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0화 (61/151)

▣ Chapter 3-10

S구역 공략 27일 차.

어느덧 연합은 S구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원정에 시간이 더 걸리긴 했다.

그러나 알맞은 지휘와 느린 이동 덕분에 사상자가 적게 나왔다.

그동안 생긴 사상자는 총 660명.

이 중 사망자가 420명이었고 중상자가 240명이었다.

이제 남은 인원은 약 2,300명 정도였으나 이건 정말 적은 피해였다.

몇 년 전엔 S구역까지 도달도 못 하고 천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반 조금 넘는 수만 죽고 S구역 공략 성공을 목전에 뒀다.

이 정도면 정말 큰 성과라 볼 수 있었다.

“후우··· 그래도 이제 끝나가네.”

형우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여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형우와 형우의 길드원들은 다른 이들이 비해 멀쩡했다.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여정이었으나 밤낮으로 몬스터와 싸우며 이동했던 터라 다들 많이 지쳐있었다.

게다가 경상자도 사상자만큼 많았기에 다들 부상 하나씩 달고 움직였다.

그런데 형우의 일행은 달랐다.

“이거 두 능력이 참 쓸모가 많은데?”

사실 그동안 의뢰서에 변동된 내용이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변동이 있던 건 C-1 의뢰서와 B-1 의뢰서, A-1 의뢰서였다.

연합원이 죽인 것도 모두 의뢰서에 적립된 덕분에 벌써 C급 의뢰서는 9번, B급 의뢰서는 9번, A급은 1번 클리어 됐다.

이제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능력 전체를 A급과 B급 주력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벌써 2개는 새로 배워놨다.

새로 배운 능력은 B급 리커버리와 B급 슬립.

리커버리는 외상 치료뿐만 아니라 피로 회복에도 탁월했다.

형우는 리커버리를 틈틈이 길드원들에게 써줬다.

‘그땐 이걸 다 써먹을 수 있나 싶었는데······.’

B구역 경매장 지하에서 이종족과 SH 길드가 부딪히면서 생긴 많은 영혼석을 챙겼다.

인사니오 때문에 잠깐 방해가 있긴 했으나 그전까지 꽤 많은 양을 챙겨놓은 상태.

그 덕분에 지금 시기적절하게 잘 사용했다.

여하튼 그 덕분에 형우 일행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마리만 빼고.

“뀨우! 뀨우!”

“뀨우가 자기한테도 써 달래요.”

뀨우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소정과 형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싫다고 좀 전해줄래?”

“뀨우우우!”

뀨우는 절규하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사실 오늘 아침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본격적으로 소정이 능력을 쓰면서 테이밍한 몬스터가 꽤 늘어났다.

B급 쉐도우 에이프 2기 C급 오크 라이더 5기, B급 자이언트 트롤 1기, 듀라한 2기.

헌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급 높은 몬스터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증가했다.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없는··· 언데드를 제외하곤 모두 뀨우의 공정 과정을 거쳤다.

그 와중에 아랫도리 때리기에 재미가 들린 건지 형우에게 오늘 아침 그 짓을 했다.

덕분에 니은 자로 잠에서 깨어난 형우는 뀨우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고 있었다.

“뀨우우······.”

아무리 졸라도 소용이 없자 뀨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을 본 형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오빠, 화 풀어요. 네에?”

게다가 이후 형우를 풀어준다고 소정이 애교까지 부리면서 더더욱.

‘쩝. 근데 생각해 보니 점점 스킬들이 공격과는 멀어지네.’

이번에 얻은 스킬과 회복과 디버프 계열.

사실 얻은 스킬 중에 쓸만한 스킬이 없어서 이걸 먼저 배운 거였다.

다만, 공격력 관련해선 염력 빼곤 다 영 시원찮은 터라 형우는 이참에 제대로 된 공격 능력을 얻을 생각을 했다.

‘A급에서 뭐가 좋더라··· 아 저번에 보니까 라이트닝 스톰이 괜찮았던 거 같은데. 어디서 A급 하나 안 죽어주려나?’

“정지!”

형우가 살벌한 생각을 하는 사이 정찰조가 돌아오면서 잠시 행군이 멈춰졌다.

정찰조장은 복귀하자마자 명진에게 정찰 내용을 보고 했다.

“S구역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입구를 S급 몬스터가 지키는 중입니다. 다만, 단일 몬스터인지 주변에 다른 몬스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정찰해둔 쉘터를 제외하고 한 곳을 추가로 확보해놨습니다.”

중상자들을 후방으로 빼기 위해 약 100명이 차출되면서 인원이 2,2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숫자가 줄었어도 이 많은 인원이 쉘터 하나에서 야영하는 건 불가능했다.

프로즌 케이브 같은 쉘터가 흔한 게 아니었다.

그 때문에 정찰조는 항상 최소 2개 이상의 쉘터를 확보해놨다.

그래야 휴식에 문제가 없으니까.

물론 밤을 피하는 용도라면 하나도 충분했다.

“그럼 쉘터에서 정비만 하고 바로 공략하지.”

수혁의 말에 명진이 인상을 썼다.

며칠간 특별히 강한 몬스터를 만나질 않았다.

비교적 순탄하게 걸어왔기에 확실히 체력 소모가 적긴 했다.

그러나 그동안 행군을 하며 쌓여 온 피로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하루는 좀 쉬고 공략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걷는 거 말고 한 거 없었잖아?”

“그래도 피로가······.”

“이봐. 그냥 빨리 뜨고 쉬자고. S급이랑 A급만 나서면 되잖아. 뭘 어렵게 머릴 굴려?”

“······.”

명진은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켰다.

이번 여정 내내 수혁은 틈틈이 독단으로 의견을 냈다.

그 의견들은 모두 총 책임자이자 지휘권자인 명진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의견들이었다.

그런데 끝까지 이런 행동을 고수하고 있으니 명진이 참은 게 용할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곧 밤이니 밤은 피하고 가시죠.”

“그러지.”

분노를 잠재우며 명진은 수혁의 의견을 수용했다.

그러자 수혁은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개 같은 새끼···! S구역 공략이 끝나는 순간, 너부터 죽여준다.’

명진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수혁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준 건 이 공략의 끝에 배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계약서로 중소연합장들과 확실하게 계약을 마친 상황이었기에 이제 그대로 실행되는 일만 남았다.

그 때문에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

이게 아니었다면 터져도 벌써 터졌을 터였다.

“쉘터로 이동한다!”

명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외쳤다. 그리고 잠시 후 쉘터에 도착한 연합은 짧은 휴식 후 이 여정의 마지막 목표인 S구역으로 향했다.

“크아아아!”

S구역 문 앞, 수문장처럼 문을 지키고 있던 S급 언데드 몬스터 본 드래곤은 몰아치는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본 드래곤은 절대 약한 언데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빠른 속도로 적을 제압하는 유현서와 불과 바람을 쓰는 방수혁.

둘의 조합과 A급 헌터 수십의 조력은 정말 막강했다.

게다가 몰래 혁기가 애시드로 도움을 주면서 본 드래곤은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괜히 S급 몬스터가 아니라는 듯 계속 조금씩 피해를 줬다.

벌써 A급 헌터만 여섯이 죽었다.

S급 몬스터와 싸우는데 사실 이 정도 피해는 애교였다.

원래 지구였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섯 이상의 S급 헌터를 동원했다.

A급도 치료 계열이나 방어 계열의 스킬을 가진 헌터들만 썼다.

괜히 불렀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국가의 큰 손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곳 감옥에선 그런 사치 따윈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더 이상의 피해 없이 레이드가 끝났다.

“크아아······.”

쿵! 쿠우웅! 휘이잉!

본 드래곤이 쓰러지면서 흙먼지가 일어났다.

순간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먼지가 진했다.

“크억···!”

“아악!”

그런데 그때 비명이 들려왔다.

“무, 무슨 일입니까?!”

전투가 끝나고 바로 수혁을 덮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명진은 갑자기 비명이 들려오자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러나 곧 흙먼지가 걷히고 무슨 상황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방수혁-!”

먼지가 걷히고 보인 모습은 참혹했다.

SH와 중소연합 소속의 A급 헌터들 반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현서도 기습을 당했는지 옆구리에 피를 흘렸다.

다만, 상처에도 불구하고 현서의 눈은 수혁에게 향해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찬 눈으로 수혁을 노려봤다.

그때 혁기가 기습을 했다.

“애시드.”

휙!

녹색 구체가 현서에게 날아갔다.

현서는 그걸 보고 바로 피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수혁의 협공이 이어졌다.

화르륵!

용암과 같은 화염이 미리 현서가 피할 방향에 자리 잡고 있었다.

“···!”

현서는 연속으로 이어진 기습에 당황했으나 그래도 피할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인 스피드 마스터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이젠 S급 헌터 둘에게 얻어터지는 일만 남았다.

“어디서 S급이 나타난 거야···!”

명진은 갑자기 등장한 S급 헌터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격! SH 길드 놈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진이 악을 쓰며 외쳤다.

이대로 뒀다간 그동안 열심히 키워놨던 명진이라는 성이 무너질 판이었다.

그러나 명령을 받고도 그들은 나서지 못했다.

A급들 말고 나머지도 난리였으니까.

덕분에 S구역 문 앞에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윈드! 염력!”

형우는 본 드래곤이 죽을 때부터 길드원들과 함께 최대한 구석으로 나왔다.

유혁기라는 변수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혹시 모를 일에 대해 대비했다. 그리고 그 대비 덕분에 태풍의 외곽에 있을 수 있었다.

“소정아! 몬스터들로 최대한 공격을 막아!”

“네, 오빠!”

“나머지도 자리 벗어나지 말고 버티기만 해!”

지금 같은 난전에선 괜히 나섰다가 칼침 맞기 딱 좋았다.

현재로선 최대한 방어하면서 버티다가 상황 봐서 도망치는 게 최고였다.

물론 따로 노리는 것도 있었다.

그때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쾅! 콰아앙!

“오러 블라스터!”

“오러 블라스터!”

콰앙! 콰아앙!

공장에서 찍어낸 것도 아니고 똑같은 능력을 쓰는 A급 헌터 10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은 퇴로를 막고 도망치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미친···! 쟤들은 또 뭐야?”

“난 살고 싶다고!”

“아아악!”

퇴로가 막히면서 연합은 혼란에 빠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덕분에 사상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그러는 사이 S급들의 전투도 격화됐다.

“유현서. 그만 개기고 오빠 품에 안기는 게 어때? 그럼 살려줄 의향이 있는데.”

“그만 짖어! 이 개새끼야!”

현서는 욕하며 소리쳤다.

싸우는 와중에 수혁은 계속해서 항복을 종용했다.

“왜 죽고 싶어서 발악하는 건데? 그냥 명진에 꿀 발라놓은 것도 아니고 이쪽으로 넘어온다고 큰 문제가 있나?”

“······.”

그러나 현서는 요지부동이었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대신 더 격렬하게 저항하며 둘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다다랐다.

스피드를 이용해서 같은 S급 헌터 두 명에게 큰 데미지를 주긴 힘들었다.

그런데 상대는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상을 줬다.

애시드 때문에 왼 어깨가 살짝 녹아 팔이 너덜너덜했고 화염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다만, 그래도 그녀는 항복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혁에게 상처를 입혔다.

"윈드 웨이브!"

휘이익! 쿵!

“허억, 허억. 썅 년!”

수혁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윈드 웨이브로 벽까지 날아간 현서를 바라봤다.

마지막 결정타에 현서는 죽었고 영혼석을 내뱉었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습니다, 길드장님.”

혁기는 상처 입은 몸을 일으키며 연합을 바라봤다.

연합은 이미 붕괴 직전이었다.

벌써 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그러나 그만큼 SH가 입은 피해도 컸다.

다만, 그것도 이제 끝났다.

상처 입었다고 하나 S급 둘이 나서면 막을 수 없었다.

"아아··· 이제 끝났어."

"하, 항복! 제발 살려줘!"

S급 둘이 다가오자 다들 패닉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형우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오빠?"

갑자기 형우가 웃고 있자 소정이 이상하게 바라봤다.

까딱하다간 전부 죽을 판인데 혼자 웃고 있으니 미친놈처럼 보일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형우는 계속 웃었다.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네?"

형우는 그 말만 남기고 블링크를 사용했다.

“블링크!”

팟!

블링크로 나타난 곳은 아까 현서가 죽은 장소였다.

상기된 표정의 형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현서의 영혼석을 집었다.

영혼석은 그대로 형우에게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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