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11
‘이게 왜…?!’
마기가 손으로 빨려 들어왔을 때 형우는 누구보다 더 놀랐다.
마기라는 것 자체가 마계의 마족들이 쓰는 기운이다.
또한, 마계의 근원이 되는 기운이고 신성력과 반대인 사악한 기운이라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운을 받아들이고도 형우가 느낀 느낌은 친숙하다였다.
물론 그게 이미 형우의 안에 가득 찬 인사니오의 기운과 같은 기운은 아니었다.
인사니오의 기운과 분명 달랐다.
그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미, 미친!”
검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마기가 빨려 들어가자 질리언은 당황했다.
순식간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기운의 삼 분의 일을 빼앗겼다.
“이익!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차앙! 탓!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질리언은 거리를 벌리기 위해 형우를 밀치며 뒤로 후퇴했다. 그리고 형우를 노려봤다.
그러나 형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형우는 홀로 생긴 능력을 확인하기 바빴으니까.
‘F급 마기?’
마기라는 새로운 능력이 생겨났다.
마기는 다른 소켓을 소모하지 않고 홀로 소켓을 만들었다.
덕분에 소켓이 13개로 늘어났다.
형우는 새로 얻은 마기를 확인했다.
‘오러와 비슷한 건가?’
마기의 운용은 오러와 비슷했다.
아직 등급이 낮아서 다른 쓰임새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일단은 오러를 사용하는 것처럼 힘을 끌어올려서 검에 덧씌울 수 있었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인사니오 님!’
형우는 혹시나 인사니오가 대답해줄까 싶어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역시 겨우 이렇게 부른다고 나올 리가…….’
[해답을 원하는가?]
‘헉?’
형우는 갑자기 들려온 인사니오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행히 잘 참아내 밖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잘못하다가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답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다. 그동안 그대에게 답답함을 줬으니 이 정도는 어렵지 않지. 그리고 금제와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기도 하고.]
“너 뭐하냐?”
그때 질리언이 형우를 향해 의문 어린 시선을 보냈다.
싸우다가 떨어졌더니 아무런 반응 없이 앞만 바라봤다.
처음엔 대치를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질리언에겐 정말 이해가 안 될 행동.
그러나 곧 질리언은 다른 쪽으로 생각이 돌아갔다.
‘힘을 흡수해서 그런가?’
처음 마기를 흡수할 자신뿐만 아니라 형우도 놀라고 있었다.
그걸로 봐선 본인도 예상 못 한 행동을 한 거였다. 그리고 그 이유 멍한 상태로 서 있으니 마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을 못 했다.
그 판단이 서자 질리언은 바로 달려들었다.
휘익!
“오러, 마기.”
까앙!
“어, 어떻게 그 힘을?”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쉬이 공격이 막히고 심지어 형우가 오러와 마기까지 사용했다.
형우의 검엔 금빛과 검은빛이 반반 줄무늬처럼 흐르고 있었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면서도 꺼림칙한 조화.
그러나 질리언은 그걸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다시 마기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으니까.
까앙! 까앙!
“썩을!”
질리언은 힘을 최대한 뺏기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검을 휘둘렀다.
안타깝게도 지금 질리언에겐 그게 최선이었다.
질리언의 능력은 S급 검술 마스터.
어떻게 보면 제일 파괴력이 없으면서 제일 파괴력이 강한 능력이었다.
그런 능력에 마기라는 오러의 대용품이 생기면서 질리언은 다섯 감옥에서 나온 대표 중 가장 강한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형우에게 그 힘은 통하질 않았다.
오히려 힘을 뺏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질리언에겐 정말 답답한 전투가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형우는 친절한 인사니오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원래 파괴의 신이었다. 그리고 파괴신은 곧 마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신이라고 해서 나쁘게 볼 건 없다. 창조가 있으면 파괴가 있는 법. 조화를 위해 존재하는 이면일 뿐이다. 하지만… 창조가 소멸한 이후 나는 남겨진 그의 힘을 흡수했고 두 부분을 다 맡게 되었다.]
‘아… 그래서 신성력을 가진 신관도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형우는 인사니오의 말을 듣던 중 이전에 인사니오의 신관이 치료를 할 수 없어 교단의 권위와 세력이 제일 최하위였다는 게 기억났다.
[이전에 내 신관들은 신관이라면 제일 기초라는 치유를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마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가지 모두 가능하게 되었고. 다만… 그대는 마기밖에 다루지 못할 것이다.]
‘네?’
[엑시디움의 힘을 봉인할 때 쓴 힘은 나의 근원이 되는 마신의 힘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힘이 신성력의 접근을 막을 것이다. 그렇다고 피해를 주진 않겠지만… 나의 다른 힘을 전해주지 못하게 되어 아쉽도다.]
인사니오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이야기했다.
만약 여기서 형우가 신성력마저 다룬다면 분명 더 강해졌을 테니까.
그러나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였다.
그래도 나중엔 가능했다.
그 나중은 당연히 형우가 인사니오의 조각, 6개를 모아서 인사니오에게 돌려준다면 그땐 상황이 분명 달라질 터였다.
다만,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문제이긴 했다.
지금 혜택을 보고 있는 인사니오의 힘이 사라진다는 거였으니까.
‘하하…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이 조각 때문에 마기가 흡수되는 건가요?’
[그렇다. 강은 바다로 흐르기 마련이니까.]
인사니오의 친절한 설명이 끝나고 형우는 지금의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들었다면 참 속 시원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이제 제대로 질리언을 몰아붙였다.
까앙!
“오러 블라스터!”
콰아앙!
“크악! 이 미친놈이!”
검이 부딪히는 순간 형우는 근접전에서 오러 블라스터를 사용했다.
덕분에 바로 앞에서 공격을 받은 질리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에 비해 형우는 멀쩡했다.
“필립! 스캇!”
결국, 본인 혼자선 안 될 것 같았는지 질리언은 근처에 있는 동료 둘을 불렀다.
그러자 백인 둘이 질리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치 중이었음에도 바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건 그만큼 둘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게 둘은 외모도 똑같았다.
얼굴부터 외형 모든 게 똑같은 둘은 달려오는 모습마저 똑같이 달려왔다.
“웬일로 질리언이 우릴 부르나?”
“이제 좀 늙어서 힘이 딸리냐? 킥킥!”
“닥치고 싸워!”
질리언은 둘에게 화를 냈다.
사실 지금 일의 잘못은 질리언이었다.
크루바와 비슷한 힘을 가진 형우를 상대하면서 다른 지원을 부르지 않고 본인의 아집으로 겨뤘으니까.
그러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질리언은 오히려 둘에게 화를 냈다.
“이봐. 그리고 우린 네 부하가 아니야.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말라고.”
“맞아, 맞아.”
둘은 질리언에게 아니꼽게 말하며 인상을 썼다.
그러나 질리언에겐 둘을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썩을! 지금 그거 따질 때가 아니야! 저 새끼가 우리 힘을 뺏어간다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둘은 힘을 빨아들인다는 말을 이해 못 하고 갸웃거렸다.
그런 필립과 스칼을 향해 질리언은 직접 겪어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쯧, 헛소리를. 학살자 질리언이 정말 늙었나 보네. 알았어, 도와주지. 흔들의자 늙은이는 뒤에서 책이나 보고 있으라고. 오러.”
“오러.”
파앗!
둘은 쌍둥이라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같은 능력을 사용했다.
느껴지는 바로는 형우가 익힌 S급 오러 마스터와 같은 능력인 것 같았다.
다만, 색이 달랐다.
보통 오러는 금빛을 내뿜는데 둘이 내뿜는 오러는 마기의 영향 때문인지 완벽한 검은색이었다.
다만, 형우의 경우 계속 마기를 흡수했는데도 두 줄기의 빛이 계속 유지됐다.
“하아압!”
“하아압!”
쌍둥이답게 똑같은 기합을 내뱉으며 형우에게 달려갔다.
까아앙! 까앙!
둘은 형우에게 합격을 날렸다.
형우는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는데 힘의 세기가 1+1=2가 아닌 1+1=3인 느낌이었다.
물론 그래 봤자였다.
둘이든 셋이든 형우는 가볍게 막으며 둘의 마기를 뺏어왔다.
“엇?!”
“무슨 이런 미친 경우가?”
그제야 질리언의 말을 이해한 둘은 황급히 형우에게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걸 두고 볼 형우가 아니었다.
“통제. 매스 블링크!”
쿠궁! 팟!
“헉?!”
“…!”
둘은 몸이 멈춤과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도착한 형우를 느끼고 깜짝 놀랐다.
형우는 바로 검을 휘둘렀다.
까아앙!
“어딜!”
다행히 질리언이 검을 막으면서 쌍둥이는 위기를 면했다.
하지만 이번만 위기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비슷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비슷한 공격이고 어디서 공격할 줄 안다고 해서 쉽게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심지어 마기마저 계속 뺏기면서 힘이 점점 약해졌다.
상대는 점점 더 강해지는데 셋은 점점 더 약해지는 상황.
벌써 힘의 반을 뺏겼다.
정말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르륵.
그리고 계속 마기를 흡수한 결과 마기는 순식간에 D급으로 올라갔다.
‘D급 마기.’
F급으로 만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E급을 넘어서 D급에 올랐다.
다만, 효율이 최악이었다.
저들 개개인이 S급이 넘는 마기를 가졌었다. 그리고 셋의 힘을 반씩 빨아들였으니 최소 S급 이상의 힘을 가져야 했다.
그런데 형우는 이제 겨우 D급에 올랐다.
“스카치 길드 집합! 그리고 1차 부대 진격시켜!”
그때 질리언은 자신의 길드원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외곽에서 대기 중인 병력을 출동시켰다.
현재 바소르의 지휘는 서부지부장 롤랑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질리언이 억지로 지휘권을 빼앗아 병력을 맘대로 사용했다.
“와아아아!”
“돌격! 돌격하라!”
질리언의 명령이 전달되자 대기 중인 병력 일부가 진격했다.
그들의 수는 대략 만 명 정도 되는 듯 보였다.
그러는 사이 질리언의 길드 스카치의 길드원들이 집합을 완료했다.
“레이드 진형으로 자리 잡는다!”
‘뭐야? 날 레이드 하겠다는 거야?’
질리언의 말에 형우는 조소를 머금었다.
S급 헌터 셋으로 상대가 안 되자 아예 길드를 데려왔다.
게다가 S급이 두 명이 더 합류했다.
총 5명.
현재 크루바에게 7명이 붙어 있었으니 감옥에서 나온 S급 전부가 둘을 상대하고 있는 거였다.
다만, 이들 말고도 S급은 많았다.
바소르 소속의 S급들이 협공으로 점점 아르카를 압박했다.
제일 강자들이 깎여나가고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말 답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더블 캐스팅! 빅 웨이브! 기가 라이트닝!”
쏴아아아! 치지직!
“피해! 아, 늦었…!”
“으, 으아아!”
“크악!”
거대한 파도와 강력한 번개가 한꺼번에 바소르들을 덮쳤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덮쳐온 파도는 전류를 머금어 닿는 순간 상대를 감전시켰다.
“크윽…….”
“저건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S급마저 몇몇이 중상을 입었고 물이 빠지면서 성벽 앞의 한 부분이 깨끗이 쓸려나갔다. 그리고 그 위에선 민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성벽 아래를 바라봤다.
“후우… 이거 정말 내가 쓴 거 맞나요?”
빅 웨이브와 기가 라이트닝은 A급 능력이었다.
S급의 힘으로 펼친 능력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이런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 위력을 보여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블 캐스팅.
5서클에 오른 민희가 배운 새로운 마법이었다.
처음부터 4서클을 만들어낸 민희는 5서클을 만드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조금 벅차기 시작했다.
마나만으로 밀어붙이는 건 한계가 있었는지 6서클을 올리는 건 요원해졌고 민희는 다른 것에 눈을 돌렸다.
아예 기초가 없었고 나름 스승이었던 피델마저 넘어선 상황.
마법서를 읽으며 독학을 시작했다.
그때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더블 캐스팅이었다.
한 번에 두 가지 마법을 쓰게 해주는 마법.
이건 능력에도 적용이 됐다. 그리고 그저 두 가지 마법을 쓰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조합에 따라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서클에 의해 강화된 마나 마스터로 펼쳐진 능력은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대, 대박…! 민희야, 앞으로 언니가 안 개길게.”
민희의 보호를 받으며 그레이트 힐을 쓰던 봄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그동안 봄이를 보호하려고 소극적으로 나섰던 민희는 한 번의 마법에 수십, 수백을 쓸어버린 걸 보고 신이 났는지 더블 캐스팅을 남발했다.
어차피 소모되는 마나는 A급 마나 팩토리가 열심히 채워줬으니까.
덕분에 바소르에겐 재앙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