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49화 (50/151)

▣ Chapter 2-24

“350만.”

“350만 나왔습니다! 350만! 더 없으십니까?! 예, 350만 낙찰입니다!”

‘좋았어!’

새로운 노예를 낙찰받은 형우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민희를 낙찰받은 이후 형우는 계속 자리를 지키며 노예들을 확인했다.

[김유리 /D급/1소켓-D급 블링크 2소켓-B급 익스플로젼(미구현)]

[백성민 /D급/1소켓-D급 타겟 2소켓-A급 스나이퍼(미구현)]

[이도영 /C급/1소켓-C급 방어 강화 2소켓-B급 스톤 쉴드(미구현)]

형우가 추가로 낙찰받은 세 노예의 정보였다.

무려 A급과 B급 2명.

지금은 2차 각성 전이기에 아직 C급 하나에 D급 둘이란 초라한 등급이었으나 각성을 하게 되면 이제 어느 길드보다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S급 1명, A급 1명, B급 2명이라… 제발 빨리 각성해주길 빌어야겠네.’

이 정도면 B구역이 아니라 A구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다.

아니, 아예 하나의 축을 맡는 게 가능했다.

S급은 그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지금 중립인 차민의 길드를 제외하고 2강 구도로 가고 있는 SH길드와 명진 길드 사이에 제대로 끼어 삼국시대를 열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그렇게 되면 형우의 밑으로 기회를 노리고 몰려들 이들이 많을 터.

이미 완성된 세력보단 새로 열린 곳에서 위로 올라갈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저 손님은 호람 길드에 제대로 맺힌 게 있나 봅니다. 낙찰받은 노예들이 모두 호람 길드 소속이었군요. 부디 좋은 복수 하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의견을 드리자면 2대2를 시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하하! 그럼 저 사람은 보기만 하라고?!”

“자고로 보는 것보단 하는 게 제일이지.”

“나머지 남자들은 보는 거로 고문시키고?”

“킥킥킥!”

여전히 음담패설로 가득한 경매장의 목소리들이었다.

다만, 형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다 같은 길드라고?’

우연치곤 정말 특별했다.

모두 한 길드에 속했던 이들이 노예로 팔려 나왔는데 모두 멀티 소켓이었다.

과연 이게 우연인지 뭔가 속사정이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그전에 낙찰받은 노예들을 받아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 경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길게 열리다 보니 전체 경매 종료 후가 아닌 경매 중에 언제든 낙찰받은 물품을 받을 수 있었다.

형우는 바로 낙찰품을 받으러 갔다.

“낙찰받은 물품을 수령하러 왔습니다.”

“피켓을 확인하겠습니다.”

경매장 좌측엔 진행요원이 낙찰된 물품들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피켓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피켓은 처음 경매장에 입장할 때 받은 물품이었는데 특별한 능력으로 처리되어 있어 복제할 수 없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물품 인계해드리겠습니다.”

잠깐 사이 확인을 마쳤는지 진행요원은 뒤에 있는 다른 진행요원에게 피켓을 건넸다.

그러자 바로 형우가 낙찰받은 노예들을 데리고 왔다.

“C급 2명, D급 2명. 낙찰받으신 물품들 맞으시죠?”

“예, 맞습니다.”

‘표정이… 가관이네…….’

2명은 얼마나 고통을 받은 건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한 명은 그저 멍한 눈으로 형우를 바라봤고 다른 한 명은 분노 어린 눈빛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그 표정들을 보며 형우를 고개를 저었다.

‘썩을 놈들. 여긴 진짜 사람이 살 곳이 아니야.’

어떤 일을 당했을지는 뻔했다.

다만, 문제는 이제 이들과 어떻게 친해지느냐였다.

소정이도 그랬지만 형우는 이들을 노예로 대할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어떤 판단을 내릴진 모르나 형우는 같이 감옥을 탈출할 동료로서 대우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소정이보다 더한 장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과연 언제쯤 마음을 열어주려나…….’

얼마나 걸릴지 몰랐지만 열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노예로 대해야 할 터였다.

“노예 문서는 여깄습니다. 많은 물품을 낙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끝날 때까지 경매장을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진행요원은 그 말을 하곤 사라졌다.

형우는 노예들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음… 다들 밥은 먹었습니까?”

“…….”

“…….”

그러나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침묵이었다.

셋은 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도 했고 한 명은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계속 노려봤다.

“…따라오세요.”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앞장섰다.

그러자 그제야 노예들이 따라왔다.

노예 문서가 있는 형우가 명령조 비슷하게 내려야만 따르는 듯싶었다.

“옷부터 사입혀야 하나?”

그들은 옷이라기 부르기 민망한 거적때기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먹을 것보단 옷이 급해 보였다.

그래도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먹을 건 제대로 먹혀왔는지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았으니까.

“하아, 일단 나갑시다.”

“아오! 아악!”

“…왜 저래?”

“미쳤나?”

경매장 입구 근처.

한 남자가 정신 나간 듯 소리 지르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나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그년을 데려왔어야 하는데!”

남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김상현 도련님.”

그때 상현의 곁으로 다섯의 건장한 남자가 다가왔다.

한 명이 다가와 공손히 도련님이라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상현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같이 화내며 짜증을 부렸다.

탁.

“보는 눈이 많습니다. 화를 좀 가라앉히시지요.”

“야, 최중민. 안 놔?!”

“도련님.”

중민은 상현의 손목을 꽉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둘은 그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둘의 등급이 비슷한지 어느 쪽으로 승패가 잘 가려지지 않았다.

“내가 그년한테 어떤 개쪽을 당했는데! 지금 그게 막혔는데 너 같으면 참을 수 있겠냐? 어?!”

상현은 신우 길드의 길드장 아들이었다.

신우 길드는 SH길드의 산하 길드였기에 영향력이 상당했고 그런 길드에서 길드장 아들인 상현은 정말 귀족 같은 생활을 했다.

아니, 귀족 망나니 같은 생활이었다.

갑질이란 갑질은 다 하고 맘에 드는 여자가 보이면 덮치고 봤다.

그러나 그런 망나니짓을 하면서도 유일하게 단 한 명에게만 순정파같이 행동했다.

그게 바로 이민희였다.

심심하면 구애를 하고 온갖 선물을 다 안겨줬다.

그러나 민희는 거절을 일삼았다. 그리고 마음먹고 수백 명이 모인 장소에서 고백까지 했으나 실패로 끝나버렸다.

고백이 실패하자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민희를 강간하려 했다.

그러나 그 강간은 민희가 급소를 밟아버리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 날 이후로 순정은 복수로 변해버렸다.

편협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상현다운 선택이었다.

그 복수의 첫 일환은 호람 길드의 해체.

아버지를 설득했고 평소 호람 길드와 사이가 안 좋던 길드들을 끌어들여 호람 길드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다음 이민희를 경매장에서 노예로 사서 복수를 하려 했다.

그냥 바로 노예로 부리는 것보다 경매장에서 팔리는 굴욕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형우가 그녀를 샀다.

아무리 길드장 아들이라지만 1,000만 포인트나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덕분에 눈앞에서 시나리오가 깨져버렸다.

그 때문에 상현이 이렇게 폭주하고 있었다.

“도련님.”

“…….”

“도련님.”

결국, 그 상태로 꽤 시간이 지났고 상현이 겨우 진정되자 중민은 손목을 놔줬다.

“길드로 돌아가십니까?”

“아니, 방금 할 일이 생겼어.”

상현의 눈에는 경매장을 나서는 형우가 보였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옷을 파는 상점에서 대충 맞는 옷과 여벌의 옷을 사고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형우는 사람들이 없는 구석진 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췄다.

“이제 나오시죠?”

“…….”

형우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반응이 없었다.

형우는 아무것도 쓰레기 더미 위로 바라봤다.

“윈드.”

슈우욱!

윈드를 윈드 커터의 형태로 만들어 날렸다.

“리플렉트!”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아!

그리고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반투명한 막은 윈드 커터의 진행 경로 바로 앞에 생겼고 곧 충돌했다.

물컹.

그런데 예상한 소리와 다르게 애매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형우가 사용한 능력이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물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의문을 표할 때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푸앗! 슈우우욱!

반투명한 막에서 다시 윈드 커터가 뱉어졌다.

게다가 뱉어진 윈드 커터는 아까와 반대로 날아갔다.

목표는 당연히 형우였다.

“윈드.”

휘이잉.

형우는 다시 윈드를 사용했다.

팡! 스르륵.

그러자 두 개의 바람 서로 만나서 허공에서 흩어졌다.

바람이 흩어지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어떻게 알았냐?”

“왜 쫓아온 겁니까?”

형우는 대답이나 정체를 묻는 것 대신에 쫓아온 이유를 물어봤다.

굳이 대답해줄 필요도 없었고 이미 아는 얼굴이기에 정체를 물을 필요는 없었다.

‘처음 나랑 경쟁했던 사람 같은데?’

그는 이민희를 낙찰받기 위해 경매를 할 때 형우와 마지막 경쟁을 한 김상현이었다.

형우는 도대체 왜 여기까지 쫓아온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쫓아왔냐고? 당연히 네 뒤에 있는 그 노예년들 때문이지. 머리가 안 돌아가냐?”

상현은 뒤에 있는 노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이민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5명의 남자가 더 나타났다.

상현의 개인 경호원인 헌터들이었다.

“웬만해선 그냥 넘기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면 곱게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중민은 그 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바로 노예 문서를 넘기라는 제스처였다.

‘어이가 없네…….’

나름 신사인 척을 했지만 순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형우는 인사니오의 눈으로 그들의 정보를 확인해보곤 능력을 사용했다.

“윈드.”

휘이잉.

많은 양의 바람이 쏟아져 나와 골목의 퇴로를 모두 막았다. 그리고 A급 헌터로서의 힘을 방출했다.

“…!”

“…….”

그제야 그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A급의 힘을 느낀 순간 그들은 이미 벗어날 수 없었다.

“속박.”

“모, 몸이?!”

그들 중 가장 높은 급은 B급이었다.

A급 속박이 걸리자 다들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들 이 꽉 깨물어라.”

“…….”

“……”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있었다.

“으어…….”

“파, 팔이…….”

속박에 당한 채로 제대로 얻어터진 그들은 몸을 가누질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노예들이 놀랍게 바라봤다.

망나니에 양아치긴 해도 상현은 B급 헌터였다.

경호원으로 따라다니는 중민 또한 B급이었고.

그런데 정말 허무하게 당했다.

아니, 제대로 밟혔다.

그걸 보며 노예들은 형우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제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됐네요. 이제 좀 말해보시죠. 왜 따라온 겁니까?”

“그, 그게…….”

그동안 아버지 덕분에 고통은 모르는 삶을 살았던 상현은 처음 겪는 극한의 고통에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모두 털어놨다.

‘하아… 이런 찌질이를…….’

찌질이도 이런 상 찌질이가 없었다.

듣자마자 욕을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겨우 그것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노예로 팔았다고?’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러나 형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사자인 4명의 충격은 더했다.

그때 형우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이용해서 좀 점수를 따야겠다.’

형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으셨겠지만… 음… 복수라도 하시겠습니까?”

형우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이것 말고는 특별히 해줄 것도 없었고.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민희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현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만! 마, 말 좀 들어봐! 뭐든, 뭐든 줄 테니까! 제발!”

“죽어!”

민희는 발을 그대로 사타구니에 찍었다.

속박에 걸린 상현은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발에 찍혔다.

콱!

“아아아악!”

움찔!

형우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자신도 모르게 아래를 가렸다.

‘터, 터졌겠지?’

형우는 상현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보며 심심한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터질 것들이 더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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