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84화 (85/151)

▣ Chapter 4-9

북부 노르덴 요새, 아르카 군영.

파죽지세로 전진한 아르카는 순식간에 서부를 점령하고 북쪽도 대부분 차지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어느새 동부까지 넘봤다.

덕분에 아르카는 오티움 대륙의 2/5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까지 딱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겨우 한 달 안에 이뤄냈다고 믿기 힘든 위업이었다.

그러나 그 큰 위업을 이루고도 지휘관들이 모인 막사에선 침묵만 감돌았다.

“으흠.”

“끄응…….”

드래고니안, 드워프, 엘프, 인간 등은 모두 짧은 침음성만 내뱉고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다른 이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제일 상석에 앉은 크루바마저 그랬으니까.

성질이 급한 드워프마저 쉬이 말을 못 꺼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크루바가 입을 열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칼리만, 무슨 좋은 의견 없나?”

“음, 그게… 하아…….”

크루바의 말에 뭔가 말하려던 드워프 칼리만은 곧 말문이 막히자 한숨을 쉬었다.

그로서도 여기서 특별히 좋은 의견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은 정말 막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으니까.

파죽지세로 바소르를 밀어붙이던 아르카는 얼마 전 벽에 부딪혔다.

아니, 벽에 부딪힌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뒤로 밀렸다.

그 이유는 얼마 전 갑자기 등장한 수백의 죄수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바로 바소르의 전선에 합류했다.

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통상적인 원군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 아르카의 전체 인원은 총 7만이 넘었다.

바소르의 경우 한 번에 결집할 생각으로 전군이 뒤로 빠진 덕분에 약 10만이 결집했다.

10만에서 겨우 천에 가까운 병력이 증원됐다고 해서 전황이 바뀔 거로 생각지 않았다.

수집했던 자료에 속한 S급의 얼굴도 없었다.

그래서 만만히 봤다.

어차피 10만이라는 숫자도 의미 없었다.

S급의 전력이 전장의 승리를 좌우했으니까.

그러나 평소대로 공격했다가 된통 당하고 뒤로 밀려났다.

그제야 크루바는 합류한 이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감옥의 죄수들…!’

자신이 있던 감옥의 죄수들은 아니었으나 분명 감옥의 죄수들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자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감옥의 죄수들이 바소르에 속해서 자신들과 싸우고 있는지 말이다.

게다가 ‘드래곤 블러드’라는 신물을 얻어 강해진 크루바를 밀어붙일 만큼.

개개인의 실력에선 크루바가 더 강할지도 모르나 다수가 붙었을 땐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어찌 된 것인지 ‘마기’까지 사용했다.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 마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마기 때문에 처음엔 크루바는 마족이나 흑마법사가 합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감옥의 죄수들이라 생각을 못 했었다.

여하튼 그 때문에 아르카는 더 큰 피해를 받고 뒤로 물러났다.

그나마 다행은 마지막에 노예로 사로잡은 포로들을 소모하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다만,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한 번 전선이 밀리기 시작하자 가속도 붙은 공처럼 빠르게 밀려났다.

덕분에 진출했던 동부 지역을 모두 헌납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북부도 일부 잃어버리고 중간 거점으로 쓰인 요새로 후퇴했다.

노르덴 요새는 노르덴 산맥 중간에 있는 길목의 요새였다.

이제 이곳을 밀리게 되면 나머지 북부 지역도 모두 내주고 다시 서부 지역으로 돌아갈 상황이 됐다.

그 때문에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반전시킬까.’

크루바는 속으로 그 질문을 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동안의 전투는 솔직히 주먹구구식이란 말이 맞을 정도로 단순했다.

병력을 투입한다, 밀어버린다.

기습한다, 밀어버린다.

딱 두 가지 병법.

아니, 병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두 방법으로 무식하게 올라왔다.

다만,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힘에서 압도적인 우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티팩트로 무장한 S급, S급도 압살하는 크루바의 브레스.

이 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젠 상대에게 그 방법을 똑같이 당했다.

압도적인 무력 때문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밀리다가 노르덴 요새까지 밀려났다.

덕분에 딱히 방법이랄게 없이 다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다들 딱히 방법이 없는 듯하군.”

“어쩔 수 없소. 그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수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제일이오. 어차피 여기서 퇴각할 수도 없지 않소?”

크루바의 말에 칼리만이 말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힘에서 밀린다고 여기를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여기가 밀리면 북부를 전부 잃고 서부로 쫓겨난다. 그리고 서부로 쫓겨나고 끝이 아니었다.

서부도 관문이 몇 개 없었기에 거기도 밀린다면 순식간에 새로 자리 잡은 본부까지 밀릴 터.

그 때문에 다들 이곳을 포기 못 했다.

“그럼 일단…….”

그때 막사 안으로 들어온 병사 하나가 들어왔다.

“보고드립니다!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뭐?!”

“다들 어서 움직입시다!”

병사의 말에 다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쿵! 쿵! 쿵!

넓은 평야 위, 드레이크 하나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드레이크 위에는 막사 하나가 지어져 있었는데 드레이크의 발이 땅에 한 번 닿을 때마다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드레이크 아랑곳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막사 안에선 멀미와의 사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 우엑!”

“아, 스트레스…….”

봄은 계속 토악질을 하는 지호를 보며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러든지 말든지 지호는 얼굴을 봉투에 아예 박은 채 계속 속에 있는 걸 게워냈다.

“저, 저도 이러고 싶지… 우엑! 아, 않다고요.”

지호는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토악질했다.

사실 그는 드레이크 위에서 멀미를 졸업한 지 오래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꽤 오래 드레이크의 위에서 있었기에 당연히 적응했었다.

그러나 드레이크 빨리 달리자 멀미가 재발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지호는 안에 있는 걸 모두 게워내고도 위장염에 걸린 환자처럼 계속 토하는 중이었다.

“그냥 하나만 해!”

봄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우에에엑!”

“아씨!”

지호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이 더 크게 토했다.

결국, 못 참겠는지 봄은 밖으로 나왔다.

심하게 흔들리긴 했으나 A급 헌터가 겨우 이 정도를 못 버티진 않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이미 못 견디고 나온 형우가 민희가 있었다.

지금 이 드레이크에 타고 있는 인원은 형우와 민희, 봄이, 지호 이렇게 4명이었다.

인사니오와 대화를 끝낸 형우는 바로 인원을 추려서 노르덴으로 움직였다.

원래 형우는 한동안 본부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민희의 마법 실력을 늘려야 했고 형우 본인도 오러 연공법이라는 걸 배워서 S급 오러 마스터의 힘을 더 끌어올리려 했다.

그런데 인사니오와의 대화 이후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감옥의 죄수들이라…….’

노르덴으로 가라고 말한 인사니오는 이후 형우에게 다른 감옥에서 나온 죄수들이 바소르에 합류했다고 말해줬다.

그것도 다섯 곳에서 나왔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감옥당 최소한 S급이 하나 이상은 있을 터였다.

그럼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명 이상의 S급 헌터가 합류했다는 말이었다.

감옥에서 밖으로 나올 정도면 풀강을 마쳤을 터이니 최소로 잡은 5명도 상당한 전력이 될 터였다.

최악을 상정하자면 형우가 있던 감옥으로 비교를 해봤을 때 최대 25명까지도 가능했다.

감옥마다 사정이 다르고 서로 적대하느라 S급 수가 적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뒤따라 같이 나온 세력들도 있을 테니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칠 게 뻔했다.

게다가 인사니오는 그들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형우는 바로 소수만 대동한 채 노르덴으로 움직였다.

지호의 경우 워프 게이트 때문이었고 봄이는 당연히 힐러의 역할이었다.

민희의 경우는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데려왔다.

물론 그 전에 풀강을 하는 건 잊지 않았다.

덕분에 기대됐다.

민희가 얼마나 강해졌을지가.

그리고… 도영과 성민, 소정 3명은 형우가 시킨 일이 있어 합류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봄은 삐진 상태였다.

거기에 이동하는 내내 토하는 소리만 들으니 더 짜증 날 수밖에.

‘곧 합류하면 나아지겠지.’

그들에게도 시킨 일을 마치면 노르덴으로 합류하라고 말해놨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아마 며칠 내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봄이의 짜증도 끝날 터.

그러나 드레이크가 전력으로 달려도 최소 10일은 걸린다는 게 문제였다.

“우에에엑!”

“닥쳐!”

일주일 뒤, 이른 아침.

“노르덴이다! 다들 나와봐요! 저기 노르덴이 보여요!”

보초를 서고 있던 민희는 멀리 보이는 노르덴 요새를 보며 소리쳤다.

“설마 일주일 만에 올 줄이야…….”

민희의 목소리에 밖으로 나온 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드레이크는 폭주 기관차였다.

지치지도 않는지 밤낮을 안 가리고 달렸고 덕분에 무려 최소 10일로 잡아놨던 기간을 일주일로 줄여놨다.

그러나 여기엔 그들의 노력이 있었다.

민희는 이동 중에 마법서로 배운 보조 계열 버프 마법을 드레이크에게 걸어줬고 봄이는 드레이크에게 수시로 힐을 썼다.

형우도 B급 리커버리로 드레이크의 체력을 회복시켜줬다.

그 노력 덕분에 형우 일행은 무려 3일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음? 뭔가 이상한데?”

형우도 밖으로 나와서 요새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걸 보자마자 형우는 몸을 날렸다.

“지호야! 드레이크 좀 부탁한다!”

“네?”

탁. 탁.

“매스 블링크!”

팟!

형우는 바로 봄이와 민희의 손을 잡고 매스 블링크를 사용했다.

연달아 10번 더 매스 블링크를 쓰자 순식간에 노르덴 요새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요새에 도착하니 형우가 생각하던 그런 일은 없었다.

아니, 이미 끝난 상태였다.

“어? 안 싸우잖아.”

“이미 전투가 끝난 거 같은데요?”

성벽 위에선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밤새 전투를 한 것처럼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우는 그들에게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요새 위 성벽으로 매스 블링크를 썼다.

“매스 블링크.”

팟!

“뭐, 뭐야?!”

성벽을 경계하던 병사는 갑자기 나타난 형우 일행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치, 침입자다!”

“적이다!”

그들은 무기를 겨누며 순식간에 형우 일행을 포위했다.

“우리가 좀 적처럼 생겼나 봐요.”

“하하…….”

봄이의 말에 형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계속 전진을 하며 새로운 인원들이 계속 늘었던 터라 형우 일행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형우도 그걸 알기에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크루바를 불러달라 하려던 찰나, 형우를 알아보는 병사 하나가 있었다.

“어? 형우 님? 형우 님, 아니십니까?”

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병사는 그 말을 외치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러자 남겨진 병사들은 어색하게 무기를 잡은 채 갈피를 못 잡았다.

잠시 후, 포위한 병사들 사이로 누군가 다가왔다.

형우는 그를 향해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크루바 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군. 모두 무기를 내려라. 아군이다.”

크루바의 말에 순식간에 포위를 풀었다. 그리고 모두 각자 일을 위해 흩어졌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 보입니다.”

형우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대충 보긴 했으나 상황이 나쁘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부상병도 상당했고 시체의 수도 많았다.

게다가 성벽도 이곳저곳 파이고 무너져 있었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태.

버티고 있는 게 용했다.

“으흠, 일단 막사로 가자. 안에서 설명해주겠다.”

대답을 피한 크루바는 형우는 지휘관 막사로 안내했다.

형우 일행은 크루바를 따라 막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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