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44화 (45/151)

▣ Chapter 2-19

놀랍게도 나타난 이는 문지기이자 헌터인 차민이었다.

‘차민이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S급 헌터 차민.

그는 지구에서도 꽤 유명인사였다.

한국엔 공식적으로 8명의 S급 헌터가 있었는데 차민은 그들 중 유일하게 어느 곳에도 세력을 가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가끔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나오거나 힘을 합쳐야 할 때만 등장했고 그 외엔 항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그가 공식적으로 S급 헌터로 등록해준 덕분에 S급 헌터 보유량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세계 3위였다.

‘그런데 참 신기하단 말이야. 이 좁은 땅덩이에서 S급 헌터가 8명이나 나오고.’

여기서 하나의 아이러니를 집고 가자면 영토 면적 109위, 인구 28위인 한국이 다른 곳이 다 제치고 S급 헌터 보유가 3번째로 많았다.

전 세계 학자들은 그 이상 현상에 많이들 주목했다.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이론을 생각했고 그 이론 중 제일 신빙성 있는 설은 에너지결집설이었다.

에너지집중설은 영토의 비해 던전 게이트나 몬스터가 많이 나온 한국의 상황에서 추론했다.

던전 게이트나 몬스터가 나타날 때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된다.

그때 방출된 에너지가 많다 보니 ‘각성’을 하는 헌터가 많이 생긴다는 설이었다.

헌터의 각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됐고 각성이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생긴다는 주장은 이미 학회에서 인정받고 있었기에 에너지집중설 또한 인정을 받았다.

각설하고 차민은 그렇게 존재감이 높으면서 존재감이 없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실종돼버렸다.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언론이나 정부에선 아무도 차민의 부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S급 헌터는 핵 이후로 등장한 새로운 전쟁억지력이자 국력이었다.

S급 헌터 하나 차이로 가지는 힘은 그만큼 대단했다.

수가 줄면 그만큼 힘이 줄어드는 거였다.

그렇기에 모두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 차민이 감옥에서 문지기 생활을 했다.

‘문지기 생활 잘하다가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야?’

감옥에서 차민의 평판은 상당히 좋았다.

출소날 정상적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E구역에서 나름 선정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차민이 갑자기 엘프들의 마을에 나타났다.

“저자일세.”

갑자기 블랙 머천트가 밑도 끝도 없이 차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갑자기 나에게 습격을 가한 자가.”

“차민이요?!”

형우는 깜짝 놀라 차민과 블랙 머천트를 번갈아 바라봤다.

도대체 차민이 왜 블랙 머천트를 습격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없었다.

“일단 막고 생각해야겠다.”

당장 그런 거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어차피 알려달라고 해도 안 알려줄 정보.

지금 이러는 사이 차민은 주먹으로 마을을 부수며 전진 중이었다.

콰앙! 쾅!

주먹에 뭐가 들은 건지 한번 휘두를 때마다 폭탄 터지듯 굉음이 터져 나왔다.

“손에 무슨 폭약이라도 넣었나.”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형우는 바로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했다.

‘인사니오의 눈.’

[차민/??/??]

그러나 능력이 뜨지 않았다.

‘능력이 높아서 안 뜨는 건가?’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그런 경우라면 E구역에 있는 시오나 뀨우 같은 경우엔 애매했다.

시오는 잘 모르지만 뀨우 같은 경우는 A급 헌터에게 테이밍 됐으니 가설이지만 그 아래 급일 터.

그런데 정보가 뜨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보가 제대로 뜨지 않는 경우는 자신보다 강하거나 아니면 형우가 정보를 알 만큼 능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다만, 정보가 뜨지 않았더라도 차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미 지구에서 차민의 능력은 알려졌으니까.

피스트 마스터.

그게 차민에게 붙은 별명이자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일전에 만났던 노예상인 방인혁이 가진 A급 육체 강화와는 격이 달랐다.

그저 능력만 강화해주는 게 아니라 체술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일명 오러라 불리는 기운을 사용해 공격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차민을 부르는 다른 별명은 근접전 마스터였다.

그만큼 차민의 근접전 능력은 대단했다.

“조, 족장님! 입구를 지키던 최상급 가디언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입구로 달려간 전사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그때 엘프 둘이 다가와 블랙 머천트에게 다급한 보고를 했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머천트가 이들의 리더였구나.’

나름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거로 생각은 했다.

그래서 족장이란 말이 들려왔음에도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가디언이 당했다는 말엔 큰 감흥이 있어야 했다.

‘S급이거나 S급에 준하는 엘프들이 차민 한 명에게 당했다고?’

차민이 S급이긴 했다.

그러나 가디언 일곱을 모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사 S급을 풀강했다고 하더라도 상대할 수 있는 건 네다섯이 최대일 터.

그런데 차민은 그 불가능을 깨부쉈다.

“다른 가디언들을 어서 부르게! 바로 성급히 달려들지 말고 충분한 인원이 모인 뒤 함께 대응해야 하네!”

“예!”

블랙 머천트의 지시에 두 엘프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자네,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나? 저 엘프들을 구해야 하네.”

블랙 머천트는 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차민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엘프들의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꺄아악!”

“사, 살려줘!”

“괴물! 괴물이다!”

콰앙! 쾅!

고통과 비명, 살육의 현장.

형우는 그것을 바라보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돕겠습니다.”

고민할 가치가 없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하나 평화롭게, 그것도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은 엘프들을 살육하는 차민은 몬스터와 마찬가지였다.

비록 S급이란 어려운 상대긴 했으나 엘프들도 한 끗발이 있을 테니 그걸 믿고 나섰다. 그리고 어느새 인사니오는 형우에게 의뢰서를 전달했다.

『의뢰서 0-8#

내용: 방어.

보상: B급 영혼석 흡수, 소켓, 랜덤 박스, 900만 포인트.』

의뢰서는 S급 헌터를 상대하는 것인 만큼 보상이 빵빵했다.

‘뭐…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블링크로 도망치면 되지.’

“고맙네.”

블랙 머천트는 묵직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소정아, 넌 뒤로 가 있어.”

“그렇지만…….”

형우는 소정에게 후방으로 빠지라 말했지만 소정은 마음이 편치않은 지 망설였다.

그러나 형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네가 나서는 건 위험해. 소정이도 잘 알고 있지?”

“…네.”

소정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대답을 들은 형우는 소정에게 살짝 웃어주곤 바로 차민에게 달려갔다.

“다, 다가오지 마!”

그때 어린 엘프 하나가 위기에 처했다.

차민은 성격이 잔혹한 건지 울면서 뒷걸음치는 어린 엘프를 죽이려 들었다.

그걸 본 형우는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윈드!”

슈우욱!

형우는 바람을 모아 윈드 커터로 만들어 날렸다.

순간 만들어진 수십 개의 윈드 커터는 차민을 목표로 날아갔다.

“흡.”

차민은 윈드 커터를 보며 두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짧은 기합을 넣자 몸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오러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윈드 커터가 차민의 몸에 부딪혔다.

까아앙! 까앙!

윈드 커터와 몸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마치 철판에 부딪힌 듯한 소리였다.

게다가 차민의 몸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하긴 C급에 S급이 상처 하나라도 입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형우도 솔직히 제대로 타격을 주리란 생각하고 쓴 게 아니었다.

어린 엘프를 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쓴 거였다.

탓!

어느새 어린 엘프에게 다가간 블랙 머천트는 바로 아이를 안아 들고 뒤로 빠졌다.

“흠…….”

그러자 차민은 뒤로 빠지는 블랙 머천트와 형우를 번갈아 바라보곤 팔을 내렸다. 그리고 형우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이 박형우인가?”

“어떻게 내 이름을…….”

놀랍게도 차민은 형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사실 형우의 이름은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다.

E구역을 통일한 길드장으로 말이다.

소켓이 3개 있다는 정보도 암암리에 활동하는 정보통에 의해 이미 다 퍼졌다.

다만, 얼굴까지 잘 알려진 건 아니었다.

형우가 나타난 시기는 불과 2~3달 남짓.

얼굴이 제대로 알려지기도 힘든 시기였다.

아직도 E구역에서 형우의 얼굴을 모르는 자도 꽤 많았다.

그런데 차민은 형우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챘다.

“찾아가는 귀찮음을 없애줘서 고맙군.”

“…?”

차민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순간 주변이 진동하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겨우 오러를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진동시키게 했다.

‘이게 S급?’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형우를 긴장케 하는 힘이었다.

아직 싸워보지 않았지만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케 했다.

“흐합!”

쿵!

땅을 치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땅이 푹 파이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다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쳐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다가오는 차민이 문제였다.

“블…!”

형우는 바로 블링크로 피하려고 했지만, 반응이 늦어버렸다.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차민의 주먹이 형우를 덮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형우의 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윈드 베리어!”

쿠웅! 쫘아악!

막에 차민의 공격이 꽂혔다.

다행히 공격은 막은 듯했다.

그러나 쫙 소리와 함께 막이 갈라졌다.

휘익! 쾅! 채앵!

차민은 바로 왼 주먹으로 잽을 날렸다.

그러자 유리처럼 깨져나갔다.

“블링크!”

팟!

형우는 그사이 블링크로 자리를 피했다.

“후우…….”

실드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블링크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피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짧은 순간 느낀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냐?’

괜히 엘프들한테 뭔가 있을 거라 믿고 S급한테 깝치다가 죽을 판이었다.

그러나 초장부터 도망칠 순 없었다.

‘시간만 끌면서 괴롭히는 거면 충분히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방금 그 방어막과 함께라면…….’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블랙 머천트를 바라봤다.

역시 감옥 최대의 상인 블랙 머천트답게 힘을 하나 숨기고 있었다.

비록 두 번 만에 깨졌지만, S급의 공격을 막는 방어막은 흔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버텨준다면 그사이 얼마든 회피나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속박! 윈드!”

슈우욱!

안타깝게도 형우에게 가장 강한 공격은 윈드였다.

C급 풀강의 능력이긴 했으나 이거 말곤 제대로 된 공격이 없었다.

형우는 그저 견제용이라 생각하고 윈드를 날렸다.

어차피 형우의 목표는 차민을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끌기 위해서 속박과 윈드로 공격 후 블링크로 회피했다.

그게 형우가 생각한 최상의 괴롭힘이었다.

“블링크!”

팟! 콰앙!

블링크를 몸을 피하자마자 차민의 주먹에 빈 바닥에 꽂혔다.

그러자 바로 형우는 이어서 공격을 했다.

“속박! 윈드!”

슈우욱! 까앙!

이번에도 역시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다만, 확실히 형우의 계획은 통하고 있었다.

데미지는 못 줘도 발은 확실히 묶고 있었으니까.

“쥐새끼 같은 놈!”

계속 상황이 반복되자 차민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마땅한 해법이 없었다.

형우는 블링크를 정말 제한 없이 난발 중이라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었고 중간에 틈이 생기더라도 블랙 머천트의 방어막이 확실히 보호해줬다.

그 덕분에 차민의 발이 묶였고 그사이 엘프 가디언들이 도착했다.

꽈악.

도착한 가디언들은 활의 시위를 최대한을 당겨 팽팽하게 만들었다.

그 팽팽함은 마치 그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듯했다.

죄 없고 엘프들을 학살한 범죄자를 향한 분노를.

“후우… 이제 끝나겠구나.”

형우는 오십에 가까운 엘프 가디언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충 느껴지기엔 마을 입구에서 봤던 가디언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이들이 열다섯 정도였다.

이 정도면 차민을 충분히 제압할 것 같았다.

그러나 블랙 머천트는 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아직 일세.”

“예?”

“평소 나를 호위하던 엘프는 혼자서 입구에 있는 가디언을 전부 상대할 수 있었던 강자일세. 그리고 그런 강자가 이긴 건 저자의 또 다른 능력 때문이었네.”

블랙 머천트는 그 말을 하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때의 일이 떠올랐던 것일까.

얼굴엔 분노와 두려움, 두 가지 감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두 감정의 대상인 차민은 손에 낀 반지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리얼 일루젼(Real illusion).”

스르륵. 스르륵.

그 말과 함께 갑자기 차민의 주변에 무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생겨났을 때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차민과 똑같은, 외형뿐만 아니라 기운까지도 똑같은 스무 명의 차민이 생겨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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