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18
“…신물이요?”
“그렇다, 신물. 우리 종족의 신물을 찾아주길 바란다.”
“음…….”
갑자기 찾아온 크루바는 블랙 머천트에게 들었다며 형우에게 오티움에서 ‘신물’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신물이 뭐냐고 물어보니 계속 반복적으로 드래고니안의 보물이라고만 답해줬다.
그 이상의 답변이 없다면서.
덕분에 형우는 당황스러웠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무슨 신물을 찾아달라는 거야?’
갑자기 찾아온 것도 당황스러운데 주어 다 빠진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우리의 신물은 드래곤밸리 그곳에 있다.”
드래곤밸리는 감옥에 있는 지명이 아니었다.
오티움.
그곳에 있는 지명이었다.
드래곤밸리는 드래곤과 드래고니안, 드워프의 고향이다.
거대한 레어를 만들고 사는 드래곤들에겐 큰 산이 많은 그곳이 최적의 장소였다.
드래고니안들은 원래 드래곤이 사는 곳 근처에서 살았고 드워프는 그곳에서 광물이 많이 나왔기에 많은 드워프들이 살았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안 살았겠지만.
‘근데 쟨 왜 저리고 있는 거야?’
대롱대롱.
“뀨우! 뀨우우!”
거기에 크루바의 왼팔에 매달려 박쥐놀이 중인, 도마뱀인지 새인지 모를 도마새 한 마리가 눈치 없게 뀨우뀨우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잡아채서 한 대 때리고 싶었으나 안타깝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뒤에서 소정이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
형우는 문틈으로 크루바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소정과 성민을 바라봤다.
그 뒤로 몇 명이 더 있어 보였는데 좁은 틈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드래고니안은 감옥에서 볼 수 있는 이종족 중에서도 꽤 희귀한 편이었다.
아니, 사실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블랙머천트에게 듣기론 오티움의 마지막 결전 때 드래곤과 함께 대부분이 죽었다고 했다.
살아남은 드래고니안은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인원이 나뉜 채 감옥으로 추방된 터라 형우가 있는 감옥에서 유일한 드래고니안이 크루바였다.
이전에 찾아오라는 마을도 여러 종족이 사는 마을이지 드래고니안의 마을이 아니었다.
여하튼 그렇게 희귀한 드래고니안이기에 다들 신기하게 바라봤다.
‘저번 경매장 때 처음 제대로 모습을 보인 거라고 하니 신기하긴 하겠지.’
사실 형우도 많이 신기했다.
그땐 어두운 통로에서 본 터라 제대로 몸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엔 밝은 곳에서 보게 되니 정말 감탄이 나왔다.
밝게 빛나면서도 금빛을 띠는 비늘은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근데… 보면 볼수록 주민등록증이 생각나네…….’
기본적으로 금색이긴 했는데 비치는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다른 색이 나타났다.
그게 마치 주민등록증의 홀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신물을 찾아주면 그대에게도 큰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선물이요?”
“저번에 그 여자를 S급으로 각성시켜줄 수 있다.”
“…!”
크루바의 말에 형우는 깜짝 놀랐다.
민희를 S급을 각성시켜줄 수 있다니.
만약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보상이 없었다.
다만, 의문인 게 저번에 성민을 각성시켜줄 때 분명 딱 한 번 가능하고 A급만 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S급을 각성시켜주겠다니 의문이 생겼다.
“신물이 있으면 가능하다. 또한, 신물이 있으면 우리 이종족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에피리아에 묶인 엘프들은 몇 명이 고작이겠지만.”
“…!”
형우는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종족들이 감옥에 있는 이유는 절대 이전에 길을 막고 있던 S급 본 드래곤 때문이 아니었다.
감옥으로 추방당하면서 관리자들이 그들을 오티움으로 못 돌아가도록 막았다.
형우가 지구에 못 가는 것과 비슷한 처지라 생각하면 편할 듯했다.
그런데 드래고니안은 신물이 있으면 그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혹시 나도 가능한… 아, 있어도 소용없겠네.’
감옥의 문 저편엔 집행인이 지키고 있었다.
거길 넘어가 봤자 다시 잡혀들어올 게 뻔했다.
“그리고 이 꼬마에게도 선물 하나를 줄 수 있을 거 같군.”
크루바는 그 말을 하며 왼팔을 들어 올렸다.
“뀨우?”
뀨우는 갑자기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큰 눈으로 의아하게 바라봤다.
“네? 그게 무슨…?”
형우는 의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크루바를 바라봤다.
그러나 크루바는 답해주지 않았다.
“흠… 아니다. 이건 그때 가서 말하도록 하지. 여하튼 가능하겠는가?”
“콜! 아, 아니 하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지구에서 썼던 말을 내뱉었다.
괜히 부끄러워진 형우는 말을 더듬으며 크루바의 의뢰를 수락했다.
이건 거절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S급 헌터 하나를 주겠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솔직히 그동안 소정이나 도영이 같은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2차 각성은 하루가 걸릴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2차 각성에 딱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각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맞았다.
‘갔다 온 사이 각성했으면…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른 S급을 찾으면 되는 거고.’
게다가 이종족이 오티움으로 진출할 수 있으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전혀 손해 볼 게 없었다.
어차피 구역이 대충 안정되면 먼저 오티움에 다녀오려고 했다.
사라진 방수혁이 걱정되긴 했으나 얼마 전 방법이 생겼다.
이번에 감옥으로 새로 들어온 신입을 받던 도중에 정말 쓸만한 능력을 발견했다.
그 덕분에 안 그래도 오티움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루바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고맙다.”
크루바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크루바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같이 온 이종족들과 함께 사라졌다.
“한 2주 준비하면 되려나?”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회의 중에 나간 간부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2주 후.
드디어 오티움으로 신물을 찾기 위한 원정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원정대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정말 정예로만 구성했다.
S급 1명, A급 4명, B급 1명, 물음표 1명.
S급은 당연히 형우였고 A급 둘은 소정과 성민이었다. 그리고 B급은 도영, 물음표는 시오였다.
이왕 다녀오는 김에 혹시 인사니오의 조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원정대에 넣었다.
그러나 이번엔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평소라면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썼을 텐데 이번엔 아무런 제스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나머지 2명은 새로 충원된 인원들이었다.
한 명은 과거 중소연합 소속, 한 명은 감옥에 새로 들어온 신입.
둘 다 A급이었다.
다만, 등급 때문에 뽑진 않았다.
그들의 능력 때문에 이번 원정에 참여시켰다.
형우는 뀨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여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봄/A급/1소켓-A급 그레이트 힐]
최봄은 S구역 공략 이후 형우의 길드로 합류한 4명의 A급 중 하나였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그레이트 힐.
힐의 상위 능력이었다.
이 힐은 특정 범위 내에 아군 전체를 회복시켜줄 수도 있고 한 명에게 그걸 집중하는 것도 가능했다.
집중, 분산이 가능한 이 힐은 앞으로 형우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형우도 회복계 B급 리커버리 능력이 있긴 했지만 그건 치료보다 피로회복에 치중된 능력이라서 그레이트 힐과 비교가 안 됐다.
‘그리고 다음…….’
형우는 고개를 돌려 어리바리하게 생긴 남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강지호/A급/1소켓-A급 워프 게이트]
워프 게이트.
지호에게 이 능력이 있다고 들었을 때 정말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워프 게이트는 그냥 일반적인 공간이동을 넘어서는 능력이었다.
미리 설치해만 해둔다면 언제든 사용 가능했다.
게다가 이동 거리는 대한민국에서 미국으로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설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미리 출발하기 전 A구역에 워프 게이트를 깔아놓긴 했으나 반대편도 설치해야 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다면 워프 게이트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여하튼 지호를 얻었기에 형우는 크루바의 의뢰를 좀 더 쉽게 수락할 수 있었다.
“정말 숲이네, 숲…….”
“우아-!”
S구역을 넘어서 오티움에 들어서자 다들 감탄했다.
에이프들이 있는 곳에서 숲을 보긴 했으나 이건 그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태양이 비추는 곳의 나무는 어두운 동굴에서 자라는 칙칙한 그것과 비교가 안 됐다.
“뀨! 뀨우!”
파닥파닥!
숲이 보이자 뀨우는 신나서 돌아다녔다.
“뀨우! 다쳐!”
소정이 걱정하며 말했지만 신난 뀨우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거 설명을 미리 안 해주셨으면 여기서 기절할 뻔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도영과 성민은 감탄한 얼굴로 숲을 둘러봤다. 그리고 햇빛이 따가웠는지 눈을 잔뜩 찌푸렸다.
“처음 왔을 땐 나도 정말 놀라긴 했지.”
형우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도 똑같이 반응했던 기억이 났기에.
“자, 이제 감탄은 그만하고 이동합시다. 가는 길에 드레이크 떼가 올 테니까 경계를 늦추지 말고.”
“예, 길드장님.”
“예, 길드장님.”
그 말과 함께 형우 일행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입구 방향에서 직진하라고 했지?”
크루바는 드래곤 밸리로 가는 대략적인 지도를 알려줬다.
‘감옥에서 직진한 뒤 쭉 가면 바다가 나오고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산악지대가 나온다.’라고 했다.
거기에 본인의 기억을 최대한 살린 지도를 그려줬다.
자세한 지도는 아니었으나 이것 조자 없었으면 정말 막막할 뻔했다.
여하튼 그 지도를 따라 형우 일행은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한참을 이동하다가 형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드레이크가 왜 안 나오지?”
지금 가는 방향에 인사니오의 존엄을 얻었던 신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지나온 상태.
그러나 오는 동안 드레이크를 만나지 않았다.
저번에 그렇게 떼거리로 올 정도였으면 분명 드레이크들의 영역일 텐데 전혀 안 보였다.
“없으면 더 좋은 거지. 괜히 귀찮게 싸우는 것보단.”
“아, 생각한 게 좀 있었는데 아쉽네.”
성민의 말에 형우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타이밍 좋게 드레이크가 등장했다.
쿵! 쿵!
“캬가각!”
“드레이크다!”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드레이크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음? 잠깐만요. 우리한테 오는 게 아닌데? 뭘 쫓고 있어요.”
“뭐라고? 어? 진짜네.”
처음엔 형우 일행을 발견하고 뛰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드문드문 보여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드레이크들은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음…….”
형우는 집중해서 바라봤다.
곧 쫓기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
드레이크들이 쫓고 있는 건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아이답지 않게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는 있었으나 드레이크에 비할 순 없었다.
드레이크 벌써 아이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다들 뒤에 있어.”
“네?!”
지호가 기겁하며 형우를 바라봤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달려오는 드레이크의 수는 족히 열이 넘었다.
그런데 형우는 홀로 싸울 준비를 했다.
아무리 S급이라지만 홀로 A급 대형 몬스터 드레이크를 열 마리나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물론 S급이 두 개나 되는 형우라면 다 상대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굳이 다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형우는 바로 뛰어나갔다.
슈우욱!
S급 스피드 마스터는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풀강을 못하긴 했지만 이것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만약 이 속도로 S구역에서 싸웠다면 방수혁도 죽일 수 있었을 것 같았다.
탁!
“억?!”
순식간에 아이에게 도달한 형우는 놀란 아이를 뒤로 감싸고 능력을 사용했다.
‘인사니오의 존엄.’
우웅! 화아악!
짧은 진동과 함께 진득한 기운을 담은 바람이 숲을 흔들었다.
“…!”
“캭…!”
그 기운을 느낀 드레이크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멈춤은 오래가지 않았다.
“캬가각”
“캬각!”
잔뜩 겁에 질린 드레이크들은 뒤돌아서 도망쳤다.
‘효과 장난 아닌데?’
형우는 능력의 효과를 보고 놀랐다.
적당히 겁 먹이고 기죽게 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드레이크들은 정말 제대로 공포에 질린 채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아, 맞다.’
형우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도망가는 드레이크 하나를 향해 능력을 썼다.
“속박.”
“캬가각?!”
속박이 사용되자 드레이크 하나가 그대로 굳었다.
인사니오의 존엄에 풀강인 속박이 사용되자 드레이크는 정말 꼼짝을 못했다. 그리고 염력으로 자신의 앞에 드레이크를 데려왔다.
“길드장님!”
“헉?!”
뒤늦게 달려온 일행들은 얌전히 잡혀 있는 드레이크 보며 깜짝 놀랐다.
“이건 왜 잡으신 겁니까?”
지호는 경악과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드레이크를 바라봤다.
왜 굳이 다른 드레이크는 다 쫓아내고 하나만 잡아 왔단 말인가.
“자가용?”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