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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02화 (103/151)

▣ Chapter 5-2

선우는 4팀이었다.

힐러기에 1팀이나 2팀에도 자유롭게 배치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백업 4팀에 속해서 활동했다.

그 말은 선우도 파견에 포함됐다는 말이었다.

“파견?”

“어디로 가는 거지?”

“자, 바로 준비해주세요. 나머진 여기 같이 가는 2팀 부팀장에게 설명해주겠습니다.”

그 말에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선우는 바로 차량에 탑승해 수원에서 어디론가 움직였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선우는 동료 힐러에게 목적지를 물어봤다.

동료 힐러는 선우가 바삐 탑승하는 사이 2팀 부팀장에게 목적지를 듣고 왔기 때문이었다.

“아아, 영흥도로 가요.”

“영흥도요?”

“영흥도에 화력 발전소가 있는데 거기에 정부에서 뭐 사용하는데 필요한 기계가 있나 봐요.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거 구하러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4팀으로 가죠.”

“아…….”

선우는 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말이에요. 선우 씨는…….”

동료 힐러는 그 말을 시작으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선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아줬다.

그러는 사이 영흥도로 가기 위해 시화 방조제를 타고 차량이 섬 안으로 들어갔다.

영흥도로 가기 위해선 대부도와 선재도를 거쳐야 했는데 다행히 섬 사이의 다리가 모두 무사한 덕분에 안으로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몬스터도 다 정리된 지역이었고.

“하늘 참 구리네. 응?”

먹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던 한 헌터가 하늘에게 뭔가 반짝이는 걸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빛이 점점 더 커졌다.

“저, 저게 뭐야?”

이제 막 시화 방조제 중간을 지나고 있던 그들에게 하늘에서 빛이 쏟아졌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그게 점점 커지니 그제야 위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정확히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바, 밟아!”

트럭에 뒤에 타고 있던 한 헌터가 운전사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뭐?”

“밖에서 봐! 밟으라고!”

“응? 밖에 뭐가 있다고… 헉?!”

부아아앙!

운전사는 위에서 내려오는 빛무리를 보곤 액셀을 풀로 밟았다. 그리고 앞에서 달리고 있던 다른 한 대의 트럭을 앞질렀다.

앞지르며 하늘을 가리키자 그들도 상황을 바로 파악하곤 전속력으로 달렸다.

“온다! 온다! 온다!”

“더 빨리 밟아!”

“이게 최대야! 나보고 어떡하라고!”

헌터들은 운전사를 재촉했지만, 더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없었다.

이대로 차를 버리고 달려도 헌터들이 시속 160km/a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었기에 제발 트럭이 좀 더 힘내주길 바랐다.

그 간절함이 닿았는지 다행히 빛무리가 떨어질 예상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우… 살았다.”

“저건 도대체 뭐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현상이었다.

던전 게이트가 생길 때도 저렇게 어마어마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파아앗! 콰아아앙!

“으아아!”

“차 밖으로 나와서 뛰어가! 어서 섬 안으로 가!”

빛무리가 시화 방조제에 떨어지자 땅이 흔들렸다.

최소한 강도 7 이상의 지진을 겪는 듯 격렬하게 떨리자 더는 트럭을 타고 갈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트럭을 버리고 방조제의 끝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이미 방조제의 끝이었기에 섬 안으로 들어가는 건 오래 안 걸렸다.

“선착장 방향으로 가지 마! 더 섬 안쪽으로 들어가! 곧 파도가 덮칠 거야!”

그들을 이끄는 2팀의 부팀장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빛의 기둥은 겨우 방조제만 덮친 게 아니었다.

최소한 작은 섬만큼의 면적이 덮쳐와 주변에 있는 바다를 요동치게 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섬에 닥칠 게 예정이었다.

“썅!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그냥 꿀 빠는 일이라고 해서 신나게 왔는데…….”

정말 날벼락이라면 날벼락이었다.

헌터들은 저마다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달렸다.

그사이 거대한 파도가 섬을 덮쳤다.

촤아아! 스아아아!

마치 홍수에 모든 게 쓸려나가듯 그나마 형상을 유지하던 건물들도 모두 쓸려나갔다.

저 빛의 기둥이 얼마나 큰 파장이 미쳤는지 단편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후우…….”

“살았다.”

“으아, 이번 달 액땜은 다 했다!”

그사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2팀과 4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난장판이 된 방조제를 바라봤다.

아직도 간간이 흔들리고는 있었으나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위기를 벗어나자 빛무리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봤다.

그런데 빛의 기둥은 처음 내려올 때만 충격을 주고 지금은 그저 빛만 내고 있었다.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그저 빛나고만 있자 다들 호기심이 생겼다.

“저게 뭘까?”

“그러게. 처음 보는 건데. 혹시 새로운 던전 게이트의 형태가 아닐까?”

“새로운 게이트? 그럼 바로 보고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보고할 필요 없을 거야.”

팀원들의 대화에 끼어든 부팀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부팀장님?”

“저길 봐.”

“헉!”

“하나가 아니었어?!”

2팀 부팀장이 가리킨 곳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무리가 보였다.

그런데 그게 하나가 아니었다.

멀리서도 선명히 보일 정도의 빛이 10개 이상 내려왔다. 그리고 그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똑같이 일어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빛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무언가였다.

“모, 몬스터다!”

“미친! 몬스터가 뭐 저렇게 많이?!”

“카아악!”

“크르륵!”

빛의 기둥 안에서 수많은 몬스터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헌터들은 기겁했다.

“썩을! 다들 움직여! 원래 목적했던 곳으로 이동한다!”

2팀 부팀장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섬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배나 다른 방조제로 향하는 길뿐이었지만 수중 몬스터가 있기에 배는 자살 행위였고 다른 방조제 역시 근처에 빛의 기둥이 생겨났기에 활로가 아니었다.

결국, 섬 안으로 들어가 다리를 부수고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오빠…….’

선우는 잠시 형우를 떠올리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도시 레시스토.

과거 포스튠 제국의 수도였고 이후 바소르의 거점을 거쳐 지금은 아르카의 본부로 바뀌었다.

병력이 진격하는 사이 리튼에서 이곳으로 근거지를 옮겨왔다.

그래서 새롭게 레시스토에 자리 잡은 아르카는 이곳의 혜택을 받으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마법 물품 덕분에 편의시설이 워낙 좋아 리튼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다들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

바소르를 공격하기 위해 보냈던 병력 전원이 전멸했다.

정확히 전멸이 아니긴 했으나 전멸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소르의 병력과 함께 전송됐으니까.

덕분에 남겨진 이들은 실의에 빠졌다.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이 모두 다른 세계로 전송됐다.

게다가 그 인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오티움에 있는 인원이 대부분이 사라졌다.

양측 합쳐서 약 100만의 인구가 사라졌고 남은 인원은 만 명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 전투라고 대부분이 빠져나온 탓에 나이 든 이들이나 연구를 위해 남아있던 이들, 어린아이들 그렇게만 살아남았다.

겨우 만 명.

그래도 만 명이면 언젠가 오티움을 재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 곧 멸망이 얼마 안 남은 오티움에서 그건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악랄한 엑시디움은 오티움의 마지막 남은 힘까지도 끌어다 썼다.

덕분에 오티움은 이제 곧 소멸할 터였다.

게다가 변수를 없애고 싶었는지 전송에 사용된 힘의 일부를 사용해 지구로 통하는 모든 차원의 길을 막아놨다.

그건 인사니오의 힘으로도 뚫을 수 없었다.

인사니오가 그동안 힘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그들도 똑같이 노력했고 그로 인해 생긴 결과였다.

물론 힘이 좀만 더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자신을 신앙으로 모시던 신도가 크게 준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 조각이 있더라도.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마지막 조각이 시오였지.’

광장 가운데 앉아있던 형우는 시오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여겼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시오의 정체는 인사니오의 조각이었다.

엑시디움들이 바소르와 함께 ‘전송’으로 사라지자 그들을 쫓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마지막 조각을 흡수하는 거였다.

사실 처음부터 재능 100개를 모으는 건 인사니오의 조각 6개가 모두 모이는 조건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했다.

인사니오가 힘을 찾아야 차원을 넘나들게 해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인사니오도 엑시디움의 행동을 예상 못 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됐다.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하다.]

인사니오의 한숨이 가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을 때 대비를 해야 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마지막까지 모든 긁어먹고 뒤통수까지 칠 줄은 몰랐다.

아니, 아마도 이걸 예상하고 인사니오는 모든 걸 준비했을 터였다.

“아닙니다, 인사니오 님. 다들 저런 식으로 전송 장치를 쓸 줄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가 괜찮다 하더라도 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그대와 오티움의 모든 이들에게 사죄할 것이다.]

“…….”

얼마 안 되는 시간이라는 말이 형우의 마음을 울렸다.

형우는 마지막 순간 선택을 해야 했다.

매스 블링크로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살린 건 주변에 있는 일행들뿐이었다.

소정, 성민, 도영, 민희, 봄이, 뀨우.

이 여섯을 살린 게 다였다.

크루바를 포함한 나머지 모두는 ‘전송’으로 지구에 갔다.

그러나 그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구에 간 순간 이성을 잃고 본능에만 충실한 짐승이 될 테니까.

‘드래곤의 신물이 있으니 크루바는 무사할 수 있으려나…….’

사실 크루바도 살리려 했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게 크루바였고 정원이 하나 남아 있었으니까.

그런데 크루바가 거절했다.

자기는 괜찮을 거라면서 끝까지 전송 장치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형우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괜찮았다면 오히려 인사니오의 조각을 가진 형우가 더 안전했을 테니까.

“하아…….”

형우는 자신이 살리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감옥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겠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감옥의 문을 여는 것.

엑시디움과 계약했던 죄수들이 하나라도 살아 있었다면 문을 여는 데 써먹을 수 있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본부에 잡힌 죄수들 모두 마물로 변했기에 사로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감옥들은 이미 모든 인원이 탈탈 털렸다.

엑시디움과 계약한 죄수들이 나올 때 모두 죽이고 나왔는지 이종족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정말 멘붕에 빠졌다.

그저 인사니오가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물론 정작 인사니오마저도 방법이 있어서 찾아보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발악일 뿐.

“어떻게 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내가 도와줄 수 있겠다.”

“응?”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누가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형우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다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

그게 더 중요했다.

“차민?!”

놀랍게도 형우의 앞에 나타난 이는 감옥의 문지기로 불렸던 차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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