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45화 (46/151)

▣ Chapter 2-20

형우는 20명으로 늘어난 차민을 보며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래. 이런 한 수도 없이 어떻게 쳐들어왔겠어.'

다만, 그 한 수가 강해도 너무 강했다.

똑같은 기운을 풍기는 S급 20명.

전의가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 모인 엘프 가디언들도 만만치 않았다.

엘프들의 전사 중 상위에 속하는 가디언에겐 네 가지 분류가 있었다.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헌터로 비유를 하자면 최상급은 S급 헌터, 상급은 A급 헌터, 중급은 B급 헌터, 하급은 C급 헌터였다. 그리고 지금 차민을 상대하기 온 최상급이 15명이었고 상급이 35명이나 됐다.

그러나 S급 헌터 차민이 무려 20명으로 늘어나자 균형의 추가 계속 차민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래도 저 능력에 한계가 있을 거야.’

S급을 무려 20명으로 늘린 능력을 무한정으로 쓸 순 없을 터였다.

분명 한계란 게 존재할 터.

다만, 그 한계가 언제일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저 능력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네. 저 능력을 또 볼 줄이야……."

설마 숨겨진 엘프들의 마을 에피리아까지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블랙 머천트였다.

그러나 상대가 강하다 해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집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었으니.

게다가 이곳은 밖과 다르게 도와줄 수 있는 엘프가 많았다.

각자 감옥 내에서 임무를 가지고 파견 나간 엘프들이 복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생각했다.

다만, 그 전에 블랙 머천트는 꼭 말해야 할 게 있었다.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건가!"

블랙 머천트는 분노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잠깐의 틈이 생기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블랙 머천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은 엘프들의 표정이었다.

그걸 본 순간 블랙 머천트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

차민은 의외로 순순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더욱더 모두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미안하다고 말할 거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건지.

게다가 쓰지도 않았던 존대까지 쓰면서…….

"용서를 바라진 않겠습니다. 날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차민은 그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모두를 당황케 했다.

“음?”

그런데 형우는 고개를 숙이는 차민의 표정을 보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사연이 있는 건가?’

딱 봐도 사연이 있는 얼굴이긴 했다.

굳힌 안색에 뭔가를 참기 위해 억누른 입술.

그러나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차민이 숙였던 허리를 다시 올리는 순간 풍겨온 무언가에 형우는 생각을 잊어버렸다.

화아아악!

순간 끈적한 바람이 주변에 퍼졌다.

다만, 그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었다.

S급 20명의 기운이 합쳐진 바람.

“흡…!”

그것을 느낀 순간 형우는 몸이 제대로 얼어버렸다.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위압감이자 위협이었다.

차민 혼자의 기운만으로도 전의를 잃었는데 이번엔 이미 죽은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건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

“…….”

상급 가디언들은 형우와 같은 표정으로 얼었다.

그러자 바로 최상급 가디언들이 기운을 뿜어내 저항했다.

화아악! 휘이잉!

서로 기운이 부딪히며 밀고 당기기를 하자 상급 가디언들은 그제야 표정이 좀 풀어졌다.

그러나 표정이 풀어진다고 다가 아니었다.

이미 한 번 차민의 기운을 느낀 그들은 겁을 먹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게 뻔할 터였다.

"그럼 다시 가겠습니다."

차민의 그 말과 함께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하아압!”

쾅! 콰아앙! 콰앙!

차민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엘프 마을 전체가 흔들렸다.

폭음으로 인해 숲에 있는 모든 생명이 외곽으로 도망친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 엘프 가디언들과 블랙 머천트… 그리고 형우가 전부.

“블링크! 블링크! 속박!”

형우는 블링크로 계속 회피하면서 속박으로 엘프들을 도왔다.

이젠 윈드는 아예 몸으로 때워버리는 통에 형우가 전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속박뿐이었다.

‘이렇게 무력할 줄은 몰랐네.’

A급에 올라서 나름 자만심 같은 게 생기긴 했는데 오늘 완벽히 깨져버렸다.

S급은 A급과 완전히 다른 세계였고 자신은 아직도 으스댈 정도로 강자가 아니었다.

‘더 강해져야 해.’

정말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느꼈다.

능력 100개를 모으는 게 순탄치 않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각고의 노력을 하더라도 100개는커녕 반도 못 모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 전에 차민부터 해결해야 언젠가가 있었다.

“실프!”

“운디네!”

[꺄아아-!]

슈우욱!

가디언들은 각자 정령들을 소환해 차민을 상대했다.

정령을 처음 본 형우는 그걸 엄청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령은 지구에서 단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존재였다.

물론 감옥도 포함이었다.

덕분에 형우는 온 인류가 모르는 비밀 중 하나를 오늘 알게 됐다.

그러나 전혀 기쁘지 않았다.

정령들은 차민의 힘 앞에 무력하게 꺾여나갔으니까.

“오러 피스트!”

“피해!”

“마, 막아!”

정령들로 하여금 차민을 상대하게 하고 자신들은 후방에서 활로 제압하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차민은 오러 피스트라는 걸 사용했다.

그러자 차민의 주먹에서 넘실대는 오러가 앞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 오러는 앞을 막는 정령들을 순식간에 역소환시킬 만큼 강력했다.

게다가 정령들을 없애놓고도 모자라 엘프들을 노렸다.

쾅! 콰앙!

“끄아아악!”

“크헉…!”

제대로 피하지 못한 상급 가디언 몇이 공격에 휘말려 중상을 입었다.

그것도 크게 휘말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 정도로 오러 피스트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S급 하나밖에 없을 텐데 무슨 능력이 이렇게 많아? 미치겠네.’

차민은 정식으로 헌터 등록을 한 헌터였기에 만약 멀티 소켓 능력자였다면 벌써 소문이 퍼지고도 남았을 터였다.

그러나 멀티 소켓이라는 말은 흔한 찌라시로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차민은 혼자서 여러 개의 능력을 쓰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잘 알려진 차민의 능력은 S급 피스트 마스터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쓴 능력은 피스트 마스터 말고 오러 피스트와 저 20명의 분신이 있었다.

오러 피스트는 그래도 피스트 마스터랑 능력과 이름이 비슷한 걸 보니 피스트 마스터에서 파생된 능력일 가능성이 클 것 같았다.

그러나 저 분신은 아니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말이다.

게다가 지금 분신은 벌써 20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능력.

가디언들도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급의 차이에서 힘이 밀렸는데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지자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뀨우가 왔다.

“뀨우우!”

뀨우는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이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모습에 뀨우는 심통이 나서 더 크게 소리쳤다.

“뀨우우우-!”

그러나 그것에 대한 대답은 뀨우가 바란 것과 전혀 다른 거였다.

쾅! 콰앙! 휘이익!

“뀨, 뀨우!”

파닥파닥!

두 번의 굉음과 함께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뀨우에게 날아왔다.

뀨우는 당황하며 몸집에 비해 작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잰 왜 여길 와서! 블링크!”

팟!

다행히 두 번째엔 뀨우를 봤던 형우가 블링크로 뀨우에게 이동했다. 그리고 연달아 블링크를 쓰는 것으로 돌덩이를 피할 수 있었다.

“소정인 어디 가고 너 혼자 온 거야?”

전투가 벌어졌을 때 형우는 소정이에게 후방으로 피하라 말했었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많은 가디언이 후방으로 이동했고 소정도 그 행렬에 껴서 후방으로 대피했다.

그런데 같이 따라갔던 뀨우가 다시 돌아왔다.

“뀨우! 뀨우!”

뀨우는 자신이 죽다 살아난 건 아는지 파닥거리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뀨으으응…!”

“…뭐하는 거야?”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진 뀨우는 앙증맞은 양손을 모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배변을 보는 듯했다.

“너 설마 여기서…….”

그러나 형우의 뒷말을 끝맺어지지 못했다.

이미 뀨우가 사고를 저질렀으니까.

다만, 그 사고가 형우가 생각하던 사고는 아니었다.

전혀 다른 대박의 사고였다.

파앗! 스르륵!

“뭐, 뭐야?!”

갑자기 뀨우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바로 형우에게 향했다.

형우는 손을 저어가며 피하려 했으나 빛은 손을 뚫고 그대로 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형우는 신세계를 맞보았다.

“윈드 베리어! 윈드 베리어!”

“발을 묶어라! 화살로 견제하며 최대한 적의 실수를 유도해라!”

블랙 머천트의 방어막은 가디언들에게 엄청난 혜택이었다.

형우가 목숨을 구했던 것처럼 블랙 머천트의 방어막은 가디언들의 목숨을 구해줬다.

비록 한 번뿐이지만, 공격을 막아주긴 했으니까.

밀리는 와중에도 계속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격을 하던 도중에 가디언들은 차민의 약점을 알게 됐다.

약점은 20명의 차민이 생각보다 조직적이지 못하는 거였다.

흔히 한 명이 여러 명으로 나뉘게 되면 여러 명이 합을 맞춘 것보다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오히려 혼자기에 더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아무리 몸이 나뉘어도 정신은 하나였기 때문.

만약 소수의 상대를 상대했다면 컨트롤이 쉬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엘프를 상대했기에 차민들은 각자 나뉘어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각자 전투를 벌였기에 세세한 컨트롤이 힘들다는 거였다.

분신들이 무슨 각자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확실히 움직임이 세밀하지 못했다.

비록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여서 그 약점을 최대한 커버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는 S급과 동일한 최상급 가디언이었다.

그들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다만, 아직도 힘의 차이로 이기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더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그 때문에 최상급 가디언들의 리더 엘라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밀릴 수밖에 없어.’

지금이야 약점과 블랙 머천트의 도움 때문에 버티는 거였다.

전혀 공격도 먹히지 않았고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만약 블랙 머천트마저 지친다면 순식간에 각개격파 당할 터.

그걸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 엘라의 시름이 점점 깊어졌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동아줄이 하나 내려왔다.

“속박!”

멈칫.

“음?!”

자신들을 도와주던 인간이 쓰는 능력이었다.

이미 몇 번 봤기에 어떤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도 잘 알았다.

다만, 차민에 비해 힘이 너무 미천했기에 정말 미세한 도움밖에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눈에 보일 정도로 차민의 움직임이 굳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놓칠 최상급 가디언들이 아니었다.

슈우우욱!

엘라는 바로 화살을 멈칫한 차민에게 날렸다.

차민은 화살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속박 때문에 완전히 타이밍을 뺏긴 상황.

완전히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스악!

“크윽…!”

화살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격이 성공했다!”

비록 팔을 스친 게 다였으나 지금까지 조금의 데미지도 주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큰 성과였다.

거기에 동아줄은 계속 내려오는 중이었다.

“속박! 속박!”

멈칫. 멈칫.

“계속 쏴라! 적에게 속박이 통하고 있다!”

엘라는 소리치며 적극적인 공격을 독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차민의 분신 하나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커억!”

스르륵.

제대로 치명타를 맞은 분신은 스르륵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가디언들은 더 신이 나서 공격을 퍼부었다.

덕분에 차민의 숫자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반 이하로 줄었을 때 차민은 몸을 돌렸다.

“이런…….”

탓!

결국, 차민은 수세에 밀린 도주를 택했다.

그러나 이미 힘이 빠진 엘프들은 차민을 추격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형우에겐 보상인 B급 영혼석 흡수, 소켓, 랜덤 박스, 900만 포인트와 함께 인사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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