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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48화 (49/151)

▣ Chapter 2-23

웅성웅성.

“곧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다들 자리에 착석 부탁합니다!”

경매장 안, 행사 사회자로 보이는 이가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아침임에도 경매장 안엔 사람들이 많았고 덕분에 장내는 쉬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사회자는 한동안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어야 했다.

“으흠, 어떤 물건이 나오려나…….”

형우는 그들 사이에 끼어 자리에 앉았다.

이곳 경매장은 노예장사가 기본적으로 제일 많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도 볼거리가 많이 있었다.

헌터들의 능력을 올려줄 여러 아이템이 경매에 나왔고 희귀한 재료나 큐브 같은 합성 재료도 나왔다.

그 때문에 한 달마다 경매가 개최될 때면 각 구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만, 이곳에 출입 가능한 수는 한정됐다.

어느 정도 재력과 실력이 갖춰졌다 여겨지는 이들만이 초청장을 받았고 그들만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다.

‘참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어찌 보면 제대로 노출됐다 생각할 수 있었다.

감옥에서 형우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했고.

물론 아직 많지는 않았다.

주목을 받긴 했으나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아직 제대로 알려지기엔 멀었다.

그러나 돈에 민감한 경매장에선 새로운 물주가 생겼다며 좋아하고 바로 초청장을 보낸 듯했다.

“1분 뒤 경매 물품이 들어오는 동시에 첫 물품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스윽.

“…?”

그런데 그때 형우의 옆자리에 후드로 얼굴을 가린 누군가가 앉았다. 그리고 형우에게 말을 붙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목소리로 보아 남자인 듯했으나 얼굴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다만, 살짝 보이는 틈으로 그가 웃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십니까?”

“…이런 사람입니다. 앞으로 애용을 좀 부탁합니다.”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무언가를 건넸다.

형우가 받은 건 명함이었다.

‘신속, 정보유통, 빠름 흥신소. 어떠한 것도 빠르게 해결 및 처리해드립니다?’

명함엔 그렇게 적혔다.

형우는 그걸 보며 황당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만.”

명함을 준 남자는 바로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형우는 멍하니 쳐다봤다.

“전단지 아니, 명함 알바야?”

형우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는 사이 경매는 시작됐다.

“첫 경매 물품은 블랙 큐브입니다!”

드르륵.

사회자의 말과 함께 수레에 블랙 큐브가 실려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블랙 큐브의 양이 상당했다.

보는 대부분이 눈독 들일 만큼 많은 양이었다.

전체 양의 50kg.

보통 무기나 방어구에 1kg 미만의 소량을 사용하는 것을 치면 정말 많은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었다.

“아시다시피 블랙 큐브는 모두 SH 길드의 통제하에 극소량만 판매되고 있기에 그 큐브의 가치가 얼마나 비싼지 알고 계실 겁니다.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 중 하나죠.”

“시끄럽고 얼른 시작해라!”

“닥치고 시작해!”

이미 다들 아는 내용이 길게 이어지자 다들 역정을 내며 사회자를 독촉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진행시켰다.

“그, 그럼 바로 경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경매, 낙찰의 룰 숙지가 안 된 분들은 나눠드린 플랫폼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그럼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만 포인트입니다!”

“1만!”

“2만!”

“5만 5천!”

경매 시작과 동시에 숫자가 계속 높아졌다.

사회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호가 조절을 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경쟁 붙어서 알아서 낙찰가를 높여주니 굳이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곧 어느 길드의 길드장에게 블랙 큐브가 낙찰됐다.

“예스!”

“아우…….”

“좀만 더 있었으면.”

낙찰자는 환호성을 질렀고 아쉽게 낙찰에 실패한 이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경매는 이제 시작이었다.

초반엔 그저 흥을 돋우기 위한 에피타이저였다.

이제 중간중간 별로인 물품들도 끼고 시간대별로 중요 물품이 나올 터.

그 때문에 첫 경매가 끝나자마자 자리는 비우는 이들이 꽤 보였다.

‘일단 계속 있어 볼까?’

중간에 형우에게 필요한 노예가 나올지 몰랐다.

별로인 물품에 노예들이 껴 있었고 그중에서 언제든 원석이 나올 수 있었다.

와그작.

형우는 가져온 빵 하나를 물며 경매를 계속 지켜봤다.

“9-25번 물품 입장시켜.”

“예.”

드르륵.

경매장 뒤편, 진행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경매 물품을 확인하고 날랐다.

온종일 경매가 이어지기에 경매품의 개수가 많았기에 까딱 잘 못 하면 순서가 바뀔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진행요원들은 이미 순서가 적힌 물품도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며 내보냈다.

“다음 물품이… 10-1?”

“예. 휴식 끝나고 잠시 후 10시에 들어갑니다.”

리스트를 확인하는 경매장 간부는 진행요원에게 보고를 듣곤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물품을 바라봤다.

“그래? 그동안 잠깐 재미 좀 볼래?”

“킥킥! 에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휴식이라고 해봐야 겨우 5분인데요.”

그들은 손발이 묶인 채로 넋을 놓고 있는 여자 노예를 보며 낄낄거렸다.

간부는 여자 노예에게 다가가 몸을 주물렀다.

“반응도 안 하네? 진짜 이제 미친 건가?”

“어? 미치면 값 내려가는 거 아닙니까?”

“떨어지긴 뭘 떨어져. 오히려 더 편하지. 아예 미치면 아예 로봇처럼 조종할 수 있어. 노예 문서 덕분에. 그래서 일부러 고문해서 정신 놓게 하는 인간도 있는데 뭘.”

“아, 그래요?”

진행요원은 간부의 말에 몰랐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것보다 이 여자 인생 참 기구하네요. 무려 B구역 호람 길드장의 딸 이민희가 노예가 될 줄이야…….”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최대한 몸 잘 사리고 줄을 잘 타란 말이야.”

“제가 그래서 번쩍번쩍 빛나는 금줄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진행요원은 간부의 팔을 붙잡으며 아부를 했다.

“자식이. 그런 말 할 시간에 열심히 일이나 해.”

간부는 핀잔을 주면서도 내심 좋았는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민희가 초점이 풀린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민희는 속으로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호람 길드.

B구역에서 꽤 잘나가는 길드였다.

제일 돈이 되는 노예 쪽엔 손대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리 잡은 곳에서 괜찮은 광물이 나왔고 사냥으로 돈을 벌었다.

길드장 이호람이 A급이었고 중간 간부들도 B급이 많은 덕분에 구성이 정말 탄탄했다.

높은 등급의 헌터가 많고 재력도 어느 정도 되니 B구역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고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이 찾아왔다.

호람은 지구에서 배신한 동료를 처단하다가 딸과 함께 이곳에 끌려온 케이스였다.

그 때문인지 범죄라 생각할만한 일엔 웬만해서 참여를 안 했다.

오히려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예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몇몇 길드와 충돌이 생겼다.

그 충돌로 호람의 길드원이 노예로 잡혀갔다.

당연히 호람 길드는 길드원을 당장 내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말이 안 통하자 길드원이 갇힌 곳에 쳐들어갔다.

하지만 그게 함정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게 다 계획된 일이었다니…….’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함정.

같은 범죄자면서 착한 척하고 사사건건 방해하는 호람을 눈꼴 사납게 바라본 주변 길드들의 함정이었다.

게다가 내부의 배신자까지 존재했다.

덕분에 길드원을 구출하러 간 길드장 호람과 간부진 반 이상이 그곳에서 죽어버렸다. 그리고 길드는 갈기갈기 찢겨 이곳저곳에 흡수됐다.

게다가 길드장의 딸이었던 민희는 노예로 팔렸다.

민희는 순식간에 아버지를 잃고 노예로 전락했다.

정말 한순간의 몰락.

짧은 찰나에 변한 자신의 신세에 민희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년이 웃네? 기분 좋냐?”

간부는 민희가 웃자 흥분한 것으로로 생각하곤 몸을 더 더듬었다.

그러나 그 손길에 민희는 저항할 수 없었다.

지금 노예 문서를 들고 있는 건 간부였다.

그 때문에 아무런 반항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더럽혀지길 몇 분, 드디어 그녀가 수많은 탐욕의 시선이 집중되는 무대로 끌려갔다.

“이번 10-1 경매품은 겨우 C급의 노예긴 합니다. 그러나 이 노예는 얼마 전까지 B구역에서 꽤 큰 길드를 운영했던 호람 길드장 딸입니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평소에 이 노예에게 눈길을 무시당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얼른 입찰하십시오! 아, 참고로 능력이 C급 체력 강화이니 움직이기 귀찮은 분들은 이 노예에게 알아서 움직이라 하면 손님들의 쾌락을 위해 밤새도록 움직일 겁니다.”

“하하하!”

사회자의 말에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음담패설에도 누구 하나 눈을 찌푸리는 이가 없었다.

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만 모였으니까 말이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웃음이 줄어들자 바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난 누구에게 팔릴까…….’

민희는 차마 탐욕 어린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찾았다…!’

형우의 눈이 번쩍였다.

지루한 눈으로 경매장을 바라보던 형우의 눈에 드디어 원하던 노예가 나타났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멀티 소켓이 달린 노예.

그리고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노예가 딱 등장했다.

[이민희/C급/1소켓-C급 체력 강화 2소켓-S급 마나 마스터(미구현) 3소켓-A급 마나 팩토리(미구현)]

‘S급?!’

형우는 소리를 지를뻔했다.

B급, A급만 해도 감지덕지한 데 무려 S급이었다.

게다가 소켓도 3개였다.

마나 마스터나 마나 팩토리가 무슨 능력일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마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분명 장난이 아닐 터.

형우는 번뜩이는 눈으로 민희를 바라봤다.

“시작가는 100만 포인트입니다!”

“100만!”

“105만!”

“130만!”

시작가가 나오기 무섭게 가격이 올라갔다.

형우는 그 모습을 잠자코 기다렸다.

여기에 오기 전 김 사장에게 경매에 대해 몇 가지 배운 게 있었다.

김 사장은 밖에서 고미술품이나 부동산 경매 등 이쪽에서 일했다며 여러 노하우를 알려줬다.

다만, 배운 건 딱 3개였다.

김 사장은 어차피 초보에겐 경매는 기술을 알고 있어도 쓰기 힘든 거라며 이 3개만 기억하라고 했다.

첫째로 빠르게 낙찰받고 싶으면 단번에 가격을 올리고 두 번째로 서로 눈치 싸움으로 갈 시 일단 멈추지 말고 계속 가격을 높이라 조언해줬다.

마지막으로 내가 꼭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남들의 관심이 적어질 때를 기다린 후에 가격을 좀 올려서 낙찰하란 거였다.

안 그러면 별거 아닌 거에도 저게 뭔가 있구나하면서 날파리가 붙는다면서 말이다.

다만, 거기에 덧붙인 말은 결국 자본만 많으면 장땡이라고 했다.

돈을 막 밀어붙여서 안 되는 거 없다고 따라오면 낙찰가를 대폭 올리면 상대가 알아서 떨어진다고 말이다.

‘여하튼… 지금은 딱 마지막 방법을 써야 하나?’

내가 꼭 사고 싶은 것은 물론 높은 가치 또한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형우는 일단 경쟁자들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450만.”

“450만! 450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

잠깐 사이 450만 포인트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더 이상 입찰자가 없는지 450만에서 멈춰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민희가 무슨 멸문한 귀족가의 여식이나 공주처럼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C급이었다.

C급이 이 정도 가격까지 올라온 것도 그나마 미모 때문.

여기서 더 돈을 올리기엔 손해였다.

“더 없으면 450만으로 낙찰을…….”

“500만.”

그때 형우가 피켓을 들고 500만을 말했다.

“500만! 500만 나왔습니다!”

사회자는 경매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무려 50만 포인트가 늘자 흥분하며 500만을 외쳤다.

“이거 아무래도 입찰하신 남자분은 제대로 한 번 차인 경험이 있으신가 봅니다.”

“하하!”

“어여, 형씨가 가지쇼! 얼른 복수해야지!”

사회자의 말에 주변이 다시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런데 그때 경쟁자가 나타났다.

“550만!”

“예? 미, 미친. 아, 죄송합니다. 550만이 나왔습니다! 550만!”

형우의 오른쪽 끝에 있는 남자가 550만을 냈다.

그러자 형우는 망설임 없이 바로 치고 들어갔다.

“600만.”

“헉!”

“무슨 C급한테 600만이나 써?”

형우가 다시 200만을 치고 올리자 남자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200만을 더 불렀다.

“650만!”

“6, 650만이 나왔습니다! 650만입니다!”

어느새 650만이 됐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공이 하나 더 늘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냥 끝내야겠다.’

형우는 김 사장에게 번외를 배운 방법을 써먹었다.

사실 방법이라기보단 정말 무식한 짓이긴 했다.

“1,000만.”

“미친!”

“100만이 아니라 1,000만?”

형우의 말에 장내가 충격에 휩싸였다.

형우와 경쟁하던 남자는 그 말에 넋을 놔버렸다.

50만씩 올리다가 무려 350만을 올리니 감당이 안 됐다.

이 정도 가격이면 그냥 괜찮은 B급을 사는 게 나을 정도였다.

결국, 남자는 화를 못 참고 피켓을 동강 냈다.

빠직.

그 모습을 본 사회자는 정신을 차리고 낙찰을 선언했다.

“나, 낙찰입니다!”

‘됐다…!’

저들은 지금은 절대 모를 것이다.

지금 형우는 겨우 1,000만으로 1억의 가치가 넘는 인재를 얻을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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