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26화 (27/151)

▣ Chapter 2-1

황폐해진 E구역 광장, 도시 초입부터 내부까지 난장판이 아닌 곳이 없었다.

게다가 광장에 생긴 거대한 구멍은 메우는 데만 한참 걸릴 듯했다.

그나마 다행은 이제 더 이상 피해가 없다는 거였다.

B급 오우거를 B급 장현민이 잡고 B급 장현민을 등급을 알 수 없는 형우가 처리했다.

덕분에 몬스터 웨이브는 모두 끝났다.

그러나 승리의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 생존자들이 미묘한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형우의 존재 때문이었다.

무려 B급 장현민을 죽인 형우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자 5대 길드의 인원들은 다른 방향으로 머리가 돌아갔다.

‘여기서 저놈만 죽이면 우리가 바로 먹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문밖으로 나간 멍청이들 때문에 인원도 줄었는데… 죽이고 나머지를 흡수하면…….’

‘기회다! 분명 기회야!’

그 생각이 들자 5대 길드는 별다른 합의 없이 뭉쳤다.

대충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슬금슬금.

5대 길드의 남은 인원들은 길드장, 간부와 함께 다가왔다.

그러자 형우의 길드원들이 그걸 느끼곤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썩을… 이봐, 김 사장.”

“나 김 사장 아니야.”

“여기서 그걸 따져야… 아 됐다. 그래, 김 부길드장.”

박 사장은 됐다는 듯 손을 흔들며 원하는 대로 호칭을 해줬다.

그러자 쳐다도 안 보고 있던 김 사장이 고개를 돌렸다.

“왜 부르는데?”

“우리 잘못 하면 여기서 송장 치르겠다.”

“송장은 무슨 그냥 투항하면 되잖아.”

“투항? 미쳤냐? 저기 투항하면 바로 진짜 노예인데?”

“푸하핫!”

그 말에 김 사장은 크게 웃었다.

지금은 형우가 인간적인 대우를 해줬다.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최소한 노예처럼 부려 먹겠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형우는 근본적으로 이쪽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5대 길드에게 투항하면 미래는 뻔했다.

분명 개, 돼지처럼 부려 먹다가 필요 없으면 버릴 패가 될 터.

그러니 그들은 당연히 5대 길드보다 형우가 나았다.

“안 그래도 부길드장 취임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그만두는 건 좀 그렇지.”

“알았으면 죽을 준비해.”

“난 혼자 부길드장 안 할 거니까 오래 살아봐.”

둘은 그 말을 하며 형우의 바로 앞에 섰다.

“어이, 용준 동생.”

“네?”

“이거 꼬불쳐 둔 건데 얼른 들이 부어봐.”

“내 거도 받고.”

휙. 휙.

둘은 그 말을 하며 무언가를 던졌다.

“음?!”

그걸 받은 용준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둘이 건넨 건 포션이었다.

하나에 무려 50만 포인트나 하는 포션이 갑자기 두 개나 생겼다.

“얼른 일어나실 수 있게 잘 부어봐.”

“그동안 우리가 필사적으로 버틸 테니까.

“네…!”

용준은 바로 포션의 뚜껑을 열어 형우에게 먹였다.

정신을 잃은 사람이었기에 소량만 입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면서 몸에서도 포션을 조금씩 뿌렸다.

원래는 그냥 섭취하는 것으로 외부 회복도 같이 이뤄진다.

그러나 소량밖에 못 섭취하는 상황에선 몸에 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사용법이었다.

그사이 5개 길드는 형우의 앞에서 모였다.

“순순히 비켜. 그럼 너희에겐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명훈은 뒤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입장에선 그들이 빨리 비켜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언제 저 괴물이 깨어날지 모르니 마음이 급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앞을 막은 둘은 비켜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긴. 아주 제대로 일 날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쉽게 비켜줄 순 없어.”

‘두 분이…….’

둘의 모습에 용준은 감동했다.

노예 문서로 묶였고 겨우 며칠밖에 못 본 사람들이지만, 나름 멋진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만, 실상은 달랐다.

노예 문서로 묶여 있으므로 막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게 노예 문서에 명시된 사항이었으니까.

게다가 중간에 형우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언제든 태세 전환을 하려고 한 행동들이었다.

절대 목숨을 바쳐서 막을 생각 따윈 1g도 존재하지 않았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지.’

‘지금이 좋긴 하다만 그것보다 좋은 건 사는 거지.’

둘은 아까 내뱉은 말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언제든 서로를 미끼로 쓰려 했다.

한 명을 버리면서 자신이 사는 식으로.

그게 그들이 사는 방식이었다.

“비키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네요. 모두 처리하죠.”

“멍청하네. 상황 판단도 못 하고.”

성문과 유진이 나란히 그 말을 하곤 검을 뽑았다.

스르릉.

그러자 5대 길드는 주변을 포위했다.

형우의 길드원은 둥그렇게 포위된 상황에서 긴장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두 공… 읍?!”

공격을 외치려던 성문은 갑자기 눈이 커졌다.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그 순간 무언가 떠올랐다.

‘설마?’

그 설마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돌린 성문은 볼 수 있었다.

깨어난 형우를.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원래의 세계로 정신이 돌아온 형우는 짜증부터 냈다.

왜 끌려왔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해서 인사니오의 정체나 관리자들이 왜 지구를 멸망시키려 하는지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

딱 그것만 들었으면 머리가 아주 시원했을 것 같았다.

물론 시간이 많았어도 못 들었을 내용이었다.

인사니오는 대놓고 말해주기 싫다는 행동을 했다.

다만, 일단은 어쩔 수 없었다.

의문이 해소가 안 됐더라도 목표가 생겼으니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능력 100개를 모은다.’

언제 다 모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의뢰는 계속될 예정이었다.

그 의뢰서로 차근차근 능력을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의문을 해소하고 감옥도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자신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능력을 모으는 만큼 형우도 강해질 테니까.

‘음?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럽지?’

그런데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그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혀엉!”

형우가 눈을 뜨자마자 본 건 울고 있는 용준이었다.

마지막 대답을 듣지 못해 찝찝했던 형우는 그 감정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용준아? 아…….”

형우는 주변을 둘러보고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기절해있는 사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든 5대 길드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형우는 바로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성문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속박.”

“읍?!”

속박에 걸린 성문은 커진 눈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그러나 속박은 성문만 걸린 게 아니었다.

“…….”

“…….”

달려들려던 5대 길드 인원 모두가 속박에 걸려 움직이지 못했다.

겨우 E급, D급이 B급 속박을 풀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C급인 명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고! 길드장님! 일어나셨습니까?!”

“죽을 각오로 싸우려고 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형우가 일어난 걸 보자 둘은 바로 아부를 했다.

정말 줄 서는 거로는 최고인 이들이었다.

형우는 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성문에게 걸어갔다.

저벅저벅.

“으으…!”

성문은 무력하게 형우가 다가오는 걸 바라만 봐야 했다.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면 남은 선택은 하나였다.

“저, 저기.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있는 모든 걸 넘기겠습니다! 원하시면 길드든 뭐든 다…! 그리고 노예 문서를 쓰라고 하면 당장에라도 쓰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성문은 망설임 없이 목숨을 구걸했다.

박 사장과 김 사장만 태세 전환이 빠른 게 아니었다.

상황이 바뀌자 바로 모든 걸 포기하고 목숨을 택했다.

그 모습에 성문의 길드원들은 눈을 찌푸렸다.

살기 위해서 길드까지 팔아넘기는 길드장을 어느 길드원이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형우는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스악!

“커억…!”

“꺄아악! 오빠!”

형우는 가차 없이 성문을 베어버렸다.

성문은 가장 형우에게 필요 없는 사람의 유형이었다.

이미 성문의 성향에 대해선 몬스트 웨이브 때 박 사장에게 들었기에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았다.

이해타산이 빠르고 뭐든 정치적으로 행동했다.

조직의 이익보다 본인의 이익을 더 따지는 사람.

그런 이를 괜히 끌어들였다간 노예 문서를 쓰더라도 왠지 손해를 볼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실 본보기도 필요했다.

“혹시 투항 안 할 사람?”

“…….”

“…….”

형우는 그 말을 하며 속박을 풀어줬다.

그러나 도망칠 사람은 없었다.

지하 투기장 사무실.

E구역 통합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만들고 온 형우는 다시 한 번 업무로 골머리를 쌓아야 했다.

5대 길드의 600명 인원 중 약 400명이 죽었다.

그 때문에 인원이 200명으로 줄긴 했으나 기존 인원과 더해지면서 수가 불어났다.

게다가 살아남은 인원에서 D급 이상이 많은 터라 그들을 노예로 묶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전부 노예로 만든 건 아니었다.

10만 포인트나 드는 노예 문서를 50명 이상에게 쓰려고 했다간 지금 가진 돈이 거덜 날 터였다.

안 그래도 도시 복구를 위해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런 곳에 다 소비할 순 없었다.

일단 길드장과 간부들은 무조건 노예 문서로 족쇄를 채웠다.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1순위들이었기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나머지 중에서도 문제가 될만한 이들도 노예 문서로 묶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노예 문서를 안 쓴 이들은 어느 조건에 충족한 이들이었다.

조건은 딱 두 개.

‘조직에서 억눌려 있었고 억울한 상황이 있었던 사람.’

일전에 지성과 주현을 구해주면서 생각했던 게 있었다.

앞으로 자신처럼 억울한 상황을 겪은 이들에겐 기회를 주려 했다.

게다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희망을 준다면 형우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이들이 나올 터였다.

지금 형우에겐 심복이라 불릴만한 이가 없었다.

그나마 있는 게 정용준.

심지어 2달 뒤엔 출소.

그러면 형우 곁에는 박 사장과 김 사장밖에 안 남았다.

그마저도 노예 문서로 얽힌 이들.

그러니 형우의 입장에선 든든한 부하들을 얼른 만들고 싶었다.

다행히 그 첫발은 내딛어졌다.

김지성.

그가 형우에게 들어왔다.

유성의 밑에 길드원으로 있던 그를 발견하고 형우는 바로 제의를 했다.

자신의 밑에서 일할 생각 없냐고.

다행히 지성은 그 제의를 바로 받아들였다.

비록 E급이었지만, 자신을 제대로 따라줄 부하 한 명이 생기자 형우는 만족했다. 그리고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형우는 받은 보상을 정리해봤다.

“일단 B급 능력 랜덤 교환권으로 B급 속박을 얻었고… 랜덤 박스 2개랑 600만 골드. 마지막으로 길드를 통합하면서 얻은 ‘능력 랭크업’까지.”

정리해보니 정말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형우에게 호재였다.

위기도 있었지만, 얻은 보상은 형우를 웃게 했다.

“600만 포인트는 다시 능력 강화에 쓰든 불리기를 하든 나중에 생각하고… 랜덤 박스랑 스킬 랭크업 교환권은 바로 써보는 게 좋겠지?”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허접하게 ‘능력 랭크업’이라 적힌 종이를 바라봤다.

참 볼품없어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그것과 달리 안에 적힌 내용은 어마어마했다.

스킬 랭크업.

말 그대로 스킬의 등급을 하나 올려주는 거였다.

형우는 이걸 보면서 C급 윈드와 B급 속박 사이에서 고민했다.

‘윈드를 올리면 좀 공격이 제대로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래도 A급이 되는 게 나려나? 음… A급이 돼봤자 속박으로는 공격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분명 각자 장점이 뚜렷했다.

어떤 걸 올리든 단점보다 장점이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 더 고민됐다.

그러나 형우는 빠르게 선택했다.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이건 너무 뻔한 선택이었다.

‘속박을 A급으로 결정.’

이게 가지는 의미는 컸다.

능력보다 형우가 A급 헌터가 된다는 거였다.

A급 헌터면 최상위 길드의 길드장 급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공격력이 좋은 B급이라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굳이 B급 2개를 만드는 것보다 A급이 되는 게 더 나았다.

선택을 끝낸 형우는 종이를 찢었다.

찌익.

‘아…….’

그 순간 형우는 엄청난 쾌락을 맞보았다.

관계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극락의 세계였다. 그리고 점점 그 쾌락이 가신 뒤엔 자신감이라는 것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을.

“후우…….”

잠시 시간이 흐르고 마음을 진정시킨 형우는 마지막으로 랜덤 박스를 사용했다.

“이건 그냥 던지면 되나?”

작은 주사위처럼 생긴 랜덤 박스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던져서 굴리면 끝.

형우는 바로 두 개의 랜덤 박스를 던졌다.

휙. 탁. 탁.

랜덤 박스는 떼굴떼굴 굴러가다가 멈췄다.

자리에서 멈추자 갑자기 랜덤 박스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앗!

랜덤 박스는 밝은 빛을 내며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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