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50화 (51/151)

▣ Chapter 2-25

“쯧쯧, 역시 죄는 짓고 살면 안 돼.”

형우는 무언가를 보면서 혀를 찼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곳이 깨진 건 상현 혼자였다.

상현의 경호원들은 아랫도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 안도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구타가 이어졌으니까.

민희 말고도 원한을 가진 3명이 더 있었다.

그들은 신나게 얻어터지고 죽어버렸다.

형우가 말릴 새도 없이 아니,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죽을 때까지 바라봐야 했다.

‘뭐 말릴 생각도 없었지만. 나 범인이라고 알리는 일이니 노예로 만들 생각도 없고.’

어차피 살려둬 봐야 형우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상현은 무려 SH 길드 산하인 신우 길드 길드장의 아들이었다.

회사로 치면 대기업 바로 밑 계열사의 사장 아들.

은원이 생긴 이상 살려두면 분명 복수하려 할 터였다.

형우 입장에선 정말 귀찮아질 게 뻔했다.

‘저쪽이 먼저 건드렸는데 이런 걱정을 해야 한다니 어딜 가나 재벌 2세가 문제네… 어쩌건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니까…….’

아직 이번에 얻은 인재들이 각성을 못 했다.

이들이 각성한다면 SH 길드에게 굽히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콰드득! 콰득!

형우는 새로 얻은 염력으로 시체들을 압축했다. 그리고 하수구로 모두 흘려보내 버렸다.

사실 B구역을 벗어날 예정이기에 굳이 시체 처리를 안 해도 됐다.

그저 들키지 않고 벗어나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B구역을 벗어나면 들킬 게 뻔했다.

‘이제 다시 돌아가야지.’

어차피 목격자가 없어서 누가 죽였는지 절대 모르는 상태였다.

아예 형우는 태연하게 굴기로 했다.

“경매장으로 다시 갑시다.”

“…?”

형우가 태연하게 경매장으로 향하자 그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 상식에선 당장에라도 도망가는 게 맞았으니까.

그러나 곧 수긍했다.

아무도 모르니 오히려 태연한 게 나았다.

괜히 황급히 B구역을 벗어났다간 범인으로 몰리기 쉬웠다.

다만, 그들도 슬슬 걱정이 커졌다.

막상 저들을 죽일 땐 분노로 이성을 잃었지만, 생각해보니 뒷감당이 안 될 짓을 저질렀다.

그나마 다행은 자신을 산 ‘주인’이 A급 헌터라는 거였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 능력만 최소 3개 이상에 하나는 A급이라니…….’

이도영은 형우를 향해 의문을 가득 담아 바라봤다.

A급 헌터라면 보통 웬만해선 잘 알려졌었다.

설사 안 알려졌다 해서 감옥에선 금방 소문이 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S급이나 A급 같은 경우는 보유한 것만으로도 상대 길드를 억제 가능한 힘을 가졌다.

그 때문에 다들 A급 이상의 헌터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호람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쪽으로 꿰고 있던 도영은 자신이 아는 A급 목록에 없는 형우를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경계를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150만!”

“155만!”

경매장 안으로 들어오니 아직도 경매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였다.

끊임없이 나오는 경매 물품을 낙찰받기 위해 피켓이 쉼 없이 올라갔다.

털썩.

형우는 지정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묘한 대치 상황이 이뤄졌다.

앉아있는 한 명과 그 한 명을 내려다보는 네 명.

서로 말 한마디 없었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민희에겐 어색한 시간이 아니었다.

후회, 분노, 좌절, 절망, 그리움 등.

수많은 감정이 뒤섞이고 있었다.

민희의 얼굴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았다.

도영은 조용히 민희의 귀에 속삭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아가씨…….”

도영이 민희를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보냈다.

그러나 민희는 억지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가족들을 다 잃어버렸으니 상처가 얼마나 크실까…….’

아버지부터 자신을 딸처럼 대해준 길드 간부들, 친하게 지냈던 길드원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반 이상이 죽고 나머지 반은 모두 노예로 처분됐다.

한마디로 이제 호람 길드 사람들을 대부분 만날 수 없게 된 거였다.

‘하아, 지금 내 팔자도 문제인데 무슨 아가씨 걱정을 한다고.’

도영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형우를 바라봤다.

도저히 무슨 생각으로 자신들을 낙찰받았으며 우연으로 이뤄진 거였지만, 무슨 생각으로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줬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그러나 그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물품입니다!”

드르륵.

어느덧 경매는 중반이 넘어갔다.

‘이번에도 물건이네.’

형우는 안으로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상자를 보며 관심을 껐다.

인사니오의 눈은 생물에게만 통했다.

저런 물건 100개가 나와도 설명 없인 뭔지 하나도 몰랐다.

‘점심이나 먹을까…….’

아침에 상현 패거리를 없애고 나니 입맛이 떨어졌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거르고 있었는데 계속 별로 기대할만한 물품이 없으니 식사나 하는 게 나을 듯했다.

뒤에서 벌 아닌 벌을 서는 노예들도 에너지 보충이 필요했고.

덜컹.

그런데 무대 위로 올라오는 상자가 자기 혼자 들썩거렸다.

쇠사슬에 감긴 상태라 움직임이 크진 않았지만 분명 상자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상품은 그 유명한 미믹입니다! 다들 잘 아실 테니 설명은 굳이 안 드리겠습니다.”

미믹.

일명 대박 상자로 알려진 미믹은 내부에 보물을 저장하기로 유명한 몬스터였다.

사람을 먼저 공격하진 않고 위협을 가할 경우에만 반격했다.

그렇기에 의외로 포획이 쉬웠다.

다만, 개체 수가 워낙 적고 평소엔 일반 상자 행세를 했기에 상자가 미믹이라는 걸 알기가 힘들었다.

어쩌건 그 미믹은 찾기 힘든 만큼 찾은 이에겐 큰 보상을 줬다. 그리고 미믹이 저장한 보물을 얻는 방법은 간단했다.

미믹을 반으로 자르면 마치 아공간에 저장한 물품들이 튀어나오듯 상자 용량에 맞지 않는 보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때문에 미믹을 판매하기 위해서 일단 살아있어야 했다.

“보다시피 살아있는 미믹입니다. 어떤 보물이 나올지 모르지만 낙찰받으실 분에게 행운을 빌겠습니다. 그럼 100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덜컹덜컹!

사회자가 미믹의 위에 손을 올리자 더욱 격렬하게 미믹이 반응했다.

그런데 미믹이 움직이며 살짝 벌어진 틈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음?”

형우는 미믹에게서 흘러나오는 뭔가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형우에게 친숙한 기운이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기운.

‘설마… 인사니오?’

놀랍게도 미믹의 안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인사니오의 기운이었다.

왜 저 미믹에서 흘러나온 건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식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확실했다.

게다가 타이밍이 딱 맞게 형우의 안주머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형우는 바로 안주머니를 확인했다.

『의뢰서 0-10#

내용: 인사니오의 권위 획득.

보상: 1,000만 포인트, 소켓.

실패 시 페널티: 소켓 랜덤 회수.』

‘인사니오의 권위?’

인사니오의 의지와 인사니오의 눈에 이어 새로운 조각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해보기 전까지 절대 뭔지 몰랐다.

‘일단 낙찰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노예들을 사느라 소모한 포인트 양이 꽤 많았다.

노예를 사는 데 쓴 포인트는 총 1,550만 포인트.

덕분에 남은 돈은 겨우 550만 포인트였다.

처음부터 노예들을 낙찰받고 B급 염력도 강화할 생각으로 넉넉히 가져온 거였으나 이렇게 되니 포인트가 너무 부족했다.

미믹에게 나오는 것들이 무작위긴 했으나 보통 300~500만 포인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 때문에 형우가 불안했다.

‘제발 550만 내로 되길…….’

형우는 간절히 기도하며 피켓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600만 포인트!”

‘하아… 망했네.’

형우는 입찰받기 위해 최대 한계인 550만 포인트까지 외쳤다.

그러나 다른 입찰자가 50만 포인트를 올려서 600만 포인트를 외쳐버리니 더 따라갈 자본이 없었다.

“이걸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인사니오의 권위는 관계없는 이에게 넘어갈지 몰랐다.

만약 다른 이가 인사니오의 힘을 얻게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됐다.

물론 그게 쉬이 써질 수 있을진 몰랐지만 말이다.

팟! 팟! 팟!

형우의 고민이 계속되는 사이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몇몇 핀 조명이 무대를 비추었다.

“이번 상품은 모두 기대하시는 상품입니다! 온갖 희귀한 물품을 경매하는 저희 경매장에서도

쉬이 나오지 않는 상품이죠!“

“오오…!”

“드디어 나오는군.”

“이게 보려고 얼마나 기다린 건지.”

사회자의 말에 모두 기대감에 찬 눈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중반이 넘어선 시점에서 드디어 이 경매장에 메인 하이라이트가 등장했다.

드르륵. 드르륵.

수레에 실려서 안으로 엘프가 들어왔다.

입부터 손, 발이 모두 구속된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미모는 죽지 않았다.

“와아아!”

“과연 엘프.”

“내가 저거 꼭 사고야 만다.”

다들 엘프가 나오자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엘프는 세계 어느 연예인도 이길 수 없는 천상의 외모였다.

어떤 사람들 가져와도 다 오징어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형우는 엘프가 나오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인사니오의 권위 때문에 계속 머리를 굴렸다.

‘낙찰받은 사람에게 그것만 따로 팔라고 해볼까? 아니면 노상강도라도? 후우…….’

사람들의 환호성에도 형우의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앙!

“뭐, 뭐야?!”

“입구가 막혔어!”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며 입구가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이들이 경매장에 난입했다.

“헉! SRU다!”

“SRU?!”

“이 미친 테러쟁이들이 여기까지!”

입찰자들은 SRU라는 말을 하며 저마다 전투 준비를 했다.

기본적으로 다들 헌터였고 여기에 초청될 만큼 재력을 가질 정도면 어느 정도 등급이 높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싸우려 하진 않았다.

다들 몸만 지키면서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으니까.

“SRU?”

다만, 형우는 SRU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의아해했다.

“similar race united. 그냥 쉽게 이종족 연합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들은…….”

그때 이도영이 SRU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SRU는 이종족 연합이자 테러단체였다.

드워프와 수인족, 드래고니안, 호빗 등이 속해있으며 주로 노예상인들에게 대항하거나 붙잡힌 이종족을 구출하는 일을 했다.

물론 죄수들에겐 테러였으나 이들에겐 동족을 구하는 거사(巨事)였다.

여하튼 그 때문에 노예상인들은 이종족을 잡았을 땐 항상 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만전을 기한다고 테러를 쉬이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은 등급으로 치면 꽤 높았으니까.

‘엘프를 구출하러 온 건가?’

경매장엔 엘프 말고도 수인족과 드워프, 호빗 등등 많은 이종족이 물품으로 나왔다.

그 때문에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듯싶었다.

다만, 놀라운 건 B구역 한복판까지 들키지 않고 들어왔다는 거였다.

“경매장 뒤로 경호 인력을 집중시켜! 하나도 털려선 안 돼!”

“막아! 너희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으라고!”

경매장 직원들의 행동이 바빠졌다.

노예들을 지키기 위해서 손님들은 내팽개치고 모두 경매장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콰아앙! 콰앙!

“크아악!”

“컥!”

그러는 사이 피해가 속출했다.

이종족들은 맹공을 펼치며 밀어붙였고 사망자의 수가 점점 늘어갔다.

‘어디로 피해야 하지?’

형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입구가 막히긴 했으나 비상 출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경매장이 익숙한 몇몇은 비상 출구가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때 형우의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지금 미믹을 털면 되잖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경호 인력들의 관심이 이종족 노예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SRU가 이종족만 노리니 상대적으로 다른 물품들의 경비는 소홀할 터.

미믹을 훔쳐오기엔 지금이 딱 적기였다.

“갑시다.”

“예?”

“…?”

사족을 다 뗀 말에 다들 의아하게 형우를 바라봤다.

그러나 설명해줄 시간이 없었다.

형우는 바로 경매장 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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