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4
형우는 깨어난 데스나이트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왜 데스나이트가 있는 거야?!’
A급 데스나이트.
A급에서도 정말 최상위 A급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끊임없이 복구되는 육체는 정말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머리를 박살 내면 바로 죽는다지만, 단체로 합격을 날리는 데스나이트들의 틈을 노리긴 정말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구에서도 데스나이트가 출현하면 일단 S급 헌터 출동을 우선으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게 A급 헌터들로만 구성을 해도 데스나이트들을 상대하게 되면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게다가 공격 하나하나가 목숨줄을 끊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런 데스나이트를 상대하기 위해선 차라리 S급을 출동시켜 빠른 처리를 하는 게 나았다.
이 또한 여러 번의 학습을 통해 얻은 대응이었다.
여하튼 그만큼 데스나이트는 위력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형우는 데스나이트의 존재를 알자마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아, 조금이라도 강화하고 올걸…!’
당장 보유 자금이 얼마 되지 않아 기껏해야 한 번 강화에 그칠 테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아쉬웠다.
그러나 당장 없는 걸 생각하기보단 지금 상황에 집중해야 했다.
“용준아 길막!”
“네! 네! 증식!”
촤아아아!
용준은 주머니에 비상용으로 넣어놨던 돌을 뒤로 던졌다.
뒤로 날아간 돌들은 증식으로 늘어났다.
쿵! 쿠웅!
돌들은 그대로 통로를 막아버렸다.
풀강을 한 덕분에 통로를 꽤 두껍게 막을 수 있었다.
박 사장은 두껍게 막힌 통로를 보며 화색이 됐다.
“저거면 그래도 조금은 버티…….”
콰아아앙!
“썩을…….”
말하기 무섭게 증식으로 막았던 통로가 뚫렸다.
뚫린 통로 뒤로는 무시무시한 검은 오러를 풍기는 데스나이트가 서 있었다.
검에는 그 검은 오러가 가득 담겨 있었고 아마 저 오러로 통로를 뚫은 듯 보였다.
단 한 방에 방해물을 없앤 데스나이트는 무서운 기세로 추격했다.
“그그극!”
“그그극!”
데스나이트들은 입에서 뼈를 가는 소리를 내며 쫓아왔다.
그게 사람을 더 무섭게 했다.
“증식! 증식!”
촤아아아!
잔뜩 겁먹은 용준은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E급으로 막는다는 게 무리니까.’
“윈드!”
휘이잉!
형우는 윈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용준이 던진 돌에 바람을 둘렀다.
휘익! 팡! 콰아앙!
“좋았어!”
바람을 두르자 가볍게 동강 나던 돌이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하고 있던 선두의 데스나이트들이 돌에 맞고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이내 곧 바람마저 갈라버릴 정도의 힘으로 다시 검을 휘두르자 형우만 지키게 됐다.
아무리 능력을 써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형우의 능력은 윈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용준아, 최대한 많이 던져!”
“네! 증식!”
촤아아아!
다시 한 번 용준의 능력이 발휘됐다.
수많은 바위가 날아갔고 데스나이트들은 돌들을 베어내려 검을 들었다. 그리고 부딪히기 일보 직전의 순간 형우는 능력을 연달아 사용했다.
“윈드! 속박!”
“그극…!”
“그극…!”
윈드와 속박이 동시에 사용됐다.
윈드는 당연히 날아간 돌에게 사용됐고 속박은 쫓아오는 데스나이트에게 썼다.
그러자 속박에 걸려 움직임을 멈춘 데스나이트들은 그대로 돌에 부딪혔다.
콰아앙! 콰앙!
앞에 선두가 대비를 못 하고 당하자 피해는 뒤에까지 이어졌다.
“예스! 대박!”
“대박은 아니야. 빨리 달리기나 해.”
이번 공격은 그저 잠시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았다.
겨우 D급과 E급을 달고 도망가기 위해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사실 형우의 블링크면 혼자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블링크는 동반 1인이 한계였다.
혼자라면 몰라도 이들과 같이 있는 상태에서 블링크로 도망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어깨엔 짐덩이마저 존재했다.
‘근데 이 여잔 도대체 뭐야? 옆에 매달려 있는데도 한 마디가 없어?’
일반적인 여자라면 초장부터 고음이면 뺨이든 뭔가가 날아왔을 터였다.
그러나 이 여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죽은 건 아니었다.
분명 몸이 살짝살짝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형우는 여자를 쓱 바라보곤 다시 달리는 데 집중했다.
“헉헉! 어떻게든 안 따라가겠다고 할걸!”
박 사장은 헉헉거리면서도 한풀이를 했다.
다만, 그 옆에 있는 용준은 그럴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능력까지 난발했는데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도록 달렸다.
형우는 그런 용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반대쪽 어깨에 둘러멨다.
“응? 으어억?!”
갑자기 형우가 몸을 들자 놀란 용준이 비명을 질렀다.
“조금만 참아라. 따돌리면 바로 내려줄 테니까.”
어차피 A급에게 두 명 정도 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능력을 사용하는 데 제한이 살짝 될 수도 있었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우아, 장난 아니게 빠르다! 스포츠카 탄 거 같아요!”
“하… 2인승이니 스포츠카는 맞네…….”
형우는 쉬이 생각하는 2인승 스포츠카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용준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손은 두 개였다.
“좀 나아졌으면 돌들 있는 대로 던져서 아예 통로를 틀어막아 봐.”
“증식!”
그래도 아예 통로를 막아버리면 이전보다 지연시키는 효과가 더 뛰어날 터였다. 그리고 보험을 몇 개 더 들어놨다.
“윈드. 윈드.”
휘이잉.
형우는 통로 중간중간 바람의 막을 만들어놨다.
바람의 막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었기에 금방 격파당하더라도 조금은 시간을 끌어줄 터였다.
“이런…….”
그런데 그것보다 다른 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멀리서 두 갈래로 나뉜 길이 보였다.
형우는 그걸 보며 인상을 썼다.
하필 둘 중 길을 하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여기서 제일 문제는 한 길을 선택했을 때 그 길이 아니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거였다.
다시 돌아오게 되면 당연히 중간에 쫓아오는 데스나이트들과 마주쳐야 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만들어놨던 모든 것들이 쓸모없어졌다.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쪽.”
“응?”
“오른쪽으로 가세요.”
여자는 형우에게 오른쪽으로 가라고 말했다.
“오른쪽으로 가라는데요? 형, 오른쪽으로 가요?”
“무슨 오른쪽이야?! 처음 보는 여자 말을 어떻게 믿고?”
용준의 말에 박 사장이 버럭 했다.
안면이 하나도 없고 심지어 던전에서 만난 여자였다.
던전에서 사람이 발견된 전례가 없었다.
그러니 박 사장의 말은 타당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믿을 건 이 여자뿐이었다.
“일단 오른쪽으로 가요. 어차피 어디로 가든 문제고…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어요.”
“…알겠습니다.”
형우의 말에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변하려면 충분히 항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마저 부족했다.
어느덧 갈림길에 도착했으니까.
탓!
형우는 오른쪽 길을 들어가기 전 반대편에 뭔가를 했다.
잠깐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분명 혼란을 줄 수 있을 터였다.
그 작업이 끝나고 바로 오른쪽 길로 들어갔다.
“용준아, 다시 깔아놔라.”
갈림길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다시 증식으로 통로를 막으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형우는 여자에게 길을 물어보려 했다.
“이번엔 어디로…….”
콰아앙! 쾅!
가까운 곳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벌써…!”
굉음이 들린 이유는 단 하나.
오면서 뿌려둔 돌덩이가 뚫리는 소리였다.
마지막까지 속박을 안 풀어가며 최대한 버티기를 했는데 데스나이트들은 그걸 벌써 뚫고 왔다.
심지어 혼란을 주기 위해 아까 갈림길에서 왼쪽 길에 돌을 꽤 많이 뿌렸다.
오른쪽은 살짝 입구만 막을 정도로 해놓고,
거기에 왼쪽엔 윈드를 잔뜩 뿌려놔 안까지 이어지게 했다.
왼쪽으로 도망갔다고 여길 수 있도록 트릭을 만든 거였다.
그런데도 데스나이트들은 정확히 그들을 쫓아왔다.
“이런 트릭은 안 통한다는 건가?”
뭐로 이렇게 정확히 그것도 빠르게 쫓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다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뭔가 해야 했다.
‘박 사장의 단거리 워프는 쓰려면 한참 걸리니 기대할 수 없고 용준이 한계야. 결국, 내가 막아야 하는 거네. 하아…….’
형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딱 맞춰서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
그런데 숫자가 이상했다.
“하나?”
쫓아온 데스나이트의 수는 하나.
다행히 트릭은 성공한 거 같았다.
다만, 트릭 성공과 다르게 데스나이트들의 지능에 소름이 끼쳤다.
“보험으로 하나를 보낼 줄이야…….”
보통 몬스터들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쫓으려면 한쪽으로만 쫓지 보험으로 하나를 반대편에 보내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데스나이트의 수가 단 하나라는 거였다.
‘한 번 싸워볼까?’
그래도 데스나이트 한 기 정도면 싸워 볼 만했다.
같은 등급인 A급 속박과 C급 윈드, D급 블링크, E급 재생력이 있었다.
‘그래. 싸워보자.’
“용준아, 이 여자 좀 부탁한다.”
“네?”
형우는 바로 둘을 어깨에서 내려줬다. 그리고 바로 블링크로 달려들었다.
“블링크!”
팟!
형우는 블링크로 데스나이트 뒤에서 나타났다.
그걸 느낀 데스나이트는 바로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는 검은 오러가 넘실댔다.
“속박!”
“…?!”
쫘아악!
속박이 온전히 한 대상에게만 집중돼서 발휘됐다.
그러자 이전에는 없었던 효과 하나가 드러났다.
스으으.
분명 뚝뚝 떨어질 만큼 넘치던 검은 오러가 갑자기 사라졌다.
카앙!
형우는 오러가 사라진 검을 쉽게 막았다. 그리고 발길질을 했다.
퍽!
“그극!”
발차기에 맞은 데스나이트는 뒤로 밀려났다.
예상치 못한 한 방에 데스나이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오러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바로 속박을 풀어버리고 다시 공격했다.
휙!
“속박!”
캉! 퍽!
똑같은 장면이 계속됐다.
공격하다가 속박에 걸리고… 막힌 다음 차이고.
형우는 이 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
‘진짜 대단하네.’
속박은 A급이 되면서 속박의 능력이 강화된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부가적 능력이 더 추가됐다.
속박에 걸린 대상은 순간적으로 능력이 봉인된다.
봉인은 짧은 시간만 가능했으나 이것에 당하면 정말 타격이 컸다.
중요한 순간 타이밍을 끊어먹을 수도 있었고 공격할 때 방어를 허술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니 형우가 감탄할 수밖에.
그러나 데스나이트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극!”
휙! 파아앗!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르자 검은 오러가 날아갔다.
흉포한 기운을 담은 검은 오러는 단숨에 형우를 찢어버릴 것 같은 힘을 담고 있었다.
“블… 윈드!”
휘잉! 까아앙!
블링크를 쓰려다가 타이밍을 놓친 형우는 검으로 공격을 막았다.
형우는 빠르게 검에 윈드를 두르고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검을 비스듬히 만들었다.
파앙!
그러자 검과 대치하고 있던 검은 오러가 천장으로 날아갔다.
콰아앙! 쿵! 쿠웅!
순식간에 천장이 무너졌다.
통로 자체를 깔끔하게 묻어버릴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형우가 빠르게 대응을 못 했더라면 치명타가 됐을 법했다.
그러나 아직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그극!”
탓!
데스나이트는 빠른 속도로 형우에게 달려왔다.
아직 자세도 제대로 못 잡은 형우는 미쳐 대응하기 힘들었다.
“증식!”
촤아아아!
그때 용준이 돌덩이를 던졌다.
그러자 데스나이트는 형우에게 휘둘러야 할 검을 돌려 돌들에게 휘둘렀다.
스악!
그러나 그게 데스나이트에겐 패착이었다.
“블링크! 속박!”
틈이 생기자 형우는 바로 블링크를 써서 뒤로 이동했다.
이어서 속박으로 몸을 묶었다.
“윈드!”
휘이잉!
형우는 검에 바람의 기운을 담아 머리를 그대로 박살 냈다.
파직! 털썩.
머리를 잃은 데스나이트는 그대로 쓰러졌다.
형우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은 몸도 다 부쉈다.
“나이스! 형! 쩔었어요!”
“너도 중간에 나이스 도움이다.”
용준에게 엄지를 들어줬다.
적절한 순간 도움이 아니었다면 꽤 어려운 싸움을 할 수도 있었다.
이번 전투로 형우는 확실히 데스나이트에 대한 무서움을 느꼈다.
‘하나라서 이렇게 끝난 거지 여럿이었으면 정말…….’
형우는 그 생각을 끝으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이제 한참 뒤로 밀린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영 이상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운데?”
“여기로 들어가세요.”
여자는 갈림길 가운데를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보며 박 사장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이봐, 아가씨. 막혀 있는데 무슨 가운데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마법학교행 열차 타는 길이야?”
“…….”
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그러자 박 사장은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된 질문에도 답이 없자 결국 박 사장은 짜증을 내며 선발대를 자처했다.
“에라 모르겠다. 기껏해야 머리 박고 끝이겠지.”
박 사장은 그 말을 하고 갈림길 가운데로 달려갔다.
둘은 당연히 박 사장이 벽에 부딪힐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쑤욱.
“어?”
“사라졌다!”
박 사장이 벽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둘은 바로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허… 이게 다 뭐야?”
그들의 눈앞에 온통 황금으로 칠해진 거대한 신전이 보였다.
어느 무언가를 모시기 위해 마련 제단도 눈에 띄었다.
그 제단 위에는 거대한 눈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그 제단에는 금색으로 빛나는 영혼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