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9화 (70/151)

▣ Chapter 3-19

쿵. 쿵.

넓은 숲속, 드레이크 한 마리가 천천히 뛰고 있었다.

빠르게 뛰는 게 아님에도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쿵쿵거리는 소리는 꽤 크게 났다.

그런데 드레이크의 등에 특이한 게 보였다.

등엔 큰 막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막사를 지탱하기 위해서 긴 밧줄이 몸을 한 바퀴 감고 있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앞부분과 뒷부분에도 밧줄이 감겨 있었으나 드레이크는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몬스터들 대다수가 그렇지만 귀찮을 걸 정말 못 참았다.

화살이나 쇠꼬챙이 같은 게 박히면 참지 못하고 바로 뽑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참을성이 없었다.

그런데 그 참을성 없는 몬스터가 위에 큰 막사 하나를 매달고 달렸다.

그 성질 급하다는 드레이크가 말이다.

이게 가능한 건 소정의 테이밍 능력 때문이었다.

소정의 능력으로 드레이크를 테이밍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엄청 빨랐다.

뀨우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일부러 수컷을 고르긴 했는데 그걸 떠나서 엄청 빨리 테이밍됐다.

형우는 그걸 보고 인사니오의 존엄이 테이밍과 함께 발현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하튼 그 덕분에 빠르게 테이밍을 마쳤다. 그리고 그 드레이크 등 위에 큰 막사 하나를 설치하고 편하게 이동 중이었다.

“으, 으…! 차, 차라리 롤러코스터를 타고 말겠어!”

지호는 드레이크의 위에서 막사의 기둥을 껴안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지구에서도 그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놀이기구를 하나도 못 탔다.

헌터로 각성한 이후에도.

그런데 그냥 놀이기구도 아니고 살아있는 생명체에 타고 있으니 공포가 더 심했다.

“억!”

쿵!

드레이크가 한 번 심하게 들썩이자 지호는 등에 엉덩이를 세게 박았다.

“제발 살려줘…….”

지호는 창백한 안색으로 살려달라 말했다.

“헌터가 돼서 뭘 그렇게 떨어? 너 A급 맞아?”

그런 지호를 봄이 한심하게 바라봤다.

솔직히 C급만 넘어도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는 건 타격이 크지 않았다.

물론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타격이 있겠지만 드레이크 정도 높이는 충분히 감당 가능했다.

하물며 A급이었다.

A급에겐 그냥 계단 하나 점프한 정도밖에 안 됐다.

“A급이라도 무, 무서운 건 무서운 거라고…!”

“같은 A급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봄이 씨, 놔두고 이리 와서 점심 좀 먹어요.”

“네, 성민 씨! 가요!”

봄은 성민이 부르는 소리에 밝게 대답했다.

여정이 시작된 후 봄은 이상하게 성민의 말을 잘 따랐다.

작은 거 하나에도 크게 반응했고 시선은 항상 성민을 향해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뻔했다.

‘하긴… 성민이 잘 생기긴 했지.’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성민은 꽤 잘생긴 편이었다.

몸도 헌터답지 않게 깔끔하고 적당히 근육이 잘 붙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몸 잘 만든 연예인 같은 성민이었기에 인기는 당연했다.

다만, 문제는 성민이 너무 무신경하다는 거였다.

잘 생긴 애들은 연애를 많이 했다는 공식을 철저히 깨버리고 숫총각 딱지를 아직도 못 뗀 성민은 눈치마저 말아먹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상태가 됐다.

“너도 이것 좀 먹어.”

“…….”

성민은 빵을 아까 처음 드레이크에게 쫓기던 아이에게 건넸다.

그러나 아이는 대답 없이 그걸 경계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말없이 발톱을 세웠다.

스릉.

“쩝…….”

성민을 그 모습을 보며 손을 거뒀다.

아이는 수인족이었다.

그래서 드레이크와 나름 추격전을 벌인 듯했다.

인간 아이라면 드레이크에게 발견되자마자 잡아먹힌다.

이건 그나마 수인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 게 뻔했다.

성인인 수인족도 드레이크에게 쫓기면 결국 잡힐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아이라면 말 다 했다.

“이거 어떡하죠?”

성민이 곤란한 눈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그러나 형우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들이 드레이크를 다 쫓아버렸다.

게다가 한 마리를 굴복시키고 자가용처럼 썼다.

경계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환경.

그나마 다행은 같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

“쩝… 집이 어딨는지는 알아야 데려다 줄 텐데. 이거 참…….”

형우는 곤란하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사실 형우는 이 아이를 통해서 다른 이들과 만나 드래곤 밸리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들을 셈이었다.

더불어 지금 오티움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러나 초장부터 막막했다.

형우는 잠시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소정의 품에 있는 뀨우를 잠시 빌려왔다.

“뀨우?”

“이럴 땐 해결책은 이것밖에 없어. 자, 뀨우몬 투입!”

“뀨, 뀨우?”

형우는 억지로 뀨우를 밀어 넣었다.

덕분에 원치 않게 아이를 대면한 뀨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도 뀨우를 바라보면서 어색한 대치가 시작됐다.

“에휴, 이런 거에 넘어가겠냐.”

갑자기 뀨우 하나 툭 줬다고 관계가 나아지면 형우는 뀨우로 온 세상 아이들을 모두 납치할 수 있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될 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막 내지른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게 의외로 먹혔다.

“와아…!”

“뀨, 뀨우?!”

아이는 뀨우를 껴안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풀린 얼굴이 됐다.

그러나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동물과 친숙한 수인족이었기에 뀨우에게만 경계를 푼 거였다.

제대로 해결하려면 다른 것도 필요했다.

“소정아, 좀 부탁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서 형우는 소정에게 아이를 좀 달래달라고 부탁했다.

그나마 어린 축에 속했고 어른보단 경계가 덜할 테니까.

소정은 한참 아이와 떠들었다.

곧 형우 일행에게 조금은 경계를 푼 아이를 보게 됐다.

‘역시 소정이가 그래도 낫네.’

확실히 어른보다 아이가 나았다.

다른 이들이 접근할 땐 잔뜩 경계했는데 처음부터 소정이는 좀 경계가 덜한 모습이었다.

여하튼 덕분에 잘 풀렸다.

그때 소정이 형우에게 다가왔다.

“얘 이름이 ‘쿰’이래요.”

“쿰?”

“네, 그리고 사는 곳은… 정말 말해주기 힘든지 계속 망설이더라고요.”

“쩝, 그건 어쩔 수 없지.”

소정의 말에 형우는 입맛을 다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집의 위치를 말해준다는 건 다 같이 죽자는 것과 같았다.

블랙 머천트에게 모두 듣지 못했지만 배신자들이 오티움이 있다고 했다.

그 배신자들이 오티움에 남은 이들에게 정상적으로 굴었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분명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고 다닐 터.

그 이상의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쿰이 저렇게 말을 안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오빠…….”

“응? 왜 또 뭐 있어?”

소정은 왠지 모르게 망설였다.

혹시 뭐라도 더 건진 게 아닐까 하고 형우가 물어봤다.

“좀 이상하긴 한데 반쯤 테이밍이 된 거 같아요.”

“엑? 뭐라고?”

형우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수인족이 반쯤 동물인 건 맞았다.

그러나 반쯤이지 엄연히 유사인종에 속하는 부류였다.

테이밍은 엄연히 몬스터나 동물을 대상으로만 가능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 테이밍이 통하다니.

다만, 완벽한 건 아니었다.

“근데 테이밍이라고 부르긴 좀 그래요. 그냥 좀 쉽게 친해졌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방금 쿰이 마을의 위치를 말해줬어요. 그곳에 수인족이랑 인간이랑 드워프들이 살고 있데요.”

“허… 여, 여하튼 잘했다, 소정아.”

“헤헤, 네!”

떨떠름한 표정으로 칭찬한 형우에게 소정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소정은 드레이크를 쿰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 맞다. 쿰이 바소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줬어요.”

“바소르?”

“그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소르는 배신자들이었다.

악마, 다크 엘프 등이 주축이 된 배신자 연합.

그들은 형우의 예상대로 생존자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감옥으로 추방된 이들 말고도 아직 소수의 생존자가 오티움 각지에 퍼져서 살고 있었다.

바소르의 눈을 피해 오지로 숨어든 그들은 항상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그 때문에 쿰이 자신의 집이 있는 곳을 극도로 말하기 꺼렸다.

테이밍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터.

다만, 들은 건 이게 다였다.

어린 쿰이 알고 있는 정보는 상당히 적었다.

어차피 쿰의 마을에 들르면 자연스레 알게 될 터였다.

‘그들이 받아준다면 말이지.’

어린 쿰만 해도 이렇게 경계하는데 어른들은 더 말이 안 통할지 몰랐다.

아예 말이 안 통한다면 어쩔 수 없이 드래곤 밸리에 대해 듣는 걸 포기해야 했다.

‘그럼 뭐 그냥 이 성의 없는 지도를 보고 따라가야지.’

형우는 조악하게 그려진 크루바의 지도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 부근에 도달했다.

“소정아, 드레이크는 여기 근처에 두고 가자. 잘 숨겨놔.”

“네? 아, 넵!”

눈치 빠른 소정이는 바로 이해하곤 드레이크를 근처에 숨겨놨다. 그리고 형우 일행은 드레이크에서 내려와 쿰의 마을로 갔다.

“후우… 이제 살 것 같네.”

땅을 밟자 지호의 창백해졌던 안색이 점점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형우의 말을 듣고선 지호의 안색이 다시 나빠졌다.

“이제 잘 때 빼고 맨날 저 위에 있을 텐데 얼른 적응해요. 아, 다음엔 와이번을 잡아 와 볼까?”

“네? 우, 우웩!”

와이번이란 말에 결국 지호는 속을 게워냈다.

“킥킥!”

“하하하!”

“와이번이라 그거 기대되네요. 아무래도 이건 승차감이 별로라서.”

지호의 모습을 보며 다들 크게 웃었다.

땅을 다니는 드레이크는 쿵쿵거리는 게 너무 심했다.

그러나 와이번은 그런 게 없었다.

하늘을 나는 몬스터였으니까.

다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터였다.

“에휴, 그레이크 힐.”

번쩍!

봄은 한숨을 쉬며 지호에게 힐을 해줬다.

그러자 지호의 상태가 곧 좋아졌다.

“돼, 됐습니다. 이제 가시죠.”

지호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박장대소가 터졌다. 그리고 웃음이 그친 후 쿰의 마을로 향했다.

“저기! 저기가 우리 마을이에요!”

걸은 지 얼마 안 돼서 쿰이 어느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산과 숲 사이 협곡에 절묘하게 가려진 마을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왔다면 그저 막힌 곳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장소였다.

“장소 선정이 아주 탁월하네.”

형우는 그곳을 보며 감탄했다.

“그러게. 근데 좀 씁쓸하긴 하네. 이런 곳에 안 숨으면 바소르라는 놈들에게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거잖아?”

“쩝… 그렇지.”

성민의 말에 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협곡 양옆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멈춰라! 더 가까이 다가오면 죽이겠다!”

그들은 협곡 위에서 형우 일행에게 활을 겨눴다.

인간, 수인족, 드워프… 심지어 엘프까지 보였다.

‘제대로 다종족 연합이네.’

형우는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쏘지 마십시오! 저흰 쿰을 데려다 주러 왔습니다!”

“바소르-! 이 죽일 것들! 어린애를 인질로 삼다니!”

형우의 말에 드워프 하나가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데려다 주러 왔다니까 무슨 인질이야? 쿰부터 보내줘야겠네.’

형우는 바로 쿰을 보내줬다.

그러나 그들의 경계는 풀리지 않았다.

“저흰 바소르가 아닙니다!”

“꺼져!”

휙! 스악!

수인족 하나가 쏜 화살이 형우를 스치고 지나갔다.

명백한 경고였다.

빨리 안 꺼지면 제대로 공격하겠다는 의미의 경고.

“일단 물러서시죠, 길드장님. 지금은 뭐라 해도 말이 안 통할 거 같습니다.”

“쯧…….”

도영의 말에 형우는 혀를 찼다.

지금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외지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저들에게 지금 당장 설득이 먹힐 리도 없었고.

결국, 형우 일행은 물러서기로 했다.

“후우, 오늘은 일단 근처에서 야영하자.”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으아. 긴장했더니 배가 고프네.”

형우의 말을 다들 반겼다.

안 그래도 저녁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이동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그냥 오늘 하루는 포기하고 쉬는 게 나았다.

형우 일행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막사를 만들고 저녁 준비를 했다.

괜히 근처에 있으면 더 경계만 살 것 같아서 일부러 먼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곧 저녁 준비가 끝나고 식사를 한 그들은 모두 일찍 잠을 청했다.

물론 불침번은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훌륭한 허수아비인 드레이크가 근처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날 조금 이른 시간.

형우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끄응, 무슨 소리지?”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먼저 깬 형우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 곳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위치가 낯익었다.

“헉?! 뭐, 뭐야?!”

“마을이 불타고 있어요!”

뒤늦게 일어난 성민과 봄은 불타고 있는 마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 먼저 간다!”

형우는 바로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곧 마을 안을 헤집고 다니는 약탈자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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