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41화 (42/151)

▣ Chapter 2-16

감옥에서 블랙 머천트가 가지는 이름은 엄청났다.

블랙 머천트는 어떤 길드도 함부로 건들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각 구역에 있는 블랙 머천트의 상점이 끼치는 영향력이 정말 컸다.

강화의 돌부터 포션과 해독제, 치료제, 무기, 방어구 등.

수많은 물건을 팔았다.

게다가 건설 자재부터 생필품 같은 별의별 물건들을 팔다 보니 감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감옥의 어떤 존재도 상점은 건들지 않았다.

게다가 감옥을 건드는 순간 블랙 머천트는 막대한 자금으로 용병을 사들여 반격했다.

설령 상대가 S급 헌터라도 이길 수 없는 이종족 용병을 말이다.

사실 정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이종족 용병이었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그래서 초반엔 블랙 머천트를 건드렸다가 이 용병에게 전멸한 길드가 몇몇 있었다.

그런데 그런 블랙 머천트가 겨우 B급 트윈헤드 트롤에게 쫓겼다.

버서커를 발동하면 A급에 가깝게 능력이 향상된다지만 그래도 이건 좀 얘기가 이상했다.

“정말 블랙 머천트가 맞습니까?”

“허허, 의심이라. 하긴 당연히 의심이 생기겠지.”

그러면서 후드를 벗자 블랙 머천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순간 왠지 블랙 머천트가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프?”

“엘프다…!”

놀랍게도 블랙 머천트는 엘프였다.

엘프만의 특징인 큰 귀와 남녀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외모.

블랙 머천트의 모습이 딱 그랬다.

다만, 노화가 진행 중인지 얼굴엔 세월의 흐름이 조금 보였다.

“무엇으로 증명하면 되겠는가? 나와 같이 근처 내 상점으로 가겠나?”

“음… 아닙니다.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군요.”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굳이 블랙 머천트임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블랙 머천트의 상점엔 엘프들이 넘쳤다.

안내인부터 관리인까지 모두 엘프.

그런 상황에서 블랙 머천트가 엘프라는 건 별로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엘프이기에 블랙 머천트가 맞다는 결론도 나왔다.

게다가 어차피 상점에 들어가면 정체가 밝혀지는데 굳이 블랙 머천트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도 없었다.

“현명한 청년이로군.”

블랙 머천트는 그 말을 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마움의 선물이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만.”

감옥에선 블랙 머천트가 이벤트 NPC로 불렸다.

그 이유는 이렇게 도움을 받거나 만날 때마다 선물 하나를 주고 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선물들은 범상치 않은 물건이 많았다.

예전에 F구역에서 용준이 소문이라 말했던 소켓도 모두 블랙 머천트의 선물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형우도 그것을 기대하며 블랙 머천트에게서 선물을 건네받았다.

“…!”

그런데 형우는 블랙 머천트가 건넨 물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물건은 이미 알고 있는 물건이고 여기서 나오리라 상상 못 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랜덤 박스!’

블랙 머천트가 건넨 건 랜덤 박스였다.

형우가 인사니오의 의뢰를 해결하고 받았던 바로 그 랜덤 박스.

그 때문에 형우는 의문이 가득한 시선으로 블랙 머천트를 바라봤다.

그러나 블랙 머천트는 이미 시선을 거두곤 후드를 쓰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보도록 하세. 오늘은 고마웠네. 그럼…….”

블랙 머천트는 형우에게 잠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수행원으로 보이는 둘과 함께 사라졌다.

형우는 멍하니 사라지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길드장님, 처리반이 도착했습니다!”

그때 성문이 데려온 처리반이 보였다.

처리반은 토벌이 끝나고 효율적으로 몬스터 사체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든 팀이었다.

형우는 그들이 사체를 옮기는 걸 잠시 보곤 구역으로 복귀했다.

이스케이프 길드 본부 5층.

토벌을 끝내고 온 형우는 바로 5층 본인의 사무실로 갔다.

블랙 머천트의 정체도 정체지만 일단 의뢰서와 랜덤 박스를 확인해야 했다.

“일단 의뢰서부터.”

『의뢰서 #0-6

내용: 방관.』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놀랍게도 의뢰서엔 블랙 머천트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고 쓰여있었다.

덕분에 의뢰는 실패했다.

어차피 보상이 아예 안 쓰여 있었기에 실패도 상관없었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왜 방관하라고 했을까. 게다가 보상도 없는 이런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었다.

블랙 머천트와 인사니오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의뢰서가 왔는가.

영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나중에 한 번 만나봐야겠네.’

만나고 싶다고 만나지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 할 일이 생겼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이제 이것부터 까볼까?”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랜덤 박스를 꺼냈다.

[랜덤 박스]

작은 큐브 모양의 랜덤 박스는 검은빛을 내고 있었다.

형우는 바로 랜덤 박스를 사용했다.

데구르르. 파앗!

바닥에 굴리자 랜덤 박스는 빛을 내면서 갈라졌다. 그리고 안에서 내용물이 나타났다.

“열쇠?”

랜덤 박스에서 나온 물건은 황금으로 된 열쇠였다.

황금 열쇠엔 동그란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다만, 외형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전해진 정보가 제일 중요했다.

“F구역 열쇠라니…….”

들어온 정보엔 이 열쇠의 이름이 F구역 열쇠라고 되어 있었다.

용도는 F구역의 어느 곳을 열 수 있는 정도.

더 이상의 추가 정보는 없었다.

다만, 이건 그래도 아까 의뢰서보단 나았다.

“이참에 구역 확장이나 할까?”

F구역은 얼마 전 폐쇄됐다.

정확히는 폐쇄라기보단 사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맞았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파츠 길드는 한 달 전 공중분해가 됐다.

그 덕분에 F구역에는 현재 사람이 없었다.

몇몇이 새로 자리를 잡아볼 생각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몬스터들이 수백이 들어와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아무도 접근을 안 했다.

C급인 오크 라이더가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겨우 F급에 자리 잡으러 오는 이들이 잡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형우는 그들과 달랐다.

마음먹으면 충분히 공략 가능했다.

어차피 다다익선이라고 아무도 없는 F구역에서 블러드 큐브를 캐며 수익을 올려도 꽤 괜찮을 거 같았다.

“박 사장님한테 말해봐야지.”

형우는 바로 박 사장에게 가서 그 말을 전했다.

물론 열쇠에 대한 건 제외하고.

“괜찮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그곳에서 일한 경험자들도 많으니 자리 잡고 블러드 큐브를 캐는 건 어렵지도 않으니까요.”

“그럼 며칠 뒤에 공략을 좀 하죠. 안 그래도 몇 가지 할 일도 있고요.”

그 말을 끝으로 며칠 뒤 A급 헌터 2명, C급 헌터 5명, D급 20명으로 이뤄진 토벌대가 F구역으로 출발했다.

“후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문이네.”

F구역의 문앞에 선 형우는 문을 바라보며 회한이 젖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정말 감옥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다.

지금도 많이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던 그때와 달리 어엿한 길드의 길드장이 됐다.

비록 기껏해야 지금 수준은 C구역의 길드 정도였으나 F급일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오빠! 여기가 F구역이에요?”

“뀨우, 뀨우우우?”

형우가 문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 있던 소정이 물어봤다.

그런데 소정의 품에 있던 뀨우가 마치 소정을 따라 하는 것처럼 뀨우거렸다.

그 모습에 형우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풋. 그래. F구역이야.”

“우리 구역이랑 느낌이 달라요. 마치 폐가 같은 느낌?”

“폐가라… 딱 맞는 말이지.”

소정이 말한 대로 F구역은 폐가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관리가 없어지자 단 한 달 만에 구역이 피폐해졌다.

게다가 몬스터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더 더럽게 변했다.

“이쪽으로 다 도망왔나?”

원래 F구역 근처엔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있어도 정말 소수였다.

그러나 최근 꽤 많은 몬스터가 F구역에 생겨났다.

그 이유는 사실 형우 때문이었다.

형우가 E구역 근처 토벌을 시작하면서 많은 몬스터가 서식지를 잃고 도망쳤다.

그 도망친 몬스터들은 당연히 F구역과 D구역으로 대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급격하게 F구역에 몬스터 분포가 늘었고 구역 내에도 몬스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구역이 더 피폐해졌다.

그 때문에 형우는 F구역 문 앞까지 오는 동안 많은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덕분에 적당히 테스트도 할 수 있었다.

“크륵…….”

“컹컹.

형우는 짐승 소리가 나는 곳을 힐끔 바라봤다.

소정의 테이밍 능력으로 잡은 오크 라이더가 따라오고 있었다.

“확실히 A급은 A급이야.”

지구에서 제일 유명한 테이밍 능력자는 B급 헌터 크리스였다.

미국계 일본인인 크리스는 B급 테이밍 능력으로 오우거를 길들여 꽤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우거를 직접 보기 앞에서 보기 위해서 많은 TV쇼와 행사에서 러브콜이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반인들은 기껏해야 사체를 보는 게 다였지만 크리스의 오우거는 진짜 살아있는 오우거였으니까.

그 때문에 크리스가 유명해지면서 테이밍이란 능력이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크리스가 오우거를 테이밍할 당시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테이밍을 했다.

일단 사지 멀쩡한 상태로 녹다운을 시키기 위해 크리스가 속한 길드에서 2일 동안 대혈투를 벌였다. 그리고 끝난 게 아니었다.

녹다운 이후 몸을 결박하고 고문을 했다.

수없이 고문하고 포션 붓기를 5일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테이밍을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테이밍은 상당히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아래 등급도 바로바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일련의 작업이 끝나야 테이밍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소정은 C급인 오크 라이더를 어렵지 않게 테이밍했다.

아래 두 단계니까 쉽게 된 게 아니었다.

“몇 대 때려눕히고 ‘나랑 갈래?’ 하니까 또 테이밍이 되다니…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그 어이없는 광경에 놀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크는 오우거와 마찬가지로 테이밍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바로 굴복하지도 않았기에 크리스가 오우거를 테이밍했던 것처럼 작업을 좀 해줘야 했다.

그런데 그런 작업 없이 단번에 테이밍이 끝났다.

‘이래서 A급, A급 하는구나.’

형우는 본인도 A급이면서 소정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길드장님. 조금 떨어진 곳에 약 100마리 정도의 오크가 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써 빠릿빠릿하게 정찰까지 하고 온 성문이 보고했다.

“바로 처리하죠, 그럼.”

어차피 지금 구성에선 대부분 E~D급으로 이뤄진 오크 정도야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크 라이더의 수가 많다면 고전을 할 수도 있었으나 어차피 형우의 능력이면 D급도 오크 라이더를 죽일 수 있었다.

“음?”

그런데 오크 무리에게 다가가니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 나타났다.

3명이 오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설마…….”

그런데 그 3명이 어디서 많이 낯익은 모습이었다.

얼마 전 구해줬던 누구와 참 닮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이 연출됐다.

번쩍.

형우의 안주머니에서 또 의뢰서가 등장했다.

형우는 바로 의뢰서를 꺼냈다.

『의뢰서 #0-7

내용: 방관.』

‘또?’

이번에도 보상이 없는 의뢰서가 등장했다.

저번과 같이 심플한 내용.

의뢰서는 또 저들을 방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형우는 굳이 의뢰서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보상이 없는 쪽과 보상이 있는 쪽.

당연히 선택지는 뻔했다.

“속박!”

“크륵?!”

“크륵!”

속박에 걸린 오크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땅에 엎어졌다.

그러자 길드원들이 바로 달려들어 오크들을 처리했다.

처리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크 중 가장 높은 등급이 D급 오크 전사밖에 없었기에 상대하는 건 쉬웠다. 그리고 오크들을 다 처리하자 도망치던 3명이 다가왔다.

“허허, 또 만나는구만.”

“…….”

거기엔 불과 며칠 전에 만났고 감옥 내에서 단 한 번 보기 힘들다는 블랙 머천트가 형우를 향해 무안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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