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82화 (83/151)

▣ Chapter 4-7

“후우…….”

눈을 뜬 민희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원래 약간 갈색빛을 띠던 눈동자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스으으윽.

그리고 민희가 눈을 뜨자마자 주변에 뭉쳐 있던 푸른 마나의 안개는 조용히 사라졌다.

‘흠…….’

마나의 안개는 사라졌지만 방 안에 있는 마나의 농도는 아직도 느껴질 정도로 많았다.

덕분이랄까.

뭔가 형우는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꼈다.

‘마나가 가지는 효과인가?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민희야, 괜찮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 오빠.”

형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민희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민희는 뭔가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잠에서 바로 깬 듯한 표정.

그러나 이내 그 표정이 사라졌다.

몽롱한 표정 뒤에 새로 나타난 표정은 자신감이었다.

그 표정을 본 순간 형우는 적어도 잘 못 되진 않았다는 걸 느꼈다.

“서클… 만들었어요.”

“그래. 1서클을 만든 건 아는데 왜 뒤에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긴 거야? 능력 때문이야?”

달리 생각할 게 없었다.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건 능력뿐이었으니까.

다만, 그 변수가 겨우 마나의 안개를 만드는 데 그친 게 아니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나만 만든 게 아니에요.”

“응? 뭐라고?”

“서클을 하나만 만든 거 아니라고요, 오빠. 네 개를 만들었어요.”

“네, 네 개?!”

민희의 말에 형우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 피델에게 들은 바로는 1서클을 만드는 데만 해도 3개월에서 반년이 걸린다 했다.

그런데 1서클을 단 하루 만에 만들어버리곤 그 단계를 몇 단계나 뛰어넘어 링을 4개나 만들었다.

“대, 대단합니다. 단번에 4서클을 만들다니……. 허허, 하루 만에 저보다 마법의 경지가 높아졌군요.”

피델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4서클은 하루아침에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피델만 해도 3서클에 오르는데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더 위의 마법서가 없어 설렁설렁 배우긴 했으나 마나에 친화력이 높다는 엘프가 2년을 소비했다.

이렇게 서클이 땅따먹기하듯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하나도 놀라운데 무려 네 개가 올랐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 이게 대단한 건가요?”

민희의 말에 피델은 어색하게 웃었다.

“드래곤만큼의 재능이 있다고 자랑하셔도 좋을 만큼 대단한 겁니다.”

사실 비유를 한 것이지, 드래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드래곤은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5서클 이상의 마나를 가지고 태어났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바로 마법을 배울 순 없지만 보통 드래곤 나이 100살이면 6서클을 마스터했다.

이후 성체가 되기 전 9서클을 마스터한다.

다만, 그 기간이 상당히 길었기에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하튼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부터 제대로 배운다면… 어쩌면 드래곤만 가능하다는 9서클에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9서클이면 강한 겁니까?”

기초 마법서라는 책을 보긴 했지만 직접 겪어본 적도 없고 본적도 없었기에 기준을 매기기 어려웠다.

“정확하지 않지만… 제가 알고 있는 기준으로 비교해드리겠습니다. 1~3서클은 F, E급 정도의 실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상 마법사라고 불리기 애매한 견습자 경지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실생활에 유용한 마법 하나조차 쓰는 데도 오래 걸립니다. 일반 병사에겐 그래도 큰 피해를 줄지 모르지만… 동급의 검사에게도 당할 정도로 약합니다.”

“하하…….”

피델의 말에 예전 F급일 때가 생각난 형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피델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4~5서클은 D, C급에 속하는데 이때부턴 마법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E급과 D급의 격차 같은 경지인데 4서클부턴 재능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마나를 모으는 재능. 이게 없다면 평생 3서클에 머물러야 합니다. 저는 마나가 없다기보다… 그 이상을 배우질 못했기에 정체된 상태입니다.”

“마나를 모으는 것도 재능이군요.”

형우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 그 재능이 없으면 3서클에서 평생을 머물렀기에 4서클을 1차 벽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6서클은 B급 정도 수준입니다. 다만, 4서클의 벽을 통과했다면 6서클까진 무난하다고 합니다. 깨달음이 없더라도 4서클을 넘었다면 마나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경지입니다.”

“아, 그러면 전 최소한 6서클까지 무난하겠네요?”

민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본인의 서클이 얼마나 강한 건지 알게 되니 민희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헌터의 입장에선 성장형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능력이 고정되어있는 헌터에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메리트였다.

게다가 마법을 배운지 하루 만에 D급 수준의 능력을 얻었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속도로 봐서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자료를 찾아보고 계속 성장 속도를 지켜봐야겠지만요. 그리고… 7서클은 A급에 속하는데 사실상 통곡의 벽이라 부를 만큼 넘기 힘든 벽입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존경의 의미를 담아 현자 혹은 대마법사라 불렸습니다. 마지막 8서클은 인간에겐 한계이자 최고로 높게 올라갈 수 있는 경지인 8서클입니다. 당연히 S급 수준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S급이라…….”

만약 이런 속도로 성장만 해준다면 민희는 S급 능력을 두 개 얻게 된다.

쓰면 결국 똑같은 마법이긴 했지만 능력과 분명 다른 점이나 이득이 있을 터.

예를 들면 둘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든지…….

“어? 오빠! S급 능력이 더 강해졌어요!”

“더 강해졌다고?”

“뭔가 변화가 있나 확인해봤는데 이전보다 S급 능력을 일으키는 게 더 쉬워졌어요.”

스으으으.

민희는 그 말을 하며 S급의 힘을 뿜어냈다.

순수하게 마나의 힘만 내뿜는 거라 그다지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형우는 차이를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강화한 느낌인데?”

민희는 형우가 이종족들 대표와 이동하면서 같이 바로 넘어왔다.

그 때문에 아직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 들르지 못해 강화를 못 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건 분명 강화를 한 S급의 힘이었다.

비록 1강에도 미치진 못했지만 이전과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잠깐… 이거 강화의 돌도 같이 쓰면 R급에 가까운 힘이 되는 거 아냐?’

그 생각이 든 형우는 갑자기 마법을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형우가 마법을 익힌다고 해도 저런 시너지는 불가능했다.

민희가 순식간에 4서클에 오른 건 S급 마나 마스터와 A급 마나 팩토리의 힘이 컸다.

두 능력을 얻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제대로 쓰려면 몇 년 이상을 수련해야 할 터였다.

결국, S급 마나 마스터와 A급 마나 팩토리가 담긴 영혼석을 얻어야 가능한 일.

형우도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때 불현듯이 뭔가 떠올랐다.

‘아, 난 오러를 익히면 되잖아?’

형우는 S급 오러 마스터가 있었다.

민희처럼 보조되는 능력이 없어 더 큰 성장을 바라진 못하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게 뻔했다.

‘난 지금 풀강 상태니까 조금만 더 도움을 얻는다면 정말 R급 아니 최소한 못해도 R-급까진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생각이 들자 형우는 바로 오러에 대한 내용이 적힌 서적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민희는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신이 나서 온종일 마법을 수련했다.

서부 북쪽, 바소르 서부지부.

바소르가 서부를 지배하기 위해 세운 서부지부는 서부에서도 북쪽 산맥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부지부의 거대한 성과 높은 성벽은 산맥 사이에 자리를 잡아 철벽의 요새와 같았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원래부터 바소르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이 아니었다.

원래는 카나리온이라는 왕국의 수도 리튼이 있던 장소였다.

서부는 주로 숲과 산맥이 많아 성이나 마을이 숲이나 산을 끼고 요새 형식으로 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건 지형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래 몬스터의 침공이 잦은 곳이다 보니 방어를 위해 도시를 요새화시켰고 수도 또한 그렇게 지어졌다.

그 때문에 아르카는 저곳을 공격하려 할 때 솔직히 난감했다.

다른 곳들은 기습으로 빠르게 해치웠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밀리자 적들이 성을 버리고 도망쳐, 서부지부로 모였다.

병력이 한데 모인 만큼 정말 치열한 전투가 예상됐다.

게다가 이곳의 진입로는 동굴처럼 위로 이어진 곳이기에 입구를 무너트리면 사실상 진입할 수 없었다.

그럼 보급은 어떻게 하냐고?

성에는 다른 곳과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었고 공간이동 계열 능력자도 있으니 막기만 한다면 정말 무한정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간 공격을 당하는 중 본부에서 병력을 증원받을 수도 있었으니

그래서 아르카는 병력을 총집결시켰다.

지킬 것 없이 계속 진격하던 터라 모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 최대한 등급이 높은 이들 위주로 했다.

진입로가 막히면 벽을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등급이 약한 이들은 힘들었다.

그나마 손실을 줄이려면 그냥 정예들이 가는 게 나았다.

그러면 차라리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투석기나 원거리 마법을 써서 공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가능했다.

성벽엔 과거 드래곤이 각인시킨 방어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S급이 아무리 두들겨도 깨지지 않을 9서클의 마법진.

게다가 위로 곡선을 그리고 날아가는 투석기의 돌도 S급이면 어렵지 않게 막는다.

그렇기에 방법은 단 하나였다.

다들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성으로 돌격했다.

그런데…….

“성벽에 병력이 안 보이는데?”

“아무도 없잖아?!”

“무슨 함정이 있는 거 아냐?”

“성 전체가 비었다! 성 전체가 비었어!”

잔뜩 긴장하고 들어왔던 그들은 김이 새버렸다.

적의 결사 항쟁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뭔가 다행이면서도 허탈했다.

“도대체 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크루바는 텅 빈 도시에 들어와서 인상을 찌푸렸다.

도저히 적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혹시 도시에 뭔가 설치해놓은 게 있나 확인도 해봤지만 깔끔했다.

“그래도 가장 희생이 많을 곳에서 희생이 없으니 다행으로 여겨야겠군.”

어찌 되었든 적이 알아서 공략하기 힘든 요새를 비워준 덕분에 주요 거점을 쉽게 얻었다.

리튼을 얻은 아르카는 그곳을 새로운 본부로 삼았다.

방어적인 측면이나 위치상 적당한 곳이었다.

앞으로 북부와 동부 진출에 용이한 돌출된 장소였고 방어에도 탁월했다.

그렇게 아르카는 칙칙하고 습했던 땅굴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새 기틀을 세웠다.

북동쪽 옛 에피리아 숲.

과거 엘프들의 고향이었으나 지금은 마기에 오염되어 죽어버린 땅.

이곳은 적막하다 못해 스산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엘프들 대신 언데드와 마물이 자리 잡았다.

그은 살아 있는 자들을 찾아다니며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없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언데드와 마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가 다 치워버리기라도 한 듯 깨끗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누군가 나타났다.

스윽. 스윽.

각자 다른 곳에서 다섯 무리가 모였다.

한 무리만 해도 수백이 넘어 보이는 그들은 가지각색의 복색과 가지각색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바소르의 본부장이자 마왕인 데브릭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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