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53화 (54/151)

▣ Chapter 3-3

형우의 제일 큰 장점을 뽑으려면 인사니오의 의뢰에 성공할 때마다 얻어지는 영혼석 흡수였다.

의뢰가 있어야 하고 의뢰에 성공해야만 가능하지만 그런 제한사항이 있어도 충분히 큰 장점이었다.

다른 헌터는 이런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 능력엔 그런 장단점을 제외하고도 더 큰 페널티가 있었다.

흡수할 영혼석의 정보.

그게 없으면 아무리 영혼석을 흡수할 수 있어도 잔챙이만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쉽게 당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아예 치트키를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가장 알맞은 비유였다.

푸욱!

“커억!”

한 명의 죄수가 이종족의 검에 찔렸다.

검에 찔린 죄수는 곧 영혼석이 되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우는 뭔가를 열심히 확인하면서 전장 전체를 지켜봤다.

“C급 프레스. 저건 필요 없고… B급 슬립? 오, 저건 일단 겟(get) 해놓자. 염력."

둥둥.

염력에 의해서 영혼석 하나가 형우에게 날아왔다.

일부러 들키지 않게 아래로 조용히 가져온 영혼석은 그대로 형우의 손에 안착했다.

탁.

“B급 슬립… 됐다.”

영혼석에 B급 슬립이라고 적곤 그걸 아공간 주머니에 수납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아공간엔 꽤 많은 영혼석이 쌓였다.

“나중에 목록을 정리해봐야겠는데?”

일일이 다 기억 못 할 정도로 많은 영혼석을 얻었다.

적어놓지 않았더라면 뭐가 뭔지 헤맬 정도의 양.

이제 의뢰로 영혼석 흡수를 할 수 있게 되면 정말 고민이 많아질 것 같았다.

‘뭐 그것도 그걸로 줘야지 고민하지…….’

인사니오의 권위라는 아이템을 얻으면서 의뢰를 완료하긴 했다.

그러나 소켓을 하나와 1,000만 포인트였기에 당장 써먹을 순 없었다.

‘아니지. 인사니오의 권위를 넣으면 되잖아?’

미믹에게서 얻은 인사니오의 권위가 아직 제자리를 못 찾고 있었다.

형우는 생각난 김에 바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인사니오의 권위를 꺼냈다.

인사니오의 권위는 일전에 봤던 인사니오의 눈과 다르게 긴 지팡이 모양이었다.

끝에는 밝게 빛나는 금빛 보석이 보였다.

형우는 바로 인사니오의 권위를 흡수했다.

스르륵.

이전처럼 만지자마자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형우는 그것을 바로 새로 얻은 소켓에 넣었다.

파앗!

“헉?!”

그러자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며 형우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유입됐다. 그리고 그 정보의 대부분은 의뢰서였다.

『의뢰서 F-0#

내용: F구역 점령.

보상: F급 스킬 랭크업, 소켓, 만남.』

『의뢰서(반복형) F-1#

내용: F급 500명 제거.

보상: F급 영혼석 흡수.』

『의뢰서 E-0#

내용: E구역 점령.

보상: E급 스킬 랭크업, 소켓, 만남.』

『의뢰서(반복형) E-1#

내용: E급 300명 제거.

보상: E급 영혼석 흡수.』

…….

“이, 이게 뭐야?”

형우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바로 들어온 의뢰서에 대한 정보를 생각하며 경악했다.

지금까지 능력을 얻으려면 인사니오가 준 의뢰서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인사니오가 따로 상황에 맞춰주는 의뢰가 아닌 직접 형우가 목표량을 채워야 했다.

‘이게 더 나은 건가?’

형우는 곧 고개를 저었다.

얼핏 보며 더 나아 보일 수도 있었다.

랜덤하게 상황에 맞춰나오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그러나 목표량이 문제였다.

정말 미친 듯이 살인마 짓을 해서 능력 100개를 만들긴 힘들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게 B, C급인가?’

F급 500명, E급 300명, D급 200명, C급 80명, B급 40명, A급 10명, S급 1명이 목표량이었는데 이중 그나마 채우기 수월한 건 C급과 B급이었다.

물론 이것도 어렵다면 어려운 거였으나 그래도 다른 것보단 조건이 나았다.

무슨 양민학살도 아니고 하위등급을 몇백 명씩 죽여야 했다.

게다가 A급 10명이나 S급 1명을 잡는 건 미친 짓이었다.

A급 이상은 대부분 상위권 길드에 소속된 이들.

그런 이들을 건드렸다간 당장 전쟁이었다.

그럴 여건이 안 되는 형우는 당연히 패스였다.

‘그러니 남는 게 C급이랑 B급이지.’

살짝 아쉬움이 남는 패치였다.

그러나 덕분에 바로 깨진 두 개의 의뢰가 있었다.

F구역 점령과 E구역 점령은 의뢰서를 받자마자 의뢰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오랜만에 또 보겠군.]

“아, 안 돼! 왜 이 타이밍에!”

하필 전혀 원하지 않는 보상이 껴있는 탓에 형우는 원치 않는 만남을 해야 했다.

안 그래도 저번의 만남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타이밍마저 안 좋았다.

‘지금 여기가 얼마나 노다지인데!’

형우는 바닥에 널린 영혼석들을 보며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꽤 많이 건졌다곤 하나 아직 B급 이하밖에 건지질 못했다.

제대로 한탕 건지기 위해서 A급 이상이 죽는 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인사니오는 형우의 사정을 하나도 봐주지 않았다.

털썩.

곧 의식이 흐려지며 형우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리고 형우의 정신은 또다시 인사니오가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이 질긴 인간 놈!”

“질긴 건 그쪽이 더 질긴 거 같습니다. 아, 비늘 안에 살은 말랑말랑한가?”

“닥쳐라!”

콰아아앙! 콰앙!

공동의 정중앙, 드래고니안과 혁기는 수십 분 넘게 전투를 벌였다.

S급들의 대결답게 전투는 치열했고 쉬이 끝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피를 보는 건 주변에 있는 이들이었다.

드래고니안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그 충격에 수십이 튕겨 나갔다.

반대도 마찬가지.

혁기의 능력이 쓰일 때면 다들 기겁을 하며 피하기 바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혁기의 능력은 꽤 잔인했다.

“애시드!”

휘이익!

혁기가 손바닥만 한 녹색 구체를 던졌다.

“피, 피해!”

주변에 있던 죄수와 이종족이 혼비백산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대응에 늦은 몇몇은 거기에 휘말렸다.

펑! 쏴아아!

“크, 크아악!”

“팔! 팔이 녹는다!”

“크어…….”

치이익!

녹색 구체가 터지면서 안에 있던 액체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 액체는 닿자마자 대상을 녹였고 몇몇은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녹았다.

그 모습을 본 드래고니안은 안색을 굳혔다.

“어찌 지휘관이라는 자가 자신의 부하들을…….”

“그럴 수도 있는 거지요. 당신이야말로 주변 생각 안 합니까? 이러다가 여기 무너진다고요.”

“…….”

그 말에 드래고니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수십 분 넘게 전투가 이어지면서 공동은 황폐해졌다.

아니, 황폐해진 건 문제가 아니었다.

잘 못 하다간 천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부서졌다.

게다가 위에 있는 경매장이 무너진 덕분에 천장이 버틸 수 있는 하중을 초과했는지 점점 불안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걸 보고도 드래고니안은 고개를 저었다.

“네놈을 죽일 수 있다면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런데 어쩌죠? 전 죽어줄 생각이 없는데요?”

탓!

혁기는 그 말을 하며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손에 애시드를 가득 뽑아냈다.

이번에 제대로 한 방을 먹일 생각인지 이전처럼 작은 구체가 아닌 거대한 구체 하나를 만들었다.

그걸 본 드래고니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 죽일 생각이냐!”

“다 안 죽입니다. 몇 명은 살 걸요?”

“이익! 올 그라운드 베리어!”

촤악!

드래고니안의 손에서 반투명한 막이 퍼져나갔다.

그 막은 밑에 있는 모든 이들을 감쌌고 그러는 사이 애시드는 혁기의 손에서 벗어나 베리어에 부딪혔다.

치이익! 치익!

애시드에 닿은 베리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녹아갔다.

드래고니안이 필사적으로 힘을 더했으나 전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몇몇 뚫린 구멍으로 강력한 산이 떨어졌다.

“아아악!”

“노, 녹는……!”

“살려줘!”

애시드를 뒤집어쓴 이들은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거기엔 적아(敵我)가 없었다.

뚫린 부분을 딱 특징지을 수 없었기에 정말 랜덤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에 당한 수많은 죄수와 이종족이 죽었다.

그 잔인한 광경을 보며 드래고니안은 이를 악물었다.

“네놈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겠다!”

그러나 다음 이어진 행동이 더 가관이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혁기는 뒤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곳에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SH 길드원이 보였다.

아까부터 한창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있었으나 전투 와중이기에 건들 수 없었다.

게다가 지키는 이들도 최소 A급 이상.

미리 건드렸어야 했다.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건 바로 텔레포트였다.

단거리도 아닌 장거리였기에 오래 준비를 해온 듯싶었다.

이제 저 텔레포트로 벗어나면 B구역이 아니라 B구역 밖의 먼 곳에 있는 쉘터까지 도망치게 된다.

“다음에 보도록 하죠. 아, 못 볼 수도 있으려나? 여하튼 마지막으로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애시드!”

휙!

혁기는 애시드를 위로 던졌다.

그사이 드래고니안이 빠르게 접근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텔레포트!”

파아앗!

텔레포트가 사용되면서 이 시설의 책임자급들이 모두 도망갔다.

“이런…….”

드래고니안은 허망한 눈으로 혁기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게 끝난 상황이 아니었다.

마지막 선물이라며 던진 애시드 때문에 더 큰 혼란이 남았다.

치이익! 쫘자작! 쿠웅!

“모두 피해라!”

드래고니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애시드로 인해 안 그래도 균열이 심해지던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말에 SH 길드원이나 이종족 상관없이 도망쳤다.

“무너진다!”

“어서 통로로 피해라!”

다행히 길은 많았다.

그들은 아무 곳이나 제일 가까운 곳으로 움직였다.

나중에 길이 막혀서 못 벗어날 위험도 있긴 했으나 지금 당장 사는 게 중요했다.

“올 그라운드 베리어!”

촤악!

드래고니안은 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올 그라운드 베리어를 사용했다.

쿵! 쿠우웅!

베리어가 연속해서 부딪혔다.

“크으윽!”

주르륵.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S급이라지만 이 넓은 공동을 능력까지 쓰면서 커버하기엔 벅찼다.

그러나 그의 노력 덕분인지 대부분이 대피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본인이 문제였다.

“…끝이군.”

드래고니안은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주변을 바라봤다.

그의 희생적 정신은 경의를 표할만했으나 어쩌건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모두가 대피한 것을 보곤 드래고니안은 마지막까지 쥐어짜 내며 유지한 베리어를 해제했다.

스르륵. 콰아아!

베리어가 해제되자마자 천장은 그대로 무너졌다.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드래고니안은 그걸 보며 희미해지는 의식을 느꼈다.

이미 한계 이상으로 힘을 사용한 이후였기에 육체보단 정신이 버티질 못했다.

그때.

팟!

“…?”

드래고니안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바라봤다.

“인간?”

앞에 있는 이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이곳에 온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지금은 천장이 무너지는 중… 즉,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탁.

“블링크!”

팟!

그러나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드래고니안의 어깨를 붙잡고 능력을 사용했다.

다만, 거리가 짧았다.

공동이 워낙 컸기에 단 한 번에 그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블링크!”

팟!

다시 한 번 더 블링크가 사용되고 나서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쿠아아앙!

그들이 벗어나자마자 천장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먼지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두드드!

진동만으로도 고통을 겪을 만큼 강한 떨림이었다.

“…….”

털썩.

그러나 그 고통도 피로를 막진 못했다.

드래고니안은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