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5화 (66/151)

▣ Chapter 3-15

S구역 임시 주둔지.

구역 내부 문 앞엔 수많은 막사가 지어져 있었다.

임시 주둔지였기에 특별히 공을 들이진 않았다.

다만, 그것도 지금 대부분 철거 중이었다.

몇몇 큰 막사 몇 개만 놔둔 채 막사들을 철거하자 안 그래도 횅한 S구역이 더 횅해졌다. 그리고 철거와 동시에 인원들이 한 곳이 집결했다.

그들이 모이는 이유는 당연히 SH 길드 때문이었다.

이틀간 휴식과 치료를 마치고 정비를 끝낸 그들은 이제 복수를 하기 위해 모였다.

많은 지인과 동료를 잃었으나 그것보다 기분 나쁜 건 배신을 당했단 사실이었다.

동료의 죽음보다 뒤통수 맞은 거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였지만 이게 그들의 생리였다.

물론 명진이 제일 심각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분노조절 장애처럼 심심할 때마다 주변 물건을 때려 부수기 일쑤였다.

이제 있을 복수에서 혹시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다들 걱정할 정도.

그러나 출정 당일이 되자 그 모습은 사라졌다.

이틀간 분노를 모두 쏟아냈는지 멀쩡한 모습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준비가 모두 끝나자 명진은 소리쳤다.

“이동!”

그 말에 모두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S급을 잃은 명진이 아직도 명령을 내렸다.

유현서가 살아 있을 땐 그래도 S급을 보유했고 세력이 큰 길드라는 명분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S급이 아니더라도 순수 길드원의 질에서도 밀렸다.

그런데도 명진이 지휘하고 있었다.

‘귀찮은 짓을 왜 해. 알아서 잘할 텐데.’

형우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굳이 직접 지휘를 해봤자 귀찮기만 했다.

어차피 여기서 내려질 명령은 뻔했고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며 안 따르면 그만이었다.

갑은 형우였으니까.

형우의 귀찮음 덕분에 명진은 지휘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A구역으로 갔다.

가는 길은 순탄했다.

최근 정리가 끝난 길이라 그런지 흔한 오크 하나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했고 곧 A구역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제 잔뜩 긴장해야겠네.’

형우는 A구역에 들어서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분명 A구역에 엄청난 방비를 해놨을 거라 생각했다.

수비를 위해서 만든 블랙 큐브 성도 있었다.

그걸 떠올리며 꽤 난전이 될 걸 예상했다.

그런데 잔챙이들만 있고 수혁과 수뇌부들은 하나도 없었다.

어디로 도망간 건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방수혁-!”

수혁이 A구역에 없자 명진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감옥에서 도망쳐봤자 거기서 거기란 생각으로 전체를 수색했다.

지나온 길부터 하위 구역까지 모두.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수혁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통신 능력으로 모든 구역에 연락해 인원을 총동원했음에도 말이다.

덕분에 명진은 다시 분노조절 장애가 튀어나오려 했다.

그런 명진을 보며 형우는 설렁설렁 찾는 시늉만 하고 실익을 챙겼다.

제일 먼저 챙긴 건 D구역.

A구역이야 어차피 명진이 형우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러니 새로 소켓을 얻기 위해서 형우는 D구역을 노렸다.

D구역은 원래 그곳을 지배 중인 리엔 길드가 있었다.

명진 길드 산하 길드였으나 그동안 타격을 워낙 심하게 입어 철수한 상태였다.

그래서 D구역은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

형우가 파견한 A급 헌터 몇 명이 가는 순간 모두 손을 들었고 순식간에 점령했다.

그와 동시에 A구역을 완벽히 장악했고 덕분에 두 개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의뢰서 D-0#

내용: D구역 점령.

보상: D급 스킬 랭크업, 소켓, 만남.』

『의뢰서 A-0#

내용: A구역 점령.

보상: A급 스킬 랭크업, 소켓, 만남.』

“이번엔 진짜 제대로 듣고 오고 말겠어.”

보상 덕분에 다시 인사니오와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두 배로.

형우는 잔뜩 벼르며 인사니오가 있는 오두막으로 갔다.

그러나 오두막에서 돌아온 형우의 표정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낚시하는 법? 와··· 미치겠네.”

인사니오와 만나서 들은 내용 대부분이 낚시하는 법이었다.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찌를 잘 봐야 한다, 조용해야 한 등등.

정말 기본적인 이야기만 주야장천 했다.

덕분에 듣는 내내 형우는 미치는 줄 알았다.

‘이게 도대체 왜 보상인 거야?’

보상이라면 인사니오를 만날 때마다 참 좋은 정보를 얻었단 생각이 들어야 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별 쓸데없는 소리만 잔뜩 듣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실마리는 얻었다는 것 정도였다.

[블랙 머천트, 그가 모든 것을 그대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냥 내가 설명해주기 귀찮으니까 블랙 머천트한테 가서 들으란 거잖아?’

형우는 인사니오의 말을 떠올리며 짜증을 냈다.

그러나 아무리 짜증을 내도 돌아오는 건 없었다.

다만, 그래도 하나 건진 건 인사니오의 존엄에 대한 정보였다.

‘새로운 의뢰서라······.’

인사니오의 존엄을 장착하면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날 것이라 했다.

그 퀘스트는 S구역과 관련됐다는 힌트도 줬다. 그리고 인사니오의 존엄은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한 발판이라고 했다.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몰랐으나 이제 소켓을 2개나 더 얻었으니 곧 알게 될 터였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도대체 이건 제정신으로 만든 곳일까?”

A구역의 중앙, 블랙 큐브로 만든 성에 들어선 형우 일행은 모두 감탄과 동시에 이걸 만든 수혁을 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성은 온통 블랙 큐브투성이였다.

물론 건설을 100% 블랙 큐브로 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건설할 수도 없었고.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았다.

무려 요새 크기의 성에 대부분에 블랙 큐브가 들어갔다는 게 중요했다.

“길드장님, 나 이거 좀만 떼어주면 안 될까?”

성민은 간절함을 담아 형우를 바라봤다.

A급으로 각성은 했지만 포인트가 하나도 없었기에 강화를 하나도 못했다.

이 성의 퍼즐 하나만 떼어준다면 못해도 1~2강은 할 수 있을 터.

콩고물 하나 떨어지길 바라며 성민은 말했다.

그러나 형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성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게 이제 우리 길드 본부예요?”

이번엔 소정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응? 아닌데?”

“네? 그럼 이건 어디에 쓰게요? 관상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요?”

“당연히 관상용은 아니지.”

“그럼요?”

“다 팔아버릴 거야.”

“에엑?!”

“네?!”

형우의 말에 모두 경악했다.

다들 새로운 길드 본부로 쓸 줄 알았다.

그런데 들려온 답은 정말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이걸 팔아서 다 어디에 쓰시려고요?”

“어디에 쓰긴 나 강화하는 데 써야지.”

“허······.”

“하하······.”

형우의 말에 다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다만, 다음 이어진 말에 다들 눈빛이 달라졌다.

“너희도 풀강하고.”

“오! 진짜?!”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오빠!”

쪽!

다들 형우의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소정인 기쁜 나머지 형우의 볼에 뽀뽀했다.

돈 덕분에 뽀뽀까지 받은 형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역시 이쪽이나 저쪽이나 돈 지랄이 최고구나.’

어차피 형우 혼자 독점해봤자 포인트 낭비였다.

차라리 강화 조금 포기하더라도 길드원들의 질을 향상해주는 게 나았다.

어차피 계속 블랙 큐브는 채굴될 테니까.

사실 수혁이 정말 양아치였다.

이 많은 것을 혼자 독점하면서 부하들에게 하나도 안 베풀었다.

만약 밑에 10명만이라도 A급에서 풀강 상태였으면 형우가 졌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이기심 때문에 수혁은 S구역에서 패배했다.

‘으흠··· 뭐 그건 그거고. 이거 다 팔아버리면 대대적으로 정비해야겠네.’

지금 형우는 능력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능력을 모두 B급 이상으로 풀 세팅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도 E급, D급이 장착됐다.

게다가 강화도 제대로 안 된 상황.

S급은 고사하고 A급조차도 강화가 부실했다.

물론 강화의 경우엔 자금부족 때문이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자금부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으니까.

‘강화 전에 다 써버리고 해야지.’

지금 형우는 그동안 적립해놓은 것들이 많았다.

아직도 안 쓴 랜덤 박스부터 등급별 스킬 랭크업까지.

할 게 많았다.

‘일단 하나씩 하자.’

“성민이랑 도영은 블랙 머천트 상점에 연락해서 이 성 모두 처분해. 그리고 채굴장에 쌓인 건 일단 놔둬. 그건 장비로 다 만들어야 하니까.”

“오케이!”

“예, 길드장님.”

둘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본인들 강화를 위해서 블랙 큐브를 파는 거였다.

당연히 기쁠 수밖에.

게다가 블랙 큐브로 장비까지 만든다니 더없이 기뻤다.

“그리고 주변에 건물들 많으니까 하나 골라서 본부로 설립해놔. 아, 부길드장님들 오면 나한테 말해주고.”

“예.”

D구역으로 점령하라고 보낸 A급 2명이 복귀를 하면서 E구역에 있는 박 사장과 김 사장을 데려올 예정이었다.

‘오면 정말 놀라겠는데?’

블랙 큐브부터 늘어난 길드원까지 모든 부분에서 놀랄 것투성이였다.

형우는 그걸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보름 뒤, A구역 임시 길드 본부.

짧은 기간 동안 그 큰 블랙 큐브 성이 해체되어 사라졌다.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서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정말 해체는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형우의 재산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진짜 방수혁이 미친놈이었네.’

방수혁은 정말 욕먹을 만했다.

들어온 돌을 보니 더더욱.

이거면 S급은 좀 제한이 있더라도 A급과 B급은 모조리 강화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대박을 치고 나니 혹시 다른 곳에 숨겨놓은 뭔가가 없을까 하고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건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다 챙겨서 튄 건지, 자잘한 것을 빼곤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정말 말도 안 되는 양의 돈.

계산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쌓여 있었다.

형우는 포인트들을 처분하기 위해 일단 먼저 길드원들을 강화시켰다.

이번 길드 규모가 커지면서 A급은 6명으로 B급 50명으로 늘었다.

A급과 B급의 격차가 큰 건 S급 몬스터의 처리에 붙어 있다가 봉변을 당해서였다.

그 때문에 흡수한 A급은 수는 4명밖에 안 됐다.

그래도 B급은 꽤 많았다.

이들에게 모두 배신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뒤 강화를 해줬다.

한 번에 많은 돈이 깎였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기에 형우는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리고 이제 형우의 차례가 됐다.

‘할 게 너무 많은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강화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직 쓰지도 않은 랜덤 큐브부터 보상으로 받은 랭크업 교환권들이 넘쳤다.

이걸 모두 사용한 뒤 강화를 해야지, 안 그러면 포인트 낭비일 뿐이었다.

랭크업 된 능력은 강화가 초기화되니까.

형우는 일단 F~D급 스킬 랭크업 3개와 A급 스킬 랭크업 1개를 꺼냈다.

종이 쪼가리 4개.

여전히 비주얼은 형편없었다.

“F급은 쓸 일 없으니 다시 넣어두고··· 알던 두 개부터 먼저.”

이미 E급과 D급은 어디에 쓸지 정해 놨다.

E급 재생력, D급 블링크.

이 2개에 쓸 생각이었다.

어차피 하위 등급의 능력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뭐가 등급이 높아지든 S급 헌터에겐 그게 그거였으니까 말이다.

형우는 일단 바로 두 능력을 랭크업 시켰다. 그리고 능력이 성장하면서 블링크의 이름은 조금 변했다.

C급 매스 블링크로.

“5명? 풀강하면 더 늘어나려나?‘

동반 1인밖에 안 되던 블링크가 무려 5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강화로 인해서 거리가 늘어날지 인원이 늘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 다음이 문제인데······.

형우는 A급 랭크업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거면 새로운 S급 능력을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고민이 많았다.

A급 영혼석은 사실 많이 가지고 있었다.

S구역에서 죽은 A급 헌터가 워낙 많았고 덕분에 꽤 많은 영혼석을 확보했다.

문제는 뭐가 뭔지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그나마 다른 헌터들이랑 떨어져 있어서 구별은 됐지만, 난리 통에 섞이는 바람에 뭐가 뭔지 몰랐다.

거기엔 덧붙이자면 S급에게 정신 팔린 형우 탓도 있었다.

여하튼 그 덕분에 딱 세 개의 영혼석만 어떤 능력을 가진 건지 알았다.

탁.

형우는 A급 오러 블라스터, A급 라이트닝 스톰, A급 슬로우가 담긴 세 영혼석을 꺼냈다.

사실 그 난전에서 셋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었다.

“그나마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나?”

형우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래도 두 개는 공격전용이네.”

능력들이 전반적으로 공격보단 공격 보조, 디버프 중심이었다.

그 때문에 공격적인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A급 슬로우는 제외였다.

“으흠······.”

형우는 나머지 두 능력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형우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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