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74화 (75/151)

▣ Chapter 3-24

형우는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새로운 능력을 느꼈다.

그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힘.

그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게 달려있어서 형우를 당황하게 했다.

“R-급? 근데 마이너스는 도대체 뭐야?”

몸속에서 느껴지는 능력은 분명히 처음으로 나온 등급이었다.

R급은 아무래도 S급의 상위 등급인 듯했다.

그건 좋았다.

다만, 같이 달린 마이너스만 빼면.

“저게 내가 아는 그 학점에서 A-, B-가 맞는 거겠지?”

형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

합성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든 S급 영혼석이 문제가 있든.

그게 아니라면 새로 얻은 능력에 마이너스가 달린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능력에 제한이 존재했다.

“원래 힘의 삼 분의 일? 허… 미치겠네.”

안 그래도 마이너스가 달려서 심란한데 R-급 능력이 낼 수 있는 출력의 삼 분의 일밖에 효율이 안 나왔다.

그 정보는 얄밉게도 제일 마지막에 제공됐다.

다만, 제한을 푸는 방법이 분명 있었다.

“검은 영혼석 2개 아니면 S급 영혼석 2개. 검은 영혼석은 구하기 힘들 테니 S급 영혼석을… 아, 뭐라는 거야. 둘 다 구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잖아!”

나름 쉽게 구하긴 했으나 S급 영혼석을 구한 격차는 꽤 심했다.

게다가 이것도 운이 좋았던 것뿐.

앞으로도 운이 좋으란 법이 없었다.

“후우, 이건 젖혀두고. R-급 통제라. 이건 정말 대박이네.”

이 능력은 어찌 보면 속박과 비슷한 종류였다.

다만, 자세히 보면 속박과 비교할 수 없었다.

정말 궤를 달리하는 능력.

속박의 경우 대상이나 단체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통제의 경우 움직임뿐만 아니라 상대의 능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지금 R-급 통제에 걸린 제한처럼 말이다.

이건 정말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 능력만 있으면 최소한 동급은 무조건 이길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흥분하며 생각하다 보니 검은 영혼석이 떠올랐다.

“잠깐… 설마 방수혁이 이렇게 A급들을 만든 거야?”

기분 나쁠 만큼 똑같은 능력을 써대던 A급 죄수들.

똑같이 오러 블라스터를 쓰는 그들이 이제 보니 이 영혼석으로 만든 놈들인 것 같았다.

검은 영혼석은 놀랍게도 헌터의 몸에 바로 능력을 흡수시켰다.

형우가 본래 가지고 있던 의뢰서로 얻은 보상이 아니라 검은 영혼석만으로 말이다.

형우는 S급 영혼석 2개를 흡수할 수 있는 거지 R급 영혼석 흡수가 가능하지 않았다.

그건 아직 보상으로도 안 나왔고 얻은 적도 없었다.

‘이거로 S급을 대량 생산한다면…….’

순간 형우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S급 대량 생산이 성공한다면 정말 최악의 결과가 나올 터.

‘그러고 보니 S구역에서 회수 못 한 A급 영혼석도 꽤 많은데. 와, 이걸 어떡하지?’

본래 이 원정은 이민희를 S급으로 만들어주고 이종족들을 밖으로 풀어주려고 떠난 원정이었다.

이게 제일 급한 사안이었고 제일 중요했기에 방수혁은 좀 등한시하긴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형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다만, 그것도 잠시.

형우는 곧 침착해졌다.

R-급 통제.

이게 있는 한 S급들이 많이 모여도 질 것 같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제한이 있지만 제한 중임에도 S급 풀강보다 강력했다.

여기서 제한이 하나만 더 풀려도 왠지 S급이 얼마나 모이던 다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또 디버프네?’

기껏 공격 쪽으로 벗어났더니 또 디버프가 생겼다.

이쯤 되면 그냥 디버프 전용 헌터로 살아야 할 듯했다.

‘쩝, 얻은 게 이건데 어쩔 수 없지. 후우. 여하튼 걱정이네, 걱정이야.’

쿵. 쿵.

드레이크가 움직이며 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처량한 바람이 부는 폐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곳이었으나 폐허가 된 마을은 삭막했다.

게다가 반쯤 타버린 마을 모습이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을 안으로 일단의 무리가 발을 들였다.

저벅저벅.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모두 붉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붉은 망토엔 검은 핼버드가 그려진 게 보였다.

평범해 보이는 검은 핼버드.

그러나 서부에서 저 문양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리소린 부대의 상징이자 죽음의 상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항하는 아르카도 저 문양을 보면 다들 흠칫 떨었다.

리소린 부대는 대장인 리소린을 포함해서 단 11명으로 구성됐다.

겨우 11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여기엔 S급만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소르 전체를 통틀어도 30명이 넘지 않는 S급이 한 부대에 무려 3명이나 소속됐다.

덕분에 바소르 본부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세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11명에서 더는 인원을 안 받았다. 그리고 그 11명으로 수십, 수백을 학살했다.

생포하는 수보다 죽이는 수가 더 많은 부대.

그게 리소린 부대였다.

그 때문에 저 문양을 보면 다들 도망갔다.

휙. 탓.

선두에 있던 리소린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10명의 부대원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흩어졌던 그들은 마을 중앙에 집결했다.

“리소린 대장, 마을을 떠난 지 벌써 좀 지났는데?”

“며칠쯤 지난 것 같나, 릴버그?”

리소린은 태연하게 되물었다.

그들이 이곳 마을에 온 이유는 사라진 바룬 부대를 찾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바룬 부대를 전멸시켰다고 예상되는 이들을 잡기 위해왔다.

그러나 이미 정보가 전해지고 다시 리소린 부대에 전해지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빠르게 달려오긴 했으나 그런다고 격차가 줄여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리소린은 태연했다.

“최소 일주일은 지난 거 같습니다.”

“쯧, 지부 새끼들은 맨날 늦은 정보만 주냐. 쫓아가기 귀찮게.”

릴버그의 말에 누군가 짜증을 냈다.

그러나 그 말에서도 못 잡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그냥 귀찮을 뿐.

“그런데 마을에서 둘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은 마을에 거주하던 이들 같고 하나는… 드레이크 같습니다.”

“드레이크?”

“뭐야? 그럼 드레이크가 깽판 쳐서 다 죽었다는 거야?”

드레이크란 말에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바소르의 사냥 부대였다.

등급이 낮다고 하나 드레이크에게 전멸할 만큼 멍청한 부대는 없었다.

물론 그 전멸을 피하는 방법은 바소르다웠다.

드레이크가 나타난 순간 승산이 없다고 여겨지면 다 도망간다.

그러니 최소한 하나 이상은 돌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돌아온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멍청한 드레이크가 다 죽였을 리가 없어. 전송으로 업그레이드된 드레이크가 아니라면 죽어라 한 놈만 쫓아갔겠지.”

리소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크가 나름 몬스터 중에서 지능이 높은 편이긴 하나 그래 봐야 몬스터일 뿐이었다.

분명 하나만 죽어라 쫓아갔을 게 당연했다.

“그럼 다른 놈들이 껴있다는 겁니까?”

“음… 아무래도 그 가능성이 크겠지.”

“아르카 놈들이려나.”

아르카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릴버그가 아까 말했던 것을 이어서 말했다.

“아, 그리고 드레이크는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나머진 반대로 갔고요.”

“하필 나뉘어도 딱 반대로…….”

“이거 참.”

다들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로 먼저 가시겠습니까, 대장?”

“이미 정해진 거 아닌가, 헤만? 난 맛있는 건 못 참아.”

“킥! 괜히 물어서 죄송합니다, 대장.”

질문을 던졌던 헤만은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들은 추격을 위해 이동했다.

목표는 드레이크였다.

쏴아아아.

검문소를 지나고 며칠 뒤 장맛비처럼 3일 연속으로 비가 내렸다.

질리도록 비가 내리는 통에 드레이크의 이동속도는 느려졌고 덕분에 예정된 도착일보다 하루 정도 더 지연됐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 덕분에 그들이 지나온 흔적이 지워졌다는 거였다.

물론 그거 말고도 좋은 점이 있었다.

빗소리.

“정말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질리지 않네요. 계속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봄이는 막사 밖을 바라보며 감성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감옥에서 밖으로 나오니 정말 좋긴 하네요. 햇빛도 보고 빛도 보고.”

성민은 거기에 동의하며 맞장구를 쳤다.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감옥에 갇혀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을 못 봤다.

그러다 보니 비를 별로 안 좋아하던 사람도 비가 좋아질 정도였다.

그래서 어쩔 땐 다들 막사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기도 했다.

봄이는 막사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좋다면서 마치 음악을 듣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뀨우우!”

“응? 뀨우, 왜 그래?”

뀨우는 마치 방해라도 하듯이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파닥파닥.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방방 뛰었다.

다들 그 모습에 의아하던 찰나 곧 뀨우가 왜 그랬는지 알게 됐다.

“드래곤밸리다…!”

“이야…….”

검문소부터 일주일이 넘게 걸린 여정 끝에 드디어 드래곤밸리에 도달했다.

드래곤밸리는 마치 그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비로 인해 생긴 안개를 걷어주었다.

덕분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드래곤 밸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됐다. 그리고 그건 정말 장관이었다.

“산만 저게 몇 개야?”

형우는 감탄하며 말했다.

드래곤밸리는 수십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었다.

게다가 높이도 높았다.

앞에서 보는 데도 한라산 높이 봉우리가 여럿 보였다.

그 정도로 드래곤밸리의 봉우리들은 높았고 많았다.

그러나 곧 감탄하던 형우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저걸 어떻게 다 뒤져?”

“아… 맞다.”

“미치겠네. 우리 집에 못 가는 거 아닙니까?”

다들 표정이 썩어버렸다.

경치에 넋이 나가 잠시 그들이 온 목적을 잊고 있었다.

“뀨우! 뀨우!”

뀨우만이 좋아서 뛰어다녔다.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했다.

저기에 자신의 고향이 있다는 것을.

‘고향이라고 해도 되나? 에이, 모르겠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형우는 정말 막막한 걸 느꼈다.

단시간 내에 찾는 건 정말 불가능일 것 같았다.

“가자마자 워프 게이트부터 깔아놓자. 이건 아무래도 크루바에게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동의합니다.”

“맞아.”

끄덕끄덕.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단서 없이는 정말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의 난이도였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래도 다행인 건 워프 게이트를 일단 설치해놓으면 이동은 빨랐다. 그리고 한 번 설치해놓으면 계속 이용이 가능했다.

“일단 안전한 장소 하나 찾아서 거기를 베이스 캠프로 하고 워프 게이트 설치를… 오러 블라스터!”

슈우욱! 콰앙!

“캬가각!”

갑자기 무언가 드레이크의 위로 날아왔다.

형우가 바로 오러 블라스터로 터트리긴 했으나 그것에 놀란 드레이크가 이리저리 날뛰었다.

형우 일행은 일단 드레이크의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드레이크를 향해 달려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드레이크에 접근하자마자 둥글게 둘러쌌고 위협했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왔다.

푸른 로브를 입은 그는 형우 일행에게 소리쳤다.

“너흰 누구냐!”

“우린 드래고니안 크루바 님의 부탁을 받아서 왔습니다.”

형우는 바로 대답했다.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이상했다.

“어디서 거짓부렁을 내놓느냐! 마지막 전투에서 드래고니안은 멸종했다! 감히 숭고한 희생을 한 그들을 욕되게 할 참이냐!”

“엥?”

푸른 로브의 말에 형우는 당황했다.

크루바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상태.

그런데 저들은 멸종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룬? 사냥 부대 대장이다!”

그때 상황을 보기 위해 막사에서 얼굴을 살짝 내민 바룬을 보곤 누군가 소리쳤다.

“정말 바룬이다! 이 악독한 놈!”

“이 바소르 놈들! 대놓고 들어올 만큼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단 말이냐!”

바룬을 본 아르카들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 광경에 형우 일행은 모두 당황하며 해명을 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선 무슨 말도 통하지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다들 잡아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그들을 검을 치켜세우며 형우 일행에게 다가왔다.

“길드장님, 어떡합니까?”

도영의 말에 다들 형우를 바라봤다.

그러나 형우라고 별수가 있는 게 아니었다.

“쩝, 어쩔 수 없지. 일단 잡혀주자. 저 사람들이랑 싸울 순 없는 노릇이잖아.”

“끄응…….”

도망가자면 도망갈 수 있지만 앞으로 드래곤밸리에서 계속 신물을 찾아야 했다.

지금 도망가면 앞으로 계속 저들과 충돌할 터.

마음 같아선 힘을 누르고 싶었으나 그러면 저들은 더 필사적으로 나올 게 뻔했다.

이곳 드래곤 밸리는 저들의 집이었으니까.

“항복.”

형우는 바로 손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저들에게 잡히는 쪽을 택했지만 말이 잘 풀린다면 저들에게 신물의 단서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형우 일행은 곧 몸이 결박된 채로 드래곤밸리 안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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