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9화 (40/151)

▣ Chapter 2-14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생명체는 자신을 뽐내기라도 하듯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나 나름 우렁찬 포효라고 내지른 그것은 귀엽게만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뀨우-!”

형우가 그것을 향해 괴상한 표정을 짓자 그걸 느끼기라도 하듯 괴생명체는 또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형우의 표정은 더 괴기하게 구겨졌다.

와그작!

그것은 마치 뒤처리라도 하듯 자신이 나온 알을 모두 먹어치웠다.

곧 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졌다.

파닥! 파닥!

괴생명체는 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날갯짓을 했다.

그러면서 몸에 묻어 있던 점액질 같은 걸 털어내고 있었다.

“수건으로 좀 닦아줘야 하나?”

형우는 일단 수건을 꺼내 괴생명체의 몸을 닦아줬다.

방금 태어난 애가 맞다는 듯 온몸이 젖어있었다.

스윽. 스윽.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니 금세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걸 무슨 동물이라 불러야 하지?”

그것은 새와 도마뱀이 섞인 듯한 묘한 생명체였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

보는 관점에 따라 정말 괴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은 그래도 외형이 꽤 귀엽다는 거였다.

“뀨우! 뀨우!”

파닥! 파닥!

몸을 닦아주자 기분이 좋았는지 날개를 파닥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형우는 그걸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사니오의 눈.’

[??/??/??]

시오처럼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시오는 겉보기엔 인간이었으니 속사정은 몰라도 종족은 알았는데 이 괴생명체는 도대체 뭔지 전혀 감이 안 왔다.

“모르겠다. 일단 뀨우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야겠다.”

뀨우, 뀨우 거리면서 다니기에 형우는 녀석의 이름을 대충 뀨우라고 지었다.

정말 성의 없는 작명이었으나 이것의 등장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형우는 그런 걸 신경 쓰지 못했다.

“뀨우!”

그런데 녀석은 좋다는 듯 기쁘게 울었다.

그 모습에 약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애써 고개를 외면했다.

“뀨!

“어? 안 돼! 나가지 마!”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빨빨거리며 정말 잘 움직였다.

도대체 무슨 동물인 건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일반 상식과는 다른 생명체였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저렇게 가는 거야?”

뒤뚱뒤뚱.

뀨우는 뒤뚱거리면서 직진했다.

형우는 일단 멀리서 지켜봤다.

지금 이곳은 이스케이프 길드 본부 5층.

어차피 가봐야 길드 본부 내였다.

그래서 놔뒀다.

그런데 기어코 뀨우가 사고를 쳤다.

“잠깐!”

“뀨우우우!”

창문에 올라간 뀨우가 밖으로 떨어졌다.

형우는 바로 뀨우를 향해 뛰어갔다.

탓!

“윈드!”

휘이잉!

창밖으로 나오자마자 윈드를 써서 뀨우를 감쌌다.

“뀨! 뀨우!”

윈드에 몸이 감싸지자 뀨우는 파닥거리면서 좋아했다.

“하아…….”

저 천진난만한 모습에 형우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형우는 자신에게도 윈드를 써서 바닥에 착지했다.

탁.

순식간에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온 형우는 뀨우를 바라봤다.

뀨우는 바람에 잡혀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형우는 조심히 바닥에 놔줬다.

그러자 다음 목표를 향해 뀨우가 달려갔다. 그리고 그다음 목표는 무려 바닥에 버려진 영혼석이었다.

“머, 멈춰!”

“뀨우!”

꿀꺽.

“헉…….”

뀨우는 무려 영혼석을 통째로 먹어버렸다.

입이 얼마나 큰지 어른 주먹 2개 크기의 영혼석이 그대로 들어갔다.

형우는 그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치겠네.”

태어나자마자 두 번 연속 사고를 친 뀨우를 보며 넋이 나갔다.

“형! 저 왔어요!”

그때 관광 겸 안내를 마친 용준과 소정이 나타났다.

소정은 뀨우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우아! 귀엽다! 얜 뭐에요?”

“뀨우.”

“뀨우가 이름이에요?”

“응.”

이름을 알려주자 소정은 더 반짝이는 눈이 되어 뀨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너 나랑 놀래?”

“뀨우!”

뀨우는 마치 대답하듯 울음소리를 내며 소정에게 안겼다.

“꺄아! 귀여워!”

소정은 뀨우를 안아 들고는 얼굴을 막 비볐다.

예쁜 소녀와 귀여운 동물이 같이 있으니 괜찮은 그림이 됐다.

그런데 그때 민소정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리고 몸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설마 2차 각성?”

2차 각성은 멀티 소켓을 소유한 헌터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형우의 경우 정말 비정상적인 경로로 멀티 소켓을 가지게 돼서 그런지 이런 현상이 없었으나 정상적인 경우라면 지금처럼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2차 각성을 했다.

‘진짜 불공평한 세상이네.’

누구는 죽을 고생을 하면서 별짓을 다 해서 등급이 올랐는데 누구는 동물 하나 안아 들었다고 2차 각성을 했다.

정말 세상 불공평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래도 소정이에게 인상을 쓰진 않았다.

아픔이 있었고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도 불행을 겪었던 소정이었다.

전투와 생사를 오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빛을 보는 소정에게 질투하면 정말 쪼잔한 거였다.

“오빠, 저 A급 헌터가 됐어요!”

“축하한다, 소정아.”

“뭐?!”

이미 소켓의 정보를 알고 있던 형우는 조금 태연하게 축하를 해줬다.

그러나 전혀 모르고 있던 용준은 깜짝 놀랐다.

2차 각성을 한 것도 모자라서 무려 A급 헌터가 됐다.

이건 정말 대박이었다.

무려 멀티 소켓에서 A급.

용준은 정말 부러운 눈으로 소정을 바라봤다.

“으으… 부럽다! 나도 2차 각성하고 싶어!”

“꿈 깨라. 넌 멀티 소켓 아니잖아.”

“너무해요, 형!”

멀티 소켓으로 2차 각성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용준은 소켓이 없었다.

첫 각성 때 멀티 소켓을 가지지 않는 이상 2차 각성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멀티 소켓을 가지는 이들에겐 모두 금수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하게 태어나는 금수저.

딱 그 말이 맞는 게 멀티 소켓이었다.

형우는 째려보는 용준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했다.

‘인사니오의 눈.’

[민소정/A급/1소켓-F급 체력 강화, 2소켓-A급 디버프 해제 -> 테이밍]

놀랍게도 원래 예정이었던 디버프 해제가 테이밍으로 변했다.

‘뭐야? 정보가 변했어? 아니, 변할 수 있는 거야?’

갑자기 능력이 생긴 것도 모자라 새로운 능력이 생기자 형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인사니오의 눈을 오래 사용해본 것도 아니고 이번이 처음 겪는 케이스였기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게 존재했다.

테이밍.

테이밍 능력에 대해선 확실히 알고 있었다.

중복되는 많은 능력자가 있는 건 아니었으나 워낙 능력이 인상적이고 희귀해서 확실히 기억했다.

테이밍은 말 그대로 야생 몬스터를 길들이는 능력이었다.

교감 혹은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한 뒤 몬스터와 링크를 했다.

그 링크는 상호 간의 동의가 있어야만 이뤄지는 거였다.

지구에서 오우거를 제압해 테이밍한 헌터가 있었는데 오우거의 경우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아간 뒤 테이밍을 했었다.

그런데…….

‘하… 그 동의가 ‘나랑 놀래’로 이뤄지다니…….’

“얘, 제가 키워도 돼요?”

소정은 해맑은 표정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아니, 이제 네 거야.”

“네?”

소정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형우는 이미 인사니오의 눈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뀨우/??/민소정-링크]

아직도 전체 정보가 공개된 건 아니었으나 소정과 링크됐다는 건 확실히 표시됐다.

이제 뀨우는 소정이의 소유였다.

그때 길드 본부로 들어온 지영은 뀨우를 보고 토끼 눈이 됐다.

“이건 뭐야? 도마뱀이야, 새야? 도마새?”

지영은 특이한 모습의 뀨우를 보며 놀렸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뀨우가 뛰쳐나와 지영을 때리기 시작했다.

“뀨우!”

“악! 얘 왜 이래? 저리 가!”

“우리 뀨우한테 왜 그래요!”

소정까지 가담하면서 난장판이 돼버렸다.

형우는 그 난장판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뀨우가 악당은 알아보네.”

“뭐라고요?”

“아냐, 아냐. 하던 거 계속해.”

표독스럽게 쳐다보는 지영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 조금 뒤로 빠져서 그걸 지켜봤다.

“하하… 그래도 이제 좀 사람 사는 곳 같네.”

형우는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모습은 며칠 뒤면 끝이었다.

대한민국 서울.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그곳은 언제나 삭막했다.

몬스터들이 나타난 이후 많은 건물이 부서졌지만, 그만큼 다시 많은 건물이 세워졌다.

새로 세워진 건물들은 헌터의 능력으로 지어졌고 그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아예 그래서 헌터들 중엔 건축가, 건설업자, 인부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았다.

굳이 몬스터와 싸우지 않고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건설업으로 밥벌이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몬스터가 나타날 때마다 심심하면 부서지는 게 건물이었으니 업계 불황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 때문에 일반인 노동자들과 갈등이 커졌다.

일반적으로 헌터 하나가 노동자 수십 명을 대체 가능했다.

작업 속도나 양 자체가 차이가 컸다.

F급 헌터만 해도 일반 인부 몇 명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인력.

고용하는 입장에선 확실한 한 명 고용하는 게 나았으니 자연적으로 일반 인부들은 자주 밀려났다.

그래서 한동안 갈등이 있긴 했으나 그것도 한때였다.

어차피 일감이 넘쳐나는 탓에 굳이 이 현장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고용될 수 있었다.

그러다 몬스터에 의한 피해가 어느 정도 줄어들 때쯤 확실하게 헌터 출신 인부들이 자리를 잡았기에 더는 뭐라 할 상황이 못 됐다.

게다가 그 시장에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더더욱.

헌터 출신 인부들이 아예 대기업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시위 하나 하기 힘들어졌다.

그 대기업이 하필 은성이었으니까.

은성 그룹은 대한민국 재계서열 1위로 휘하에 헌터 길드를 5개나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길드들엔 B급 헌터나 C급 헌터가 수두룩했다.

심지어 S급과 A급까지 보유했기에 명실상부 대한민국 탑 길드들이었다.

게다가 은성 그룹은 몬스터 등장 이후 이 길드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영향력을 넓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주인이 은성 그룹이라 할 정도가 됐다.

그러니 겨우 일반인 인부가 개길 수 없는 개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한 번 대규모 시위가 계획되기도 했으나 사전에 모두 제지당했다.

은성 그룹에서 나온 ‘막아라’ 한 마디에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은성 그룹 사옥이 있는 여의도 빌딩에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갔다.

“허… SH에서 연합을 원했다고요? 우 실장님 이게 사실입니까?”

은성 그룹 사옥 부회장실.

현재 은성 그룹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 중인 부회장 지용건은 우 실장에게 받은 보고서의 내용을 보곤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은성 그룹은 사실 그동안 몰래 감옥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게 바로 현재 감옥 탑2에 속하는 명진 길드였다.

그런데 그 명진 길드와 반목하는 SH 길드에서 연합을 제의했다.

아직 미공략지역인 S구역의 공략을 위해서 말이다.

“예, 부회장님. 확실히 SH에선 연합을 원했습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까?”

“그쪽에서 먼저 다른 의도는 절대 없으니 S구역에 가는 것까지만 연합하자고 못 박았습니다.”

“S구역 가는 것까지만이라…….”

우 실장의 말에 용건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S구역에 간 이후 뭐라도 터질 것 같은 말이었으니까.

“그동안 저희와 SH가 서로 반목해온 것은 사실이나 이번 제안은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어차피 동등한 입장이고 저쪽에서 먼저 배신을 하기엔 S구역 자체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두 길드가 전력을 다해야만 이번 공략이 성공할 겁니다. 그리고 그룹의 힘을 동원해서 최대한 지원을 해주면 충분합니다. 후방에서 몰래 지원 병력을 조커로 배치하면 S구역 획득 후에 배신을 당해도 문제없을 겁니다.”

“흠…….”

우 실장의 말대로 충분히 지원을 해주고 보험으로 후방에 지원 병력까지 배치하면 배신당해서 이길 수 있었다.

어차피 저쪽은 감옥에 있는 병력이 전부였다.

그러나 여기는 은성 그룹의 힘으로 얼마든 사람을 더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 자체는 엄청났다.

결국, 용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명진 길드를 믿고 은성 그룹의 힘을 믿기 때문에 결정은 쉬웠다.

“알겠습니다. 길드장에겐 일단 수락하라고 말해두세요. 그리고 그룹에서 용병을 포함해서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만큼 C급 이상 헌터를 모아 지원하도록 하세요.”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부회장님.”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끝났다.

그러나 조금씩 크기를 키워가던 소용돌이는 곧 태풍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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