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25화 (26/151)

▣ Chapter 1-25

“읍?!”

현민은 갑자기 뭔가 몸을 옥죄이자 바로 능력을 끌어올렸다.

느껴지는 것으로 봐선 B급이었으나 풀강한 자신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바로 힘을 끌어올려 속박을 풀어내려 했다.

탓!

“하압!”

그러는 사이 형우는 전속으로 달려왔다.

검을 앞으로 세워 바로 심장을 찌를 수 있도록.

“썩을! 염력!”

빠직!

현민은 몸의 속박을 풀기 위해 끌어올렸던 힘을 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바닥에 붙어 있는 돌이 염력에 의해 뽑혀 나왔다.

“흡!”

스악!

형우는 그대로 돌을 갈라버렸다.

‘강해졌다…!’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게 느껴졌다.

단순히 세진 것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뭔가 더 여유가 있는 느낌.

‘급하게 찢긴 했는데… 역시 B급이 다르긴 다르구나.’

확실히 C급과 B급의 세계는 달랐다.

그걸 느끼며 형우는 갈라지는 돌 사이로 움직였다.

그런데 현민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자리를 피한 현민은 오른쪽으로 빠져 있었다.

슈우욱!

“…!”

그때 양쪽에서 갈라졌던 돌이 날아왔다.

형우는 급하게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쾅! 부스스.

둘이 서로 부딪히면서 가루가 됐다.

‘맞았으면 한 방에 골로 갈 뻔했네.’

그 섬뜩한 힘을 보며 형우는 다시 한 번 현민에게 달려갔다.

“속박!”

“똑같은 거에 당할 줄 아냐?! 염력!”

다시 한 번 같은 장면이 리플레이 됐다. 그리고 결과도 비슷하게 끝났다.

그러나 형우는 개의치 않고 계속 속박을 이용한 공격을 계속했다.

이게 최선이라는 듯이.

“설마 F구역에서 깽판 친 놈 중 하나가 B급이라곤 생각도 못 했어. 그런데 넌 상대를 잘 못 만났어!”

형우가 이번에 보상으로 얻은 능력은 B급 속박.

그러나 현민의 B급 염력과 꽤 상극인 능력이었다.

몸을 속박하는 능력이지 능력을 속박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염력이란 것 자체가 몸을 쓰지 않고 쓰는 능력이었기에 디버프 계열의 속박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형우의 공격은 똑같았다.

“속박!”

“소용없다고! 염력!”

우웅!

현민은 속박을 풀지 않고 바로 염력으로 형우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게 노림수였다.

계속 적에게 속박으로 한 방을 노리려 한다는 걸 알려줬다.

그걸 계속해서 학습시키자 현민은 속박을 푸는 걸 1순위로 하지 않았다.

염력으로 공격이자 방어를 먼저 시도했다.

덕분에 틈이 생겼다.

“블링크!”

팟!

염력으로 돌이 날아오는 순간, 형우는 그 뒤로 이동했다.

푸욱!

“멀티 소켓…?! 컥…!”

그러자 미처 반응하지 못한 현민은 그대로 검에 심장을 꿰뚫렸다.

심장을 꿰뚫린 현민은 눈이 뒤집히며 쓰러졌다.

털썩.

그와 동시에 승전보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겠군.]

‘뭐?’

그 말에 형우는 바로 안 주머니에서 오우거가 죽으며 얻은 보상과 함께 새로 생긴 의뢰서를 펼쳐봤다.

『의뢰서 0-#

내용: B급 장현민 제거.

보상: 만남.』

‘만남이라고? 누굴 만난다는 거야?’

그것에 인상을 찌푸릴 때 갑자기 의식이 흐려졌다.

“어…?”

의식이 흐려지며 형우의 몸이 줄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형우형?! 형우형…….”

용준은 쓰러지는 형우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이미 의식을 잃은 형우는 그 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털썩.

넓은 초원,

드넓게 펼쳐진 초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속을 편하게 했다.

막히지 않은 푸른 초원은 그런 마력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중간에 흐르는 강물은 걸음마저 멈추게 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모습, 절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강물 근처에 멋들어진 오두막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이게 대체…….”

형우는 자신 앞에 펼쳐진 초원의 광경을 보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감옥에 있던 자신이 갑자기 초원에 와버렸다.

‘분명 감옥 안이었는데…….’

형우는 힘을 끌어올렸다.

혹시 정신 계열 능력자에게 당해 환각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

그런데 힘이 전혀 안 움직였다.

아무리 소켓에 담긴 능력을 쓰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힘 빼지 말고 이쪽으로 와라.”

“…!”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 한가로이 강에서 낚시하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깨나 울렸을 거 같은 외모의 그는 형우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형우는 그 손짓에 홀린 듯 남자에게 다가갔다.

“반갑군.”

남자는 형우를 향해 반갑게 웃었다.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에게나 보여줄 만한 미소였다.

그러면서 낚싯바늘을 회수했다.

“누구십니까?”

모든 게 의문투성이인 형우는 날 선 질문을 던졌다.

“내 이름은 인사니오. 그리고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

“…? 아!”

처음 이름을 듣고 어리둥절했던 형우는 곧 감탄사를 내뱉었다.

형우가 처음 가지게 된 능력이자 아무리 노력해도 교체가 안 되는 유일한 능력, 인사니오의 의지.

그게 생각났다.

게다가 목소리도 익숙했다.

의뢰 내용을 충족시켜줬을 때 들려왔던 그 ‘목소리’였다.

“당신이 그럼…….”

“그래. 대충 통성명은 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시간도 부족하고 더 설명할 수도 없으니까.”

휙!

그 말을 하며 인사니오는 낚싯대의 찌를 힘차게 던졌다.

‘전혀 시간이 부족한 사람의 모습이 아닌데?’

정말 여유 그 자체였다.

손동작이나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고 하니 형우는 인상을 썼다.

“일단 그대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부터 의문을 풀어주지. 왜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

“그대가 감옥에 갇히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조각을 그대가 품었기 때문이다.”

“조각이라니요? 저는… 아, 인사니오의 의지.”

형우는 인사니오가 말한 조각이 뭔지 눈치챘다.

지금 상황에선 조각은 그것 말고 없었다.

“그게 바로 나의 조각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관리자라 불리는 존재들이 죽을 힘을 다해 찾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

“그게 대체…….”

“한 가지 먼저 말해주겠다. 관리자, 그들이 그대에게 적이다. 물론 그대의 적만이 아니다. 나의 적이자, 그대가 사는 지구의 적이지.”

“잠깐만요? 관리자가 적이라고요?”

“그렇다.”

‘그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구의 어느 누구도 관리자를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헌터수사부나 범죄자들은 싫어할지 몰라도 다들 관리자에 대해선 호감의 표시를 내비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관리자들은 범죄자들로부터 선량한 이들을 보호해줬다.

범죄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범죄자를 체포했고 타협 없이 형량을 선고했다.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보다 범죄자 헌터에게 공포를 더 느끼는 지금은 그게 더했다.

그런데 그 관리자가 적이라니.

그냥 인사니오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믿고 안 믿고는 자유다. 그러나 감옥에서 안에서 일어났던 이상 현상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대를 무조건 죽이기 위해서. 안타깝게도 관리자는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대도 알다시피 관리자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반격을 하지 않는다.”

“네, 맞습니다.”

흔한 상식이었다.

관리자는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게다가 범죄자에게도 먼저 공격하는 일이 없었다.

범죄자마저도 상처 하나 없이 포획만 했다.

만약 범죄자에게 공격을 받으면 그제야 반격을 했고 그 때문에 관리자를 먼저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의 조각은 그 족쇄를 풀어줄 것이다. 그 때문에 관리자들은 그대를 죽이기 위해 이 감옥에 넣은 것이다. 이곳이라면 그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허어…….”

자신이 감옥에 갇히게 된 게 관리자 때문이라는 사실에 형우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다 쓰지도 못하는 능력 하나 얻은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억울했다.

아니, 억울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다만, 여기서 궁금증 하나가 더 생겼다.

“그런데 당신은 왜 나를 도와주는 겁니까?”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군. 다시 말해주마. 그대가 내 조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흠!”

휙. 풍덩!

인사니오는 그 말을 하며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다만, 걸렸다고 생각했던 물고기는 위로 올라오자마자 미끼에서 빠져나왔다.

“이런 놓쳤군.”

‘일부러 여유 부리는 건가?’

형우는 여유롭게 다시 찌를 회수한 인사니오를 보며 인상을 썼다.

그러나 형우가 무슨 표정을 짓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하튼 말을 이어서 말하자면… 관리자들이 그댈 죽이려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강해진다면 이 감옥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탈출하란 겁니까? 아, S구역에 출구가 진짜로 있는 건가요?”

“S구역? 미안하지만 S구역이란 없다. 굳이 구역을 나누자면 S구역이 되긴 하겠군. 그러나 그곳은 탈출구가 아니라 광활한 광장이다. 다른 국가의 범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광장.”

“허…!”

“다만 그대에게 이곳을 탈출할 방법이 있다.”

그 말에 형우가 눈에서 빛을 냈다.

“100가지의 능력을 모아라.”

“100가지의 능력을 모으라고요?”

“그렇다. 상하 여부는 상관없다, 어떠한 것이든 100가지를 모아라. 그러면 나의 힘으로 그댈 이곳에서 탈출시켜주겠다.

“지, 진짭니까?”

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무도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몰랐다.

오직 형량을 모두 채우고 나가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인사니오는 자신을 탈출시켜줄 수 있다 말하고 있었다.

“나는 진실을 말하는 자. 그러니 그대는 의심치 말고 수행하라.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나의 의뢰에 성공하고 범죄자와 몬스터를 죽여라. 또한, 나의 조각을 지켜라. 그 조각은 나와 그대를 이어주는 실이다. 그 실이 끊어지는 순간 더는 그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도움이 문제가 아닐 터. 나의 조각을 얻은 관리자들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다.”

“…….”

충격과 의문의 연속.

분명 감춰진 내용을 들었는데도 더 의문과 충격만 늘어갔다.

형우는 일단 지금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내가 인사니오의 의지, 그러니까 조각을 얻었는데 그게 관리자들이 찾는 거다. 그걸 찾으면 관리자들이 지구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지구를 왜 멸망시키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하필 내가 그걸 얻었다. 그런데 개입을 못 하니까 감옥에 넣어버렸다. 날 죽여서 조각을 얻으려고. 이 정도인가?’

상황을 정리한 형우는 바로 질문할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을 먼저 물었다.

“그런데 아직 못 들은 게 있습니다.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가장 제일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관리자가 노린다는 것 자체는 이해했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인사니오의 의지’가 무엇이길래 그런 힘을 가지고 있냐는 거였다. 그리고 왜 관리자에게 그런 족쇄가 채워져 있고.

그러나 인사니오는 그 질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으흠… 시간이 됐군.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자, 잠깐만요! 답을 좀 해주고…!”

인사니오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더 없다. 그대가 어느 정도 힘을 모은다면 아마 나와 다시 볼 수 있을 터. 그땐 모든 것을 말해주겠다. 그러니 다음에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아니, 잠깐만요!”

휙.

인사니오는 형우의 다급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형우의 눈꺼풀이 내려갔다.

버티려고 했으나 그건 불가능했다.

잠시 후, 내려간 눈꺼풀을 다시 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형우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용준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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