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47화 (48/151)

▣ Chapter 2-22

B구역 중심가.

보통 구역의 중심엔 광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광장을 그냥 만들어놓진 않았다.

광장이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집결.

밖으로 나갈 때 집결용 장소로 쓰이는 게 바로 광장이었다.

사냥을 나갈 때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그 인원을 수용할 장소가 필요했다.

절대 미관용이나 삶의 질 향상, 문화, 교류의 장소 등 따위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이제 재건 중인 F구역을 포함한 모든 구역엔 넓은 광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B구역은 예외였다.

광장이 있어야 할 중심가에는 광장 대신 넓은 경매장이 있었다.

여기엔 사실 피치 못할 사정이 존재했다.

B구역은 길드들이 공략을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간 구역이었다.

여러 이유가 겹쳐지며 그런 상황이 됐는데 그중 주변에 분포하는 몬스터가 없다는 거였다.

B구역을 뚫고 들어온 이후 A구역으로 가는 길 중반까지 몬스터가 하나도 없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A구역에 도착한 이후 밝혀졌지만 여하튼 그 때문에 출정은커녕 돈벌이 수단마저 안 보였다.

그 흔한 광물도 없었다.

그러나 광물 대신 다른 돈벌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종족.

일명 유사인종이라 불리는 이종족이 B구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몬스터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고 있던 그들은 범죄자들에게 잡히자마자 노예가 됐고 그들을 거래하는 것을 계기로 노예시장이 커졌다.

제일 먼저 시작한 이 B구역엔 커다란 노예시장이 생겼고 그게 바로 B구역에 광장 대신 경매장이 들어선 이유가 됐다.

“정말 크게도 만들어놨네.”

형우는 넓은 경매장을 바라보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다.

중앙에 거대하게 지어진 경매장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컸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불법 같은 경매장은 지하에 박혀서 비밀리에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넘치는 감옥에서 노예나 갖가지 물건, 장물 등을 판다고 누가 도덕적으로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사실 제일 충격적인 건 뺏은 물건을 바로 앞에서 경매 등록한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썩을 놈들이 오니까.”

형우는 그 말을 하며 경매장 주변을 둘러봤다.

노예시장으로 유명한 만큼 주변에선 수많은 노예가 전시되어 있었다.

“여자 노예입니다! 젊은 여자 노예! 가지고 놀기에 딱 맞는 년입니다!”

“용병으로 쓸 노예들이 있습니다! C급을 단돈 99만 포인트에 팝니다!”

“나이별로 판매 중입니다. 손님들 안으로 들어와서 한 번 보고 가시지요.”

“…….”

노예상인들은 저마다 멘트를 날리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 뒤로는 풀린 눈에 절망만 가득한 눈빛을 가진 노예들이 보였다.

희망 따윈 전혀 없는 눈빛이었다.

‘어린 애까지…….’

가축처럼 철창에 가둔 노예들은 나이는 다양했다.

그런데 심지어 어린 소녀마저 있었다.

소정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어린 소녀가 말이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역겨움을 참지 못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인간이 맞는 걸까?’

계급 따윈 사라진 21세기였다.

비록 힘이나 돈에 따라 암묵적인 계급이 생기긴 하나 어쩌건 표면적으로 확실히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런 개념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을 그냥 물건, 가축 취급하는 듯했다.

그 모습이 정말 역겨웠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설 순 없었다.

비유를 들자면 비정상인들 사이에 정상인 하나가 있으면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

범죄자들이 모인 감옥에서 형우는 딱 그 비정상인이었다.

여기서 나대봤자 변할 건 없었다.

그저 필요한 인재를 구하면서 몇몇 인생을 구제해주는 게 형우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도리였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나…….”

노예를 파는 곳은 워낙 많았다.

B구역 자체가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처럼 도시 어디를 가나 노예를 팔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디로 들어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중심가까지 오게 됐다.

‘어차피 경매장이 열리는 날은 내일이니 그동안 계속 돌아다녀 보자.’

형우는 초대장에 적힌 날짜보다 하루 일찍 도착했다.

덕분에 시간은 남아도는 상황.

형우는 무작정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날 좀 사줘요…….”

“여기서 꺼내줘요.”

“아아…….”

가까운 곳에 다가가자 노예들은 철장을 붙잡고 별의별 말을 다 했다.

노예들에게 그나마 희망이라면 좀 정상적인 인간이 자신을 사가는 거였다.

성노예라도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또라이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이들은 인상이 그나마 괜찮아 보인다면 덤벼들었다.

형우에게 대놓고 성노예로 사가라며 상의를 벗어 보이는 노예도 보였다.

“날 잘해요! 제대로 만족하게 해줄게요! 날 사가요! 제발!”

“…….”

형우는 그런 여자를 애써 외면하면 고개를 돌렸다.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애원한다고 다 사버렸다간 형우가 감당이 안 됐다.

일일이 사정 봐줬다간 저 여자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노예를 사야 할 터였다.

그러나 저들 중에 억울하게 노예가 된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도박 빚이나 사채, 살인, 상대 길드에게 잡혀서 팔린 이들 등 사연은 많았다. 그리고 저기 있는 이들 대부분이 본인의 의지로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었다.

괜히 전부를 딱하게 볼 이유도 없었다.

대신 형우는 능력을 사용했다.

‘인사니오의 눈.’

주변을 계속 둘러보며 괜찮은 인재가 있나 찾아봤다.

[박인영/D급/1소켓-D급 윈드 커터]

[이민희/E급/1소켓-E급 저항력]

[김수진/D급/1소켓-D급…….]

[김문찬…….]

‘으흠…….’

그러나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괜찮은 노예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노예의 양은 많았으니 아무래도 질이 떨어졌다.

게다가 소켓이 하나라도 좀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비쌌다.

“이 노예가 400만 포인트라고요?”

“그래, 그래. 400만 포인트. C급이니 능력도 좋고 게다가 몸매 잘빠졌지. 처녀가 아닌 게 흠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 가격은 받아야지. 그리고 딴 데 가봐. 이 정도 쳐주는 곳 없어.”

주물럭주물럭.

노예상은 여자 노예의 가슴을 사정없이 주무르며 말했다.

그러나 노예는 우악스러운 노예상의 손길에도 전혀 반응하고 있지 않았다.

형우는 고개를 돌리곤 침음성을 흘렸다.

“끄응…….”

C급 하나를 무려 400만 포인트로 팔고 있었다.

‘전에 방인혁에게 팔 땐 100만 포인트였나?’

그중에 꽤 괜찮게 생긴 여자가 있긴 했으나 방인혁은 일괄적으로 100만 포인트에 샀다.

근데 이제 보니 완전히 사기를 당한 거였다.

‘그건 둘째 치고… 이러다간 허탕만 치겠는데…….’

방금 만난 노예상의 말대로 400만 포인트는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었다.

정가에서 살짝 빼준 정도?

그러나 사기엔 좀 그랬다.

대박을 치기 위해 왔는데 겨우 C급만 비싸게 사가면 너무 손해였다.

당연하지만 형우는 성노예 따위를 얻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얼굴, 몸매가 아니라 능력이 중요했다.

앞으로 자신의 행보에 도움될만한 노예가 말이다.

‘이대론 C구역이나 B구역은 꿈도 못 꿔.’

형우가 있으니 그래도 입성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자리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그러나 그게 다였다.

그 이상 갈만한 세력이 못 됐다.

어쩔 수 없는 게 형우 말고는 B급 이상의 헌터가 없기 때문이었다.

주력의 부재.

A급인 형우 밑으로 B급이 하나도 없었다.

있어 봤자 C급 10명.

형우가 등급이 낮을 때나 높아 보였지 헌터들 사회에서 보면 C급은 그저 중간 단계였다.

가장 흔한 실력자 정도.

최소한 B급은 되어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100개의 능력을 얻고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날 도와줄 제대로 된 실력자들이 필요해. 그 때문에 온 건데… 후우, 영 인재가 없네.’

형우는 일단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름 대박일 수 있는 걸 찾긴 했으나…….

“1,000만.”

“예?”

“1,000만이라고요. 더 안 깎아줍니다.”

노예를 앞에 두고 쥐 같은 얼굴을 한 노예상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겨우 D급인데 무슨 천이나 받습니까?”

“D급이라고 다 같은 D급인 줄 알아요? 이 상품은 멀티 소켓을 가졌어요. 그것도 각성 안 한. 이게 얼마나 가치가 높은 줄 알고 겨우 D급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

형우는 말없이 인사니오의 눈으로 노예의 정보를 확인했다.

[강주영/D급/1소켓-D급 그리스 2소켓-C급 리플렉트(미구현)]

정보엔 아직 각성하지 않은 2소켓에 대한 정보가 보였다.

막 높은 등급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C급이 2소켓에 달려 있었다.

게다가 소정이의 경우 등급이 바뀐 건 아니었으나 각성하며 능력이 변했다.

등급도 안 변하라는 법이 없었으니 데려가기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은 C급인 상태.

멀티 소켓이라고 겨우 C급을 데려가기 위해 1,000만 포인트를 쓰는 건 너무 낭비였다.

“더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노예상은 퉁명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역시 멀티 소켓은 비싸네.’

형우처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

멀티 소켓은 열지 않은 복권 같았다.

그 때문에 가치가 꽤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형우 입장에선 정말 답답했다.

이미 C급이라는 걸 아는데 얜 C급 될 거라고 깎아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

결국, 일단은 포기하기로 했다.

‘나중에 별거 없으면 쟤라도 건져야겠다. 이제 좀 가서 쉬어야지.’

몇 시간을 인사니오의 눈을 써가며 돌아다니느라 피로가 제대로 축적됐다.

형우는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미리 잡아놓은 여관으로 움직였다.

왁자지껄.

형우가 여관에 도착하자 1층을 식당으로 쓰고 있는 여관 내부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선 벌써 술판을 벌이곤 질펀하게 놀고 있었다.

형우는 그들에게 고개를 저으며 방이 있는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형우가 귀를 기울일만한 내용이 들려왔다.

“야,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대낮부터 술에 잔뜩 취한 한 남자가 일행의 팔을 치며 무언가를 말했다.

“이번 경매에 경매장에서 엄청난 게 나온다던데?”

“뭐? 엄청난 게 뭔데?”

“내가 경매장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들은 건데 이번에 엘프를 잡아왔데.”

“뭐?! 엘프?”

“쉬잇! 아! 쫌! 목소리 좀 줄여!”

입을 억지로 막으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미 주변에 있는 이들은 그 말을 다 들은 상황이었다.

형우도 마찬가지.

‘엘프가 나온다고?’

엘프는 노예 중에서도 정말 희귀했다.

에피리아를 다녀온 형우 입장에선 수가 적다고 말할 수 없었으나 밖에서 보이는 엘프의 수는 정말 적었다.

오죽하면 지구에서도 수십, 수백억을 주더라도 못 사는 게 엘프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비쌌다.

그러나 이곳의 엘프는 더 특별했다.

‘이성이 있는 엘프.’

지구에서 나타난 엘프들은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이성 따윈 없었고 잠시만 방심해도 자살하기 일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이성이 있었고 처음 잠자리를 가지면 자살도 안 했다.

엘프들 사회에서 뭔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찌 되었건 그 때문에 감옥에서 엘프는 더 인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더 비쌌고.

‘사기 힘들겠지?’

아마 잘은 몰라도 처음 들어보는 금액으로 낙찰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엘프는 특별했다.

“아, 맞다. 팀 ‘헌터’ 애들 다 노예로 팔려서 이번에 경매 나온단다.”

“빙신들. 어디서 잘 못 건드려서 역으로 다 팔렸나 보네.”

“너무 나댈 때부터 알아봤어. 돈 된다고 아무나 막 들이…….”

형우는 이제 들을 게 없는 것 같자 위로 올라갔다.

끼익. 쿵.

방 안으로 들어온 형우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내일 경매장에서 좀 얻었으면 좋겠는데…….”

온종일 돌아다녔는데 건질만한 노예는 하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전부 돌아다닌 건 아니니 내일 한 번 더 찾아보면 뭔가 나올지도 몰랐다.

다만, 그래도 기대하는 건 내일 경매장이었다.

두 번째 밤 이후부터 다섯 번째 밤까지 하루 종일 열리는 경매엔 정말 다양한 물건과 노예들이 나온다.

분명 그중에서 형우가 원하는 노예가 있을 수 있었다.

“아함, 모르겠다. 내일 어떻게든 되겠지.”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경매장이 시작되는 아침 8시부터 형우는 경매장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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