름이 이스케이프입니다.”
성민은 별생각 없이 대답한 말이었으나 이것을 시작으로 감옥에서 명성을 날리던 이스케이프 길드가 지구 전체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
그 말을 시작으로 일준은 성민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그들은 다음 선재도에서 영흥도로 이어지는 영흥대교를 볼 수 있었다.
“진짜 오랜만에 갯벌이네.”
형우는 오랜만에 보는 갯벌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갯벌도 사실 평소엔 별거 아닌 것 중 하나였지만 감옥과 오티움에 있을 때 전혀 볼 수 없던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감회가 참 새로웠다.
“어? 반대편에 누가 있습니다!”
“뭐? 어디?”
그때 병사 하나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소리쳤다.
형우도 그 말에 영흥도를 바라봤다.
영흥도 너머엔 군인과 헌터로 이뤄진 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형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혹시나 몬스터가 넘어오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아, 저희 애들도 같이 있는 거 같습니다. 영흥도에 있는 소초에도 병력을 좀 남겨뒀었는데 애들이 헌터들이랑 만났나 봅니다.”
“그렇군요.”
형우는 일이 쉽게 끝날 것 같아지자 표정이 편해졌다.
‘바로 떠나야겠다. 어…?’
속편이 바로 떠나려던 형우는 누군가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R급에 오른 육체는 시력마저도 높았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구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형우의 눈이 커졌다.
“선우? 선우야!”
형우는 선우를 보고 소리쳤다.
병원에서 삐쩍 말랐던 때와 다르게 살도 붙고 시간도 지나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형우는 선우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형우는 바로 선우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둘의 제외는 바로 이뤄질 수 없었다.
촤아아아!
“물이?!”
“피해!”
촤악! 촤아아!
갑자기 물이 들이닥치자 다들 기겁하며 뒤로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물이 차오르자 아까 메말랐던 땅이 생각 안 날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그때 무너진 다리 옆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푸아아앗!
“키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