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30화 (31/151)

▣ Chapter 2-5

금빛 영혼석.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영혼석이었다.

저번에 붉은 영혼석에 이어서 또 처음 보는 영혼석.

그걸 보곤 형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건 또 뭐야?’

금빛 영혼석은 여러 빛깔의 보석들 위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정말 희귀해 보이는 보석들이 넘쳤지만, 그것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워낙 하나가 크게 빛나고 있었기에.

“형우 형. 이거 누가 만든 걸까요?”

저번에 붉은 영혼석을 봤던 용준은 그 말을 먼저 꺼냈다.

그러나 저 영혼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곳은 던전 안이었다.

던전까지 들어와서 하필 이걸 모셔뒀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결국은 그냥 던전 자체 내에 있는 거라는 건데…….

형우는 일단 제단에 다가갔다.

제단에 가까이 가자 영혼석은 더 빛나 보였다.

“신기하네.”

형우는 빛나는 금빛 영혼석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마치 보석이 형우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갔다.

“어?”

스르륵.

그런데 기현상이 일어났다.

영혼석에 손이 닿자마자 스스륵 사라졌다.

깜짝 놀라서 손을 뗐지만 이미 영혼석은 사라진 뒤였다.

“길드장님? 이게 대체?”

“어? 형우 형! 어디 갔어요, 그거?”

“이게 무슨…?”

다가온 둘은 갑자기 사라진 영혼석을 보며 멍한 표정으로 형우를 불렀다.

그러나 형우도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곧 둘은 모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인사니오의 눈?’

사라진 영혼석은 놀랍게도 형우에게 흡수된 상태였다. 그리고 형우에게 ‘인사니오의 눈’이라는 정보가 전달됐다.

인사니오의 의지에 이어서 인사니오의 눈을 얻었다.

형우는 이 묘한 시리즈 능력을 보며 당혹스러워했다.

‘이번엔 또 뭐지?’

형우는 일단 E급 재생력이 있는 소켓에 인사니오의 눈을 장착했다. 그리고 힘을 집중해봤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형 혼자 꿀꺽한 거 아니에요? 와, 너무하다!”

“옆에서 봐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

딱!

“악! 아파요!”

형우는 헛소리를 해대는 용준의 이마를 때리며 용준의 머리 위에 올라온 무언가를 바라봤다.

[정용준/F급/1소켓-F급 증식]

놀랍게도 대상의 머리 위에 등급과 소켓의 정보가 공개됐다.

그걸 보며 형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을 돌리자 박 사장의 위에도 똑같은 정보가 나타났다.

정말 미친 능력이었다.

‘이건 정말 대박이다!’

칸만 차지하고 있던 인사니오의 의지와 달리 정말 엄청난 효과였다.

이거면 앞으로의 전투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될 터.

다만, 이게 헌터만 가능한 건지 몬스터도 가능한 건지는 아직 몰랐다.

‘차차 고민해보도록 하고… 나가는 건 저기로 나가면 되나?’

제단 뒤로 출구가 보였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곳은 쉬운 구조의 던전이었다.

갈림길 두 번을 빼곤 모두 다 직선으로 이어졌다.

정말 단순해도 너무 단순했다.

‘물론 저 여자가 말을 안 해줬으면 단순이란 말을 못 했겠지.’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 비밀 통로가 있었다.

만약 알려주지 않았다면 데스나이트들에게 죽고 다시 살아나도 찾아내지 못할 위치였다.

그걸 떠올리자 다시 여자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왜 여자는 관에 갇혀 있었고 이곳에 왜 이게 있는 건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

심지어 여자에게 인사니오의 눈을 사용해도 물음표밖에 뜨지 않았다.

‘데스나이트가 나왔으니… 혹시 언데드가 아닐까?’

그것에 대해선 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어깨에 둘러멨을 때 분명히 온기를 느꼈다.

살아있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온기.

거기에 언데드 특유의 냄새도 없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살점 제대로 붙어 있는 언데드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살아 있는 사람인 게 당연했다.

그래서 혹시 다른 종족이 아닐까 유심히 바라봤다.

그러나 다른 종족도 아니었다.

분명한 인간의 모습.

결국, 형우는 쓸데없는 추리를 포기하고 제일 편한 방법을 택했다.

‘이럴 땐 물어보는 게 최고지.’

형우는 무표정으로 앞만 바라보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시오.”

“시오?”

“제 이름입니다.”

“아니, 이름은 됐고 여기서 왜 있었던 건지 말 좀 해주세요. 왜 관에 있었고 여긴 대체 무엇인지 말이에요.”

“…….”

형우는 벽이랑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시오라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뒤로 어떤 물음에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 여자는 자기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는 건가?’

그나마 형우에겐 이름이라도 알려줬지, 다른 이들은 아예 상대도 안 해줬다.

그것 때문에 심통 난 용준은 혼자 제단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박 사장도 용준을 따라 제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서 자루에 제단에 있는 모든 것을 챙긴 박 사장이 형우에게 다가왔다.

“끙! 길드장님. 이제 그만 나가죠. 더 뭐 볼 것도 없는 거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자루였다.

박 사장 본인도 무거워서 끙끙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예, 뭐 더는 챙길 것도 없으니…….”

정말 싹 쓸어왔다.

제단에 있던 보석부터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만약 데스나이트가 없었다면 후에 다시 찾아와서 사방에 칠해진 금마저 모두 회수하려 했을 터였다.

“가죠.”

“드디어 탈출이다!”

밖으로 나간다고 하니까 용준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다 함께 출구로 들어갔다.

스륵. 스르륵.

출구로 나가자 맨 처음 봤었던 던전 게이트가 보였다. 그리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사장도 볼 수 있었다.

“헉! 기, 길드장님!”

김 사장은 허겁지겁 형우에게 달려왔다.

“계속 기다리셨던 겁니까?”

“네? 계속 기다리다니요?”

형우의 말에 김 사장이 의문을 표했다.

“김 사장, 그래도 의리가 있구만. 앞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주고 말이야.”

박 사장은 김 사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김 사장의 표정이 이상했다.

“세 시간이라니 무슨 소리야?”

“잉? 무슨 소리냐니. 우리 들어갔다 나온 지 세 시간밖에 안 됐잖아.”

“박 사장이야말로 무슨 소리야. 세 시간은 무슨. 벌써 10일이 지났어!”

“뭐?!”

“네?”

김 사장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꽤 긴박한 시간이었긴 했으나 하루가 지날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두세 시간 정도 보내고 온 게 다였다.

그런데 김 사장은 하루도 아니고 무려 10일을 보내고 왔다 말했다.

“허…….”

“안 그래도 조금 있으면 수색대가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온다고 온 겁니다.”

김 사장은 이들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밖으로 안내했다.

“여하튼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가서 씻고 식사도 하시면서 피로를 푸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네.”

형우는 일단 알았다 하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던전 게이트를 바라봤다.

‘이번엔 특이하게 의뢰서도 없었어. 게다가 시간 괴리까지…….’

무슨 사건이 있다 하면 심심치 않게 의뢰서를 뿌려대던 인사니오가 이번엔 의뢰서를 주지 않았다.

계속 안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나오는 건 언제 들어간 지 모를 뼛조각뿐이었다.

형우는 머리를 헝클며 위로 올라갔다.

온통 의문을 가지고 끝난 던전 탐사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런데 옆에 여자는 누구야? ”

"오다 만났어."

“…….”

태연한 박 사장의 대답에 김 사장은 말을 잃었다.

E구역 재건은 빠르게 이뤄졌다.

능력을 쓰는 게 아닌 단순 작업은 헌터에게 정말 쉬운 일이었다.

그 덕분에 밤새도록 쉴 새 없는 작업이 이어졌고 보름이 지났을 땐 도시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게다가 정비된 도시는 이전보다 더 깔끔했다.

이렇게 빠르게 재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블랙 머천트 덕분이었다.

몬스터의 사체를 판매한 돈으로 자재를 공급받았다.

그 자재는 바로 건설 현장에 투입됐고.

게다가 공사를 하다 보니 의외로 일이 적었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만 피해가 크다 보니 순식간에 정리됐다.

그 덕분에 E구역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그저 똑같이 원상복구 시킨 건 아니었다.

도시는 전체적으로 더 깔끔하게 정비하고 문의 입구에 초소와 벽을 설치했다.

감옥에서 천재지변과 같은 몬스터 웨이브가 다시 또 안 일어나라는 법이 없었다.

그걸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입구에 거대한 벽을 설치했다.

좌우뿐만 아니라 천장도 문 전체를 둘러싼 벽을 만들었다.

그 벽 뒤엔 바리케이드와 초소를 설치해서 방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설치가 끝나자 뭔가 든든해 보였다.

또 규격 외의 몬스터가 들이닥친다면 답이 없긴 했으나 이걸 설치함으로써 얻어지는 심리적 안정감이란 게 있었다.

그렇게 공사가 끝났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인원이 너무 많이 줄었습니다. 원래 상주 하는 인원이 대략 3,000명 정도였는데 사망자와 이후 구역을 빠져나간 이들 때문에 삼 분의 일로 줄어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삼 분의 일에서 반 이상이 다 우리 길드입니다. 게다가 경비와 기본 사업장 운영은 그렇다고 쳐도 5대 길드가 가지고 있던 채굴장은 인원이 없어서 못 돌리는 중입니다.”

“길드 신입을 좀 받아야 할 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파츠 길드와 경쟁이 붙긴 하겠지만 그래도 인원이 너무 필요합니다. 근처 구역에서 인원을 끌어올 필요도 있는 거 같습니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은 인원 충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구역 전체에 온통 형우의 길드원뿐이니 제대로 된 상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E구역이 복구되긴 했으나 몬스터 웨이브 때 겁먹은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빈집이 급격하게 늘었다.

어쩔 수 없이 형우는 밖으로 인원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다.

떠도는 인원이든 신입을 받든.

그런데 운 좋게 백여 명의 인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파츠 길드에 잡혀 광부 노예로 있다가 탈출한 이들.

‘영 찝찝한데?’

형우는 그들을 보자마자 의심부터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겨우 E급, F급들이 쉘터 위치도 정확히 모르면서 감옥을 며칠이나 떠돌고 있었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의심을 하고 있을 때 형우의 얼굴을 알고 있던 죄수가 나와서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들은 F구역을 탈출하자마자 쉘터부터 찾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구역으로 가기 전에 숨을 곳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숨고 보니 식량도 문제고 이 많은 인원이 다른 구역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였다.

그때 그들을 도와준 게 차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S급 헌터 차민은 감옥의 문 근처에 있는 쉘터로 그들을 안내했다.

덕분에 그곳에서 며칠을 버텼다.

차민은 그들에게 E구역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그나마 그곳이 제일 나을 것이라면서.

그 말에 고민하던 그들은 결국 E구역으로 향했다.

어차피 계속 있을 수도 없었고 식량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게 이동하던 도중 마침 밖으로 나온 형우를 만났다.

형우는 인사니오의 눈으로 확인 작업을 마치곤 바로 그들을 흡수했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이네.’

안 그래도 5대 길드가 소유했던 채굴장을 돌려야 했는데 딱 맞춰서 전문 인력이 들어왔다.

그들을 모두 채굴장에 투입하고 거기서 얻은 광물을 팔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그래도 구역 전체가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

“아함. 졸려 죽겠네.”

“졸려도 좀만 참아. 이제 곧 교대니까. 이거라도 마시고 좀 깨. 아함.”

“이게 무슨 팔자에도 없는 근무냐. 하, 무슨 군대 위병소도 아니고.”

E구역 문 앞.

바리케이트 뒤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죄수 하나가 하품을 크게 하며 눈을 비볐다.

다른 죄수는 물을 건네면서 본인도 하품했다.

지금 시간은 두 번째 밤과 세 번째 밤사이 10시쯤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로 근무를 서다 보니 둘은 근무 내내 하품만 했다.

“그래도 난 이게 맘에 놓인다. 얼마 전처럼 몬스터 웨이브가 또 일어나면 어떡해.”

“아, 안 일어나.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고 바로 또 일어나는 거 봤냐? 지금 당장은 진짜 개고생이나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안 따를 순 없잖아. 노예 문서로 묶여 있는데. 도망이라도 갈래?”

“에이, 썅.”

지금 경비를 서고 있는 인원은 총 10명이었다.

그 10명은 모두 노예 문서로 묶인 이들.

이곳의 경비는 모두 노예 문서라는 족쇄를 찬 이들만 근무를 시켰다.

그러다 보니 도망이건 반항이건 아무것도 못 했다.

“어차피 반항도 못 하는 거 그냥 좋게좋게 생각해. 어, 저기 뭐가 오는데?”

“응?”

그때 문 너머 멀리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심히 밖을 바라보던 죄수의 눈이 커졌다.

밖에선 족히 삼백에 가까운 인원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뭐 저렇게 많아? 야, 가서 일단 알려!”

“아, 또 귀찮게…….”

죄수는 바로 도시 안으로 뛰어갔다.

그러는 사이 정체불명의 무리가 문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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