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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97화 (98/151)

▣ Chapter 4-22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펠리아를 포기한 바소르를 아래로 쭉쭉 밀렸다.

최대한 격전지라 여긴 만큼 많은 물자가 모여 있었고 제대로 챙겨서 도망치지 못한 물자는 모두 아르카가 노획했다.

아르카는 노획한 물자는 그대로 이용해 보급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진격하는 데 썼다.

덕분에 아르카는 순식간에 동부를 획득했다.

동부를 모두 처리하며 이제 마지막 남부만 남았다.

다만, 남부를 가기 전에 동부를 어느 정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동부 관문을 점령하며 퇴각했던 바소르의 병력이 동부 전역에 퍼졌다.

주요 거점들을 처리하긴 했으나 그건 주요 거점일 뿐이고 병사들이 남아서 아직도 저항 중이었기에 그들을 처리하고 가야 했다.

거기서 조금 문제가 생겼다.

펠리아의 전투에서 이긴 건 맞으나 병력 전체에 큰 피해를 준 건 아니었다.

주력에 큰 피해를 준 건 맞으나 펠리아에 모였던 병력 전체에선 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지에 퍼져 저항하는 적 병력의 수가 꽤 많았다.

주력을 전멸시킨 탓에 적들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그 때문에 시간이 지연됐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도주했던 적 반 이상이 남부에 합류했다.

사실 동부에 모였던 병력보다 남부에 있는 병력이 더 많았기에 사실상 남부에서 대회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적도 이제 모든 총력을 다할 테니까 이번처럼 적의 주력이 무너진다고 쉽게 무너지는 그런 일을 없을 터였다.

데브릭이 쓰러진다면 모르지만, 분명 경솔하게 나서진 않을 것이다.

각설하고 그렇게 아르카의 대군은 동부 지역을 정리하곤 다시 남부의 경계에 집결 중이었다.

형우 일행도 따로 편성된 부대를 이끌었다.

민희는 당당 메인 전력으로 인정받아 홀로 다른 부대의 장이 됐고 나머지는 형우와 같이 움직였다.

그렇게 동부 베스티 지역을 평정하고 남부 경계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동하던 중 봄이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목장’들이 하나도 안 보일까요?”

북부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가축으로 취급하는 목장이 수십 곳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하나도 안 보였다.

굳이 치울 이유가 없었다.

가축의 용도는 ‘전송’ 말고도 ‘고기 방패’의 용도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항전을 하는 바소르의 병사 중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모두 어디론가 이동됐다는 말이었다.

“그러게요……. 어떻게 하나도 안 보일 수가 있을까요. 아예 동부 관문에선 이기려고 이인자까지 보냈었잖습니까. 그런데 후방을 그사이 다 치워 놓는다? 확실히 이상하긴 한데…….”

“그리고 감옥의 죄수들도 안 보여요. 동부 관문 때부터 말이에요.”

성민의 호응에 봄이는 말을 더 이었다.

물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전송한다고 다 데려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서부부터 북부, 동부까지 다 뺏기면서 수가 부족해지니까 다 끌어가서 쓰려고 그런 걸지도 모르고요.”

“으흠… 일리는 있는데 그래도 영 석연치 않네.”

형우는 도영의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긴 했으나 그래도… 영 석연찮았다.

적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질 거란 예상을 미리 했다면 노르덴에서부터 이미 준비를 해야 했다.

굳이 능력자들의 싸움에서 겨우 화살 한 번 막아줄 고기 방패 정도로 쓸 게 아니라 전송을 준비하는 게 옳았다.

이건 아무리 바보라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자신들의 실력을 자만해서 그동안은 그냥 무조건 이기리라 생각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정찰이라도 해야 하나?”

“정찰하기도 힘들 걸? 남부 쪽은 지금 마기로 가득 찼대. 일반 병사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S급 이상도 들어갔다가 함정에 걸리면 괜한 주력만 잃는 거잖아.”

“그렇지.”

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대규모 전면전이 예상되는 마당에 굳이 주전력을 낭비할 순 없었다.

결국, 그들은 그것에 대해 추론을 포기하고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며칠 뒤 동부를 모두 평정한 아르카는 그대로 남부까지 움직였다.

이제 남은 곳은 하나.

남부 입구에 있는 바소르의 본부이자 과거 엘핀 왕국의 수도.

그곳을 밀고 마왕 데브릭만 죽이면 오티움에서 일은 끝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엑시디움은 오티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바소르도 붕괴할 터.

그렇기에 아르카는 곧장 바소르의 본부로 진격했다.

오티움 남부.

오티움의 남부는 흔히 축복받은 땅으로 불렸다.

제일 많은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었고 자연경관도 수려했다. 그리고 곡창지대가 많다는 건 그만큼 평야지대가 많다는 말이었다.

평야지대가 많으면 당연히 교통 면에서 편하다.

게다가 바로 아래에 바다를 두고 있어 해산물로 충족하게 얻을 수 있었다.

동부는 거의 한정적이었고 북부는 바다가 추워 해산물을 구하기 적합하지 않았다.

그나마 서부는 좀 나긴 했는데 여긴 운송이 불편해 기껏해야 돈 있는 귀족들이나 내륙 안에 있는 도시에서도 먹는 정도였다.

그러나 남부는 일반 서민도 내륙에서 물고기를 먹는 게 어렵지 않았다.

동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면 몰라도.

그리고 드래곤 밸리만큼 광물이 다양하고 많이 나오는 산맥이 있어 여러 면에서 자원이 풍족했다.

그러나 그건 이제 옛말일 뿐이었다.

곡창지대는 짙게 깔린 마기 때문에 땅이 오염되어 더는 파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그 마기는 바다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기에 영향을 받아 해양 몬스터들이 더 포악해졌고 배를 운항하고 싶어도 열에 아홉 이상이 한 번의 출항에 난파를 당하니 도저히 출항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 덕분에 남부는 더 이상 축복받은 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마기는 바소르의 본부에서 흘러나왔다.

스으으으. 스으으으.

바소르 본부에 있는 거대한 검은 탑.

그곳에선 엄청난 양의 마기가 흘러나왔다.

이 마기는 탑 안에 설치된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거였고 게이트로 연결된 곳은 마계였다.

마계에서 직접 배달되는 순도 높은 마기는 주변을 마계와 같은 환경으로 만들었다.

본래 마족이나 천족들은 오티움에 소환되면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질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비유하자면 지구와 화성의 차이였다.

상당히 생뚱맞은 비유일지 모르지만, 그나마 이게 최선의 비유일 듯싶다.

지구에서 100의 중력을 받고 있다고 치고 화성에서 30의 중력을 받는다고 치자.

그럼 지구에서 살던 사람이 화성에서 와서 완벽히 똑같은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마족들에게 마계에 있는 마기는 100의 중력이고 인간계의 마나는 30의 중력과 같았다.

심한 경우 지구와 달의 중력 차이 정도도 있었다.

그런데 오티움에 마계와 같은 마기가 깔려있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본래의 힘을 그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거였다.

심지어 더 강하고 순수한 마기가 흘러나온다면 오히려 마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계 이상의 환경을 만들어준 마기가 쌓이진 않았다.

그 이상으로 모인 마기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데브릭, 준비는 잘 돼 가?”

“예, 거의 끝나가는 상황입니다. 테메 님이 원하시는 대로 시기를 맞춰서 완료될 것 같습니다.”

“그래?”

검은 탑의 정상, 흑발의 아름다운 여성 테메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데브릭을 향해 짙은 미소를 지었다.

“…….”

데브릭은 그 미소를 보며 몽롱해졌다.

테메의 미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보는 순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래서 더 무서웠다.

저것에 빠지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질 것 같았으니까.

데브릭은 얼른 정신을 차리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후우…….’

시선을 돌리자 몽롱해졌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하군. 그래도 마왕인 날 미소 하나만으로도 힘들게 만들다니…….’

사실 데브릭을 이제 그냥 마왕이라고 부를 순 없었다.

이전에 마왕보다 더 강해졌고 밑에 이인자로 있는 엘루나도 하급 신의 힘을 가졌으니까.

물론 밑에 이인자가 하급 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데브릭은 그것보다 더 강했다.

그런데 오티움에 직접 개입을 할 수 없는 관리자가 겨우 미소만으로 데브릭의 정신을 흔들어놨다.

더욱이 본인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 때문에 더 무서운 거였다.

만약 인사니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오티움이나 지구는 벌써 멸망하고도 남았으니까.

“따로 명하실 건 있으십니까?”

데브릭은 따로 말을 돌렸다.

그러자 테메는 고개를 저었다.

“뭐 특별히는 없고… 자리만 4개 더 준비해놔.”

“예?”

“다 넘어갈 거니까.”

테메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홀로 씨익 웃었다.

“신세계네, 신세계야.”

“이게 그 판타지에서만 보던 이계라는 곳인가? 허어…….”

동부 경계 구(舊) 크레센 영지, 박 사장과 김 사장은 몇 시간 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크레센 영지에도 워프 게이트가 있었고 다행히 훼손되지 않은 터라 금세 라인이 연결됐다. 그리고 그 연결된 라인으로 감옥에 있던 이스케이프 길드원들이 모두 넘어왔다.

입구에서 드래곤 밸리는 상당히 먼 곳이었지만 아르카의 본부, 리튼까지는 멀지 않았기에 이동은 순식간이었다.

짧은 사이 오티움을 겪은 길드원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형우가 제대로 이야기를 못 해준 것도 있었지만 다들 그래 봤자 감옥 내의 공간이겠지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오티움은 하나의 세계였다.

겨우 ABC로 나눠진 구역 따위가 아니라.

그 때문에 죄수들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정신을 못 차린 상태로 최전선까지 왔다.

“어서 오십시오. 많이 놀라셨습니까?”

“이건 많이 놀랐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쇼킹! 쇼킹입니다.”

“어허! 김 사장, 이 아재가. 이럴 땐 대박이라고 하는 거라고. 그렇게 표현이 젊지 못하니까 아재라는 말을 듣지.”

“대박도 한물간 지 오래인데…….”

“뭐?!”

“아, 아닙니다.”

소심하게 끼어들었던 지호는 박 사장의 고함에 꼬리를 말았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숙소는 영지 내부에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길드원들 통솔해서 이동하시면 됩니다. 여기 지호가 안내해줄 겁니다. 그리고 A급 이상만 따로 빼주세요. 지금 이곳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들었지? B급 이하는 남고 A급 이상은 얼른 튀어나와. 밥값 해야지!”

박 사장의 말에 길드원 몇과 김 사장이 놀리기 시작했다.

“에이, 밥값 제일 못하는 건 박 부길드장님 아니십니까?”

“오, 거기 말 잘했어. 그래, 박 사장이 워낙 놀고먹었어야지.”

“이놈들이…!”

“하하하!”

그 말에 박 사장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화를 냈다.

그러나 다들 웃으며 더 놀렸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좋네.’

형우가 없는 사이 길드원들과 관계에 노력을 많이 했는지 길드원 간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최소 B급도 아니고 겨우 D급이 부길드장인데도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건 두 사장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는 말이었다.

“여기선 두 분이 후방 보급이나 행정 문제 좀 해결해주십시오. 보면서 너무 주먹구구식이라 답답한 게 한둘이 아니거든요.”

전쟁이 너무 단기간 빠르게 흘러온 문제도 있었지만 이곳은 지구에 비해서 행정 부분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곳의 발전 상태는 중세 수준에 그치고 있었기에 중세를 넘어 근대, 현대를 더 지난 지구의 수준이 그런 부분에선 더 나았다.

마법이나 오러 쪽으로 발전됐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였다.

이쪽 수준이 문화가 낮다고 평하기보단… 계속 천천히 발전 중이라는 말이 맞았다.

물론 그 발전이 엑시디움에 의해서 제대로 막혔지만.

여하튼 지구의 효율적인 행정을 봐왔던 형우는 아르카가 정말 답답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우는 전력에 도움이 안 되는 이들까지 모두 불렀다.

“맡겨 주십시오. 아주 이놈들 혼을 빼놓을 정도로 깔끔하게 해놓겠습니다, 하하!”

박 사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때 드워프 하나가 작은 말을 타고 형우에게 다가왔다.

“대리자시여! 곧 크루바 총사령관께서 출정한다고 하오! 준비가 끝나셨으면 바로 이동해주셨으면 좋겠소!”

“바로 가겠습니다. 부길드장님들, 잘 부탁하겠습니다.”

“예, 길드장님.”

“예, 길드장님.”

형우는 박 사장과 김 사장의 대답을 듣곤 바로 몸을 움직였다.

이제 드디어 오티움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치르기 위해 출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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