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4화 (35/151)

▣ Chapter 2-9

“으흠…….”

타닥타닥.

쉘터 안,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 소리와 형우의 침음성만 들려왔다.

형우는 어색한 눈으로 소녀를 힐끔거렸다.

소녀는 멍한 눈으로 앉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치겠네…….’

인사니오의 눈으로 소녀를 본 순간, 앞뒤 안 가리고 데려왔다.

정말 충동적이긴 했으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소녀의 능력은 그만큼 충격적이었으니까.

[민소정/F급/1소켓-F급 체력 강화 2소켓-A급 디버프 해제(미구현)]

일단 F급 무능력자는 아니었다.

체력 강화라는 능력이 있긴 했다.

물론 F급에겐 있으나 마나 한 능력이라 무능력자라 말한 거 같았다.

그러나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정은 무려 멀티 소켓 능력자였다.

다만, 특이한 게 2소켓에 미구현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 말은 후천적으로 2소켓이 개발되는 능력자라는 거였다.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나 언젠가 A급 헌터로 각성할 수 있었다.

‘와… 채워질 능력까지 보여줘?’

형우는 다시 한 번 인사니오의 눈에게 감탄을 했다.

그저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 정도로 알았는데 빈 소켓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생길 능력까지도 보여줬다.

여하튼 그걸 본 형우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A급에다가 디버프 해체라는 처음 보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막상 데려와 놓고 보니 너무 어색했다.

말 한마디 붙이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형우가 사회성이 안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상황 자체 때문인지 더 그랬다.

‘아, 뭐라고 해야 하지?’

형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첫 말을 꺼냈다.

“음… 이름이 뭐예요?”

이미 이름을 알고 있긴 했지만, 물어봐야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이름을 알고 있으면 당연히 경계할 터.

안 그래도 서먹서먹한데 여기서 더 서먹해지고 싶진 않았다.

“…민소정.”

“음…내가 오빠니까 말 좀 놔도 될까요?”

“네…….”

“그래, 고마워.”

“…….”

“…….”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 형우는 소정의 마른 몸에 시선이 갔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그걸 본 형우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꺼냈다.

빵, 물, 그릇에 든 수프.

그런데 꺼낸 수프에서 약간의 김까지 났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공간은 유통기한 무제한의 냉장고였다.

상태 그대로 보존을 시켜준다.

그 덕분에 꺼낼 때 처음 넣었을 때와 똑같은 신선도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

형우가 음식을 꺼내놓자 소정은 먹고 싶다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을 본 형우는 바로 소정에게 음식과 수저를 내밀었다.

“배고프지? 이것 좀 먹을래?”

“네!”

내밀기 무섭게 소정은 음식에 코를 박으며 먹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혁에서 팔리기 전부터 팔린 후까지 제대로 음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나중에 노예 시장이 있는 B구역에 도착했을 땐 며칠간 제대로 먹이긴 했다.

팔아야 하는 ‘상품’이니 잘 보여야 했으니까.

다만, 지금까진 기껏해야 2~3일에 한 번, 미음이나 작은 빵 쪼가리 하나가 주어졌다.

그러니 그동안 배고픔에 미쳐 있었을 터.

달그락. 달그락.

순식간에 음식을 다 먹어치운 소정은 그릇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음… 더 먹을래?”

형우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빵을 더 건넸다. 그리고 그 빵은 건네기 무섭게 소정의 입으로 들어갔다.

‘어쩌다가 여기로 왔을까…….’

정말 어린 소녀였다.

말라서 더 어려 보이긴 했으나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의 아이.

한창 부모에게 투정부릴 나이였다.

그런데 왜 감옥에 들어오게 된 건지 의문이었다.

물론 사람은 것만 보고 알 수 없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흉악범이 되지 말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안쓰러운 건 안쓰러운 거였다.

형우는 자신도 모르고 소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흠칫.

“아, 음… 아냐. 계속 먹어.”

소정이 흠칫하며 물러나자 형우는 당황하며 손을 뺐다. 그리고 그 행동 때문에 소정은 형우를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에휴…….’

기껏 좋게 만들어놨는데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됐다.

다시 먹을 것을 꺼내 건네준 형우는 대충 때우고 침낭을 꺼냈다.

‘시간이 좀 지체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하루는 쉬게 해줘야지.’

소정은 당장 출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능력에 체력 강화가 있다 해도 최소한 하루는 쉬어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능력이 제대로 쓰일 리 없었으니까.

물론 형우가 업어준다거나 블링크로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형우는 오늘 하루를 쉬기로 했다.

“그, 그럼 자라.”

“네…….”

형우는 어색하게 말을 했고 소정은 어색하게 답했다.

그렇게 어색한 하루가 지났다.

6일 후.

다섯 번째 밤에 가까워진 시각, 저녁 7시쯤 형우와 소정은 드디어 C구역에 도착했다.

“이야!”

“우아…….”

둘은 C구역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C구역은 정말 크고 넓었다.

E구역이 작은 소도시였다면 여긴 정말 대도시였다.

구역 자체가 문에서부터 살짝 경사가 져 있어서 도시의 끝까지 보였는데 그 끝이 정말 길었다.

“E구역은 정말 촌 동네였구나.”

E구역과 C구역을 비교하며 형우는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C구역 좌측 외각 사냥을 할 팀원을 구합니다!”

“각종 무기 팝니다! 구경하세요!”

“개미지옥으로 사냥 갑니다! 어서 모이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시끌시끌한 시장 분위기였다.

다만, 좀 특이한 게 뭔가 파는 사람보다 팀원을 구하는 이들이 많았다.

C구역 근처엔 아직 몬스터가 넘쳤으니까.

D구역이나 E구역, F구역은 몬스터가 많이 없었는데 유독 C구역만 몬스터가 많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초기 C구역을 점령했던 길드들은 바로 B구역으로 넘어가 버렸다.

C구역이 별것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당시 길드 간의 경쟁과열이 심했기에 B구역 선점을 위해 바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 덕분에 C구역이 순식간에 방치됐고 현재까지도 몬스터가 많았다.

덕분에 하위 구역엔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여긴 어떻게 레이드가 이뤄지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여유롭게 몬스터 사냥이나 할 생각은 없었다.

여유가 많긴 했으나 그래도 괜히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노예 사냥꾼과 민소정을 만나면서 예정에 없었던 하루를 소모했다.

‘딱 30일 남았을 때 출발했으니 이제 22일 남았나?’

“와, 여기 정말 커요!”

소정은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중에서 시장에 많은 시선을 줬다.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보니 형우도 마찬가지로 시선이 갔다.

“이따 실컷 보게 해줄게. 그리고 소정이 원하는 거 있으면 몇 개 사줄게.”

“정말요?”

“그래, 정말로.”

“고마워요!”

소정은 형우의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는 피식 웃었다.

‘역시 애는 이래야지.’

며칠 사이 눈에 띄게 밝아진 소정이었다.

이곳에 오는 동안 형우는 소정에게 많은 노력을 했다.

일단 몸을 회복하기 위해 최대한 잘 먹였다. 그리고 어색하더라도 계속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형우는 소정에게 최대한 잘해줬다.

그러자 소정도 차츰차츰 마음을 열었다.

노예 문서가 있는데 굳이 이런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걸 그녀도 알았으니까.

물론 일부러 이렇게 노력하는 변태도 있었지만… 다행히 소정은 그것까진 생각 안 한 듯했다.

덕분에 서먹서먹한 기류는 사라지고 어느 정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소정이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들을 수 있었다.

‘원수에 대한 복수. 제일 흔하지…….’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 소정의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했다.

그 덕분에 소정이 유치원 다닐 때쯤까진 꽤 부유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공장이 무너지면서 소정의 가족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몬스터에 의한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기에 구제는 사실상 바랄 수도 없었다.

덕분에 하루아침에 채무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렇게 몇 년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소정의 부모는 성난 채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정말 한순간에 멀쩡히 살아있던 부모가 소정의 눈앞에서 허물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은 소정은 부모의 생명을 앗아간 채무자를 죽였다. 그리고 헌터인 소정은 관리자에게 잡혀 5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게 됐다.

‘이런 스토리가 너무 흔하다는 게 정말 슬프네.’

몬스터가 나타나고 이런 케이스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다.

10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지금까지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감옥에 들어온 소정은 얼마 뒤 운 없게 노예 사냥꾼한테 잡혀서 박인혁에게 팔렸었다. 그리고 형우에게 다시 팔렸고.

그나마 다행은 그사이 험한 꼴까진 안 봤다는 거였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소정의 마음을 여는 건 정말 힘들었을 거다.

안 그래도 부모가 눈앞에서 죽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일단 여관 들렀다가 상점으로 가자.”

“네!”

둘은 근처 여관에서 간단히 짐을 풀고 블랙 머천트의 상점을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블랙 머천트 님께서 운영하시는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멘트로 인사하라고 교육이라도 시키는 건가?’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귀에 익은 멘트가 들려왔다.

형우는 바로 필요한 물건을 말했다.

“리마 치료제는 어디에 있습니까?”

리마는 그들이 ‘던전 중독’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형우는 리마 치료제를 물어봤다.

“리마 치료제는 3층에 구비되어 있습니다만, B급 회원권을 미소지 시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여깄습니다.”

형우는 바로 A급 회원권을 보여줬다.

그러자 엘프는 회원권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확인했습니다, 손님. 안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엘프는 바로 형우는 3층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형우는 치료제를 살 수 있었다.

“드디어…!”

형우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치료제의 가격이 무려 300만 포인트였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주륵.

형우는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슬쩍 눈물을 훔친 형우는 치료제를 조심스럽게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만 있으면 몇 년간 동생을 괴롭혔고 형우도 괴롭혔던 악마에게서 벗어나는 거였다.

‘선우야, 이제 끝났어!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참아줘.’

지금쯤 슬슬 포션의 약효가 줄어들 시기였다.

조금씩 고통을 느낄 시기.

그래도 2개월까진 고통이 덜하긴 했으나 그것마저도 형우의 맘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이제 얼마 뒤면 그것도 끝이었다.

“축하해요, 오빠!”

“음, 고마워.”

소정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를 했다.

오는 길에 소정이에게 여동생의 일을 이야기를 해줬다.

비슷한 나잇대라 그런지 그 이야기를 할 때 소정은 눈물까지 글썽였었다.

‘사실 이거 덕분에 소정이가 마음을 열어줬지.’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소정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자, 이제 나가자. 시장 구경해야지.”

“네, 오빠!”

둘은 바로 C구역 시장으로 향했다.

형우는 소정이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마음껏 사줬다.

시장에서 파는 이런 것들은 아무리 사봐야 포인트 소모가 크지도 않았다.

푸드 파이터가 온다면 몰라도.

여하튼 그렇게 형우는 소정이 원하는 만큼 시장을 돌아다녔다.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가 돼서야 여관으로 돌아왔다.

끼익.

“정말 신나게 놀았네…….”

형우는 피곤한 얼굴로 방 안에 들어왔다.

역시 어리다고 여자의 쇼핑을 무시하면 안 됐다.

남자가 게임에 미치듯 똑같이 쇼핑에 미쳐서 쉼 없이 돌아다녔다.

특히 소정이의 옷을 사줄 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 덕분에 무려 A급 헌터인 형우는 지친 얼굴이 됐다.

“먼저 깨끗이 씻고 나와. 오빠는 짐 정리 좀 할 테니까.”

“네!”

사온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음식부터 장식품, 액세서리 등.

여동생 선우에게 그동안 못 해준 한이라도 풀 듯 형우는 막 사줬고 소정도 막 골랐다.

그래서 정리를 좀 해줘야 했다.

이 상태로 그냥 아공간에 밀어 넣었다간 나중에 감당이 안 될 터였다.

“이건 뭐야? 별걸 다 샀네. 그리고 이건… 음?”

그런데 한참 정리하던 중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방에 있는 창문이 열린 게 보였다.

그 순간 누군가 형우에게 접근했다.

스윽.

“블링크!”

팟!

형우는 바로 블링크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갑자기 기습한 자의 뒤로 이동해 목에 검을 댔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정체불명의 사람은 목에 검이 닿자 움직임을 멈췄다.

“당신 뭐야?”

“…….”

그 말에 상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이 완전히 보였을 때 형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지영?!”

형우에게 엿…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사라졌던 신지영이었다.

뚝, 뚝.

그리고 지영은 피를 온몸에서 흘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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