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04화 (105/151)

▣ Chapter 5-4

경기도 안산시 오이도.

오이도는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도시와 바다가 공존했다.

사실 공존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해안가엔 갯벌이 넘쳤고 내륙엔 공장이 넘쳤다.

공존이라기엔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한때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환경오염지역이기도 했다.

그런데 청정지역인 갯벌이 같이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였다.

그러나 이젠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매일매일 매연을 쏟아내던 공장은 가동을 멈춘 지 오래였다.

갯벌엔 여전히 생명체가 넘쳤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었다.

물론 가끔 수중에 있는 몬스터가 올라오면서 깽판을 치기도 했지만 정말 가끔이었고 그 외엔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전 끝났다.

갑자기 빛의 기둥이 내려와 몬스터들을 쏟아내면서 이곳의 평화는 깨졌다. 그리고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

지금은 반쯤 무너진 오이도의 명물 빨강 등대에 마치 지진이라도 나려는 듯 진동이 시작됐다.

그 진동은 점점 크기가 커졌고 주변에 있는 몬스터가 그걸 느끼고 반응했다.

“크르륵?”

“크아?”

그러나 몬스터들은 도망가기보다 흥미를 느끼고 진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혹시나 새로운 먹잇감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겁도 없는 행동이긴 했으나 그 몬스터들은 그 정도 객기를 부릴 만한 수준의 몬스터들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몬스터들이 모여드는 사이 진동은 점점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지진이라도 나려는 듯했다.

그러나 그게 절정에 달한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우웅! 스아아악!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모습이었다.

나타났다기보단 찢어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장면인 듯했다.

촤아악! 끼기긱! 끼이익!

그와 동시에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찢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

“카아악!”

“크아아!”

그 소리에 몬스터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소리도 잠시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마치 공간이 찢어진 듯한 그곳에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서 나와! 조금 있으면 닫혀!”

“썩을 관리자들! 막판까지 사람 힘들게 만드네!”

그들은 다급하게 공간을 넘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형우 일행이었다.

형우 일행은 감옥의 문을 넘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지구와 이어지는 통로를 재가동시켰다.

그러나 거기서 문제가 있었다.

최근까지도 가동되었던 통로는 폐쇄된 상태였다.

결국, 인사니오가 힘을 써 억지로 통로를 열었다.

사실 이것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억지로라도 열 수 없는 상태였다면 아예 이곳으로 넘어올 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힘겹게 강제로 열린 통로로 형우 일행이 넘어왔다.

그러나 지구로 겨우 돌아온 그들을 반기는 건 몬스터들이었다.

“카아악!”

형우 일행이 넘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덤빈 건 와이번이었다.

먹이가 나타난 것을 보고 바로 날아온 와이번은 형우 일행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좋네. 마침 자가용이 필요했는데.”

허공에서 무방비 상태인 그들에게 달려드는 와이번을 보고도 형우는 웃었다. 그리고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매스 블링크.”

팟!

“카악?!”

와이번은 갑자기 형우 일행이 사라지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진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게 됐다.

턱!

“캬아악!”

와이번은 갑자기 자신의 등 뒤에 무언가 올라타자 놀라며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등 뒤에 탄 무언가를 떨구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이내 들려온 맑은 목소리에 와이번은 조용해졌다.

“지배.”

“카악?! 카아…….”

와이번은 갑자기 순한 양으로 변했다.

아까의 흉포한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먹잇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던 다른 몬스터마저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 형우 일행은 몬스터들도 본체만체하곤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소정아, 이번엔 이름 안 정해줘?”

“얜 안 귀여워서 싫어요.”

“…드레이크는 귀여웠던 거야?”

봄이는 소정이를 바라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정은 새로 얻은 와이번을 통제하기 바빴다.

방금 사용한 지배는 소정이 검은 영혼석으로 새로 배운 R급 능력이었다.

R급 지배는 테이밍의 상위 능력이었지만 그 궤를 달리했다.

상위 능력이라기엔 성질이 다르기도 했고.

“자자, 잡담은 나중에. 일단 저거부터 정리하자.”

형우는 그 말을 하곤 회색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형우의 오러는 이전보다 더 작아진 것 같았다.

검의 두세 배쯤 더 뿜어져 나왔던 오러는 그 반의반으로 줄었다.

형우는 그 오러를 그대로 몬스터를 향해 날렸다.

“하아압!”

슈우욱!

“크아?!”

“카아악!”

오러가 날아오자 수백 마리의 몬스터는 가소롭다는 듯이 괴성을 질렀다.

지금 밑에 모인 몬스터들의 등급은 B급부터 A급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S급으로 분류된 몬스터도 수십 마리가 있었다.

따로 있을 때라면 몰라도 이렇게 많은 수가 모여있으면 규격 외로 분류된 S급 이상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팀도 전멸을 각오하고 싸워야 했다.

그러나 오러의 위력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

“…!”

순간 작은 수소폭탄이 터진 것처럼 큰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에 휘말린 몬스터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 일행은 감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야, 역시 R급이 대단하긴 하구나.”

성민은 형우가 보여준 위력을 보며 말했다.

“부러워할 거 없다. 이제 너희도 다 있는 힘이니까.”

“쩝… 얼마 전까지 소시민이었던지라 직접 해봐야지 알 것 같습니다.”

성민은 차민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오빠?”

몬스터가 단 한 번에 정리되자 소정은 와이번을 완벽히 제압하곤 목적지를 물었다.

그러나 형우도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뭐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혹시 알고 있는 장소라도 있으십니까?”

“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군요. 저희가 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민규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전엔 그래도 서울을 빼곤 다들 어느 정도 도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송으로 인해 안전하던 도시까지도 모두 폐허로 변한 듯했다.

허공에서 보고 있었기에 주변의 상태를 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오이도는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오이도 너머의 송도 신도시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광경이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모두에 펼쳐져 있을 장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송으로 넘어간 수가 무려 100만에 가까웠다.

겨우 100만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여기엔 천족과 마족이 껴있었다.

아무리 물량빨이라도 S급 미만이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런 물량에 R급까지 섞여 있다면… 도저히 답이 없었다.

상황이 대충 파악되자 민규도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

“쩝… 그래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다들 그 광경을 보며 참담한 얼굴이 됐다.

그때 봄이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음? 저기 몬스터가 모여있어요!”

“뭐지, 저건?”

봄이가 가리킨 곳엔 몬스터가 꾸역꾸역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이쪽에서 이 소란이 났는데도 신경도 안 쓰고 계속 움직였다.

“저기에 뭐가 있다고 저렇게 꾸역꾸역 들어가는 거야?”

“뭐가 있는 건가?”

몬스터들이 향하는 곳은 시화 방조제로 이어진 대부도였다.

시화 방조제는 대부도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도 하지만 원래는 시화호를 건설하며 생겨났다.

시화 방조제엔 조력 발전소와 작은 부두, 중간에 휴게소까지 있었는데 예전에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다.

갯벌 체험을 하기도 좋고 낚시하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이들은 가족보다 불륜 커플이 더 많이 찾는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대부도나 선재도 영흥도에 아는 사람만 아는 명칭이 ‘불륜의 섬’이었다.

서울, 수도권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면서도 남의 눈을 속이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물론 정말 불륜 커플이 많은지는 모를 일이고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젠 불륜 커플은커녕 솔로라도 찾아올 사람이 없었으니까.

“일단 저쪽으로 이동해보죠. 어차피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니.”

“그래, 뭐 지금은 저거 말고 방법이 없지.”

성민의 말에 동의한 형우는 소정에게 와이번을 움직이라 말했다.

“카아악!”

와이번은 괴성을 내며 대부도 방향으로 날아갔다.

스으윽.

그와 중에 찢어지듯이 열렸던 공간은 상처가 회복되듯이 사라졌다.

“징그럽게도 많네. 저게 다 몬스터라니…….”

“여긴 무슨 몬스터 섬이야? 왜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거야?”

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몬스터의 숫자가 더더욱 많아졌다. 그리고 시화 방조제 중간에 있는 만남의 광장, 휴게소 너머를 지났을 때 특이한 걸 볼 수 있었다.

“뭐가 터진 것 같네.”

방조제 중간에 폭탄이라도 맞은 듯 다리가 크게 끊어져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게 어디서 흘러온 건지 모를 유조선 하나 그 길목에 넘어져 다리 역할을 해줬다.

그 덕분에 몬스터들은 유조선을 밟고 대부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 오크 종류인데? 뭔가 명령을 받는 건가?”

섬으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는 몬스터의 종류는 오크였다.

다만, 일반적인 오크는 아니었다.

돌연변이 오크라 불리는 뮤턴트 오크였다.

일반 오크가 겨우 E~D급이라면 이놈들은 태생부터가 달랐다.

제일 약한 놈도 B급 이상인 놈들이었다.

전사들은 대부분이 A급이었고 족장이나 주술사는 S급 이상인 괴물들.

그래도 단점은 있었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오크들과 다르게 뮤턴트 오크들은 번식력이 떨어졌다.

기껏해야 오크의 십 분의 일.

그 정도면 거의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성장 속도는 비교할 수 없게 빨랐지만.

여하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지금 섬 안으로 들어가는 뮤턴트 오크의 수는 경이로웠다.

대충 어림잡아도 3,000~4,000마리는 넘어 보이는 뮤턴트 오크들이 줄 지어서 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섬 안에는 오크들이 더 많았다.

“처리할까?”

형우는 뮤턴트 오크들을 바라보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일단 두고 보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쪽은 신경도 안 쓰는 거 같은데…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요.”

“하긴… 그래. 어디로 가는 건지 한번 따라가 보자.”

펄럭! 펄럭!

형우가 다른 일행들의 말을 동의하자 와이번은 더욱 세차게 날갯짓을 하며 대부도를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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