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54화 (55/151)

▣ Chapter 3-4

“끄응…읏차!”

털썩.

“에휴, 뭐 이렇게 무거워?”

형우는 누군가를 바닥에 내려놓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듯 그것을 바라봤다.

“드래고니안이라… 신기한데? 이것도 드래곤처럼 엄청난 강도를 가진 비늘이려나?”

형우가 내려놓은 그것은 공동에서 싸웠던 드래고니안이었다.

천장이 무너져내리면서 자신을 희생했던 그를 형우가 구출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말이다.

“인사니오 이 양반… 진짜 도움이 안 되네.”

이곳에선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두 번의 보상이 중첩되면서 시간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 늘어난 시간만큼 형우는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얻은 건 별로 없었다.

‘블랙 머천트의 말대로 영 쪼잔한 양반이야.’

또 낚시로 시간을 허비하며 특별히 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사니오의 권위에 대해선 답변을 제대로 들은 거였다.

‘이제 더 이상 의뢰는 없고… 나머지 조각을 모아라?’

인사니오는 형우에게 더는 의뢰서가 없을 거라고 했다.

이제 아까 머릿속으로 들어온 의뢰서가 마지막이자 앞으로의 의뢰가 돼버렸다. 그리고 추가로 말해준 게 있었다.

인사니오 자신의 조각.

그러니까 지금까지 얻어온 인사니오의 의지, 인사니오의 눈, 인사니오의 권위 외에 다른 것들을 얻으라 말했다.

그것들은 형우에게 새로운 혜택을 줄 거라면서 말이다.

게다가 인사니오는 형우에게 아주 특별한 보상을 주겠다고 했다.

나머지 조각들을 얻으면 형우를 지구에 잠시 보내준다고 말이다.

다만,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 해도 형우에겐 정말 대단한 보상이었다.

잠시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았다.

아니, 그걸 떠나서 몇 달간 보지 못한 여동생도 볼 수 있었다.

신지영이 제대로 일 처리를 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었고.

물론 노예 문서에 묶여 있으니 문제는 없을 테지만, 눈으로 확인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컸다.

표현하자면 그건 심리적 안정감이란 말이 맞을 듯했다.

“그런데 아직도 3개나 더 남았다니…….”

인사니오가 더 찾으라 말한 조각은 무려 3개.

지금까지 찾은 것들도 사실 엄청 빠른 속도로 찾은 거긴 했다.

그러나 거기에 덧붙인 말이 문제였다.

나머지는 S구역에 있다는 말.

“어떻게 S구역을 가라는 말이야?”

최상위 길드라는 곳에서도 공략을 몇 년째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S구역이었다.

그만큼 출현하는 몬스터들이 강했고 다른 구역과 달리 전혀 예상 못 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그 때문에 S구역을 공략한다고 할 때마다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런 곳을 형우가 넘보는 건 불가능했다.

“에휴, 그건 그렇고… 저건 어떡하냐?”

형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드래고니안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처음 데려온 이유는 당연히 S급 영혼석 때문이었다.

S급 영혼석을 구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S급은 수가 제한되었고 그들과 또다시 만나 그들이 죽어준다는 건 정말 극악의 확률.

그런 제한된 상황에서 S급 영혼석을 구한다면 정말 로또 맞은 것과 진배없었다.

그래서 드래고니안을 데려왔다.

그런데 데려와 보니 한 가지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아까 공동에서만 S급 영혼석으로 변하는 거 아니야?’

이곳까지 통할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공동에만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여기서 드래고니안을 죽여봤자 이익이 없었다.

‘아니지. 이득이 있긴 하지.’

의뢰서엔 S급이라고만 되어 있고 인간이라는 제한은 없었다.

그 말은 드래고니안을 죽여도 의뢰를 달성할지도 몰랐다.

다만, 문제는 그게 확실하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반쪽짜리 이득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하아… 시간만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고 영혼석을 얻었을 텐데.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종족은 강했다.

차민과 같은 괴물이 있어서 그렇지 충분히 강하고 충분히 세력이 컸다.

그런 그들에서 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이 드래고니안을 도와준다면 분명 형우에게도 이득을 있을 터였다.

그렇게 다른 쪽으로 생각이 뻗치니 머리가 복잡했다.

“고민이네, 고민이야…….”

턱.

형우는 바닥에 앉아 고민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결국 형우는 죽이는 걸 포기했다.

아무래도 드래고니안을 죽이는 건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날 구해줘서 고맙네, 인간. 그대의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저 아이도 감사하네.”

깨어난 드래고니안 아니, 크루바는 형우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처음엔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감옥 내에서 인간은 이종족 모두에게 적이었다.

착한 인간?

애당초 감옥 내에서 그런 인간이 존재하긴 힘들었다.

만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감옥에선 힘이 있어도 나서기 힘들었고 기껏해야 호람 길드처럼 조금 버틴다 싶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부류는 대부분 힘이 없었다.

여하튼 처음엔 경계했던 크루바는 곧 형우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엘프까지 구해줬으니까.

엘프는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드래고니안 자신도.

전자와 후자는 돈과 힘이라는 큰 차이가 있었으나 둘 다 인간 입장에선 포기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하나는 돈이나 쾌락을 취할 수 있고 하나는 죽여서 인간의 기득권을 드높이는데 최고의 보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포기했다는 건 최대한 호의를 베푸는 데 주저할 대상이 아니란 거였다.

물론 슬쩍 이야기한 블랙 머천트와의 친분 덕분에 더 이야기가 잘 풀리긴 했다.

여하튼 그렇게 잘 해결된 덕분에 형우는 드래고니안에게 한 가지 선물을 받았다.

“저들은 자네의 부하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내가 선물 하나를 줄 수 있을 거 같다. 음… 하나는 높고 둘은 낮고. 그럼 이 인간이 적당하겠군.”

드래고니안은 그 말을 하며 성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비늘을 뽑아 그의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빛이 나면서 비늘이 그에게 흡수됐다.

‘뭐, 뭐야?’

놀랍게도 크루바가 한 일은 2차 각성을 하는 일이었다.

이민희 다음으로 높은 등급의 각성을 할 예정이었던 백성민의 몸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형우는 바로 인사니오의 눈으로 성민을 확인했다.

[백성민 /D급/1소켓-D급 타겟 2소켓-A급 스나이핑]

형우는 그걸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위적인 2차 각성이 이뤄질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위적인 각성인 드래고니안 크루바에게서 이뤄졌다.

다만, 그건 한 번으로 끝이었다.

그것도 A급 이하로 한정.

사실 민희가 각성한다면 제일 최상이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드래고니안은 평생 한 번 자신의 비늘을 뽑을 수 있었는데 그 비늘은 강력한 힘을 줬다.

그 강력한 힘은 다른 이들에겐 힘의 상승을 얻을 수 있었으나 헌터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대신 빈 소켓을 가진 이들에겐 좀 달랐다.

드래고니안의 비늘은 헌터에게 무협지에 나오는 영단 같은 역할이 아니라 빈 소켓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줬다.

나름 높은 힘을 가진 크루바에게도 A급이 한계였으나 이 정도도 정말 훌륭했다.

‘이 정도면 잘한 장사 같은데?’

형우는 조용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약소하지만 고마움의 표시네. 그리고 나중에 우리 마을에도 들러줬으면 좋겠군.”

사실 약소한 건 아니었다.

무려 A급 헌터 하나를 바로 확보하게 해줬으니까.

평생 한 번 쓸 수 있는 비늘을 사용해서 말이다.

그건 정말 큰 고마움의 표시였다. 그리고 형우에게 큰 이득이었고.

애초에 불투명한 S급 영혼석 확보와 의뢰 성공보단 훨씬 나았다.

각설하고 그 말 이후 크루바는 엘프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형우는 깨어난 노예들과 함께 기분 좋게 이미 알아둔 출구로 그곳을 탈출해 E구역으로 돌아왔다.

E구역 광장.

재정비가 끝나고 E구역은 활기찬 곳으로 변했다.

이전에도 활기차긴 했으나 그땐 다른 의미에서 활기찬 거였다.

지금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유지됐고 구역 전체가 단 하나의 길드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분란은 사라지고 나름 평화로운 곳으로 변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구역 내 상위권 실력자들이 모두 한 명에게 묶여 있었고 E구역을 방문하는 이들은 C급을 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고를 칠 이도 없었고 사고를 쳐도 금방 수습할 수 있는 이들.

그렇기에 E구역은 평화로웠다.

구역이 그렇게 변하자 다들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그 결과 빈번하게 벌어지던 싸움과 갈등이 줄어들었다.

감옥에서 가장 사람을 미치게 하는 1순위가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꼽을 터였다.

감옥에 있다는 건 적이 언제 기습할지 모르는 전장에서 생활하는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그게 해소됐으니 당연히 긴장감과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물론 몬스터 웨이브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됐다.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은 조직에 도움되는 유익한 일이었다.

“캬! 요즘 살맛 나서 그런지 더 맛나네.”

이스케이프 길드의 길드원인 김주철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구역 내를 둘러보며 맥주를 한 잔 들이켰다.

그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홍등가의 한 건물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 당시엔 영업도 영업이지만 언제 다른 사업장에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게다가 사는 건 이전보다 더 개선됐다.

이스케이프 길드에선 길드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월급을 지급해줬고 갑질이나 부당한 요구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자리에서 확실히 일할 것만 요구했다.

그 덕분에 다시 없을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게. 요즘 정말 살맛 나.”

“그렇지.”

옆에 있던 동료들이 맞장구를 쳐줬다.

그들 역시 하루하루 불안감에 살던 이들이었다.

다들 범죄를 저질러 죄수로 감옥에 들어왔다.

이중엔 살인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싸움을 즐기거나 배신, 이간질 등등을 즐기는 미치광이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미치광이라도 일 년 365일을 살얼음판에서 사는 걸 즐기진 않았다.

거기에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는 더더욱.

“아, 그러고 보니 드디어 S구역 공략을 한다던데?”

주철의 말에 다들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뭐? S구역을?”

사실 S구역의 공략이 몇 년간 멈춘 덕에 지금은 거의 금단의 구역이었다.

그런 곳을 공략한다고 하니 다들 놀랄 수밖에.

"그래. 얼마 전 들어보니까 SH 길드랑 명진 길드가 합동으로 S구역 공략한다더라.“

“그놈들이? 그렇게 서로 싸운 놈들이 연합한다고?”

“나도 사실 믿기지는 않는데 여하튼 그렇다더라.”

“그럼 언제 공략한다는데?”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는데 곧 날짜가 정해진대. 그리고 공략에 같이 참여할 길드를 모집하고 하더라.”

다들 모집이라는 말에 부럽다는 듯 탄식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짜? 와, 대박이네. 어차피 두 길드가 연합했으면 100% S구역에 가는 거 아냐? 거기 끼는 새끼들 부러워 죽겠네.”

“우리 길드는 안 끼려나? 그래도 나름 규모가 크잖아.”

“크긴 개뿔. 길드장 혼자 다 커버하는 거지. 아, 낄 수는 있겠네. 길드장 혼자서 말이야.”

“아냐. 얼마 전에 합류한 A급이랑 B급도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지금 형우의 길드엔 A급이 무려 3명이나 있었다.

박형우, 민소정, 백성민.

거기에 B급인 이도영도 있었고.

아직 S급 예정자인 이민희와 B급 예정자인 김유리가 각성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났다.

전에 형우 혼자 있을 때도 B구역에서 한 축을 맡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B구역에서 SH와 명진의 지부를 제외하고 형우보다 강한 길드가 없을 정도였다.

이제 최소 감옥 내에서 순위권에 들만 한 길드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소문도 많이 났다.

사실 형우는 특별히 그들을 알리려 하진 않았으나 몇 번 다른 구역의 길드와 마찰이 있으면서 그들의 존재가 드러났다.

덕분에 감옥은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소문의 효과로 인해 지금 형우의 집무실엔 손님이 와 있었다.

“으흠… 그러니까 중소 연합에 들어와서 같이 S구역 공략에 참가하자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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