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51화 (52/151)

▣ Chapter 3-1

고오오오.

어둠이 깔린 공간,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란 감정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곳은 감옥 특유의 소리만 들려왔다.

그 소리 외엔 어느 작은 소리 하나 없는 그곳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곧 나타난 수십의 사람들로 인해 깨졌다.

저벅저벅.

그들은 서로 반대 방향에서 걸어왔다.

굳어있는 표정.

탁.

계속 걸어와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두 세력은 서로를 마주 봤다.

말도 없었고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표정과 달리 그들의 기운은 적을 잡아먹고 싶다는 듯 요동쳤다.

당장에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폭풍전야의 상황.

그때 한 명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 길드장님.”

손을 내민 건 명진 길드의 수장 김명진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이는 SH 길드의 방수혁 길드장.

수혁은 내민 손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지. 김 길드장은 볼 때마다 신수가 훤해지는 거 같아. 하긴 가만히 있어도 애들 알아서 보내주고, 손만 잘 비비면 돈도 막 채워주고 그러는데 안 좋아질 수가 없겠지.”

“저 새끼가…!”

수혁의 말에 명진의 길드원이 발끈해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명진은 손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놓고 파기도 그쪽에서 하시려고 합니까?”

“네 면상 보니까 그러고 싶은 생각도 있긴 하네.”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시죠.”

수혁의 말에도 명진은 태연하게 자기 할 말을 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수혁은 혀를 찼다.

“쳇, 한 길드 수장씩 되는 놈이 언어유희도 즐길 줄 모르다니.”

“한 길드 수장씩이나 돼서 양아치처럼 행동하는 것보단 낫겠죠.”

찌릿.

순간 두 쌍의 눈이 마주치면서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

“…….”

그 모습에 같이 따라온 길드원들은 긴장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바로 칼부림을 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여기 온 인원 중 반수 이상이 죽어 나갈 게 뻔했다.

정말 격렬하게 싸운다면 양패구상(兩敗俱傷)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가진 않겠지만, 양패구상할 수 있다는 말은 두 세력이 그만큼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거였다.

여하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긴장을 최고조로 올릴 때 수혁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언제 한 번 붙어봐야 하는데 말이야.”

“죄송하지만 전 S급이 아니라서요.”

꽈악.

그 말을 하며 둘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전혀 진행될 것 같지 않았던 협상이 시작됐다.

주제는 당연히 SH에서 제안한 S구역 공략 협조.

두 거대 길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합일 것 같은 주제였다. 그리고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두 개 길드가 연합하는 만큼 서로 이득이나 의무에 관해서 반반만 나누면 끝이었다.

서로 그걸 잘 알고 있었고 굳이 질질 끌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한시적인 동맹이었으니까.

“그럼 다음 달, 준비가 끝나는 대로 보죠.”

“그러지.”

둘은 그 말을 끝으로 갈라졌다.

그러자 각자의 보스를 따라 길드원들이 따라갔다.

그렇게 다시 없을 전무후무한 연합이 체결됐다.

콰아앙! 콰앙!

“더럽게 쾅쾅대네.”

경매장 뒤, 지하 B 물품 보관실.

말은 보관실이었지만 운동장보다 더 큰 장소였다.

이곳엔 이미 낙찰된 물품과 아직 낙찰되지 않은 물품이 같이 섞여 있었다.

경매가 끝난 상황이라면 분류가 됐겠지만. 아직 경매가 끝난 상황이 아니었고 반대편에 있는 A, C 보관실은 이미 일반 노예와 이종족 노예들로 꽉 찬 상태였다.

그 덕분에 미믹을 찾는 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가까운 곳에 없는 거야?”

형우는 투덜대며 보관실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그러다 뭔가가 떠올랐다.

‘아, 나 지금 혼자가 아니지…….’

다들 말 한마디 없이 붙어 있어서 잠깐 잊고 있었다.

형우에겐 지금 노예 4명이 있는 상태.

이들을 동원할 생각도 안 하고 혼자 멍청하게 찾고 있었다.

“미믹을 찾으세요. 그거 빨리 찾고 나가야 합니다.”

“예.”

“예…….”

시원찮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저 미믹을 찾는 거였으니 대답이 시원찮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5명이 달려들어서 미믹을 찾는 사이 폭음이 점점 더 심해졌다.

콰아앙! 쿠르릉!

“미치겠네. 이러다가 무너지는 거 아냐?”

천장에선 점점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쫘자작.

주변이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한 번 폭음이 들릴 때마다 극심하게 흔들렸다.

이대로라면 굳이 더 충격을 안 주더라도 자체적으로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나 밖에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고 덕분에 형우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빨리 안 찾으면 귀찮아질 거 같은데.’

지금이야 SRU에게 정신이 팔려서 여길 신경 못 쓰고 있었지만, 보관실이 무너질 때가 되면 경매 물품들을 빼내기 위해 달려올 터였다.

그들이 오면 상황이 복잡해질 게 뻔했다.

“음!”

그때 인사니오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주 짧게 느낀 거였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형우는 바로 기운이 느껴진 곳으로 달려갔다.

덜컹덜컹.

“찾았다…!”

그곳엔 쇠사슬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미믹이 보였다.

미믹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위기를 느낀 것인지 계속해서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무대에 나왔을 때보다 더 단단하게 묶인 쇠사슬 때문에 입조차 벌리기 쉽지 않았다.

물론 이제 그 몸무림은 끝이었다.

스악!

형우는 검으로 미믹의 몸을 반으로 토막 냈다.

그러자 미믹의 몸속에서 엄청난 양의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촤르르!

형우는 바로 그것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담았다.

지금 한가롭게 분류할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아공간 주머니에 물품을 수납하는 건 참 쉬웠다.

주머니를 열고 가져다 대기만 하면 알아서 다 들어왔으니까.

“모두 모이세요!”

형우는 크게 소리쳐서 노예들을 모았다.

그러자 나사가 빠진 것처럼 뭉그적대며 노예들이 형우에게 왔다.

그 모습이 영 맘에 안 들었지만 형우는 일단 넘어갔다.

“밖으로 나갑시다, 이제.”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 할 때 형우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블랙 큐브? 저거 아직도 안 가져갔네?’

첫 경매에서 낙찰된 블랙 큐브가 한쪽에 고이 놓여있었다.

그걸 본 순간 형우는 욕심이 생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탕 해야겠지?”

형우는 바로 블랙 큐브를 아공간 주머니에 수납했다. 그리고 주머니의 한계만큼 경매 물품들을 구겨 넣었다.

다만, 물품의 종류는 장물로 판매가 가능한 것들로 제한했다.

굳이 내가 훔쳐갔어요 라고 광고할만한 물품들은 모두 배제했고 바로 현물가치로 쓸 수 있는 것들이나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 팔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넣었다.

“와…….”

“설마 저것도 능력인 건가?”

그 모습을 보며 노예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공간 능력자는 기껏해야 작은 1톤 트럭에 들어갈 정도의 물건밖에 못 담았다.

그런데 형우의 아공간에 들어가는 양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물건들이 사라졌다.

다만, 그게 능력이 아닌 아이템의 효과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공간 주머니라는 아이템은 세상 어디에서도 없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큰 착각을 하게 됐다.

소켓만 4개 있는 미친 능력자라고 말이다.

실제 소켓이 그것보다 더 많은 걸 알면 아마 기절하겠지만.

“자, 이제 나갑시다.”

끼익. 덜컹!

여는 것만으로도 부서져 버린 보관실 문을 팽개친 형우는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이곳에 오면서 미리 출구는 알아놨다.

그곳은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가면 바로 B구역을 떠야겠네. 분명 밖에도 난장판일 테니…….’

SRU가 행한 테러는 경매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예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듯 B구역 전체에서 난리를 피웠다.

덕분에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면 B구역 밖으로 나가야 했다.

‘아직 네 번째 밤이 되려면 멀었으니까 일단 가까운 쉘터로…….’

콰아아앙!

그 생각을 하던 도중 갑자기 앞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 때문에 형우 일행에게 돌덩이들이 떨어졌다.

“염력!”

형우는 바로 염력을 사용했다.

염력은 날아오는 돌들을 완벽히 붙잡았고 형우는 조심스럽게 옆으로 치웠다.

그러나 폭발의 여파는 계속 이어졌다.

후드득! 쿠아앙!

벽과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형우가 막을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단번에 통로가 모두 막힐 정도로 넓은 범위가 무너졌다.

그 때문에 출구로 향하는 길이 막히게 됐다.

“이런…….”

염력으로 치운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치울 순 있었다.

문제는 시간.

한가롭게 치울 시간이 없었다.

“돌아가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가는 것 외엔 답이 없었다.

형우는 빠르게 판단하고 다른 길로 갔다.

경매장 전체가 빠르게 경매 물품을 옮길 수 있도록 크게 그리고 통로가 많게 지어졌다.

그 때문에 좀 돌아가겠지만 출구로 못 나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인간이다!”

“공격!”

하필 돌아가는 길에서 이종족들을 마주쳤다.

그들은 형우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화살을 쏘았다.

슈우욱! 슈우욱!

“윈드!”

휘이잉!

형우는 윈드로 화살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바로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

“쫓아가지 말고 어서 다른 곳을 찾아라!”

형우가 다른 곳으로 도망치자 다행히 추격은 없었다.

어차피 그들의 목표는 노예 구출이었으니까.

게다가 B구역 한복판에서 계속 전쟁을 벌이는 건 힘들었다.

각 구역은 죄수들의 소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예 전쟁을 벌일 게 아니라면 당연히 목표를 이루면 끝이었다.

다만, 뭔가 이상했다.

그 목표는 A 물품 보관실에서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이종족 노예들은 A 물품 보관실에 모두 보관된 상태였다.

그럼 그곳만 확보하면 굳이 다른 곳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SRU는 무언가를 계속 찾는 것 같았다.

“무슨 상관이냐. 내 코가 석 자인데.”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출구를 찾아 달려갔다.

그때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르릉! 쿠우웅!

“서, 설마?”

형우는 불안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관실에서 봤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균열이 보였다.

쫘자작! 쫘악!

마치 지진이 나서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통로 전체가 그 상태로 변하자 형우는 잔뜩 긴장했다.

‘여기서 죽는 거 아냐?’

‘왜 괜히 여기까지 들어와서…….’

형우 때문에 덩달아 위기에 봉착한 노예들을 형우를 원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형우는 죽을 생각이 없었다.

쿠르르릉! 쿵! 쿵!

무너질 전조가 보인 뒤 얼마 되지 않아 통로가 아니, 경매장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들 붙어요! 염력! 윈드!”

형우는 두 능력을 사용하며 떨어져 내려오는 돌들을 쳐냈다.

그러면서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형우의 눈에 띈 무언가가 있었다.

“엘프?”

통로 구석에 쓰러진 한 명의 엘프가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염력!”

그 모습을 본 순간 생각 따윈 하지 않고 바로 염력으로 돌덩이를 막았다.

덕분에 엘프는 살 수 있었다.

형우는 바로 달려가 엘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냥 기절한 건가?”

다행히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엘프가 좀 낯익었다.

“어? 경매에 올라왔던 엘프 아냐?”

동양인이 서양인을 서양인이 동양인의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엘프들도 한 번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형우도 외모는 잘 못 알아봤다.

다만, 입고 있는 해진 옷과 손에 채워진 수갑 덕분에 안 거였다.

“일단 데리고 나가서…….”

그런데 그 순간 바닥이 무너졌다.

쿠르릉! 와르르!

“으아악!”

“꺄아아악!”

바닥이 무너지면서 손 써볼 겨를 없이 모두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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