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13
“타이밍 죽이네.”
형우는 딱 맞춰서 등장한 지원군을 보고 미소 지었다.
마법과 오러를 배우고 있을 때 소정과 성민, 도영에게 한 가지 일을 시켰다.
그 일은 바로 드레이크 숲에서 밀려난 드레이크들의 처리.
드레이크의 숲은 이미 아르카에게 넘어간 점령지긴 했으나 영악한 드레이크들은 대규모 공격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위로 도망쳤다.
그 때문에 드레이크 때가 각자 이동하면서 그 주변이 초토화됐다.
떼로 이동하지 않고 각 개체가 퍼져서 이동하다 보니 피해 지역 범위가 더 넓어졌다.
그래서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 소정의 테이밍으로 이득도 좀 얻고.
다만, 셋이서 드레이크를 모두 붙잡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초반에 세 마리 정도는 형우가 도와줬다.
그러고 나니 나머진 일사천리였다.
찾으러 다니는 게 귀찮을 뿐이지, 삼 대 일이면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셋은 드레이크들을 찾아다니며 테이밍을 시작했다.
덕분에 총 열 마리의 드레이크를 얻었다.
다만, 열 마리는 만났던 드레이크의 전체 수는 아니다.
형우가 도와주는 경우엔 100% 성공이지만 그들만 나설 땐 운 없게 드레이크가 죽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실제 만난 수는 더 많았지만 얻은 건 열 마리가 다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A급 대형 몬스터 드레이크 열 마리는 전장의 상황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위력을 보여줄 테니까.
“후방부터 막아!”
“부대를 나눈다! A급 위주로 팀을 만들어 드레이크 죽여라!”
“요새로 공격을 멈추지 마!”
바소르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내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숫자의 여유가 있으니 인원을 나눠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실제로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큼 병력의 수가 많긴 했다.
무려 10만이나 되는 수가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캬가각!”
“아악!”
“커억…!”
“드레이크 따위가 뭐가 이리 강해?!”
드레이크는 본래 가진 힘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드레이크를 막기 위해 나섰던 A급들은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가 순식간에 밀렸다.
덕분에 드레이크들은 바소르의 병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제26 천인대는 후방으로 이동한다!”
“제41 천인대도 후방으로 간다!”
A급으로 구성된 팀이 돌파당하자마자 병사들이 더 추가되었다.
덕분에 드레이크들의 돌진이 어느 정도 막혔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요새에 대한 공격이 느슨해졌고 아르카들은 여유를 되찾았다.
“저 드레이크 새끼들은 뭐야!”
기세 좋게 형우에게 달려왔던 질리언도 얼굴을 구겼다.
일부러 병력을 소모하면서 격일로 계속 요새를 공격했다. 그리고 기습 날 병력을 나누어 산맥 양쪽에서 은밀히 움직였다.
거기에 기습을 숨기려고 S급 환영(幻影) 능력자의 힘으로 적들을 속이기까지 했다.
그 많은 노력 덕분에 기습은 성공했다.
그런데 웬걸?
기습만 성공했지, 피해는 오히려 자신들이 더 컸다.
5만이 밀집한 채 진격 중인 요새의 정문은 계속 고착상태고 좌우는 요새 내부로 진입하긴 했지만, 피해를 못 줬다.
주력이 형우와 크루바를 상대하기 위해 빠진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일부러 후방도 기습했다.
그러나 드레이크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돼버렸다.
‘더는 방법이 없다! 저놈을 죽여야 이길 수 있어!’
질리언은 그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서 있는 형우를 바라봤다.
피해가 커질까 봐 걱정했던 얼굴은 드레이크가 나타나면서 풀렸다.
그게 빤히 보이자 더 기분 나빠진 질리언을 악을 질렀다.
“죽여!”
탓! 타앗!
그 말과 함께 근접 계열 헌터들이 먼저 앞으로 나왔다.
정말 레이드 보스로 형우를 상대하려는 듯 원거리 계열 헌터들이 보조하는 형태로 노렸다.
그걸 보며 형우는 조소를 머금었다.
“불나방들에게 디버프 마스터의 힘을 보여줘야겠네.”
형우는 그 말을 하며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소켓에 장착된 능력들을 확인했다.
소켓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본래 형우가 가지고 있던 디버프 계열 능력은 R-급 통제, A급 속박, B급 슬립, B급 슬로우였다.
여기에 디버프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염력도 있었고.
거기서 형우는 아예 디버프 위주로 영혼석을 흡수했다.
새로 얻은 디버프 계열 능력은 B급 그리스, A급 그래비티, A급 포이즌 포그, S급 약화.
사실 이 능력들은 모두 크루바에게서 얻은 것들이었다.
크루바와 리튼에서 헤어지면서 영혼석을 좀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어떤 능력을 가진 건지도 같이 아는 것만 말이다.
덕분에 형우는 오러 수련을 하면서 영혼석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쓸만한 것들이 대부분 디버프밖에 없었다.
덕분에… 디버프 마스터라 부를 만큼 디버프가 늘어버렸다.
결국, 디버프에서 형우의 정체성을 찾았다.
형우는 정체성을 찾고 처음 선보이는 디버프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약화.”
스아아.
처음 사용한 능력은 S급 약화.
약화를 사용하자 무언가 가루같은 게 퍼져 그들 전체를 덮었다.
“…?!”
“몸이 무거워졌어!”
“디버프?!”
약화에 걸린 죄수들은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S급 약화는 전체적인 능력을 15% 정도 깎는 능력이었다.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나 잠깐이라도 무려 15%를 깎는다는 건 정말 큰 메리트였다.
게다가 약화의 효과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통제, 속박, 그래비티, 포이즌 포그, 슬립, 슬로우, 염력 그리스.”
“모, 몸이 안 움직여!”
“끄아악!”
“독, 독이다!”
통제는 R-급이니 당연히 그들에게 통하지만 A급이나 B급 능력은 제한적으로 통했을 터.
그런데 약화를 쓴 이후 S급은 A급까지, A급은 B급까지 디버프가 걸렸다.
덕분에 수많은 디버프에 걸린 그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독이 가득 든 포이즌 포그가 퍼져 있어 지속적인 데미지를 줬다,
저벅저벅.
그런데 형우는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 주변을 거닐며 한가롭게 움직이기만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스으으으.
“…!”
“마, 마기가…!”
형우가 한가롭게 거닐 때마다 죄수들의 몸에서 마기가 빠져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온 마기는 춤을 추듯 흔들리며 형우에게 흡수됐다.
움직이지 못하는 대상에게서 마기를 축출하자 그 속도가 엄청났다.
순식간에 엄청난 마기가 흡수됐고 형우의 마기 등급이 상승했다.
‘A급 마기.’
마기가 A급에 이르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마기는 그저 오러 대용 정도가 아니었다.
오러와 비슷한 용도로 쓸 수 있었고 육체 능력을 강화도 가능했다.
후에 축적한 양이 더 늘어난다면 마족이 될 수도 있었다.
형우의 경우 마족이 되기 보단 완벽한 인사니오의 사도가 되겠지만.
물론 그 사도는 오티움에 2차 침공이 있기 전 흔한 치료 하나 못 했던 때의 사도였다.
‘그래도 상관없지, 뭐.’
어쩌건 형우가 더 강해진다는 말이었으니까.
‘오러에 이어 마기까지… 이러다가 R급도 뛰어넘는 거 아냐?’
R급 이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사기캐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으으으!”
“크윽…!”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마기를 빼앗긴 죄수들은 고통에 신음을 냈다.
이미 B급들은 포이즌 포그 때문에 전멸하고 A급들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나마 S급들은 무난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이대로 간다면 마기를 다 빨리고 죽을 게 뻔했다.
그래서 질리언은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올렸다.
마침 S급 약화의 효과가 옅어지며 다른 디버프들이 약해졌고 질리언은 디버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S급 4명도 디버프에서 풀렸다.
“오러. 마기.”
스멀스멀.
그러나 이제 풀려도 상관없었다.
형우는 원하는 만큼 마기를 흡수한 상태였다.
어차피 다들 대부분의 마기를 뺏긴 터라 더 흡수할 것도 없었다.
형우는 먼저 무방비상태인 죄수들에게 공격을 날렸다.
휙! 슈우욱!
형우가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마기와 오러가 방출됐다. 그리고 순식간에 날아가 목표에 닿았다.
콰아아앙! 쿠구구궁!
“으헉!”
“아무거나 붙잡아!”
순간 요새 전체가 흔들렸다.
“캬가각!”
“캬각!”
드레이크들도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놀라 괴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는 스스로 감탄했다.
“이거 장난 아니잖아?”
정말 가볍게 날린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 공격에 스카치 길드원 수십이 지워지고 지진마저 일으켰다.
가볍게 날린 공격이 무려 R급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날렸던 형우는 본인이 쓰고도 엄청 놀랐다.
탓!
그 광경을 본 질리언은 망설임 없이 도주를 택했다.
마지막 남은 마기를 모두 끌어올려 빠른 속도로 도망갔다. 그리고 성벽 밑으로 몸을 날렸다.
처억!
성벽 밑으로 내려온 질리언은 병사들 사이에 몸을 숨겨 도망쳤다.
그와 반대로 남은 길드원들은 형우에게 달려왔다.
사실 그들은 질리언과 노예 문서로 묶여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형우에게 덤비는 건 자살이란 걸 알면서도 달려왔다.
그사이 질리언은 본인의 또 다른 능력을 사용해 형우의 눈에서 벗어났다.
“이런…….”
덕분에 타이밍을 놓친 형우는 그들을 베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적을 잠깐의 방심 때문에 놓쳤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큰 방해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젠 신경조차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진 형우였다. 그리고 적에 대한 정보는 질리언 말고도 다른 이에게 얻으면 됐다.
형우는 S급 4명을 모두 죽인 뒤 크루바 쪽으로 달려갔다.
거기엔 다음으로 가장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아프리카 출신 에두아 지부가 있었다. 그리고 지부는 순식간에 형우에게 제압당했다.
그러자 좌우에서 달려들던 바소르 병사들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덕분에 전세는 확실하게 기울었다.
형우가 제대로 날뛰기 시작했으니까.
“이, 이건 못 이겨!”
“난 살고 싶다고!”
형우의 마기와 오러를 펑펑 날려대기 시작하자 같은 편마저 식겁할 정도였다.
그러자 바소르의 병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마라! 싸워라! 도망치는 놈들은 즉결처형하겠다!”
각 부대 대장들은 병사들에게 소리치며 도망을 막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 말을 무시하고 도망쳤다.
결국, 그들도 전투를 포기하고 병사들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하라! 요새의 문을 열고 도망가는 적들을 추격하라!”
“와아아!”
“문을 열어라!”
철컹! 끼이익!
크루바의 명령에 요새의 문이 개방되었다. 그리고 도망가는 적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패색이 짙어지자 병사들을 이끌던 바소르의 수뇌부는 몸을 내뺀 지 오래였다.
그 때문에 부하들은 완벽히 전의를 잃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 적들을 추격하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곧 10만에 달하던 바소르의 대군은 초라한 숫자로 줄어 패주에 패주를 거듭하게 됐다.
“Fuck! Fuck! Fuck!”
질리언은 분을 못 참고 계속 욕을 했다.
10만에 달하던 병력은 노르덴 지역을 벗어났을 때 얼마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추격대와 싸우느라 뿔뿔이 흩어졌다.
그 때문에 서부지부장 롤랑의 행방은 묘연해졌지만 질리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숨만 챙기며 도망에 성공한 다른 죄수들과 함께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가는 곳은 동부에 있는 관문.
일단 그곳으로 도망만 간다면 한숨 돌리는 것은 물론 다음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어딜 가든 추격을 받을 터였다.
주변에서 병력을 다 끌어오다 보니 북부와 동북부가 텅텅 비었다.
그들을 막을 게 전혀 없는 상황.
그렇다고 그사이 추격대와 싸울 수도 없었다.
괜히 발목이 잡혔다가 형우라도 쫓아오는 날엔 그곳이 무덤으로 변할 터였다.
게다가 마기마저 모두 뺏긴 덕분에 이전과 같은 힘을 내지 못했다.
보충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도망가는 와중엔 쌓아두는 게 다였다.
거기서 사용할 수 있는 마기는 한정적.
그래도 마기의 보충이 필요하긴 했다.
그 조금이라도 도망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질리언은 얼굴을 찌푸리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꺼낸 건 데브릭에게 받았던 검은 돌이었다.
꿀꺽.
질리언은 꺼낸 5개의 검은 돌을 단숨에 삼켰다.
한 번에 삼키기엔 불가능해 보였는데 목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녹은 덕에 모두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검은 돌이 몸에 흡수되며 마기가 차올랐다.
“후우, 살 것 같네.”
질리언은 마기가 충만해지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순간 질리언의 눈이 검게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질리언은 자신의 눈이 변했던 걸 느끼지 못했다.
그저 충만한 마기만을 느끼며 동부 관문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