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20
가우디움은 형우의 미소를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마주치는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
‘잘 못 건드렸다.’
블링크.
그 흔한 이동에 반응하지 못한 건 상대의 기운 때문이었다.
블링크를 한 순간 형우는 인사니오의 존엄과 통제를 사용했다.
가장 강력한 두 가지의 힘이 가우디움을 묶었고 덕분에 그대로 멱살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순식간에 겪은 가우디움은 큰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빨려 나가는 신성력은 가우디움에게 더 큰 두려움을 더해줬다.
자신의 힘의 근원인 신성력이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신성력까지?!”
성벽 위에서 판단했을 때 그저 마기만 흡수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상대는 마기뿐만 아니라 신성력까지 흡수하는 괴물이었다.
덕분에 가우디움은 그 판단 오류의 대가를 크게 치르는 중이었다.
“가우디움 님!”
“가우디움 님을 구해라!”
수백의 타천사들은 붙잡힌 가우디움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다.
“홀리 스트라이크!”
“홀리 스트라이크!”
타천사들은 가우디움을 신경 쓰지 않고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물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는 건 이 신성 마법이 천사에겐 전혀 데미지를 못 주기 때문이었다.
“에, 에어 밤!”
펑!
타이밍 맞춰서 가우디움은 일명 공기 폭탄이라 불리는 에어 밤을 사용했다.
덕분에 가우디움은 형우에게 벗어났다.
형우는 다시 잡으려 했지만 수십 개의 홀리 스트라이크가 날아오고 있었기에 몸을 피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마기를 보유한 형우는 저 공격을 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건 흡수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매스 블링크!”
팟!
형우가 블링크로 피한 자리에 홀리 스트라이크가 작렬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으아악!”
“헉!”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에 피해를 줬다.
그 때문에 주변에 있던 아르카의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타천사라며 신성력도 참 세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오러 블라스터! 오러 블라스터!”
파아앗! 파아앗!
형우는 연달아서 오러 블라스터를 날렸다.
“흡!”
“피해라!”
그러자 타천사들은 황급히 날개를 퍼덕이며 위로 피했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마족들은 형우를 둘러쌌다.
“빌어먹을 인간…!”
“무슨 저딴 인간이 다 있어?”
마기든 신성력이든 가리지 않고 다 뺏어가는 형우를 다들 질린 눈으로 바라봤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유형의 힘.
마족도 같은 마족의 힘을 뺏을 수 있긴 했다.
천족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나 이렇게 종류 안 가리고 흡수하는 이는 없었다.
“어서 엘루나 님을 모시고 와라!”
겨우 마수에서 벗어난 가우디움은 타천사 하나를 엘루나에게 보냈다.
도저히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라고 판단한 가우디움이었다.
‘좀만 버티면 된다. 엘루나 님이라면 다르실 테니…….’
엘루나는 지금 그들과 달랐다.
같은 천사 출신이긴 했으나 엘루나는 무려 신의 힘을 온전히 취한 천사였다.
그저 힘을 나눠서 얻은 그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컸다.
엘루나는 어찌 보면 오티움에 새로 태어난 신과 같았다.
그렇기에 가우디움은 엘루나가 형우를 뭉개줄 거라 믿었다.
물론 그러는 사이 많은 희생이 있겠지만.
“오러 차징!”
마족 다섯이 검은 오러를 뿌려대며 날아왔다.
오러 차징은 둘 이상 있을 때 사용 가능한 기술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적을 저지하는 몸통박치기 정도.
그리고 이 기술은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위력이 강해도 중간에 뭉개지거나 상대에게 닿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그리스.”
미끌.
“억?!”
“커억!”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그들은 바닥이 미끄러워지자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우측 끝의 두 명은 어떻게든 오러 차징을 유지하려 했으나 기존 틀이 깨지자 공격도 허무하게 끝났다.
“홀리 크로스!”
“저지먼트!”
파아앗! 우웅!
마족에 이어서 타천사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큰 십자가와 거대한 철퇴가 형우에게 날아왔다.
“염력!”
“으어억! 끄, 끌려간다!”
그러자 형우는 넘어진 마족들은 염력을 끌고 왔다. 그리고 그들을 방패로 세웠다.
“머, 멈춰!”
“안 돼! 아아악!”
치이익! 스아아아!
방패로 소모된 그들은 신성력에 닿아 가루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그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런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마족이 공격하면 천족으로 막고 천족이 공격하면 마족으로 막고.
게다가 중간중간 계속 힘까지 흡수했다.
덕분에 형우의 힘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벽이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쩌저적.
‘어?’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
그 소리에 맞춰 인사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한다. 이제 그대는 하급 신이라 부를 수 있는 정도의 힘을 얻었다.]
‘하급 신이요?’
갑자기 들려온 인사니오의 말에 형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R+급 마기’
‘R+급 신성력’
어느새 마기와 신성력은 R+급이 됐다.
효율적인 흡수는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힘을 흡수하게 해줬다.
게다가 죄수들과 비교도 안 될 순도 높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있었다.
마기는 이미 어느 정도 흡수했던 상황이었기에 제일 먼저 R+급에 올랐고 신성력도 곧 그것에 맞게 올랐다.
다만, R+급이란 것에 오르고 나니 큰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강한데도 겨우 하급 신이라고? 그럼 상급이고 창조신이고 다 씹어먹은 엑시디움은 얼마나 강한 겁니까?’
자연스레 드는 의문이었다.
[아마 그대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강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도 이렇게 계속 성장한다면 충분히 그들을 상대할 수 있게 강해질 터.]
인사니오는 형우를 안심시키려는 듯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말만 듣고 아직 단 한 번도 엑시디움을 겪어본 적 없는 형우는 불안이 점점 늘어날 뿐이었다.
[그것보다 다른 걸 한 번 확인해 보아라.]
‘다른 거라뇨? 아…!’
인사니의오 말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던 형우는 새로 생긴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R+급 신격(神格)’
새롭게 생긴 그것은 소켓을 소모하지 않았다.
소켓을 만들지도 않았고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효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패시브 같은 건가?’
“좀 맞아라!”
“이런 썩을 새끼! 언제까지 피해 다닐 거냐?!”
형우는 새로 생긴 능력을 확인하며 적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S급 스피드 마스터에 진짜 오러와 신성력, 마기로 강해진 형우의 속도는 엄청났다.
너무 빠르게 이동하는 통에 잔상 같은 게 남을 정도로.
마치 무협에서 말하는 이형환위(異形換位)를 보는 듯싶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형우는 태연하게 질문을 했다.
‘이건 그런데 어떤 겁니까?’
[그대에게 신의 지위가 생겼단 증거다. 그대의 이명은… 흠, 흥미롭군.]
인사니오의 말엔 웃음이 섞여 있었다.
무슨 이명이기에 인사니오가 웃는 건지 형우는 궁금해했다.
그러나 인사니오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명은 그대가 깨달아야 하는 것. 미안하지만 내가 말해줄 수 없다.]
‘거참… 그냥 좀 말해주면 덧나나.’
그 말에 형우는 몰래 속으로 투덜거렸다.
워낙 이전부터 인사니오에게 못 들은 게 많아서 그런지 요즘 좀 잘 말해주긴 했어도 하나 막히는 게 있으면 짜증부터 났다.
그렇다고 주변에 막 화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화풀이 대상이 있었다.
“으읍!”
형우는 화풀이를 바소르에게 할 생각으로 단번에 세 개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오러, 신성력, 마기.
세 개의 기운이 검에 깃들었다.
그것들은 혼잡하게 이리저리 섞여 다른 색을 보여줬다.
회색의 오러.
색이 좀 애매하긴 해도 이전처럼 섞이지 않았던 때와 다르게 확실하게 섞였다.
이것 또한 인사니오에게 배웠다.
“하아압!”
슈우욱!
형우는 기합 소리를 내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회색의 오러를 날아갔다.
“피, 피해라!”
가우디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회피를 명했다.
다들 다급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피한다고 다 안 맞는 건 아니었다.
스아악!
“컥!”
“크악!”
빠르게 날아간 공격에 수십이 토막 났다. 그리고 그들을 통과한 회색 오러는 강에 부딪혔다.
풍덩! 푸아아아!
물을 파고 들은 회색 오러는 밑에서 터졌고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냈다.
“뭐든 붙잡아! 파, 파도가 온다!”
“으아아악!”
쿵! 쓰아아아!
물기둥은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고 그 파도는 그대로 펠리아를 덮쳤다.
물론 펠리아만 덮친 게 아니었다.
“크아아아!”
“프리징!”
아르카의 군대가 있는 곳도 파도가 닥쳐왔다.
크루바와 민희가 브레스와 빙계 마법으로 파도를 막았다.
‘위력이 정말 대단한데?’
형우는 회색 오러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위력.
단순히 마기와 신성력이 강해져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신격(神格)은 그 두 가지 힘을 더 강하게 해줬다.
‘이참에 저것도 날려버릴까?’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고개를 펠리아로 돌렸다.
펠리아엔 지금 물폭탄을 맞고 정신 못 차리는 바소르의 병사들이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한 번 날려봐야지.’
형우는 다시 힘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우웅!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자 그 힘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진동이 생겨났다.
주변에서도 그 진동을 느낄 정도로 진동이 강했다.
그걸 느낀 바소르의 병사들은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하아압!”
슈우우욱!
형우는 다시 회색 오러를 날렸다.
회색 오러는 빠르게 날아가 펠리아에 충돌했다.
스으윽. 쿠우웅!
일정 이상의 기운이 다가오자 방어막이 생겨났다.
방어막은 회색 오러를 이기기 위해 저항을 했다.
그러나 크루바의 브레스와 차원이 다른 기운이었다.
콰드득! 콰직!
방어막은 결국 버티질 못하고 점점 부서져 갔다.
회색 오러가 마치 포식자처럼 방어막을 먹어치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도망쳐!”
“곧 깨진다!”
그걸 본 바소르의 병사들은 혼비백산하며 성벽에서 대치했다.
째애앵!
그리고 방어막이 깨졌다.
방어막을 없앤 회색 오러는 성벽마저 가루 낼 것처럼 날아갔다.
콰아아앙!
곧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허…….”
크루바는 그 폭발을 보며 감탄했다.
저 공격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크루바 본인도 한순간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공격에 성공한 형우의 표정이 이상했다.
통쾌하게 공격을 성공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이 예상한 대로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무언가에 막혔고 펠리아는 무사했다.
“대단하네요. 오티움에 아직도 이런 실력자가 있을 줄이야…….”
성벽 앞엔 아름다운 검은 날개를 가진 여성이 있었다.
형우는 바로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해 그녀를 확인했다.
[엘루나 / ?? / ?? ]
‘엘루나? 능력은 나오지도 않네.’
그저 이름만 나왔다.
그것으로 보아 최소한 형우와 동급이나 강한 인물인 듯했다.
펄럭.
엘루나는 날갯짓을 하며 아래로 내려왔다.
“당신이군요? 테메 님께서 죽이라고 하던 인간이.”
“테메? 그게 누굽니까?”
“몰라도 돼요. 어차피 당신은 여기서 죽을 거니까요.”
엘루나는 그 말을 하며 형우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형우는 엘루나가 다가오자 이번에도 신성력을 흡수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음?’
그런데 엘루나는 흡수가 되지 않았다.
마치 상대가 저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엘루나 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놈을 포위해라!”
성벽 위에서 타천사들이 증원됐다.
그러자 기세가 꺾였던 기존 인원들이 다시 힘을 얻고 형우를 흉흉하게 바라봤다.
“우리도 돕겠다!”
“이쪽은 제가 맡을게요.”
크루바와 민희 둘만 도와주겠다며 형우의 뒤로 달려왔다.
어차피 나머지 인원이 방해만 될 뿐이었으니까.
둘은 바로 마족과 타천사들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형우와 엘루나의 1대1 상황이 됐고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