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4화 (65/151)

▣ Chapter 3-14

몬스터 웨이브.

던전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를 정리하지 못하면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현상을 뜻했다.

감옥에선 정말 웨이브였지만 여기선 웨이브가 폭발과도 같은 의미였다.

다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던전 내부의 몬스터가 정리되면 절대 생기지 않았다.

몬스터 웨이브는 미처 파악 못 한 던전이나 아프리카 같은 빈민국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대한민국은 모든 던전이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관리하니 수시로 헌터가 출입해서 정리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던전 게이트에 몬스터 웨이브가 터졌다.

아니, 대한민국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말이다.

“지금 바로 부서들에 연락 돌려요! 전국도 전국이지만 옛 국경지대도 막아야 해요!”

[네? 아! 헉! 미친··· 아, 죄송합니다! 바로 돌리겠습니다, 차장님!]

지영의 말뜻을 이해한 정보부 직원은 깜짝 놀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국에 터진 웨이브만 생각하다가 윗지방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지금의 북한은 소유만 대한민국 소유이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한동안 한국은 북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전무했다.

그나마 이제 좀 나아져서 어느 정도 정리만 한 상황이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몬스터만 정리된 거지 던전 게이트부터 전체 지역 커버는 미흡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다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위나 아래로 몰려올 거 뻔했다.

괜히 헌터수사부의 2인자가 아니라는 듯 빠른 판단을 한 지영은 바로 놀란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 있는 둘에게 갔다.

“뭐하고 있어? 대피해야지!”

“네? 하, 하지만······.”

용준은 선우를 바라봤다.

이제 겨우 좀 걸을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됐다.

오랜 기간 병실 생활을 했으니 단기간에 정상인이 될 순 없었다.

그 때문에 용준은 선우가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쉬웠다.

“멍청아, 그럼 들면 되지!”

“언니? 꺄악!”

“헉?”

지영은 선우를 들어서 용준에게 넘겨줬다.

얼떨결에 선우를 안아 든 용준은 당황하며 받았다.

“얼른 따라와!”

“네, 네!”

용준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지영을 따라갔다.

물론 몬스터 때문에 긴장한 건 아니었다.

콰아앙! 콰앙!

“꺄아악!”

“모, 몬스터다!”

“도망쳐!”

“엄마! 엄마!”

병원을 나서자마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습격에 도시는 난장판이 됐다.

아니, 난장판이 아니라 지옥도로 변했다.

사람들은 몬스터를 피해 도망쳤고 그런 사람들을 몬스터는 무자비하게 죽였다.

용준은 선우를 품으로 더 끌어당겨 안았다.

“왜, 왜 그래?”

“아, 연기가 좀 나서. 그대로 좀 있어.”

용준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며 선우의 얼굴을 가리려고 노력했다.

이런 광경을 많이 봤던 용준은 멀쩡했지만, 선우는 달랐다.

일반인도 몬스터와 살육의 현장을 못 보는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대부분 삶을 보낸 선우는 더더욱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용준은 선우를 배려하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

“······.”

평소라면 지영은 그 모습을 보고 놀렸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헤집어놓은 도시의 모습은 정말 참혹했다.

지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걸 수습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크륵! 크륵!”

“크르륵!”

“사, 살려줘!”

그때 오크 떼에 둘러싸인 남자가 보였다.

지영은 지체없이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프리징!”

촤자작!

A급 프리징이 펼쳐졌다.

프리징은 바닥을 타고 쭉 나아갔다. 그리고 방심하고 있던 오크들을 덮쳤다.

“크륵? 컥!”

“크억!”

얼음에 꿰뚫린 오크들은 그대로 죽었다.

지영은 바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남자는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치진 않으셨죠?”

“네, 네! 다행히 다치진 않았습니다.”

“바로 대피소로 가세요. 헌터들이 있을 겁니다.”

“네, 다시 한 번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다 말한 남자는 바로 대피소로 달려갔다.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영은 안색을 굳혔다.

전국에서 난리가 나고 있는 상황.

겨우 한 명을 구해줬을 뿐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지 몰랐기에 지영은 괴로워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헌터수사부에 들어왔다.

그 사명감 하나로 자원했고 그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었다.

비록 감옥에서 형우에게 몹쓸 짓을 하긴 했으나 그건 범죄자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

형우가 아무리 억울하다 말했어도 감옥에서 그 말을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따로 조사했다.

헌터수사부 차장의 직위면 알아내는 건 익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곧 형우의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됐다.

형우의 말대로 정말 던전에서 일이 생겼고 혼자 낙오된 뒤 실종됐다는 당시 동료의 증언도 있었다.

그걸 안 뒤로 형우의 동생인 선우에게 잘해줬다.

노예 문서로 묶여있긴 했지만 이건 그것과 별개였다.

죄책감.

그것을 덜기 위한 지영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띠디디디. 띠디디디.

그때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자 아까 전화했던 정보부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장님! 접니다!]

“무슨 일이야? 아까 말은 잘 전한 거야?”

[예! 부장님께 직통으로 바로 보고했고 조치가 취해지는 중입니다! 다만···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

지영은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다른 국가라면 몰라도 한국엔 헌터가 넘쳤다.

아무리 전국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어도 모두 수비하고 국경을 대비할 여력이 있었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의 헌터는 강했다.

그러나 정보부 직원의 입에서 전혀 예상 못 한 말이 나왔다.

[몬스터들이 강해졌답니다!]

“강해졌다고?”

[그··· 등급이 하나씩 올라간 거 같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몬스터들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냥도 막긴 막을 수 있겠으나 피해가 상당할 터인데 그 몬스터들의 등급이 하나씩 올라갔다면 이건 정말 어떻게 될지 몰랐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지구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변화.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혀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건지 전혀 가늠이 안 됐다.

“부장님은? 부장님은 어떻게 하고 계셔?”

[바로 구(舊) 국경지대로 출동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부장님께서 차장님을 찾고 계십니다! 바로 오라십니다.]

“하아··· 일단 알겠어.”

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아까 죽인 몬스터는 E급 오크였다.

E급 오크가 D급이 되어봤자 A급 헌터에겐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못 느꼈다.

‘이러다가 전 세계가 망하는 거 아니야?’

등급이 하나씩 올라갔다는 건 B급 몬스터가 A급 몬스터가 되고 A급 몬스터가 S급이 됐다는 거였다.

게다가 S급 몬스터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등급의 몬스터가 됐을 터.

지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나, 우리는 대피소로 갈게요.”

“응? 아니, 왜?”

전화를 끝낸 지영에게 용준이 대피소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영은 둘을 대피소로 데려갈 생각이 없었다.

대피소보다 더 안전하고 헌터수사부의 관리하에 있는 곳에 데려다 놓으려 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해도 그곳이라면 둘을 완벽히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이어진 선우의 말에 지영의 생각이 흔들렸다.

“저희 데려갈 동안 언니가 못 싸우시잖아요.”

“······.”

너무 뜻밖의 말을 들어서일까.

지영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곧 감동한 눈으로 둘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통화하는 동안 내용을 들은 듯싶었다.

속 깊은 두 아이의 말에 지영은 눈물을 글썽였다.

“대피소도 충분히 안전해요.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가 해결할게요.”

용준은 그 말을 하며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지영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러나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1분 1초가 급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린 결국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피소까지만이라도 같이 가자.”

“넵!”

와락!

"에구, 착해. 내 동생들이라 그런지 나 닮아서 너무 착한 거 아냐?"

"아악! 아파요! 그리고 누가 누나 동생이에요?"

지영은 괜히 용준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잠깐 헤프닝이 끝나고 지영은 둘을 대피소로 데려다줬다.

다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 하나를 건넸다.

“이거 나랑 직통으로 되는 전화야. 능력으로 만든 거라서 지구에만 있으면 지하에서도 터지니까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전화해. 알았지?”

“네, 알겠어요. 누나, 홧팅!”

“홧팅!”

“풋! 알았어. 홧팅할게.”

둘의 귀여운 파이팅 소리에 지영은 피식 웃으면서 돌아섰다. 그리고 용준과 선우는 바로 지하로 내려왔다.

기본적으로 대피소는 지하 5층 규모 밑에 지었다.

대형 몬스터의 경우 뛰는 것만으로도 지하 시설을 다 뭉개버렸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깊은 지하에 대피소를 만들었다.

다만, 깊게 만든 덕분에 위에서 오우거나 드레이크 춤을 추더라도 무너지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들어가세요! 저희가 있으니 안전합니다! 질서를 지켜서 천천히 들어가 주세요!”

대피소로 파견 나온 헌터가 인원을 통제했다.

서울의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대피소에 몰린 인원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만큼 대피소가 많았고 넓었다.

그 덕분에 문제없이 인원수용이 이뤄졌다.

둘도 그 틈에 끼어서 천천히 대피소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가니 여러 개로 나뉜 방이 보였다.

방의 입구엔 은행 금고의 철문보다 더 두꺼워 보이는 문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둘은 잠시 들어갈 순번을 기다렸다.

“지금 오신 분들은 B-2번으로 가시면 됩니다! 충분히 모두 들어가실 수 있으니까 다음 뒤에 계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드디어 둘의 차례가 됐고 바로 B-2라고 써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불과 식량이 구비된 넓은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인원을 꽉꽉 채워서 넣다 보니 넓은 내부도 곧 비좁아졌다.

“수고하십쇼.”

곧 인원이 차자 헌터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쿵. 철컥!

거대한 철문이 닫히고 방 안에선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밖이 걱정되는지 폰을 만지작거렸으나 지하 5층에선 전화든 데이터든 먹통이었다.

지영이 준 폰으로도 직통으로 이어지는 전화만 가능할 뿐 다른 곳으론 전화가 안 됐다.

그러나 어차피 신경 쓸 가족이 없는 둘은 다른 이들에 비해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으으······.”

“아,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해?”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헌터들의 노력 덕분에 몬스터가 있기 전 평화로울 때와 같은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경각심마저 잃어가던 중에 제대로 사건이 터졌다.

쿵! 쿵!

위에 큰 충격이 있을 때마다 지진이 나듯 떨렸다.

“이, 이거 무너지는 거 아냐?”

“도대체 헌터들은 뭘 하는 거야? 몬스터 하나 처리 못 하고!”

그들은 점점 불안감 때문에 신경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곳은 확실히 안전한 곳이었다.

드레이크 떼가 지나가도 안전한 장소이니 다들 곧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밖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

“이, 이봐요! 좀 열어줘요!”

두꺼운 철문 뒤였기에 소리가 작았으나 분명하게 들려왔다.

어느 남자 하나가 안으로 들여 보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규정상 열 수 없습니다!”

헌터는 미안하다며 열어주지 않았다.

“제, 제발요! 다른 곳도 다 찼다고요! 제발 들어가게 해줘요! 지금 근처에 몬스터도 없으니까 제발 좀···!"

남자는 계속해서 떼를 썼다.

“저기요. 열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 봤자 한 명 같이 있는 건데…….”

“그래요. 좀 열어줘요.”

“아, 그게…….”

헌터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규정상 별도의 규정 없이는 문을 못 열었다.

그러나 안에서 수십의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라고 설득했다.

“다른 곳도 못 들어가서 온 것 같은데 매정하게 그러지 말고 열어주죠.”

“저러다가 저 사람 죽으면 우리도 발 뻗고 자기 힘들어요.”

“하아… 알겠습니다. 딱 이번만입니다. 다음엔 절대 안 열어요.”

결국, 헌터는 사람들의 계속된 설득에 문을 열어줬다.

철컥! 끼익.

그러나 그건 결정적인 실수였다.

“오, 오우거?”

문이 열리고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쳤던 남자는 오우거의 손아귀에 잡힌 상태였다.

파악! 콰득!

그리고 오우거의 손에 의해 남자가 터졌다.

“…….”

그 피를 뒤집어쓴 헌터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악몽이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