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3화 (64/151)

▣ Chapter 3-13

인사니오의 존엄은 본인이 인사니오의 조각이란 듯 흡수되자마자 어마어마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 기운 때문에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구궁! 구구궁!

그 흔들림에 몸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시오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긴, 눈앞에서 몬스터가 알짱거려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양반인데.’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새로 얻은 인사니오의 존엄을 생각했다.

형우가 처음 얻은 인사니오의 의지는 인사니오 소통과 소켓 교체를 가능하게 해줬다.

인사니오의 눈은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게 해줬고 인사니오의 권위는 기존 의뢰를 모두 바꿨다.

하나하나 범상치 않았고 예상 못 했던 것들이었다.

그 때문에 인사니오의 존엄에 대해서도 꽤 기대했다.

이번엔 또 어떤 상식을 뒤엎는 능력이 나올까 생각하며.

다만, 고민이 됐다.

‘소켓이 8개인데 이 중 4개나 고정으로 박아놓으면 많이 불편한데…….’

인사니오의 조각들은 장점이 컸지만, 단점 또한 뚜렷했다.

단점은 당연히 한 번 장착하면 해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소켓들은 자유롭게 넣고 빼는 게 가능했다.

그 덕분에 소켓을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는데 전투 중에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할 수는 있는데 다음 공격 이전에 미리 소켓 교체가 안 되면 오히려 전투에 방해가 됐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5개의 소켓으로 돌려막기를 한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그게 4개로 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아, 이거 고민이네… 소켓을 얻으려면 구역을 먹어야 하는데…….’

의뢰서가 바뀐 덕분에 한 구역을 먹어야지만 소켓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그나마 새로 바뀐 의뢰서 덕분에 추가로 2개의 소켓을 얻었지만 그만큼 형우의 능력도 늘어났다.

형우는 소켓과 능력을 정리해봤다.

1소켓 - 인사니오의 의지.

2소켓 - 인사니오의 눈.

3소켓 - 인사니오의 권위.

4소켓 - S급 스피드 마스터 0강.

5소켓 - A급 속박 1강.

6소켓 - B급 염력 0강.

7소켓 - E급 재생력 풀강.

8소켓 - D급 블링크 풀강.

이외 장착되지 않은 능력은 B급 슬립 0강, B급 리커버리 0강, C급 윈드 풀강, 인사니오의 존엄이 있었다.

‘많이도 늘었네…….’

B구역 경매장에 가기 전만 해도 소켓이 5개였는데 그곳에서 3개의 의뢰를 성공하면서 확 늘어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늘었음에도 능력의 가짓수도 같이 늘어 여전히 소켓이 부족했다.

‘어떡하지?’

정말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형우는 쉬이 결정을 못 내렸다.

그때 또 시오가 소매를 잡았다.

“음? 이번엔 또 왜요?”

형우는 시오를 향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이제 여기서 용무는 모두 끝났다.

신전엔 인사니오의 존엄 외에 깨끗하게 빈 상태.

더 이상 뭔가 건질 게 없었다.

따로 느껴지는 것도 없었고.

‘그러고 보니… 혹시 이 여자 능력이 맵인 건가?’

원정 중에 누구보다 먼저 위험에 대해서 알아챘다.

S급과 A급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들보다 시오가 제일 먼저 알았다.

그 때문에 위기 감지나 탐색 같은 능력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그 능력으론 지금 S구역 안에 있는 인사니오의 존엄을 알아채는 건 불가능했다.

다만, 맵이라면 달랐다.

흔히 생각하는 게임의 맵처럼 적이나 특정 구조물에 대해서 미리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형우는 시오의 능력을 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시오는 말없이 뒤를 가리켰다.

형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가락 끝에 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신전의 입구에 있는 거대한 눈을.

“뭐, 뭐야?”

“캬가각!”

괴기한 울음소리, 그 정체는 바로 드레이크였다.

형우가 인사니오의 존엄을 얻는 순간 신전을 보호하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그리고 확 퍼진 기운은 주변의 몬스터들을 불러 모았다.

콰아앙!

드레이크는 앞발을 신전에 내리쳤다.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앞발의 공격은 약했지만 낡은 신전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탁!

형우는 바로 시오의 손목을 낚아챘다.

“블링크!”

파앗!

신전이 무너지는 순간 형우는 시오와 함께 신전을 탈출했다.

“후우…….”

잠깐 정신 팔린 사이 받은 기습에서 벗어난 형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캬가각!”

먹잇감이 도망친 걸 알고 드레이크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블링크는 겨우 D급 능력이었으나 도망치는 것만큼은 S급 부럽지 않았다.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간을 넘어 이동했으니까.

두드드! 두드드드!

그때 주변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여긴 무슨 드레이크 밭이야?”

진동의 근원지는 무너진 신전으로 달려오는 드레이크 때였다.

그 수가 족히 열은 넘었다.

형우는 그걸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도망쳤다.

“블링크! 블링크!”

연달아서 블링크로 자리를 벗어난 형우는 시오와 함께 복귀했다.

S구역 입구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복귀한 형우는 간이로 만든 샤워 시설로 씻은 뒤 쉬고 있었다.

일할 게 많기는 했지만 드레이크에게 까꿍 당한 게 심적으로 데미지가 컸는지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일할 걸 내팽개쳐 놓고 드러누운 상태였다.

그대 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장님.”

“도영이? 아, 들어와.”

형우는 몸을 일으키며 도영을 반겼다.

“명진 길드장이 뵙자고 하십니다.”

“그래? 알았어, 바로 간다고 좀 해줘.”

“예.”

‘그것 때문이겠지?’

형우는 명진이 왜 자신을 부르는 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형우를 부르는 이유는 한정됐다.

그 한정된 것 중에서도 지금 타이밍에 맞는 건 하나밖에 없었고.

그리고 곧 명진이 있는 막사로 가자마자 예상한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도와주신다면 제가 따로 사례하겠습니다.”

명진은 형우에게 SH 길드 토벌 지원을 요청했다.

저쪽엔 방수혁이라는 S급 헌터가 있었다.

수혁을 상대하기 위해선 같은 S급인 형우가 필요했다.

그러니 형우에게 지원 요청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으흠…….”

그러나 형우는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저번 중소연합 때도 그렇지만 자신이 유리할 땐 굳이 성급하게 바로 yes라 외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면서 고민하는 척하면 초조한 건 상대였지 형우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처럼 완벽히 갑인 상황에선 더더욱.

“수혁을 죽이면 박 길드장님이 감옥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됩니다. 이건 고민할 게 없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상당히 늦었습니다. 저들이 방비하기 전에 바로 가야 합니다.”

명진은 다급히 말했다.

원래의 명진이라면 절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분명 적당히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대화를 주도하려 했을 터.

그러나 분노에 이성이 먼 명진은 그저 다급할 뿐이었다.

“그래도 좀… 아무래도 좀 생각이 필요할 듯합니다.”

“생각할수록 늦어집니다! 좋습니다. A구역을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음…….”

잠깐 시간만 끌려고 했는데 명진의 입에서 대단한 카드가 내뱉어졌다.

‘A구역이라…….’

A구역.

블랙 큐브의 생산지이자 구역 중에서 제일 큰 곳.

S구역이 개척됐지만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A구역은 여전히 최고의 수익 창구였다.

‘S구역은 솔직히 그냥 그곳 중간의 통로 같은 느낌이 더 강한 거 같아.’

당장 근처를 둘러봤을 때 이익을 얻을 만한 무언가가 안 보였다.

그러니 그쪽으로밖에 생각이 안 됐다.

다만, 시오와 다녀왔던 그곳도 솔직히 진출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드레이크가 떼로 등장하는 곳인데 함부로 들어가기 힘들지…….’

민희가 S급으로 각성을 한다면 다른 A급들과 함께 각개격파로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아직도 C급에 있었다.

솔직히 이번 원정에서 각성해주길 바랐으나 그건 바람으로 끝났다.

여하튼 그 이유로 여전히 A구역은 제일 가치가 높은 곳이었다.

“A구역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박 길드장님께 충분한 대가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명진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나 형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어차피 수혁을 죽이면 감옥에서 형우가 유일한 S급이 된다.

그럼 A구역을 가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형우가 손짓만 해도 알아서 기며 A구역을 가져다 바칠 터였다.

그 때문에 이런 딜은 전혀 형우에게 먹힐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당장 결정은 힘들겠습니다.”

“…….”

형우가 고개를 저으며 보류를 말하자 명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명진은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냈다.

정상적으로 사고를 하고 있다면 절대 못 꺼낼 딜을 말이다.

“S구역에 대한 권리를 모두 포기하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저는 꼭 유현서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

‘와, 바로 대답할 뻔했어.’

아무리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지만 S구역은 형우가 전부 얻기 힘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출발할 때 이미 계약서로 S구역에 대한 지분이 나뉘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배신으로 인해 권리가 전부 사라졌으나 나머진 아직 유지됐다.

그런데 그렇게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건 정말 명진이 복수에 미쳤다는 뜻이었다.

“후우,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형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수락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지이익.

형우가 수락하자마자 명진은 바로 앞에서 지분에 대해 적힌 계약서를 찢어버렸다.

이로써 형우는 S구역에 대한 완벽한 지배 권리를 얻었다.

다만, 의뢰서는 깨지지 않았다.

의뢰는 F구역부터 A구역까지만.

S구역 이상에 대한 의뢰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박 길드장님. 바로 출정할 수 있게 준비를 부탁합니다.”

“예, 그럼 잠시 후 뵙죠.”

형우는 그 말을 하고 막사를 나와 바로 출정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서울.

무려 천만 인구가 몰려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

몬스터들이 나타난 이후 한동안 흩어지긴 했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게다가 인구는 더 늘어났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도시였으니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S급 헌터를 3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였다. 그리고 영토가 작은 국가였고.

영토가 작다는 건 그만큼 이동거리가 짧다는 말이었다.

그 덕분에 S급 헌터가 커버할 수 있는 구역의 크기가 상당했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 비해 S급 헌터가 더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S급만 해도 4명.

이 덕분에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도시가 됐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이민 오는 이들까지 있었다.

한국은 이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몬스터들 때문에 사람이 인구가 대폭 줄었다.

때문에 항상 인력 부족 현상을 겪었다.

게다가 북한 지역이 몬스터에 의해 망하면서 북쪽에 대한 개척과 개발에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그 타이밍에 알아서 귀화하겠다고 넘어오니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베이비붐이 일어나 인구가 대폭 늘었다.

그 덕분에 서울은 더 없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함… 그러면 뭐해. 내 짝은 없는데.”

서울 신촌의 S병원.

병원 내 재활 센터에서 신지영은 하품하며 따분하게 무언가를 바라봤다.

“자,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세요. 좋아요. 그렇게 계속.”

“후우… 후우…….”

“잘 하고 있어. 우아, 많이 좋아졌는데?”

지영의 시선이 닿은 곳엔 중,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어렵게 재활치료사의 도움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비슷한 나잇대의 남자가 칭찬을 남발했다.

“에휴. 용준이 쟨, 아주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내네.”

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곳은 사실 형우의 여동생 선우가 입원한 병원이었다.

감옥에서 지구로 복귀한 이후 용준과 지영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치료제를 건네줬다.

치료제를 먹은 선우는 던전 중독에서 깔끔하게 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병실에 누워있던 탓에 재활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 달간 계속 재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던전 중독에서 회복됐다는 사실은 지영의 권한으로 모두 막았다.

이게 알려지면 전 세계에서 달려올 게 뻔했다.

그걸 막기 위해 지영은 자신의 권한을 썼다.

물론 형우도 이걸 바라고 지영을 노예로 만든 거였다.

헌터수사부의 차장이라는 직함이면 충분히 내적이든 외적이든 선우를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형우의 바람대로 지영은 선우를 잘 지켜주고 있었다.

“남의 연애나 보고 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에휴, 에휴.”

지영은 선우와 용준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작스러운 진동이 느껴졌다.

쿠꾸구궁!

“지, 지진?!”

“꺄악!”

갑작스럽게 지진이 일어났다.

큰 진도의 지진은 아닌 것 같았으나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이었기에 작은 지진에도 다들 혼비백산했다.

다행히 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떨림이 멈췄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다음이 문제였다.

콰앙! 쾅!

“몬스터? 여긴 몬스터가 나올 곳이 없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서울은 몬스터가 하나도 없는 청정구역이었다.

던전 게이트가 있으나 그곳들은 모두 철저히 관리됐다.

한동안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을 정리 안 하면 웨이브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당연히 그런 일이 안 나도록 매일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지금 무슨 일이 난 거야?”

지영은 전화를 꺼내 헌터수사부의 정보기관에 연락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차장님! 지금 큰일 났습니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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