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8화 (39/151)

▣ Chapter 2-13

“으아! 집이다!”

E구역 문 앞, 형우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장장 2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외도를 하고 돌아오니 E구역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여기가 E구역?”

“와…….”

뒤에 있던 여자 둘은 E구역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E구역은 정말 최하위 구역이었다.

처음 감옥에 들어왔던 죄수들도 금방 지나갈 만큼 별 볼 일 없었던 곳.

그러나 보기와 달리 정말 정비가 잘 됐다.

다만, 이미 이전에 E구역을 방문했었던 지영도 놀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전에도 나름대로 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 깔끔하게 잘 정비되진 않았다.

하나의 색으로 컨셉까지 맞춘 도시의 형태.

거기에 최근 재공사를 했는지 하나같이 새 건물 같았다. 그리고 입구부터 일직선을 따라 중앙 광장까지 이어진 길은 꽤 보기 수려했다.

“어서 오십시오, 길드장님.”

경비조장을 서고 있던 명훈은 형우에게 다가왔다.

“아, 오랜만입니다. 별일 없었나요?”

“별일 말입니까? 아마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네?”

명훈은 그 말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뒤에 있는 둘을 힐끗 바라봤다.

“아, 그런데 뒤에 두 여자분은 누구십니까?”

“사정이 좀 있습니다.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명훈은 정말 별말을 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형우를 신뢰한다는 듯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길을 비켜줬다.

그러는 사이 소식을 벌써 들었는지 박 사장과 김 사장, 용준이 입구로 달려오고 있었다.

“길드장님!”

“혀어엉!”

“천천히 좀 가!”

그들은 급하게 달려와 형우를 반겼다.

두 사장은 덜한 듯했으나 어느새 정이 든 용준은 정말 반갑게 맞이해줬다.

“다녀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목표는 이루셨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뒤에 둘은…?”

명환과 같이 사장들도 뒤에 있는 이들에게 궁금해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말해드리겠습니다.”

“형! 기념품은요?”

용준이 눈치 없게 끼어들어 기념품을 바라자 형우의 눈이 좁혀졌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웃었다. “기념품은 없고… 부탁 좀 하자.”

“네? 부탁이라뇨?”

형우는 뒤에 있던 소정이를 앞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인트 몇 개를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소정이 데리고 가서 우리 구역 구경 좀 시켜줘.”

“에엑?! 저보고 애나 보라고요?”

형우의 말에 용준은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이 놀랐다.

그러나 그게 실수였다.

앞으로 내내 소정에게 잡힐 계기를 만들었으니까.

소정은 용준을 째려봤다.

“풋! 누가 누구보고 애래.”

“얌마, 너도 애야.”

사장들은 비웃으며 놀렸다.

소정의 나이 15살, 용준의 나이 17살.

그네들 세상에선 그게 엄청난 차이일지 몰라도 40이 넘은 중년들이 보기엔 오십보백보였다.

몇 달 차이 안 나는 거 같은 별 차이 없는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용준이 소정을 보고 애라고 하니 그들 입장에선 웃길 수밖에 없었다.

“아, 왜요! 고딩이랑 중딩이면 엄청난 차이라고요!”

“그래, 그래. 엄청난 차이니까 오빠로서 동생 좀 잘 부탁해. 맛난 것도 많이 사주고. 술 사줘서 취해오면 엉덩이 불날 줄 알고.”

“안 마셔요! 에이, 따라와.”

용준은 혼자 씩씩대며 앞장섰다.

형우는 소정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쟤가 저래도 착한 애니까 여기 잘 구경하고 와. 이건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어.”

끄덕.

포인트를 몇 개 더 건네면서 웃어주자 소정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정이 떠나고 형우는 뒤에 남은 지영은 바라봤다.

“그쪽은 알아서 숙소 잡아요. 아니면 옆방이라도 줄까요?”

“됐네요.”

지영은 혓바닥을 내밀며 여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뒤에 붙어 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형우는 사장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가시죠.”

“예. 건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다 완성된 겁니까?”

형우는 박 사장의 말에 기꺼워하며 말했다.

뭐가 완성됐다는 건지 몰랐으나 말하는 박 사장의 얼굴도 밝아 보였다.

그들은 바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도시 안에서 보니 변화된 게 확연히 느껴졌다.

그동안 박 사장과 김 사장이 꽤 노력했는지 최대한 현대의 느낌이 나는 도시로 변했다.

색을 나름 밝은 흰색으로 통일해서 도시 자체가 더 환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산토리니 같은 푸른 지붕은 포인트의 정점이었다.

“이거 디자인 두 분이 하신 겁니까?”

도시 변혁을 주도한 건 두 사장이었다.

형우는 적당히 포인트와 도시 정비를 부탁했을 뿐이고.

본인이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기엔 미흡해서 자율로 좀 해줬으면 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썩 좋았다.

“하하, 저흰 이런 감각 없습니다. 이거 다 김지성 씨 여자친구 작품입니다.”

“아……

처음 투기장에서 첫 형우의 상대였던 김지성은 경기 이후 유흥업소에서 봤었다.

그때 노예 문서로 잡혀 있던 지성의 여자친구를 구해줬다.

그 후 김지성이 형우 밑으로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인 주현도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모두 주현은 헌터를 하기 전에 미술을 전공했었다.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답게 도시를 재정비한다니 그쪽으로 생각이 갔고 전혀 감옥의 도시 같지 않은 도시로 변했다.

물론 그게 나쁜 게 아니었다.

도시가 잘 정비되자 점점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수출해서 돈을 버는 구역이 아니었기에 사람이 많이 오면 많이 올수록 수익이 올라갔다.

덕분에 그동안 구역은 이전보다 더 번창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흑자로 돌아서려면 멀었지만.

“좋네요.”

형우는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어느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야…….”

어느 건물 앞에서 형우는 크게 감탄했다.

5층 높이의 건물.

블랙 머천트의 상점보다 낮았으나 다른 건물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었다.

감옥 내에서 고층 건물을 짓기 힘든 만큼 5층만 되어도 혼자 우뚝 서 있는 듯했다.

짧은 기간에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었는지 정말 의문일 정도였다.

다만, 답은 너무 심플했다.

“포인트와 블랙 머천트만 있으면 됩니다. 어차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지 않습니까?”

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포인트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구에서 아무도 고쳐주지 못한 동생의 병을 치료해줄 치료제까지 있는 곳이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길드 본부에 처음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길드 본부에 처음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앞에 다가가자 문지기를 서고 있는 두 죄수가 인사를 건넸다.

사실 이곳은 형우가 떠나기 전부터 짓기 시작한 길드 본부였다.

아무래도 길드라면 길드 본부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아지트 개념도 있지만 소속감과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E구역 전체가 다 소속이었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여하튼 그 때문에 길드 ‘이스케이프’의 본부를 짓기로 했다.

이건 사실 형우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다른 것들은 전적으로 사장들에게 맡기긴 했지만, 이것만큼은 형우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지하 투기장 내의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길드와 구역 전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계속 지하에 머무는 것은 영 모양새가 안 좋아 보였다.

그 때문에 길드 본부 하나를 새로 짓자고 말했다.

그 결과 광장 바로 근처에 혼자 우뚝 솟은 이스케이프 길드 본부가 생겨났다.

“그럼 들어가시죠. 내부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박 사장은 안으로 안내하며 1층부터 5층까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설명을 해줬다.

1층은 간단하게 식당과 로비, 휴게실이 존재했다.

2층과 3층은 대부분 숙소로 지어졌고 4층엔 회의실, 부 길드장실, 각 부서실 등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층은 모두 형우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층 하나를 모두 쓴다는 게 꽤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들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구역 전체를 먹은 나름 거대 길드의 길드장이신데 한 층을 사용하는 것도 사실 소박합니다.”

“맞습니다. 이왕이면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셔야죠.”

“원래 있던 것들을 모두 옮겨났습니다.”

“하하…….”

‘너무 소박하게 살아서 그런가…….’

형우는 어색하게 5층을 둘러보며 웃었다.

원래 있던 것들이 워낙 화려해서 그런지 몰라도 5층 자체가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 전권을 줬는데 이걸 다시 물리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드려야 하는데 바로 들으시겠습니까?”

김 사장은 형우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보고를 준다는 자체가 좀 그랬으니까.

다만, 미룰 수도 없는 게 무려 20일 가까이 결재가 밀린 서류들이 많았다.

길드장이 승인해줘야 하는 것도 많았고.

형우가 E구역 공사에는 전권을 줬지만 다른 것에 대해선 큰 언급이 없었다.

D급 이상 대부분이 노예 문서에 묶인 길드였기에 그런 부분에선 또 독단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했다.

결국, 길드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 때문에 급한 게 몇 가지 있었다.

“괜찮습니다. 바로 보고 듣도록 하죠.”

“네, 감사합니다.”

형우는 바로 5층에 있는 사무실로 갔다.

투기장에 있던 것을 대부분 옮겨놓은 듯 사무실은 별로 낯설지 않아 보였다.

“일단 간단한 현황부터 보고드리겠습니다.”

박 사장은 바로 E구역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E구역의 총 한 달 수익은 현재 마이너스였다.

워낙 많은 돈이 투자되었기에 길드 자금으로 빼놓았던 포인트까지 모두 소모됐다.

그렇기에 수익에선 마이너스였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벌었을 때 대략 500만 포인트의 수익을 예상했다. 그리고 그건 마이너스를 제외한 수익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복구하고 이제 딱 처음으로 버는 수익.

다음에 걷는 수익은 더 클 것이다.

“지금 점포나 유흥업소 같은 경우 구역별로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용이 편리하게 깔끔하게 나눠놨고 지하 투기장을 지상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예 스포츠처럼 만들어 더 큰 수익을 내려 합니다. 아마 다다음 달엔 포인트의 2배 이상은 가뿐히 벌 겁니다.”

형우가 도착해서 제일 감탄했던 것 중 하나가 구역별 정리였다.

구역별로 숙소, 상점, 유흥업소 등.

원래도 잘 나뉘어 있었지만, 아예 대놓고 정리를 해버리니 더 깔끔해졌다.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사람들 사이는 어떤가요?”

“죄수들이 다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겉으로는 이젠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차피 노예 문서로 묶어진 사이였다.

다 같은 운명인데 자기들끼리 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잘았다.

그 때문에 지금은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범죄자들이기에 속마음을 당연히 몰랐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렇게 한참을 더 말하고 나서야 밀린 서류들에 대한 결재를 마쳤다.

다만, 이건 시작이었다.

이제 급한 보고와 급한 서류를 처리한 것이기에 아직 많은 게 남았다.

“좋습니다. 수고하셨고 오늘은 그래도 좀 피곤하니 나머지는 내일 처리하겠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나머지는 내일 또 보고드리겠습니다.”

“쉬십시오.”

둘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후우… 이제 돈방석에만 앉으면 되나?”

다음 달에 500만, 다다음 달엔 1,000만 포인트 이상.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가 굴러들어왔다.

그렇게 반년만 있으면 A급 능력을 모두 강화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다시 또 움직여야지.’

형우의 목표는 당연히 이곳의 탈출이었다.

그 탈출을 위해서 재능 100개를 모아야 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선 계속 움직여야 했다.

“아함… 일단 조금만 자둘까. 노숙만 했더니 침대가 그립네.”

형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빠직.

“어?”

그때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랜덤 박스에서 얻었던 알에 금이 가자 형우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곧 알에선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가 튀어나와 포효를 내질렀다.

“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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