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81화 (82/151)

▣ Chapter 4-6

“뭐? 검문소가 모두 당했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 하지만 정말입니다. 게다가 검문소를 밀어버리고 순식간에 서쪽으로 진출해서 주요 거점들을 모두 빼앗았습니다. 덕분에 사냥 부대들 대부분이 북쪽에 있는 서부지부로 대피한 상황입니다.”

“이, 이…!”

바소르 본부, 본부장이자 바소르의 주인인 데브릭은 비서가 전해준 소식에 분개했다.

쾅!

분노를 못 참아 내리친 책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히익!”

그 모습을 본 비서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물러났다.

산산조각 난 책상 때문은 아니었다.

데브릭을 잘 아는 그는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기에 보고서를 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데브릭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곧 본부장실 전체에 퍼졌다.

콰드득! 콰직!

연기에 닿은 책상과 물건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를 가릴 것 없이 본부장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잠시 후 연기는 다시 데브릭의 몸 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미 본부장실은 난장판으로 변한 뒤였다.

“후우…….”

데브릭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쥬드! 의자를 가져와라!”

“예!”

잠시 통제가 안 됐던 힘을 갈무리하고 밖에 있는 비서를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

사실 데브릭은 마족이었다.

그것도 마계에서 마왕 다음으로 강한 네 공작 중 하나.

그리고 고위 마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작이었다.

마계는 처음 엑시디움이 쳐들어왔을 때 인간의 편에서 싸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엑시디움은 차원의 약탈자이자 파괴자.

차원이 파괴되는 말든 차원의 에너지를 1차, 2차로 뽑아 먹는 이들이었다.

엑시디움에게 오티움을 뺏기면 자신들이 뺏을 차원 또한 없는 거였다.

게다가 마계 역시 차원에 같이 묶여 있는 차원이었다.

별개인 신계와 다르게 말이다.

그 덕분에 유일무이한 연합이 생겼다.

천계, 마계, 인간계, 정령계… 이들이 힘을 모았다.

그러나 엑시디움은 강했다.

결국, 패했고 세 명의 공작을 잃은 마왕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마계로 도망쳤다.

그때 마계에서 배신자가 나왔다.

배신자는 살아남은 유일한 공작 데브릭이었다.

데브릭은 마왕을 죽이고 스스로 마왕이 되어 마계를 장악했다. 그리고 2차 침공 때 엑시디움의 편에 섰다.

그때 만든 단체가 바로 이 바소르였다.

바소르를 만든 데브릭은 철저하게 대륙의 생명체를 짓밟았다.

감히 대항할 수 없도록.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데브릭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저항도 못 해서 땅굴로 숨어든 게 아르카였다.

그런데 반격을 한 것도 모자라서 순식간에 서부의 반을 장악했다.

덕분에 바소르 전체가 비상이었다.

“아직 테메 님께선 적어도 한두 달은 괜찮을 거라 하셨는데…….”

얼마 전 데브릭에게 테메가 찾아왔다.

엑시디움의 간부인 테메는 곧 감옥에서 적이 넘어올 것이며 아군 또한 넘어온다고 했다.

아군은 자신의 증표를 가지고 접촉해올 것이며 그들을 이용해서 방해되는 모든 것을 없애라고 지시도 내렸다.

그래서 제일 먼저 꽤 많은 병력을 추가로 아르카에 보냈다.

적이 오든 아군이 오든 일단 귀찮은 아르카를 먼저 처리하는 게 나았다.

그동안 병력을 손실을 우려해 적당히 갈아먹으며 견제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르카에 대한 공격도 공격이지만 전송을 위해 운용하는 병력도 많았다.

만약 아르카를 정리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려면 그것에 공백이 생길 터.

안 그래도 두 번 연달아서 대규모 전송을 하다 보니 제대로 인력난을 겪었었다.

그러나 테메가 그렇게 명령한 이상 따라야 했다.

“그런데 하필…….”

설마 그 짧은 사이 아르카와 접촉하고 서부의 반을 밀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아군이라는 놈들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황.

아르카에 대응하는 것과 전송을 하는 것까지 정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화아악!

덕분에 다시 한 번 통제되지 않은 마기가 밖으로 분출됐다.

마기는 방 전체를 잡아먹을 듯이 펴졌다.

그때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의자가 가져왔… 크 크악!”

콰드득!

마기에 노출되자마자 비서는 그대로 팔을 뜯겼다.

그러나 마기는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을 파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로 비서의 몸 전체에 달라붙었다.

“사, 살려…….”

비서는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기에 물어뜯겨 사라졌다.

“썩을… 눈치 빠른 녀석이었는데.”

곧 정신을 차린 데브릭은 간단하게 죽은 비서에 대한 평을 내뱉었다. 그리고 밖에 홀로 남은 의자를 가져왔다.

프로즌 미스트, 인사니오 신전.

웅성웅성,

아무도 접근을 안 했고 아무도 없었던 인사니오의 신전은 며칠 사이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변했다.

형우가 인사니오의 신전을 발견하고 겉에 있던 막을 없애자 안개가 없어졌다.

이제 이전처럼 한참을 걸어서 오는 게 아니라 봉우리 정상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르카들은 신전에 오자마자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전투 부대에 보급했다.

형우와 함께 온 감옥의 이종족들에게도 보급됐는데 제일 먼저 온 이들은 크루바를 포함한 이종족들의 강자들이었다.

S급이거나 그에 근접한 실력자들만 데려왔다.

덕분에 병력의 질이 올라갔고 공격 예정이던 바소르들의 부대 수십 개를 손쉽게 격파할 수 있었다.

그 기세를 몰아 모든 검문소를 점령했고 이어서 서부의 서쪽으로 진출해 서부의 반을 점령했다.

좁은 땅굴에서 근근이 살던 아르카가 과거 한 왕국에 비견될 만한 영토를 얻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아르카들은 곳곳에 퍼지게 됐다.

그러나 남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인사니오에 신전엔 아티팩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정령술, 마법, 역사, 연금술, 검법, 마나 운용법 등.

다만, 대부분이 바로 쓸 수 없는 것들이기에 어느 정도 분류와 분석이 필요했다.

정령술은 엘프들이 거의 순식간에 해결했으나 나머지는 아니었다.

그 때문에 이걸 분석하기 위해 남은 이들이 많았다.

피델도 그들 중 하나였다.

다만, 지금은 형우의 부탁을 받아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오오! 정말 말도 안 되는 천재입니다…! 이건 타고났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겠습니다.”

피델은 누군가를 극찬하며 놀라워했다.

지금 피델은 마법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드래고니안 크루바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은 피델은 어릴 때 마법을 조금은 접했다.

물론 소실에 소실을 거듭한 터라 배운 건 겨우 초급 수준이었으나 그래도 다른 이들보단 나았다.

그래서 형우의 부탁으로 마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법의 기초는 마나를 모으는 것과 서클 생성이었기에 피델은 인사니오의 신전에 있는 마법서를 참고해 교육을 시작했다.

그런데 가르치는 대상의 재능이 상상 이상이었다.

“벌써 서클을 생성하다니…….”

피델은 방 안에서 푸른 운무(雲霧)를 띄운 채 서클을 생성 중인 이민희를 보며 감탄했다.

형우가 크루바에게 신물을 전달하면서 예정됐던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보상으로 형우는 민희를 각성시켰다.

S급이 된 민희는 이미 인사니오의 눈으로 본 S급 마나 마스터라는 능력을 얻었다.

마나 마스터는 온 종류의 마법 계열 능력을 사용하게 해줬다.

형우도 오러 마스터라는 S급 능력을 얻고 오러 계열 능력을 전부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건 더 범위가 넓었다.

전체 능력 중에서 마법 계열 능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

그 말은 혼자서 능력의 반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정말 사기적인 능력.

R-급 통제를 얻은 형우도 순간 탐을 냈을 만큼 대단한 능력이었다.

다만, 여기엔 단점이 있었다.

수많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소모가 극심했다.

다른 능력들도 펑펑 써댈 수 있는 건 아니나 이건 소모가 더 컸다.

하위 능력을 쓸 때도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능력이 같이 각성하면서 그 문제는 해결됐다.

[이민희/S급/1소켓-C급 체력 강화 2소켓-S급 마나 마스터 3소켓-A급 마나 팩토리]

마나 팩토리는 마나를 보충해주는 패시브격인 능력이었다.

혼자 있으면 정말 쓸모없는 능력이었지만 마나 마스터와 시너지를 이루면서 정말 사기적인 능력으로 변모했다.

덕분에 민희는 수많은 능력을 펑펑 써댈 수 있었다.

그런데 형우는 민희를 보며 엉뚱한 생각을 하나 했다.

‘진짜 마법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

등급으로 분류된 능력은 마법과 달랐다.

나름대로 작동 원리가 존재하고 힘을 소모하긴 했으나 헌터들 대다수가 능력을 그저 게임 스킬 사용하듯이 썼다.

그런데 거기에 진짜 마법을 배우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그래서 피델에게 한번 민희를 맡겨봤다.

그런데 맡긴 지 하루도 안 돼서 어마어마한 성과가 나타났다.

“서클을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형우는 피델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피델은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겁니다. 보통 한 달이 넘어서야 마나를 느끼고 1서클의 링을 만드는 데도 3개월에서 반년 이상 걸립니다.”

“으흠…….”

피델이 흥분하면서 말했지만 형우는 마법의 개념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서클 하나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서클은 마법에 제일 기초가 되는 개념이다.

대기에 떠도는 마나를 모아서 자신의 몸에 축적하는데 그 축적된 마나가 일정량 이상 차면 심장에 둥근 마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그 링이 늘어날 때마다 1서클, 2서클… 이런 식으로 불렀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고위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서클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재능이 없다면 마나를 모으는 것부터 난관이고 마나를 모았다 하더라도 서클을 만드는 것도 문제였다.

수능 친 뒤에 고시까지 두 관문을 넘는 것처럼 두 개의 관문을 넘어야 비로소 마법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건 공부처럼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영역이란 게 문제였다.

철저한 재능의 사회이자 천재들의 세계.

그런데… 민희는 그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재능이 뛰어났다는 대마법사도 한 달이 걸렸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그냥 재능이 뛰어난 정도였으면 감탄으로 끝났을 터였다.

그러나 그런 정도를 뛰어넘어 경탄할 지경에 이르렀기에 피델의 극찬은 끝이질 않았다.

그런데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촤아아!

“무, 무슨?!”

서클이 하나 생성했음에도 마나의 안개를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영역을 넓혔다.

영역을 넓힌 마나는 어느새 방 안에 가득 찼다.

‘이게 마나?’

방 안을 마나가 뒤덮자 형우도 제대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오러와 마법의 발현은 조금 다른 원리긴 했다.

그러나 거기에 소모되는 연료는 같았다.

그래서인지 형우도 단번에 마나를 느끼고 이해했다.

‘S급 오러 마스터 때문인가?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휘이잉!

정말 심상치 않았다.

방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마나가 모여들었다.

마치 작은 돌풍이 부는 듯했다.

“피델 님?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마법서에 없었는데…!”

피델도 기껏해야 기초를 익힌 3서클 마법사였다.

가르칠 스승도 없었고 마법서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3서클이면 마법이 쇠퇴했을 시기에도 견습 딱지를 못 뗀 경지였다.

지구로 비유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

기껏해야 서클 만드는 정도를 도와줄 정도밖에 안 됐으니 이런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었다.

덕분에 둘은 손 놓고 마나의 폭풍을 지켜보기만 했다.

스으으읍!

“빨려 들어간다?”

“오오…!”

그러던 중 숨 막히도록 가득 찼던 마나가 민희에게 빨려 들어갔다.

마치 블랙홀이라도 되는 마냥 끊임없이 빨려 들어갔고 어느덧 마나는 처음에 민희를 둘러싼 정도의 작은 안개로 변했다.

팟.

그 순간, 민희의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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