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2화 (33/151)

▣ Chapter 2-7

끼익.

“어서 오십시오, 손님. 블랙 머천트 님께서 운영하시는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 들어오자 엘프는 고정 멘트로 손님을 반겼다.

형우는 바로 엘프에게 회원권 갱신을 요청했다.

등급은 당연히 A급.

요청을 받자 엘프는 1층 프론트로 안내해줬다. 그리고 곧 회원권이 갱신됐다.

형우는 갱신된 A급 회원권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정말 돈이 막 깨지는구나.’

A급 회원권으로 갱신하려면 무려 1,50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게다가 아직 B급 회원권을 갱신 못 한 상태였기에 B급으로 갱신하는 비용 1,000만 포인트도 같이 썼다.

덕분에 잠깐 사이 2,500만 포인트라는 거금이 날아갔다.

‘이제 2,000만 포인트가 남은 건가?’

원래 가지고 있던 500만 포인트까지 포함해서 아직 많은 돈이 남았으나 이것도 A급을 강화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돈이었다.

A급 능력 강화엔 한 번 당 50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딱 하나만 하자…….’

4번 하면 전 재산이 날아갔다.

딱 한 번이 형우에겐 최선이었다.

거기에 포션과 노예문서, 계약서, 용준에게 줄 돈까지 해서 700만 포인트를 쓰려 했다.

그렇게 되면 남은 돈은 약 800만 포인트.

아직 충분히 많은 돈이긴 했으나 만약을 대비해서 아끼기로 했다.

“형, 나중에 봐요!”

“그래.”

100만 포인트를 받은 용준은 신나서 뛰어갔다.

형우는 엘프의 안내를 받아 4층으로 이동했다.

“4층 A급 잡화점입니다.”

4층에 도착하자 엘프는 안내를 시작했다.

“강화의 돌은 층 중앙에서 판매 중이며 4층부터는 블랙 큐브가 합금처리 된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형우는 그 말에 무기들을 둘러봤다.

블랙 큐브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블러드 큐브를 몸소 직접 캐면서 다른 큐브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됐다.

그렇기에 그 가치 또한 잘 알았다.

다만, 가치만큼 돈은 비례했다.

‘2,000만 포인트?’

형우는 검 하나의 가격을 보며 경악했다.

평범해 보이는 검이 블랙 큐브 하나 첨가했다고 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쌌다.

그러나 이건 형우가 블랙 큐브만 알고 다른 걸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블랙 큐브가 비싸긴 했으나 그거 하나 넣었다고 평범한 검이 이렇게 뛰지 않았다.

블랙 큐브와 같이 합성한 다른 재료들 때문이었다.

그걸 모르는 형우는 블랙 큐브를 더욱더 비싼 물건으로 생각하게 됐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형우가 검을 보고 있자 엘프는 검을 꺼낼 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형우는 바로 손사래를 쳤다.

“A급 강화의 돌은 몇 개를 드립니까?”

“1개만 부탁합니다.”

중앙에 온 형우는 강화의 돌을 하나 구매했다.

마음 같아서는 풀강을 바로 하고 싶었으나 마음일 뿐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나 더 살 수 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형우는 아쉬움을 달래며 포션이 있는 곳으로 갔다.

포션은 각층에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효과는 층마다 조금씩 달랐다.

포션의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으나 위층으로 가면 갈수록 부가적인 게 추가됐다.

회복과 함께 피로 회복, 포만감, 재생력 일시 증가, 집중력 향상 등이 있었는데 이곳은 포만감과 피로 회복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었다.

형우는 포션을 총 90개 구매했다.

소모된 포인트는 450만.

80개는 동생에게 전해질 것이고 나머지 10개는 본인이 쓸 비상용이었다.

“포션을 많이 구매하시는군요.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준비 중이십니까?”

엘프는 형우가 많은 포인트를 쓰자 웬일로 말을 걸었다.

평소엔 거의 말을 걸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닙니다. 동생이 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좀 많이 샀습니다.”

“병이라면 포션보다 치료제를 구매하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엘프는 의아한 시선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네?”

“병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병의 종류별로 치료제도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엑?!”

“다음에 또 들러주십시오. 고객님.”

“후우…….”

끼익.

형우는 길게 한숨을 쉬며 블랙 머천트의 상점을 나왔다.

결과적으로 치료제는 살 수 없었다.

포인트가 부족해서 못 산 건 아니다.

그 치료제가 이곳에 없어서 못 샀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형우의 여동생 선우가 걸린 ‘던전 중독’을 치료하는 치료제는 E구역 블랙 머천트의 상점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엘프는 형우에게 다른 말을 해줬다.

‘안타깝게도 그 치료제는 이곳에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C구역 상점엔 있습니다.’

C구역에 동생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

형우는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 당장 달려가기엔 벌여놓은 일이 많았다.

새로 흡수한 D구역 길드 연합 문제도 있고 아직 구역 자체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자리를 비웠다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제 형우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풀렸을 터였다.

몬스터 웨이브를 겪으며 속박과 윈드, 블링크는 이미 공개가 됐다.

무려 세 개의 소켓, 멀티 소켓 능력자라는 게 알려졌다.

아직 B급, C급, D급 3개로 알려있었으나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구역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등극하면서 이제 곧 감옥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할 터였다.

최소한 안정화는 시켜놔야 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은 이제 약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

형우는 일단 보름 정도의 시간을 정비에 힘쓰려고 했다.

그리고 남는 한 달.

용준이 출소하기 전까지 C구역에서 치료제를 사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다행히 보름이면 충분히 왕복하고도 남았다.

혹시 변수가 있을 수 있어도 왕복 시간 두 배의 여유를 뒀으니 큰 문제는 없을 터.

“일단… 조금만 참자.”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용준과 함께 투기장으로 돌아왔다.

보름 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보름 동안 E구역은 빠르게 안정됐다.

처음엔 갑자기 인원이 크게 늘면서 잡음이 많았다.

E구역 뒷골목, E구역 5대 길드, F구역 노예 광부, D구역 길드 연합.

안 그래도 4개 세력이 합쳐진 잡탕 같은 곳이었으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부길드장 박 사장과 김 사장은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거친 암흑가에서 투기장으로 버텨온 게 운빨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비록 D급이라서 반발이 없던 것은 아니나 둘은 형우의 이름을 수시로 팔아가며 조직을 장악했다.

덕분에 지금은 꽤 안정된 상태였다.

그러면서 길드를 세분화했다.

길드의 총인원이 1,100명이 넘었다.

구역 전체 인원의 약 7할이나 될 정도로 거대 길드가 됐기에 나눠줄 필요가 있었다.

일단 상권에 관한 모든 건 사장 두 명에게 맡겼다.

나머지는 채굴장, 경비대, 전투 부대, 수색 부대 등으로 나눴다.

그렇게 나눠놓고 보니 D구역에 상주 중인 리넬 길드보다 더 강한 세력이 됐다.

A급 1명, C급 11명, D급 250명.

당장 C구역에 들어가서도 어느 힘을 낼 수준이었다.

그렇게 정비가 끝나자 형우는 C구역으로 떠난다고 두 사장에게 말했다.

“네?!”

“안 됩니다! 못 갑니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은 형우를 말렸다.

안정화는 되었다고 하나 조직의 보스가 비우기엔 시기가 좋지 않았다.

자리를 비우더라도 한두 달 뒤에 비우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그러나 곧 형우의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이유였으니까.

그렇게 허락 아닌 허락을 받은 형우는 C구역으로 떠났다.

“여길 자의로 나와볼 줄이야.”

E구역 문을 나와 길을 걷던 형우는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감옥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F구역에서 탈출할 땐 정말 자의 따윈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 본인의 의지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공포가 없었다.

‘A급이 오르니 세상이 참 달라 보이네.’

마치 어렵게 생활하던 서민이 로또에 맞아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돈 덕분에 생긴 여유처럼 능력 때문에 생긴 여유를 형우는 제대로 만끽했다.

“으흠… 여기서 두 시간만 더 걸어가면 쉘터가 있는 건가?‘

형우는 E구역부터 C구역까지 길이 그려진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았다.

지도엔 구역뿐만 아니라 쉘터의 위치와 거리 간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폰으로 그냥 보면 끝인데…….”

형우는 지도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밖이라면 스마트폰의 앱 서비스를 이용해 쉽게 봤을 터였다.

‘스마트폰이라… 나중에 아공간 능력자를 고용해볼까? 당장 어디에 있는진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가져와도 쓸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으나 또 적지도 않았다.

미리 설치해놓은 앱 중에 데이터 연결이 필요 없는 것들은 다 사용 가능했다.

배터리는 보조 배터리를 수십, 수백 개 충전해서 가져온다면 한동안은 문제없었다.

“스마트폰 말고도 가지고 오고 싶은 게 많긴 한데… 혼자 있으니까 잡생각이 다 드네.”

형우는 자신과 세트 메뉴인 용준을 두고 왔다.

C구역에 가는 건데 겨우 E급인 용준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D급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다른 C급을 데리고 가기엔 별로였다.

차라리 혼자가 나았다.

어차피 A급 헌터가 C구역에서 크게 위험할 것 같지도 않았고.

C구역에서 제일 높은 헌터는 B급.

제일 등급이 높은 헌터가 형우보다 아래였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혼자 나왔다.

그렇게 혼자 나오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왔다 갔다 했다.

앞으로 걱정부터, 쓸데없는 잡생각까지.

“크륵.”

“크륵.”

그때 잡생각을 잠시 없애줄 몬스터가 등장했다.

“오크?”

나타난 몬스터는 E급 오크.

번식력이 뛰어난 몬스터답게 가장 마주칠 확률이 높은 몬스터였다.

“크륵.”

오크들의 수는 약 20마리 정도 되어 보였다.

오크들은 바로 형우를 둘러쌌다.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여겨서인지 오크들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게 오크 생의 마지막 웃음이었다.

“윈드.”

휘이익!

형우는 C급 윈드의 사용했다.

윈드가 사용되자 형우의 몸 주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형우는 그 바람을 D급 윈드 커터 때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던졌다.

스악! 서걱!

“크악!”

“크…!

오크들은 대응조차 못 하고 토막이 났다.

바람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에 오크들은 왜 자신이 당한 건지도 모르고 쓰러졌다.

“히익?!”

“크륵! 크륵!”

단번에 반 이상의 오크가 죽자 남은 오크들은 기겁하며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은 잠깐이었다.

뒤이어 날아온 바람의 칼날에 앞서 먼저 간 오크처럼 나머지도 토막이 났다.

“별거 아니네.”

잠깐 앉았다가 일어나도 이것보단 시간이 오래 걸렸을 터였다.

가볍게 오크들을 처리한 형우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렇게 30분쯤 걸었을 때.

“꺄악!”

“음?”

어디선가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거리가 가까웠는지 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형우는 바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뛰어갔다.

그곳으로 달려가니 6명 사람과 몬스터가 보였다.

“이번엔 트롤이네.”

“크르르!”

쿵! 쿵!

트롤은 흉포한 기세를 내뿜으며 그들을 쫓고 있었다.

“빨리 달려!”

“조, 좀만 더 날리면 돼! 조금만 더 가면 쉘터야!”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달리고 있었다.

‘일단 도와주자. 대신 윈드 하나로만 상대하고.’

생각을 바로 정리한 형우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탓!

“엇? 위험해!”

“이봐!”

형우는 그들을 가로질러 트롤에게 달려갔다.

“윈드!”

휘이익!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윈드를 트롤의 머리로 날렸다.

“크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트롤은 두 팔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스악! 스악!

윈드는 트롤의 두 팔을 사정없이 긁어버렸다.

재생력만큼 방어력이 뛰어난 트롤이었기에 C급 풀강인 윈드로도 베어내진 못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하압!”

“…!”

머리를 막기 위해 손을 올리면서 시야가 가려졌다.

그 사이가 가려진 사이 형우는 트롤의 코앞까지 다가와 검을 찔렀다.

A급 헌터답게 달려오는 속도는 장난 아니게 빨랐고 트롤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푸욱!

“크, 크륵…!”

검에 목이 꽂힌 트롤은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형우는 바로 손을 두 번 움직였다.

스악! 스악!

툭. 털썩.

두 번의 칼질로 트롤은 머리와 몸이 분리됐다.

목을 잃은 트롤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러자 도망가던 이들이 돌아와 형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저흰 모두 트롤에게 죽었을 겁니다.”

“고마워요!”

그들은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자신들만 아는 근처 쉘터로 같이 갈 것을 권유했다.

은인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면서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들을 보는 형우의 눈이 이상했다.

“이대로 보내면 저희가 불편해서 그래요.”

“네? 같이 가요?”

그들 일행 중 여자인 두 명이 달라붙어서 형우를 유혹했다.

그때 형우의 안주머니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형우는 그걸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곤 알았다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형우의 지도엔 없는 쉘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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