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58화 (59/151)

▣ Chapter 3-8

“블리자드!”

“스몰 미티어!”

“라이트닝 스톰!”

쏴아아! 슈우욱!

처음 보는 수십 개의 능력이 드레이크 향해 날아갔다.

A급 능력들은 괜히 A급이 아니라는 듯 화려하고 강력해 보였다.

그 사이에서 형우도 능력을 사용했다.

“속박!”

멈칫.

속박에 걸린 드레이크는 브레이크 걸린 자동차처럼 미끄러지며 앞으로 기울어졌다.

물론 A급 몬스터답게 속박을 바로 풀었다.

그러나 그 짧은 타이밍 덕분에 드레이크들은 날아오는 A급 능력들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콰앙! 치지직! 콰아아아!

“캬가각!”

“캭!”

공격에 적중당한 드레이크들은 괴성을 질렀다.

피부가 단단한 덕분에 어느 정도 경감되긴 했으나 무방비 상태로 당한 터라 내부에 입은 데미지가 상당했다.

그 덕분에 드레이크들은 충격에서 못 헤어나왔다.

“다시 한 번 원거리 공격! 이후 바로 근접 계열 돌진!”

명진의 지휘에 따라 다시 원거리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근접 계열 헌터들이 돌진했다.

“블링크! 오러!”

팟! 까앙!

블링크로 제일 먼저 도착한 한 명이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살을 베는 소리가 아닌 단단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무슨 피부가…!”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간 건 아니었다.

피부에 흠집 정도는 생겼다.

그러나 그거론 데미지를 줬다고 하기엔 애매했다.

휘익! 퍼억!

“끄아악!”

드레이크는 꼬리를 휘둘러 그를 날려버렸다.

그러는 사이 다른 죄수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혼자 과욕을 부려 쓰러진 패배자를 무시하고 능력을 날렸다.

“헤비 카운터!”

쿵!

“캬각!”

근접 격투 계열 스킬을 시작으로 근접전이 시작됐다.

형우는 그 전투를 보며 중간중간 전투를 도왔다.

형우가 가진 스킬 대부분이 근접전과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었다.

그 때문에 근접전을 벌이는 이들과 어울리질 못했다.

‘아, 좀 싸워보고 싶은데…….’

몸이 근질근질했다.

감옥에 온 이후 직접 부딪혀가며 전투하는 것에 흥미를 붙였다.

다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혼자라면 근접전을 얼마든 벌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근접 계열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는 상황.

굳이 타겟이 되지 않는 이상 형우가 직접 드레이크를 마주하는 일은 없을 듯했다. 그리고 지금은 형우가 후방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테스트할 게 있었으니까.

“지금 얼른 준비해.”

“오케이.”

형우는 뒤에서 준비하는 성민을 향해 말했다.

성민은 대답하곤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조립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완제품의 모습은 주변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RT-20.

흔히 대물 저격총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종류의 저격총이었다.

위력은 장갑차 외피를 가볍게 구겨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무게도 무게지만, 후폭풍이 워낙 심했기에 자세에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헌터가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랐다.

후폭풍 따윈 무시할 정도의 단단한 육체.

헌터라면 제약 하나 없이 소총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위력을 가진 대물 저격총이라도 몬스터에겐 재래식 무기가 안 통했다.

헌터가 사용할 수 있다, 없다는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성민에겐 다른 이야기지.’

이 총은 성민이 능력을 각성한 이후 형우가 구해준 물건이었다.

밖에서 공수해오느라 비용이 꽤 들긴 했지만,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성민의 A급 능력 스나이프는 오러를 모아 강력한 공격을 쏠 수 있었다.

그 공격은 저격총을 쓰면 위력이 더 극대화됐다.

다만, 오러를 모으는 속도가 꽤 느렸다.

그사이 무방비 상태가 되는 터라 주변에 호위가 무조건 필요했다. 그리고 반대로 빠르게 오러를 쏠 수도 있었다.

“타겟.”

성민은 D급 타겟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성민의 눈에만 보이는 빨간 점이 나타났다.

원래 이 능력은 정말 쓰레기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최악의 능력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몬스터를 위치와 공격의 명중률을 올려주는 건데 이 능력 하나만으론 D급에서도 최하위권을 노릴만했다.

그러나 성민이 A급 능력을 각성하면서 이 능력의 쓰임새가 아주 중요해졌다.

“시작한다.”

스으으.

그 말과 함께 저격총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전투는 점점 격해졌다.

쾅! 콰앙!

“캬가각!”

안 그래도 가까이 붙은 근접 계열 헌터들 때문에 드레이크는 짜증 난 상태였다.

그런데 원거리 공격까지 괴롭히니 화가 제대로 났다.

휘이익!

“뒤로 빠져!”

“헙!”

드레이크는 긴 꼬리를 한 바퀴 휘둘렀다.

죄수들은 범위 밖으로 급하게 피했다.

다만, 동작이 커서 그런지 맞은 인원이 없었다.

그러나 그건 드레이크의 노림수였다.

“쓰으읍!”

곧장 드레이크는 원거리 능력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켰다.

“브레스다!”

“피해!”

드래고니안은 드래곤의 아류종이었지만, 유사인종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드래곤의 전매특허인 브레스를 쓰지 못했다.

그러나 드레이크는 달랐다.

이성이 없고 능력도 없는 대신 단단한 육체와 브레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위력은 드래곤에 비할 바가 못 됐으나 그렇다고 절대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도 브레스는 브레스였으니까.

“크아아아!”

파아아앗!

드레이크의 입에 푸른 빛이 뿜어져 넓게 분사됐다.

그 모습을 본 수혁이 앞으로 나섰다.

“하아압!”

화르륵!

수혁의 몸에서 나온 불은 브레스를 막기 위해 면적을 넓혔다.

그러나 바로 능력을 사용하다 보니 전체를 막는 게 늦었다.

그 때문에 틈으로 하나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앞엔 하필 형우와 성민이 있었다.

“스톤 쉴드!”

쿠구궁!

도영의 B급 능력 스톤 쉴드가 앞을 막았다.

콰앙!

“큭!”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계속해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브레스에 대항하기엔 스톤 쉴드는 나약했다.

“염력! 윈드!”

슈악! 휘이잉!

형우는 스톤 쉴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염력으로 끌어온 바닥의 돌과 바람의 장벽으로 힘을 더했다.

덕분에 형우가 있던 위치는 성공적으로 브레스를 막았다.

그러는 사이 성민의 준비가 끝났다.

“준비 끝!”

“바로 날려!”

“스나이프!”

퍼엉!

성민의 저격총이 오러의 탄환이 발사됐다.

그런데 분명 저격총을 쐈는데 소리가 마치 대포 같았다.

그 소리에 놀란 드레이크가 고개를 돌렸다.

“캬각?!”

무언가 빠르게 날아오자 드레이크는 흠칫 놀라며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그걸 두고 볼 형우가 아니었다.

“속박!”

멈칫.

속박에 걸린 드레이크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오러의 탄환은 정확히 드레이크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아악!

“캬가가각!”

쿠웅!

심장을 꿰뚫린 드레이크는 이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렇게 하나가 쓰러지자 다음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드레이크 하나에 모든 신경이 쏠리니 처리는 순식간이었다.

“캬…….”

그렇게 마지막 드레이크가 쓰러지면서 첫 레이드가 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와아아!”

“이겼다!”

다들 첫 레이드 성공을 자축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형우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이게 대체…?’

『의뢰서(반복형) A-1#

내용: A급 10명 제거(2/10).

보상: A급 영혼석 흡수.』

인사니오의 권위를 얻으면서 의뢰서는 모두 미리 제공됐다. 그리고 그 중 반복형은 실시간으로 달성도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반복형 의뢰에서 변화가 생겼다.

‘남이 죽인 것도 적립된다고?’

놀랍게도 같은 연합이 죽인 것도 형우가 죽인 것에 포함됐다.

그것을 본 순간 형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박이다!’

사실 E구역에서 프로즌 케이브 쉘터까지 오는 동안 사실 몬스터를 만나질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형우 말고도 다른 수많은 길드가 그곳에 가기 위해 먼저 지나갔다. 그리고 E구역에서 출발한 형우는 상당히 후발주자였다.

그 덕분에 후발주자인 형우는 앞서 깨끗이 정리한 길로 몬스터 하나 만나지 않고 왔다.

그래서 몬스터를 만나는 건 3주 만에 드레이크가 처음이었다.

B구역에서 E구역으로 갈 때는 몬스터를 만나긴 했으나 그건 형우가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엔 형우가 처리한 게 아니었다.

‘이번 연합에서 얻을 게 많겠는데…….’

형우는 남몰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이동!”

첫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계속 연합은 승승장구했다.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규모도 컸고 높은 등급의 능력자도 많았다.

그 덕분에 며칠간 순탄하게 진행됐다.

형우의 의뢰서 조건도 차곡차곡 적립됐고.

그러나 그 순탄함도 어느 숲에 발을 디딘 순간 끝났다.

스으으. 스으으.

“아, 뭐가 이렇게 기분이 더럽냐.”

“빨리 좀 벗어났으면 좋겠네.”

처음 숲을 봤을 때 죄수들은 감탄하며 숲을 바라봤다.

감옥 내엔 숲은커녕 식물 하나 보기 힘들었다.

밖에서 가져온 작물들을 제외하곤 초록이 우거진 걸 볼 수 없는 게 감옥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감옥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는 숲이 나타났다.

규모도 꽤 컸다.

그러나 그 감탄도 오래가지 못했다.

숲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 때문이었다.

이곳은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들리는 거라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 때문에 귀신의 집에 온 것 같은 스산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다들 잔뜩 긴장한 채로 천천히 이동했다.

“박 길드장님, 영 불안하군요.”

성우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난 당신 수다가 더 불안한데…….’

심심하면 찾아와 수다를 떠는 성우 때문에 형우는 죽을 맛이었다.

용준인 좀 떠든다 싶으면 꿀밤 한 번 먹여주고 조용히 하라고 하면 됐다.

그러나 성우한텐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덕분에 무방비로 수다 테러를 당했다.

성민이 구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었다.

나중엔 성민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했다.

물론 형우도 포기했고.

“원래 이곳의 주인이 드레이크였습니다.”

“네? 그럼 저희가 만났던 드레이크가…?”

“예, 그 드레이크들이죠. 다만, 수가 좀 더 많았습니다. 주변에 몬스터들도 많았고요. 그 때문에 S구역 공략은 항상 여기서 막혔었죠.”

원래 이 숲엔 드레이크 한 무리가 살고 있었다.

약 10여 개체였는데 이전 공략 때 2마리만 남기고 모두 죽였다.

그러나 그 둘은 죽이지 못했다.

드레이크가 난동을 피운 탓에 주변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 이후 숲의 주인이 바뀐 듯합니다. 내쫓겨난 드레이크를 우리가 만난 거고요.”

“…그러면 이제 걱정해야겠네요. 최소한 드레이크 2마리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거니까요.”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죠?”

성우는 오버스럽게 웃었다.

아무래도 그 점 때문에 더 불안한 듯했다. 그리고 딱 마침 형우에게 신호를 보내는 이가 있었다.

꽈악.

어느새 다가온 시오가 형우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형우는 그런 시오를 바라보며 길드원들을 불러모았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시오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다들 조용히 모여.”

그 말에 형우의 길드원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다 모이자마자 바로 일이 터졌다.

샤샤삭! 팍! 타악!

“악!”

“꺅…!”

짧은 비명과 함께 갑자기 주변에 있던 죄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각자 길드끼리 모여! 당황하지 마!”

“아아악!”

갑작스러운 기습에 다들 정신을 못 차렸다.

“윈드.”

형우는 침착하게 윈드로 주변에 바람의 장벽을 만들었다.

S급, A급 헌터가 있는 곳에서 기척을 숨기고 기습을 할 정도면 꽤 강한 몬스터였다.

그러나 그 기습이 공격이 아닌 납치를 위한 거라면 C급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퉁! 탁!

“끼익!”

바람의 장벽에 부딪혀 튕겨 나온 무언가가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들 지금 나타난 몬스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쉐도우 에이프다!”

에이프는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 형태인 몬스터였다.

사람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원숭이처럼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나 쉐도우 에이프는 달랐다.

완벽히 원숭이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여 대상을 납치해 죽였다.

“능력으로 주변을 막아! 뭐로든 막은 다음 모습이 드러난 놈들을 죽여!”

명진은 빠르게 공략법을 내놓았다.

그러자 다들 침착하게 대응했다.

형우도 그렇게 하나씩 쉐도우 에이프를 죽여나갔다.

그러나 에이프를 죽이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이거 설마 능력인 건가?’

형우는 이 난리 중에도 태연히 서 있는 시오를 바라봤다.

E구역 지하에 있는 던전에선 그저 데스나이트가 눈에 보였기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드레이크와 쉐도우 에이프를 연달아 겪으며 이게 혹시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끼익!”

“썅! 수가 너무 많아!”

“살려줘!”

“막아!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막으라고!”

전장은 점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처음엔 침착하게 대응했으나 생각보다 쉐도우 에이프가 숫자가 많아서 그 대응이 무색하게 밀리고 있었다.

덕분에 전황은 점점 불리해졌다.

그러자 수혁이 나섰다.

“어이, 김명진. 다들 뒤로 물러나라고 해. 내가 해결해줄 테니까.”

“음… 알겠습니다. 전원 뒤로 이동!”

명진은 수혁의 말에 이유를 묻지 않았다.

지휘는 수혁이 딸렸지만, 능력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수혁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정말 가능한 거였다.

그 때문에 바로 연합원을 뒤로 빠지라 명령했다.

명령과 동시에 다들 뒤로 빠졌고 수혁은 홀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S급 능력을 사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