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3화 (34/151)

▣ Chapter 2-8

타닥타닥.

모닥불이 불타오르며 땔감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닥불 주변에서 여자 둘이 요리를 했다.

“앉아서 편히 쉬세요. 미선이랑 윤희가 워낙 요리를 잘해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좀 도와드려야…….”

“아아, 괜찮습니다. 은인이신데 저희가 일을 시킬 순 없죠.”

“쉬세요! 원래 저희 둘이 요리해서 이게 편해요.”

쉘터에 도착한 그들은 형우에게 대접하겠다며 요리를 준비했다.

여자 둘이 요리를 시작했고 남자들은 돕겠다는 형우는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는 사이 요리가 완성돼가며 점점 좋은 냄새가 났다.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안민섭이라고 합니다. 아깐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필 트롤이 나타나는 바람에…….”

“아닙니다. 일행 중에 다치신 분은 없나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저희가 다 D급 3명, E급 3명이라서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안 그래도 중간에 다른 몬스터를 만나 지친 상태였는데… 만약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저희 모두 죽었을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민섭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 말했다.

그러면서 아까 전 일을 물었다.

“아까 정말 실력이 대단하셨습니다. 능력으로 시야를 가리고 바로 달라붙어서 목을 푹! 혹시 B급이십니까?”

“아, B급은 아닙니다. C급인데 강화를 좀 했습니다.”

“와! 강화까지! 어디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십니까?”

강화를 했다는 말에 다른 2명이 관심을 가지고 달라붙었다.

“그럼 강화는…….”

한창 대화의 꽃이 피는 사이 요리는 거의 완성이 돼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화에 끼지 않은 남자 하나가 여자 둘에게 다가갔다.

“다 됐냐?”

“다 됐어요. 이제 따로 빼서 넣기만 하면 돼요.”

남자의 말에 미선이 대답하며 그릇에 수프를 담았다.

“저번처럼 실수하지 마라. 저번에 너 때문에 쪽팔리게 쓰러진 거 생각하면 진짜.”

“아, 인성 오빠 잔소리 좀…! 저번엔 정말 헷갈려서 그랬다니까요. 이거나 갖다 줘요. 오른쪽에 약 탔어요.”

미선 뾰족한 소리를 내며 그릇을 건넸다.

그들은 형우가 떠드는 사이 수상한 행동을 했다.

사실 그들은 일반적인 팀이 아니었다.

‘팀 헌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노예 사냥꾼이 그들의 정체였다.

그들은 좀 강해 보이는 헌터가 보이면 위기에 빠진 것처럼 속여서 이곳 쉘터로 돌아왔다.

그 뒤에 수면제를 탄 음식을 먹여 재우곤 온몸을 속박한 뒤 노예상인에게 팔아버렸다.

자신들보다 약한 헌터는 당연히 그냥 바로 덮쳤고.

그렇게 획득한 ‘상품’을 노예 상인에게 판매했다. 그리고 이곳 쉘터는 그들과 노예 상인과의 약속된 장소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 ‘상품’을 팔기 위해 목표를 쉘터로 데려왔다.

“네네. 직접 서빙하고 오겠습니다.”

윤희가 건넨 그릇 두 개를 받아든 인성은 바로 수면제가 든 그릇을 형우에게 전해줬다.

“자자, 식사 완성됐습니다. 먹으면서 천천히 더 대화 나누시죠.”

“감사합니다.”

형우가 그릇을 받아들자 힐끗 그릇을 바라봤다.

그런데 형우가 갑자기 돌발행동을 했다.

“제가 먼저 받기 좀 그러네요. 먼저 받으시죠.”

“아, 저는 괜찮…….”

“아아. 아니에요. 제가 불편해서 그러니까 먼저 받으세요.”

“아…….”

형우는 억지로 민섭에게 그릇을 넘겼다.

그러자 비상이 걸렸다.

“윤희야! 수면제 하나 더 타라. 수면제 든 거 딴 사람한테 갔어.”

“뭐? 왜?!”

“쟤가 그걸 민섭이한테 줘버렸어.”

“아, 진짜…….”

윤희는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하나 더 탔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면제가 든 그릇은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제가 나르겠습니다.”

“네, 네?”

이번엔 형우가 직접 가서 그릇을 가져오는 바람에 또다시 엉뚱한 사람에게 그릇이 가버렸다.

그러자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엉뚱한 사람 둘이 수면제가 든 수프를 받고 정작 수면제가 전달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냥 수프를 받았다.

덕분에 두 명은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형우는 그 말을 하며 힐끗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봤다.

‘알고 놀리는 것도 재밌네.’

이미 형우는 그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인사니오의 눈.’

[추미선/C급/1소켓-C급 블레이징]

[안민섭/C급/1소켓-C급 라이트닝]

[김인성/D급/1소켓…….]

‘팀 헌터는’ 각각 C급 2명에 D급 4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 정도 조합의 파티면 지쳐있다 하더라도 중상인 상태만 아니면 트롤을 못 잡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등급부터 속였었지만.

게다가 오랜만에 등장한 의뢰서가 그들의 정체를 알려줬다.

『의뢰서 0-5#

내용: 노예 사냥꾼 청소.

보상: 소켓 증여.』

‘노예 사냥꾼이라… 정말 쓰레기네.’

덕분에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

여하튼 그렇게 저들의 정체를 알고 나니 하는 행동들이 다 보였다.

덕분에 조금씩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써야 했다.

‘근데 소켓 증여는 뭐지?’

그런데 보상이 좀 특이했다.

처음 보는 보상이었다.

소켓이면 소켓이지 증여가 왜 붙은 건지 이해를 못 했다.

‘누구 주라는 건가? 쩝… 모르겠다.’

형우는 고개를 저으며 수프를 떠먹었다.

“맛있네요.”

“아, 네. 마, 맛있게 드세요.”

민섭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는 와중에 수면제 수프를 받은 두 명은 몰래 수프를 버리고 돌아왔다.

그렇게 어색한 식사가 끝나고 늦은 밤이 되자 다들 침낭을 꺼내 누웠다.

감옥에서 생활은 구역 안이 아니라면 비박이 기본이었다.

그 때문에 여러 침낭이 인기 물품으로 팔렸다.

형우도 아공간 주머니에서 침낭을 꺼냈다.

“근데 저거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들고 있는 거 없지 않았어?”

“어, 그러게. 허리에 검 말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설마?”

“아공간 능력자? 멀티 소켓?”

그들은 아무것도 안 들고 있던 형우가 큰 침낭을 꺼내자 아공간 능력자로 의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형우가 가진 아공간 주머니는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서도 팔지 않는 물건이었다.

오직 형우만 가진 유일한 아이템.

그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아공간 능력자를 떠올렸다.

“와, 아까 망친 게 다행이었네. 아공간 능력자인지도 모르고 겉만 털었으면 얼마 못 건졌을 거 아니야.”

“좀 있다가 누우면 바로 시작하자.”

“오케이.”

그들은 그 말에 동의했다.

“주무세요!”

“네, 주무세요.”

형우는 그 말을 하곤 얼굴에 후드를 뒤집어썼다.

나머지는 그 모습을 잠시 보더니 자는 척을 하고 누웠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좀 더 타들어 가고 시간이 흘렀을 때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C급 풀강 능력자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힘들었다.

C급 능력자가 둘이라지만 C급 풀강과 싸우게 되면 분명 피를 봐야 했다.

그냥 적당히 연기해주고 기습을 하면 아무런 피해 없이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에 굳이 싸울 이유도 없었다.

스으윽.

가까이 다가온 민섭은 침낭에 검을 들이밀었다.

툭!

“일어… 어?”

그런데 침낭을 건드린 민섭의 표정이 이상했다.

사람을 건드렸다기엔 감촉이 너무 부드러웠다.

확!

“어, 없어?”

“뭐?”

후드를 들추자 빈 침낭이 보였다.

그들은 당황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윈드.”

휘이잉.

“으, 으악!”

“어어?!”

6명 모두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날아갔다.

다들 대응을 못 하고 그대로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퍽! 쿵!

“억!”

“큭…!”

“이 새끼가!”

민섭은 욕지거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형우를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형우는 태연하게 모닥불 근처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하…!”

어이없는 장면에 헛웃음을 지으며 바로 달려갔다.

“하아압!”

검을 높게 들곤 형우를 그대로 정수리부터 토막 내겠다는 듯 달려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의 검은 형우에게 닿지 못했다.

“속박.”

뚝.

“어?”

“뭐, 뭐야?”

갑자기 몸이 안 움직이자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눈알만 굴렸다. 그리고 형우는 주먹을 매만지며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줬다.

그 순간 ‘팀 헌터’의 멤버 6명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개됐다…….’

잠시 후 그들에겐 평생 기억 남을 긴긴밤이 시작됐다.

“푸르릉! 푸릉!”

“워워!”

세 번째 밤이 지난 약 1시경, 형우가 있는 쉘터에 누군가 나타났다.

쉘터에 나타난 이는 푸른색 말 둘이 이끄는 쌍두마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그 마차 뒤엔 쇠창살로 된 큰 케이지가 보였다.

케이지 안에는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한 노예들이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있었다.

탁.

남자는 마차 앞칸에서 내렸다. 그리고 익숙하게 쉘터 안으로 들어왔다.

다만, 이번에 본 광경은 익숙한 광경이 아니었다.

“상품이 바뀌었군.”

남자는 앞에 보이는 6명을 보여 짧게 말했다.

‘팀 헌터’는 형우에게 실컷 얻어터지고 온몸을 피멍으로 도배하고 있었다.

얼마나 얻어터졌는지 바닥에 엎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음… 나야 상품만 있으면 되니까.”

남자는 자신과 거래하던 이들이 거래 물품으로 변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숫자가 늘어났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노예 상인? 인사니오의 눈.’

형우는 남자에게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했다.

[방인혁/A급/1소켓-B급 서먼 홀스 2소켓-A급 육체 강화]

‘멀티 소켓?! 아니, 그것보다 육체 강화가 A급이 있었어?’

놀랍게도 평범한 노예 상인처럼 보였던 방인혁은 무려 A급 헌터였다. 그리고 멀티 소켓과 육체 강화는 꽤 충격이었다.

형우는 그동안 육체 강화는 기껏해야 D급까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A급에서 육체 강화가 있었다.

싸워보진 못했지만, 이런 타입은 싸우기 정말 까다로운 상대일 거 같았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게 있었다.

‘방인혁… 설마 SH 길드장의 동생일 줄이야…….’

방인혁.

A구역에 상주 중인 거대 길드 SH의 수장 방수혁의 동생이었다.

박 사장에게 세력 구도나 중요 인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었기에 방인혁도 어느 정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노예장사나 하고 있다고?’

영 의문이었다.

A급에서 블랙 큐브를 파는 게 노예장사보다 더 큰 벌이었다.

그런데 굳이 거대 길드 수장의 동생이 직접 돌아다니며 노예장사를 한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다 팔 건가?”

“아, 네. 6명 다 팔게요.”

딴생각하던 형우는 인혁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형우는 이미 이들을 노예로 팔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등급은?”

“C급 2명, D급 4명입니다.”

“C급은 두당 100만 포인트, D급은 두당 50만 포인트다. 노예 문서가 없다면 60만 포인트를 제하고 돈을 주겠다.”

‘와, 장난 아니네.’

총합계 400만 포인트.

사람 몇 명을 판 것으로 순식간에 400만 포인트가 벌렸다.

‘도박장에서 어렵게 뛰면서 조작까지 해야 벌리는 돈인데…….’

돈이 너무 쉽게 벌리자 왜 노예 사냥꾼이 있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들은 죗값을 치르는 것뿐이었으니까.

“노예 문서는 여깄습니다.”

형우의 아공간 주머니엔 충분한 양의 노예 문서가 있었다.

워낙 E구역을 장악하면서 노예 문서를 많이 썼던 터라 예비용으로 많이 비축해놨다.

그 덕분에 6명 모두 노예 문서를 작성해놓을 수 있었다.

“아, 안 돼!”

“팔지 말아줘!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까 제발!”

형우가 자신들을 팔려고 하자 그들은 발악하며 소리쳤다.

노예로 팔리게 되면 어떤 인간에게 팔릴지 알 수 없었다.

성 노예면 양반일 정도.

범죄자들이 있는 곳에선 정말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차라리 남을 도와줄 생각이라도 하는 형우에게 있는 게 유일한 살길이었다.

그러나 형우는 이미 생각을 굳혔다.

툭.

“400만 포인트다.”

“감사합니다.”

“아아…….”

“…….”

형우가 포인트를 건네받자 그들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방인혁에게 팔린 이상 그들에게 희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이번엔 좀 색다른 마무리군.]

‘팀 헌터’를 팔자 인사니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안주머니에 보상이 들어왔다.

“들어가라, 노예들.”

그들은 바로 케이지로 끌려갔다.

그 모습을 보니 약간의 동정심이 생겼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형우는 그러면서 다른 노예들에게 시선을 줬다.

새로운 노예들이 들어오든 말든 노예들은 초점 없이 앉아있었다.

‘인사니오의 눈.’

형우는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해 노예들을 봤다.

[김우일/D급/1소켓-D급 스나이핑]

[유선영/C급/1소켓-C급 파이어]

[신용진/D급…….]

노예들을 둘러보자 대체로 C~D급 사이였다.

전투든 뭐든 노예로 써먹기 적당히 좋은 등급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형우는 깜짝 놀랄만한 것을 보게 됐다.

‘어?’

형우의 시선이 한 소녀에게서 멈췄다.

시선의 끝엔 이제 겨우 14~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

“잠깐만요!”

“왜 그러지?”

“저기 안에 있는 노예도 파는 겁니까?”

“물론.”

“저 여자애를 좀 사겠습니다.”

그 말에 인혁은 주머니에서 뭔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꺼내 훑어봤다.

“으흠… 저 노예라면 F급 무능력자라고 적혀 있군. 그래도 사겠나?”

“예.”

“아아, 다른 용도로 쓴다면 뭐 나쁘지 않지. 가격은 50만 포인트다.”

인혁은 알아서 오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형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다만, 그것 때문에 인상을 찡그린 건 아니었다.

‘썩을. 더럽게 비싸네.’

형우에겐 D급을 50만에 사놓고 F급 무능력자를 50만 포인트에 팔았다.

그래도 400만 포인트와 그들에게서 강탈한 100만 포인트가 있었으니 큰 지출은 아니었다.

형우는 바로 포인트를 건넸다.

철컹.

돈을 받자마자 인혁은 소녀를 꺼내줬다.

“노예 문서는 여깄다. 다음에도 또 거래했으면 하군.”

거래가 끝나자 인혁은 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가자.”

“푸르릉!”

인혁은 바로 쉘터를 떠났다.

“음…….”

“…….”

그리고 형우와 소녀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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