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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24화 (25/151)

▣ Chapter 1-24

분명 박 사장은 형우에게 웨이브는 3단계가 끝이라고 말했다.

아니, 다른 이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기본적으로 웨이브는 3단계로 이뤄졌고 단계마다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갔다.

F급으로 시작했으면 2단계는 F급과 E급의 중간, 3단계는 E급으로 마무리됐다.

이게 정석이고 어느 구역에서도 당연한 상식으로 통하는 정보였다.

그런데 그 상식이 제대로 깨지고 있었다.

등급이 하나씩 뛰어오른 것도 모자라 무려 4단계가 생겼다.

그 4단계는 비록 몬스터가 딱 하나뿐이었지만, 오히려 모든 단계를 합친 것보다 더 위험했다.

나타난 오우거의 등급은 B급이었으니까.

쿵. 쿵.

오우거는 여유롭게 움직였다.

우리 안의 먹이를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듯이.

“…….”

“…….”

죄수들은 오우거를 바라보며 움직이질 못했다.

오우거가 내지른 포효는 그냥 포효가 아니었다.

피어.

적에게 공포와 혼란을 새겨주는 포식자의 기운이었다.

피어에 한 번 노출되면 약한 이들은 그대로 얼어버리기 쉬웠다.

급수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 채 못 움직였다.

쿵. 쿵.

다들 오우거가 다가오는데도 도망갈 생각을 못 했다.

오직 C급인 형우와 명훈만 그것에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걸 어떡하라고…!’

형우는 난감한 얼굴로 오우거를 바라봤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레이드가 기본이었다. 그리고 레이드를 하려면 최소한 등급이 바로 아래 등급의 헌터가 파티 개념으로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신과 명훈밖에 없었다.

‘저 불 쓰는 아저씨랑 나랑 둘이서 잡을 수 있을까?’

형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지구에 있는 몬스터는 모두 박멸됐을 거다.

“크허엉! 크하하하!”

오우거는 오만하게 웃었다.

그러자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죄수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죽기 싫어!”

아비규환도 이런 아비규환이 없었다.

자긴 어떻게든 살겠다고 사람을 밀치고 밟으며 사방으로 퍼졌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마지막 단계가 시작되면서 세 번째 밤이 가까워졌다는 걸.

“빨리 달려!”

“어서 나가야 해!”

“으아아!”

그들은 전력을 다해 문으로 달려갔다.

“크르르…….”

오우거는 그걸 보기만 했다.

성미 급한 오우거의 성격상 바로 달려들어야 맞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게다가 입가엔 비웃음마저 담겼다.

“가지 마! 가지 말라고!”

“미친놈들! 지금 나가면 안 돼!”

5개 길드의 간부들은 이탈하려는 길드원들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한둘도 아니고 전체가 다 미쳐서 도망가는데 잡을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형우의 길드원들은 나았다.

모두 노예 문서에 의해 종속관계로 맺어진 탓에 대부분 도망칠 수 없었으니까.

만약 노예 문서로 묶여 있지 않았으면 벌써 다 도망쳤을 터였다.

“저 정신 나간 놈들.”

“정신 나간 놈들이지.”

박 사장과 김 사장은 서로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들은 지금 늑대를 피하겠다고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격이었다.

그런데 그때 문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문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며 죄수들은 소리쳤다.

“뭐야?!”

“비켜! 비키라고!”

“저리 꺼져!”

가냘픈 체형의 남자는 당장에라도 달려오는 죄수들에게 깔릴 것 같았다.

그 순간 남자는 능력을 사용했다.

“염력.”

부웅!

“어어?”

“으어어?!”

갑자기 앞서 달려가고 있던 죄수들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그 기현상에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너희나 꺼지세요.”

휙!

“으아아!”

“살려줘!”

남자가 옆으로 손짓하자 죄수들은 왼쪽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던 죄수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오우거보단 당장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 남자가 더 만만했다.

“우린 나가야 한다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비켜!”

죄수들은 다시 한 번 돌파를 시도했다.

“그래? 죽으러 가겠다는데 말리진 않을게. 고딩 이하만 안 나가면 돼.”

남자가 이상한 말을 하며 길을 비키자 죄수들은 전력을 다해 문을 넘었다.

그런데 중간중간 나이 어린 이들은 남자가 못 나가게 막았다.

그러는 사이 세 번째 밤이 됐다.

쿵!

세 번째 밤이 되면서 문은 바로 닫혔다.

“안 돼!”

“나도! 나도 나가야 한다고!”

밖으로 나가지 못한 소수가 울부짖으면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곧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아아악!”

“크악!”

콰드득! 콰직!

“…….”

“…….”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들은 슬금슬금 문에서 물러났다.

밖에는 B급 오우거가 100마리 모여도 죽일 수 없는 징벌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포에 미쳐 그걸 간과한 이들은 모두 밖에서 죽어버렸다.

다만, 그렇다고 문을 넘지 못한 이들이 산 건 아니었다.

당장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는 오우거를 막을 수 없었으니까.

“크허엉! 식사 시작이다!”

오우거는 그 말을 하며 문으로 달려갔다.

“아아…….”

“우린 끝났어…….”

모두 절망 어린 표정을 지으며 달려오는 오우거를 바라봤다.

5대 길드의 대부분 인원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간부들이나 길드장이 남아있긴 했으나 그들과 거리가 멀었다.

인원도 소수인 상황.

그들은 오우거의 첫 제물이 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능력 강화. 염력.”

“크헝?!”

달려오던 오우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오우거는 몸을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도저히 안 움직였다.

“크허엉! 크허엉!”

움직이지 못하는 게 화를 돋웠는지 오우거는 피어를 남발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몸을 속박한 무언가가 풀리지 않았다.

“아, 새끼. 거참 시끄럽네.”

부웅! 부웅!

“검이?!”

“야, 손 놔!”

“으어어?!”

죄수들의 검이 갑자기 위로 솟구쳤다.

솟구친 검들은 그대로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휘익! 푹! 푹!

“컥…!”

오우거의 몸에 수십 개의 검이 관통했다.

웬만한 공격은 흠집도 주지 못한다는 오우거의 가죽이 손쉽게 뚫렸다.

“오우거를 저렇게 쉽게…!”

“허어…….”

그 모습을 보며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쿠웅!

단번에 생명을 잃은 오우거는 거대한 몸을 땅에 뉘었다.

그러자 형우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반의 성공이라 안타깝군.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목소리’가 들려오고 형우의 안 주머니에 세 개의 보상이 생겼다.

600만 포인트, 랜덤 박스, B급 랜덤 능력.

세 가지 보상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형우의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보상을 꺼내봤다.

이번에도 종이에 허접하게 ‘B급 랜덤 능력교환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랜덤 박스는 조그마한 검은 주사위처럼 보였다.

돈이야 100만 포인트짜리 동전 6개였고.

그런데 그 세 개 말고도 종이가 하나 더 있었다.

‘이건 뭐야?’

그때 오우거를 처리한 남자가 광장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오우거보다 더 오만하고 거만한 걸음걸이를 보여줬다.

“헉! 설마, 장현민?!”

“뭐? 장현민?!”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장현민’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다들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 놀랍다는 듯이, 누구는 두렵다는 듯이.

다만, 기본적으로 두려움이 깔렸었다.

그리고 형우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범죄 등급 1급의 장현민이라니.’

헌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헌터들을 관리하는 헌터관리청이 생겨났다.

관리청엔 일반 경찰과 같은 역할을 하는 헌터수사부가 있었다.

그 수사부에선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간 이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수배를 했다.

거기서 그 등급이 바로 범죄 등급이었는데 등급은 1에서 5까지 있었다.

그중 가장 높은 1급을 받은 게 바로 장현민.

살인, 방화, 강간, 폭행, 살인교사, 절도 등 안 해본 범죄가 없을 정도로 범죄 경력이 화려했다.

그 때문에 헌터수사부에서는 장현민을 잡기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관리자들에게 장현민이 잡히면 피해보상이나 처벌을 하나도 줄 수 없었다.

관리자들과 공조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관리자에게 잡히면 그냥 바로 감옥으로 보내졌다.

심지어 헌터수사부에게 잡힌 범죄자까지 뺏어갔다.

헌터수사부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기껏 범죄자를 잡았더니 다 뺏어가고 재판에 세워야 하는데 피의자가 없다.

그래서 헌터수사부는 필사적이었고 그중 1급인 장현민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장현민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복수를 당했다, 배신당해서 죽었다 등등 말이 많았다.

그런 현민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범죄자가 잘 잡혀서 감옥에 있는 건 좋은데 왜 하필 여기에 나타난 거야?’

다들 긴장한 눈치로 현민을 바라봤다.

잠깐 해코지만 해도 여기에 있는 인원 태반이 죽을 터였다.

장현민은 B급이었으니까.

‘게다가 풀강이겠지.’

오우거를 단번에 죽인 것으로 봐선 B급 풀강이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선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없었다.

물론 거기에 하나 더 이유가 존재했다.

현민은 소켓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소켓에 채워진 능력은 B급 능력 강화.

버프 계열의 이 능력은 짧은 시간이지만 사용 시 능력을 두 배 이상 높여줬다.

이거면 순간적으로 A급을 넘는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우거가 쉽게 죽은 거였다.

“모두 안녕하십니까. 아아, 뭘 그렇게 다들 긴장하고 있어. 긴장할 거 없어요. 별거 아니니까.”

광장에 다가온 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보는 입장에선 악마의 미소만큼 더 섬뜩한 미소였다.

“음… 그럼 일 좀 빨리 끝내고 갈 테니까 다들 협조 좀 해줘요.”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현민의 표정이 변했다.

“중딩, 고딩 정도 되는 애들 다 내 앞으로 뛰어와요. 뒤지기 전에.”

“…….”

“…….”

가벼운 말이었다.

그러나 오우거의 피어보다 더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다만, 몸을 얼게 하는 위압감이 아니었다.

마치 저절로 복종하게 하는 목소리였다.

“여깄습니다…….”

“가, 가요…!”

15살에서 19살 사이 정도 보이는 이들이 현민의 앞으로 갔다.

“가지 마.”

형우는 현민에게 가려는 용준을 제지했다.

그 말에 용준은 바로 뒤에 숨었다.

잠시 후 다 나왔다고 생각이 들자 현민은 바로 분류를 했다.

“여자는 뒤로 빠져. 남자는 앞으로 나오고. 그리고 한 달 내로 여기로 들어온 놈은 왼쪽, 아닌 놈은 오른쪽으로 갈라.”

“…….”

다시 한 번 분류하자 왼쪽엔 3명이 나왔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형우는 남자가 하는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무슨 목적으로 저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 능력이 뭐냐?”

“근력 강화입니다.”

“넌?”

“매, 매직 애로우입…….”

“넌?”

“투척인데요…….”

현민은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다만,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듯 인상을 썼다.

“아, 미치겠네. D구역도 없고 F구역도 없고. 다 그냥 뒤진 거 아냐?”

현민을 짜증을 내며 머리를 헝클었다.

그러다 현민의 눈에 누군가 보였다.

“아하, 너구나?”

흠칫!

형우의 뒤에 숨어있던 용준은 느껴지는 시선에 몸을 떨었다.

“염력.”

현민은 대뜸 그 말을 내뱉으며 능력을 사용했다.

“으, 으아?!”

염력은 용준을 끌고 왔다.

“안 돼!”

형우는 용준을 잡아채서 못 끌려가게 하려고 막았다.

그러나 오히려 역으로 같이 끌려왔다.

쿵.

“윽…!”

“큭!”

둘은 현민의 앞에서 떨어졌다.

“쯧. 멍청하네요. 감옥에서 의리가 뭐라고. 어어? 덤비기까지 하시게요?”

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싸울 자세를 잡자 현민은 비아냥거렸다.

아무리 봐도 형우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C급 같은데 뭐로 날 상대하려고?”

“미안하지만 상대할 방법이 있거든.”

형우는 현민의 앞에서 종이 한 장을 찢었다.

그러자 형우의 몸속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그 변화가 끝나자 형우는 씨익 웃으며 무언가를 E급 재생력과 교체를 했다.

“변태입니까? 종이 찢고 좋아하게. 아니, 이제 죽을 것 같으니까 미친 건가?”

“변태는 아닌데… 좋아할 일은 있으니까.”

“뭐?”

형우는 의아해하는 현민에게 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새로 얻은 능력을 사용했다.

“속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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