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22화 (23/151)

▣ Chapter 1-22

“크아!”

“크륵! 크륵!”

1차 웨이브는 고블린이 주였다.

간간이 E급 오크가 보이긴 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E급인 죄수들에겐 좀 버거운 상대였다.

가뜩이나 수가 모자란 상태에서 오크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오면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다만, 지금은 괜찮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C급이 날뛰는 중이었기에.

“윈드!”

휙! 휙! 촤악!

“크악!”

“켁…!”

바람의 줄기가 채찍처럼 휘둘러질 때마다 수십 마리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전체 인원에서는 많은 비중이 아니었다.

다만, 그게 한 번 가볍게 휘두를 때마다 죽는 수라는 게 문제였다.

한두 번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무한정 끊임없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것은 지휘관 몬스터였다.

“크륵! 저 인간을 죽여라!”

웨이브 첫 단계의 지휘관 몬스터 오크 전사는 분개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반응했다.

“크르륵!”

“크아아!”

몬스터들은 오크 전사의 말에 따라 윈드를 줄기차게 날리는 형우에게 달라붙었다.

한 명만 노리는 좀비처럼 다른 이들은 보지도 않고 달려왔다.

그러나 겨우 F급 몬스터에 쩔쩔맬 형우가 아니었다.

격차만 해도 무려 3단계였다.

“용준아! 돌덩이 좀 보내줘 봐!”

형우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부탁을 했다.

“옙! 증식!”

촤아아아!

그러자 용준은 바닥에서 주운 돌을 던져 증식으로 늘렸다.

증식으로 늘린 돌들은 거대한 바위가 되어 형우에게 날아갔다.

형우는 바로 윈드를 사용했다.

“윈드!”

휘이익!

형우는 달아오는 바위들을 윈드로 감싸 앞으로 날려 보냈다.

“피, 피해라!”

오크 전사는 그걸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이성이 없는 몬스터들은 그걸 보골 피할 생각도 못 했다.

그러나 오크 전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위들은 몬스터들을 덮쳤다.

콰앙! 콰아앙! 쿠르르!

“케엑!”

“칵!”

바위들은 데굴데굴 굴러가며 수백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오크 몇몇이 피하긴 했지만, 그건 고작 몇몇이었다.

그 한 방에 남아 있던 몬스터의 반 이상이 죽어버렸다.

“크아악! 감히 인간이…!”

쿵! 쿵!

단번에 반 이상의 부하가 죽어버리자 분개한 오크 전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뒷짐을 지고 바라보다가 마지막이나 나서는 지휘관 몬스터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형우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그전에 이미 행동에 나서는 중이었다.

팟! 스악!

“…?”

오크 전사는 갑자기 시야에서 형우가 사라지자 의아해했다.

게다가 일어난 순간 뭔가 따끔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돌고 있었다.

툭.

“후우… 웨이브가 이런 거면 자주 하고 싶은데?”

블링크로 오크 전사의 뒤로 이동한 형우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5대 길드 길드원들은 모두 얼어버렸다.

보여준 모습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정말 한 번에 쓸어버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

아직 몬스터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지휘관을 잃은 몬스터는 오합지졸이었다.

혼란스러워하며 서로 싸우며 난리가 났다.

그걸 보고 있던 죄수들은 그제야 나서서 나머지를 정리했다.

몬스터가 모두 정리되자 용준은 형우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형우의 상태가 이상했다.

미친 사람처럼 혼자 웃고 있었다.

“형? 미친 거예요?”

“…? 안 미쳤다.”

형우는 곧 정신을 차리곤 대답했다.

그러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순 없었다.

“으으… 형이 미쳐버렸어…….”

용준은 그 말을 하며 출소날까지 어떡하지라며 머리를 싸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우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의뢰서 0-3#

내용: 몬스터 웨이브 격파.

보상: 제거 수에 따라 보상』

이번에도 간단하게 적힌 의뢰서였다.

다만, 이번엔 추가로 머리에 들어온 정보가 있었다.

그 정보가 형우를 웃게 했다.

‘웨이브 전체 기간 중 제거한 수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

75마리 제거 시 F급 능력 랜덤 추가.

150마리 제거 시 E급 능력 랜덤 추가.

300마리 제거 시 D급 능력 랜덤 추가.

600마리 제거 시 C급 능력 랜덤 추가.

1,200마리 제거 시 B급 능력 랜덤 추가.

2,400마리 제거 시 A급 능력 랜덤 추가.

3,000마리 제거 시 S급 능력 랜덤 추가.

사실상 2,400마리, 3,000마리는 불가능했다.

대충 3,000~3,500마리가 정도가 오는 건 맞았으나 3,000이 넘는 수를 잡는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이었다.

그동안 다른 죄수들이 노는 것도 아니었고.

그러나 1,200마리까지는 노려볼 만했다.

다른 C급 경쟁자가 있기는 했다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충분히 1,200마리 킬을 달성할 수 있을 듯싶었다.

지금도 5대 길드에 비해 늦게 왔지만, 형우가 혼자 죽인 수는 무려 300마리였다.

벌써 D급 능력 하나를 얻었다.

다음 웨이브 때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1,200마리 달성은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게다가 추가로 주어진 의뢰서가 하나 더 있었다.

『의뢰서 0-4#

내용: 몬스터 웨이브 지휘관 제거.

보상: 제거한 지휘관마다 보상』

이번에도 어김없이 두 개의 의뢰서가 주어졌다. 그리고 내용은 이러했다.

1단계 지휘관 제거 시 100만 포인트.

2단계 지휘관 제거 시 500만 포인트.

3단계 지휘관 제거 시 랜덤 박스.

이건 위와 달리 단계마다 모두 보상이 있었기에 더 좋았다.

모든 지휘관을 제거하면 600만 포인트와 랜덤 박스라는 걸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이것들 때문에 형우의 나사가 살짝 풀린 상태였다.

‘기대되는데?’

벌써 100만 포인트를 획득한 형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사실 이것 때문에 형우가 블링크까지 써가며 지휘관 몬스터를 죽였다.

물론 블링크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사용했다.

“이제 끝났나?”

형우는 종이를 보는 사이 정리가 된 전장을 바라봤다.

무려 천이 넘는 몬스터가 몰아닥쳤다.

그러나 겨우 F급 몬스터라는 걸 말해주듯 정리는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다음 단계까지 꽤 시간이 남은 듯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형우 님. 아니, 이제 길드 마스터로 불러드려야겠군요. 어이쿠! 칼에 피가 많이 묻었습니다. 제가 깨끗이 닦아드리겠습니다. 주십쇼!”

박 사장은 빠르게 달려와 형우에게 아부를 떨었다.

눈치 좋은 박 사장은 정리가 끝나자마자 달려왔다.

이미 먼저 형우의 능력을 겪어봐서인지 다른 이들보다 충격이 덜했다.

뒤늦게 김 사장이 달려왔지만, 옷에 묻은 피를 털어주는 거 말곤 할 게 없었다.

“하하…….”

형우는 40대 아저씨 둘이 자신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만, 그들은 몰랐다.

둘이 아첨을 하건 아부를 하건 플러스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잠시 후 성문과 유진이 다가왔다.

“배성문 길드의 배성문입니다. 잠시 이야기 좀 가능하겠습니까?”

“어허, 지금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아까는 구경하고 있다고 뭐라하더니만. 왜 아까 이야기나 더 해보자고? 먼저 와 있는 이유라도 말해주려나.”

“그건 나중에 말해드리겠습니다. 그전에 그쪽 길드장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으니 좀 빠져 주시죠.”

“그래요. 이야기 좀 하는 게 어려워요?”

유진은 뾰족한 소리를 내며 힐난했다.

그러나 형우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박 사장에게 저들이 모인 이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생각했던 걸 딴 놈들이라고 안 했을 리가 없습니다.’

형우는 김 사장의 조언에 따라 뒷골목을 통합하기 위해 바로 몸을 움직였다.

S급 헌터 차민이 E구역에서 손을 떼고 사라진 상태.

영향력을 행사하던 상위 길드들이 몰린 곳, D구역은 양패구상으로 복구 불가능.

C급 헌터가 있고 받쳐줄 충분한 D급이 존재하는 상태.

3개의 조건이 맞았기에 김 사장은 형우에게 바로 공격하라 말한 거였다.

그러나 이 조건에 맞는 건 형우만이 아니었다.

5대 길드 또한 이 조건이 맞았다.

게다가 보유한 D급이 훨씬 더 많은 상태였기에 머뭇거릴 게 없었다.

“죄송하지만 별로 대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걸 안 이상 형우는 별로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네가 뭔데 우리 오빠…응?”

화내는 유진을 막은 성문은 고개를 숙였다.

“괜히 쉬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 뒤에 뵙겠습니다.”

“오빠? 오빠?”

“가자, 유진아.”

성문은 그 말을 하며 유진을 데리고 사라졌다.

“참, 약삭빠른 인간이네.”

“그러게.”

사장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했다.

형우의 기분이 안 나쁘도록 바로 사과를 하고 빠졌다.

별거 아닌 대화 같았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길드장님.”

성문이 사라지자 김 사장이 바로 형우를 불렀다.

“그냥 형우라고 불러주세요. 아까는 그냥 둘러대려고 한 거니까요.”

“아닙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길드를 만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필요하긴 합니다. 지금 수준만 해도 5대 길드와 맞먹는 인원인데 소속 하나 없다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앞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치면 하나로 단결된 단체가 하나쯤은 필요할 겁니다.”

“으흠……”

김 사장의 말을 들은 형우는 고심했다.

굳이 길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으니 더더욱.

다만, 김 사장의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간판만이라도 그렇게 달아놓도록 하죠. 두 분은 부길드장을 맡아주세요.”

“아! 흠흠…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분골쇄신하여 이 몸이 죽고 죽…!”

“그냥 죽어, 새꺄! 길드장님, 감사합니다. 저는 실적으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새꺄?”

“그래, 새꺄라고 했다. 뭐 새끼가 싫으면 아예 안 태어난 정자라고 해줄까?”

“이익…!”

“…….”

형우는 난리를 치는 두 사장, 아니 두 부길드장을 놔두고 정비를 했다.

그래도 빠른 대처 덕분에 중간 시간이 넘쳤다.

5대 길드도 처음의 혼란을 수습하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형우는 5대 길드가 자리를 잡은 곳 외의 지역에 인원을 배치했다.

어차피 본인이 다 잡을 생각이었다.

다만, 빠져나가서 도시에 피해가 간다면 그게 바로 형우에게 돌아올 터였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형우는 촘촘히 배치했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2단계를 알리는 진동이 울려 펴졌다.

쿠그긍!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딜레이 없이 바로 몬스터들이 달려왔다.

“크르륵!”

“키아아!”

“가, 가고일이다!”

“미친! 고블린은 어디 가고 다 오크야?!”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자 다들 혼비백산했다.

원래 웨이브는 단계별로 난이도가 올라가진 했지만, 급격하게 몬스터 등급이 바뀌는 경우가 없었다.

F급이 나왔다면 다음은 F급과 E급이 반반 섞인 형태로 왔다.

그다음은 당연히 E급 정도여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E급으로 구성된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왔다.

게다가 D급 몬스터인 가고일이 간간이 섞여 있었다.

“설마 다음엔 D급이 오는 거야?”

“미친! 일단 막아! 그거 생각할 틈 없어!”

“원거리 계열은 가고일부터 일점사해!”

“윈드 커터!”

“에어 밤!”

휘이익! 퍼엉!

원거리 계열 능력자들은 필사적으로 가고일들을 조준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가고일을 조준하기란 쉽지 않았다.

“키아아!”

“아아악! 살려줘!”

공격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가고일 하나가 죄수를 잡아갔다.

그 모습을 본 원거리 능력자들은 더 이를 악물고 능력을 사용했다.

가고일이 등장한 이상 이제 도망 따윈 없었다.

웨이브 방어에 실패하면 가고일은 어디로 가든 끝까지 쫓아온다.

아니, 그것 이전에 흉포한 오크들이 그들을 가만 안 둘 터였다.

“증식!”

“윈드!”

콰아앙! 쿠르르!

형우는 용준과 팀을 이뤄 처음 웨이브 때처럼 분전했다.

돌덩이가 날아갈 때마다 수십 마리의 오크가 죽어 나갔다.

“키아!”

“키아악!”

형우가 활약하는 걸 보자 가고일 무리가 날아왔다.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빠르게 하강했다.

슈우욱!

그러나 가고일은 형우에게 닿지도 못했다.

“윈드!”

형우는 손을 휘저으며 바람을 회전시켰다.

“키이!”

“키익!”

그러자 바람에 갇힌 가고일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

“용준아, 마무리!”

“증식!”

촤아아아! 쾅! 콰아앙!

용준이 던진 돌들은 바위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졌다.

가고일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떨어져 압사했다.

“후아…! 우리 너무 잘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잘하긴 했다만…….”

형우는 안색을 굳혔다.

형우의 활약과 다르게 전장의 상황은 상당히 안 좋았다.

지금 한 번도 밀린 적 없던 전선이 밀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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